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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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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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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고 깊은 강 안개가 끈적한 분위기를 드리우며, 고요한 어둠으로 저승을 감쌌다.

그때, 인간 세계의 나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다음 순간, 검은 불꽃에 휩싸인 열차가 요란한 굉음과 함께 나타났다. 증기를 내뿜는 기관차는 파도 위로 우뚝 솟아있었고, 짙은 안개를 가르며 아래로 달렸다.

카론이 열차를 몰고 아케론 강을 건너며, 이승과 저승 사이를 떠도는 영혼들을 호송하고 있었다.

인간 세계에서 온 열차는 강 아래의 지옥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건 혁명이 일어나기 전의 옛날이야기다.

몇 년을 기다리고 나서야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됐네. 어휴, 요즘 세상엔 지옥에 가는 것도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한다니.

이게 지옥으로 가는 마지막 열차일 거야. 한번 지옥에 가면 인간 세계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데, 다들 생각은 잘 해본 거지?

그, 그게 무슨 말씀이죠? 인간이 죽으면 당연히 악마가 되어 지옥으로 가고, 그다음은 인간 세계에서 환생하는 거 아닌가요?

엥? 넌 왜 아무것도 모르냐? 얼떨결에 죽었구나?

죽음의 군주가 30년 전에 감금된 때부터 생사의 법칙은 무너졌어. 편안하게 죽은 뒤 인간 세계에서 순조롭게 윤회하고 싶다고? 헛된 꿈을 포기하는 게 좋을걸.

죽어서도 환생하지 못한 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럼 산송장이 돼서 인간 세계를 떠돌 수밖에 없어.

카론이 고집스럽게 이 열차를 운행하면서, 지고천이 보는 앞에서 강제로 죽은 자들을 지옥으로 실어 나르지 않았다면, 영겁의 대낮을 견뎌야 했을 거야. 영원히 지지 않는 망할 태양 말이야!

안타깝지만, 죽음의 군주가 몰락한 지 너무 오래됐고, 악마의 영주인 카론도 이제 기력이 다해가고 있으니, 이번이 마지막 열차가 될 거야.

살면서 막차 탄 적이 몇 번이나 있어? 최소한 이번만큼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악마는 그다지 재미없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 그러면서 맞은편에 앉은 그 "얼떨결에 죽은" 악마의 후드 속 감춰진 얼굴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아, 그렇구나. 그럼, 언제 도착하는데?

자정 15분 전에 도착할 거야.

마찬가지로 후드를 쓰고 웅크리고 있던 작은 몸집이 꿈틀거리며, 담담한 어조로 열차의 도착 시간을 알려줬다.

지옥 가는 열차에 애도 있어? 나보다 더 불행한 놈들이 많군.

악마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은 "얼떨결에 죽은 악마"는 혼자 회중시계를 확인한 뒤, 몸을 숙여 어린 악마에게 속삭였다.

시간이 다 됐네. 이제 일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

어린 악마가 움직이지 않자, "악마"는 잠시 망설이더니 어조를 바꿔 강경한 말투로 다시 말했다.

넌 반드시 하이타의 명령을 따라야 해. 지금 당장... 저 문을 열어!

갑자기 어린 악마가 꼭두각시처럼 좌석에서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천천히 좁은 통로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야, 뭐 하는 거야? "그녀"가 곧 인원 확인하러 올 거야. 꼬마야. 내가 경고하는데, 이런 중요한 때에 문제 일으키지 마.

듣자니 말 안 듣는 놈들은 불타는 골짜기에 던져 버린대. 거기는 지옥에서도 가장 고통스러운 곳이라고...

악마는 이어서 하려던 말을 급히 삼켰다. 열차의 끝 철문이 열리면서 들리는 소리가 승객들의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 뒤에 들리는 발걸음 소리는 누구도 감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존재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왜? 계속 떠들지 그래? 어째서 아무 말도 없는 거지?

너희들이 떠드는 소리가 기관실까지 들리던데.

열차 일반실의 검은 철 바닥을 울리는 발걸음 소리는 모두를 겁에 질리게 했다.

그럼, 너부터 시작해 볼까? 말해봐.

카론이 창끝을 그의 어깨에 올려놓는 동작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질문을 받은 악마는 자신이 곧 심판받는 걸 예상했는지, 공포에 질려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피델·마르티네즈. 조금 전, 열차 탈 때부터 멍하니 있던데, 정신 좀 차리지?

"카론" 님, 왜 그러십니까? 그냥 피델이라고 부르십시오. 저는...

"예", "아니요"로만 대답해.

악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 "카론"의 시선은 그의 영혼 깊숙이까지 파고들었다.

좁은 좌석 사이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하지만 아케론의 파도 소리와 증기 기관의 굉음이 "승객"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예, 예, 정신 차렸습니다. 뭐든 물어보세요.

그렇게 말한 악마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더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좋아. 마르티네즈. 에스콘디다 마을에서 사망했고, 사인은 머리에 입은 치명상이네.

죄목은 미등록 마법 무기 소지, 맘몬 코인 위조, 탈옥 그리고...

"카론"은 흥미진진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화난 여종업원에게 술병으로 맞아 죽었네? 손버릇이 안 좋구나?

오해입니다. 전부 오해예요.

정말 오해라면, 네가 지금 왜 이 열차에 앉아 있는 거야?

창끝을 악마의 어깨에서 거두면서, "카론"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휘둘러 즉결 심판을 내렸다.

불타는 골짜기로 끌고 가.

"카론" 님, 억울합니다!

다음.

마이크·드레이븐...

"카론"은 악마의 변명 따위는 무시한 채, 그다음 줄에 부들부들 떨고 있는 승객에게 다가갔다.

총격을 저지하다... 총알에 맞아 사망?

"카론"은 머릿속으로 사망 정보를 되뇌다가, 그제야 복도에 조용히 서 있는 작은 그림자를 발견했다.

군주... 님...

"카론"은 후드 아래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는 바로 이름을 외쳤다.

「혼돈의 문지기」? 어째서 네가 여기에 있는 거야?

넌 불타는 골짜기를 지키고 있어야 하잖아.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불타는 골짜기에 무슨 일 있어?

"카론"은 문지기 쪽으로 빠르게 다가가던 도중 수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움츠러들며 말하던 "악마"를 지나치려는 바로 그 순간...

음?

"카론"은 앞으로 계속 걸어가면서, 시선만 빠르게 돌려 위장한 "악마"를 노려봤다.

죽은 물고기가 섞여 들어온 것 같은데? 하이타?

"카론"의 그림자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순식간에 "악마" 앞에 나타나더니 위장을 벗겨버렸다.

히익!!

"악마"는 정체가 완전히 들통나자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간신히 공격을 피한 뒤, 허둥지둥 조종당하고 있는 혼돈의 문지기에게 명령을 내렸다.

어서 움직여!

여자아이는 명령을 받자마자, 몸 앞을 가리고 있던 소매를 활짝 펼쳤다. 그러자 품 안에 흉측한 알 하나를 안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알의 표면은 정맥 같은 선들이 돌출되어 있어서, "매끄러움"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맥박처럼 뛰고 있는 그 선들 안에는 아케론 강물처럼 붉은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문지기! 정신 차려!

여자아이는 목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억지로 몇 번 내뱉었다.

미안해, 난...

정맥 같은 선들이 형성한 "가지들"이 여자아이의 사지를 휘감았고, 끝부분은 피부 속에 파고든 상태였다.

늦, 늦었다고! 회포 풀 시간 없어. 어서 움직여!

여자아이가 양팔을 들어 올리자, 녹슨 것 같은 등불 아래서 금속으로 된 날카로운 발톱이 기이하고 희미한 빛을 내었다.

여자아이가 앞에 있는 허공을 거칠게 베어내자, 지옥의 장막에 균열이 하나 났다.

그러자 아케인 게이트가 나타나면서, 고요하고 어두운 문 안에서 성당 특유의 악취가 풍겼다.

다들 뒤로 물러서!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카론"의 예상대로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양쪽 차창 밖 멀리서부터 들려왔다. 그 소리는 불길한 울부짖음이었다.

천사다! 천사가 쫓아왔다!

섞여 들어온 놈이 문제였어! 그 녀석이 손에 들고 있는 건 성당의 물건이야. 평생 재수 없던 내가 순순히 지옥에 갈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진작에 알아야 했는데!!

열차를 물어뜯은 천사가 지옥마저 떨게 할 포효를 내질렀다. 그러자 열차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앞으로 나선 붉은 머리의 "카론"이 양날의 창을 들더니 도망치려던 놈을 단숨에 찔러 죽였다.

아아아, 아프단 말이야! 넌 아직도 성격이 이렇게 더럽구나! 옛 동료를 만났으면 인사부터 하는 게 예의 아닌가?

몇 년 만에 보는 거네. 그동안 좀 나아졌을 줄 알았는데! 열차에 침투할 방법만 궁리하다가, 결국 꽤 골치 아픈 걸 가져왔네!

마녀의 자신의 물고기 꼬리로 바닥을 내리치며 고통스럽게 퍼덕거렸고, 마녀는 계속해서 비명을 질렀다.

왜 문지기를 조종한 건지, 왜 성당 물건으로 천사들을 불러들였는지 당장 설명해!

왜냐하면 나... 난...

마녀 하이타는 잠시 생각해 봤지만, 끝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거래했어. 지금은 다 말할 수 없지만, 어쨌든 문지기의 아케인 게이트를 빌려 성당에 잠입한 뒤 오메가 알을 훔쳐 왔어. 그걸로 재구성할 수 있을지도 몰라.

알 수 없는 불안이 "카론"의 가슴 속에서 확 올라왔다. 그녀는 그게 자신이 추측하던 물건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오메가 알」

잿빛 변방에 전해지는 고서엔 하나의 알에서 세계의 종말이 태어날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광풍이 울부짖고, 만물이 죽음에 이른다. 그것은 성당이 가진 무서운 살상 무기였으며, 그 엄청난 힘은 오직 전설 속에만 존재했다.

어쨌든, 그것은 지금 여기, 지옥으로 가는 열차에 나타나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다.

더욱이 마녀의 인질에게 기생하고 있어서는 안 됐다.

성당과 거래를 했다고? 아틀란티스가 가르쳐준 건 다 잊은 거니?!

"카론"이 마녀 하이타의 목을 움켜쥐자, 그녀는 몸부림치며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

네가 뭘 알아? 넌 빼앗기만 하는 도둑놈이잖아! 내가 예전에 가졌던 것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너는 절대 모를 거야!

유치하기는! 지금 너와 소꿉장난할 시간 없거든.

바로 그때, "천사"들이 열차를 에워쌌다.

설마 이 열차로... 성당과 거래한 건가?

...

마녀 하이타는 두려움에 떨며 숨을 헐떡였고, "카론"의 질문에는 차마 답하지 못했다.

잘 생각해야 돼, 이 열차를 원한다면 날 죽이고 가져가야 할 거야.

우린 모두 악마의 군주라서, 영원히 서로를 죽일 수 없지, 넌 정말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거야.

천사들이 하얀 안개를 뚫고 유리창으로 돌진했다. 베라는 이를 악물며 가느다란 목을 더 세게 조이다가, 결국 라미아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녀는 다시 양날의 창을 뽑아들고 복도에 우뚝 섰고, 열차 안에서 유일하게 굳건한 확신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

마녀 하이타, 저 성당의 쓰레기들을 다 처리하고 나면, 넌 여기서 나와 백 년은 겨뤄야 할 거야.

백, 백 년... 네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난 더 이상 널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생사의 법칙은 무너졌고, 죽음의 군주도 갇혀 있으니, 네 악마의 힘도 분명 쇠약해졌을 거야... 으악!

열차의 주인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손에 든 양날의 창을 휘둘렀다. 그러자 첫 번째로 침입한 천사 무리가 복도 위 비린내 나는 웅덩이로 변했다.

"카론"은 등을 돌려 총을 거둔 뒤, 자신을 격려하려 애쓰는 마녀 하이타를 곁눈질로 봤다.

한번 시도해 보든지.

네가 아무리 성당과 어리석은 거래를 했다고 해도, 아케론 강은 장난칠 만한 곳이 아니야. 나는 라스트리스가 아니거든, 이제 아무도 네가 저지른 횡포를 봐주지 않을 거야. ■■■.

"카론"이 마녀 하이타의 이름을 부르자, 마녀 하이타는 과거 수년간과 마찬가지로 온몸을 떨었다.

...

어느 순간, 마녀 하이타는 어린 시절의 습관처럼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어 충동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사과할게, 정말 다음이 있다면 말이지.

난 이미... 결정했어!

"카론"이 천사와 싸우는 틈을 타, 마녀는 재빨리 금속 발톱을 가진 여자아이 뒤로 가서, 자기 망토로 그녀를 한 번에 감쌌다.

나, 난 이제 너와 싸우지 않을 거야!

마녀는 갑자기 뛰어오르더니 창틈 사이로 나갔다.

그리고 창밖에서 연기처럼 사라질 아이 같은 모습을 한 악마도 함께 데려갔다.

양쪽에 앉은 악마들은 조금 전 대치 상황을 지켜봤다. 하지만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카론"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다음? 하, 성당과 엮인 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 아직도 모르는구나.

다들 멍하니 뭐 하고 있어? 전 열차 경계 태세에 돌입하고 전투 준비를 해! 천사들에게 당하고 싶지 않다면, 모두 목숨 걸고 저항해!

열차 위병대, 명령이다! 열차 일반실로 가서 목표를 제어... 쳇!

"카론"이 몇 칸 떨어진 조종실에 명령을 막 내렸을 때, 갑자기 중력이 사라지면서 열차의 균형이 무너졌다.

망했어! 우린 아케론 강에 떨어지고 말 거야!

싫어! 난 원래 지옥에서 노역할 예정이었다고! 떨어지면 아케론 강의 바위가 되어 영원히 환생할 수 없게 돼!

아니면 그보다 더 끔찍하게 인간 세계로 쫓겨나, 그 지옥 같은 삶을 다시 살아야 해!

정신 차려! 넌 이미 죽었어. 완전히 끝나기까지 딱 한 걸음 남았다고! 여기서 멈추면 안 돼! 어서 일어나서 맞서 싸워!

난 더 이상 못 하겠어. 쿨럭쿨럭!

조금 전까지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던 악마가 영혼을 관통당하자, 한순간에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이 참상을 목격한 죽은 자들은 완전한 공황 상태에 빠졌다.

기관사, 상황 보고해!

"카론" 님, 증기기관의 인챈트가 해제되었습니다! 다시 제어할 수 없습니다!

조종실에서도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천사, 천사들이 올라왔습니다! 도처에 가득합니다!

앉아! 그리고 지옥으로 향하는 방향을 유지해! 누구든 함부로 도망치면, 내가 직접 강에 던져버릴 거야.

"카론"의 목소리는 여전히 위압적이었다.

성당, 의지... 수행한다!

마녀가 사라진 틈으로, 끔찍한 얼굴을 한 하얀 인간형들이 하나둘씩 객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 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창가에 있던 악마는 잠식되기 전에 마지막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성당의 더러운 것들, 감히 내 기차를 더럽히려 해!

살육이 시작되었다. 악마들은 천사들의 포위 속에서 절망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러다 눈부신 붉은빛이 열차 복도를 가로지르는 것을 보게 됐다.

그 순간, 창끝이 천사들의 가슴을 꿰뚫자, 끈적한 오물이 어두운 붉은 창 자루에 튀었다.

도살한다! 죽여라! 죽여!

너희들 따위가?!

"카론"의 양날의 창은 죽음의 대변인이 되어, 성당에서 온 괴물들을 신성을 잃은 웅덩이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더 많은 하얀 딱지가 붙은 섬뜩한 팔다리들이 창문을 통해 미친 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자신들에게 속하지 않은 열차에 기어이 올라타려는 것만 같았다.

또, 또 온다! 나 좀 잡아줘.

겁에 질린 악마가 옆 좌석의 동료에게 구조 요청을 했지만, 동료가 거의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여기저기 시체가 흩어져 있거나, 침입자에게 창밖으로 던져진 상태였다.

천사가 목구멍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가장 가까운 악마에게 다가갔다.

안 돼!!

물러서!

"카론"이 갑자기 몸을 날려 겁에 질린 악마 앞을 가로막은 뒤, 일격을 막았다.

윽!

뼈가 드러나 울퉁불퉁한 손이 베라의 살점을 뜯어냈다. 그리고 배 속에 탐욕스럽게 밀어 넣었지만, 곧바로 산산조각이 났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려고? 좋아. 그럼, 네 목숨을 걸고 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카론"은 팔뚝에 난 붉은 상처를 어루만지며, 달려드는 천사들을 하나씩 찢어 죽였다. 그러자 전투에서 모든 걸 다 쏟아내는 짜릿함을 느꼈다.

하지만 "카론"도 속으로는 곧 끝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손가락이 떨리면서 온몸의 힘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이아히츠가 준 힘은 수년 전 심판에서 사라졌고, 오늘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녀의 의지력 덕분이었다.

점차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성당의 하얀색이 검붉은색 속에서 조금씩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하, 궁지에 몰려 이렇게 처참해지다니.

"카론"은 조금 전 조종당했던 혼돈의 문지기가 온몸에 이상한 알로 뒤덮여 있던 모습을 떠올렸다.

자기 부하들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죽은 물고기에 낚여 죽게 생겼네.

진작 알았더라면, 그때 라스트리스와 함께 떠나는 건데.

열차 일반실까지 뚫었습니다!

군주님! 군주님이 보입니다!

으아아악...

하지만 천사의 송곳니가 조종실에서부터 싸워온 첫 번째 초병의 허리를 물어뜯었다. 이어지는 끔찍한 비명이 열차 내부에 메아리쳤다.

!!

"카론"은 마지막으로 공기 중에 떠도는 피비린내와 메아리를 감지했다. 그리고 부하들이 하나씩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하...

결국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네.

한숨 내쉰 "카론"은 손을 들어 열차 사이의 연결 부위를 돌렸다.

영주님! 열차는 초대 악마 영주가 직접 만든...

더 이상 오지 마. 물러서. 모든 걸 여기서 잃을 수는 없다.

군주님!!

하앗!!!

강철이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으로 천천히 뒤틀렸다. 그리고 몸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검은 불꽃은 지옥에서도 대단한 성과로 불릴 이 열차를 녹이며 잘라냈다.

마른 뼈와 송곳니가 파도처럼 몰아치면서 "카론"이 수비하느라 생긴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열차를 자르는 순간을 노려, 살점을 찢어발겼다.

"카론"은 억지로 지옥의 불꽃을 계속 일으켰다. 그러다 마침내 그 마력이 자신에게서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검... 나와라. 쿨럭!

댕그랑.

양날의 창마저 더 이상 쥘 수 없어 땅에 떨어져 버리며, 주인 곁을 떠났다.

이와 동시에, 열차가 "카론"에 의해 마침내 둘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녀는 뒤로 비틀거리며 천사 무리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카론"은 자신을 따라 여러 해 동안 "고생하며 버텨온" 위병대가 반대편인 불타는 골짜기 방향으로 떨어지는 것을 바라봤다.

남은 병력은 전부 불타는 골짜기로 돌아가라. 그리고 케르베로스 장군을 찾아라. 최소한 아틀란티스만은 지켜야 한다. 마녀 하이타가 그쪽으로 가서 또 사고 칠 거야.

안... 안 됩니다! 군주님! 꽉 잡으십시오! 열차가 추락하고... 윽! 제가 앞으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지옥에 충성한 악마의 영주 "카론"은 더 이상 부하의 외침을 들을 수 없었다.

잘린 열차 안에 있는 "카론"은 수많은 천사와 함께, 하얀 안개로 뒤덮인 아케론 강으로 떨어졌다.

강 표면에서 엄청난 소리가 나면서 이 비참한 습격은 끝이 났다.

지옥의 "카론"이 아케론 강에 빠졌다.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키려 버텨온 악마가 사라지자, 법률 시대의 완전한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나이아히츠는 아직 팬더모니엄에 감금되어 있어. 몇 년 후, 홀로 완강하게 저항하던 "카론"도 기습을 이기지 못하고, 열차와 함께 아케론 강으로 추락했지.

감... 감히 네가 어떻게 대군의 이름을 직접 말할 수 있지?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궁금한 게 있는데, "카론"은 아케론 강에서 소리 없는 「바위」가 되어야 했어. 그런데 왜 인간 세계에서 그녀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

라미아, 네가 한 거야? 너 그런 은밀한 일 잘하잖아.

그녀는 웃음 띤 얼굴로, 당당하게 앞에 있는 악마의 진짜 이름을 말했다.

...

넌 베라의 열차를 뺏어서 성당과 거래하려고 했잖아. 그런데 베라가 아케론 강에 빠지는 게 싫어서 몰래 그녀를 구해 인간 세계로 유배 보냈어. 솔직히 말해서, 좀 욕심이 과한 거 아냐?

나, 나는 나만의 판단이 있어.

걱정 마. 널 지적하려고 하는 건 아니야, 난 "카론"을 처치하라고 요구할 권리도 없고, 넌 더 욕심부려도 돼. 지금 지옥에서 널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지금 최고의 악마 영주는 너야.

넌 승리했어. 그러니 승리자는 마음껏 맘몬과 좋은 술을 즐길 수 있어. 성당이 열차의 절반을 얻었으니, 거래는 간신히 성사했다고 볼 수 있겠네.

이제 네 보상을 쟁취하러 가. 마녀 하이타. 네가 원하던 아틀란티스와 오메가 알은 이제 모두 네 거야.

아틀란티스는 원래 내 거였어. 내가 태어난 곳이라고! 원래 마녀 하이타의 것이었어!

이제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을 거야.

불타는 골짜기 깊은 곳에 있는 마성은 지옥의 모든 비밀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그곳은 나이아히츠가 역대 "카론"들에게 준 거점이며, 악마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심연이다.

마성, 아틀란티스.

재난 발생 후 30년, 화염성월 1일, 저녁.

공병삽을 들고 메마른 강가에서 쉬고 있던 인간은 고개를 들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저녁인데도 뜨거운 태양은 여전히 머리 위에 있었고, 지평선 너머로는 하얗게 달아오른 열기가 일렁였다.

인간은 여전히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여기 맞아. 확실해!

목을 길게 뺀 까마귀도 온몸의 깃털을 펼쳐 열을 식히며 말했다.

아무리 까마귀가 불길함의 상징이라고 해도, 내 말 믿지 못하는 거야?

혹시 흑금 광부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

어느 날, 광물 탐사자들이 뭄이 부서져라 땅을 팠는데,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대.

그들은 자신들이 운이 없다고 생각하고는 그냥 포기했어. 그런데 다른 사람이 같은 광산에 와서 더 파보기 시작한 거야.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알아?

어, 어쨌든 내 말은 한 번만 더 파면 분명 좋은 게 나올 거라는 거야!

몸을 일으켜 세운 인간은 말 많은 까마귀와 더 이상 말다툼하고 싶지 않아서 "흑금 광부"의 이야기처럼 그냥 떠나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갑자기 발밑에 있던 무언가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뒤돌아보니, 조금 전에 앉았던 바위 밑에 가루처럼 부서진 모래 사이로 작은 금속 조각이 튀어나와 있었다.

인간은 공병삽을 찔러 넣어, 모래를 파내기 시작했다.

금속 물체의 모습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녹이 심하게 슨 라이터였고, 디자인은 매우 오래되어 보였다. 영겁의 대낮이 시작된 후로, 더 이상 어둠 속에서 빛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물건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차가운 빛은 얼룩조차도 가릴 수 없었다. 그 빛의 날카로움은 잿빛 변방 너머 다른 세계에서 온 듯한 위화감을 자아냈다.

그리고 인간은 라이터 위의 흠집을 만질 수 있었는데, 독특한 표식이었다.

호우! 역시 내가 잘못 봤을 리 없어!

이건 분명...

딸깍.

인간이 라이터를 눌러보자, 모래가 금속 틈 사이에서 거칠게 마찰하며 소리를 냈다.

아직 켜져?

인간은 다시 바위에 앉아 몸을 숙였다. 그리고 손으로 바람을 막으며 바위틈에서 라이터를 반복적으로 켜려고 시도했다.

딸깍. 딸깍.

딸깍딸깍 소리가 몇 번 난 다음, 마침내 구멍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지금의 태양에 비하면 약하지만, 인간의 손바닥 위에서 천천히 계속 타고 있었다.

아케론 강에서 떨어졌던 그때가 지금도 계속되는 것 같았다. 무기징역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꿈속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배신

초병들의 끔찍한 비명과 천사가 씹어먹는 소리... 기억의 메아리가 귓가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 영혼을 더 이상 깨울 수는 없었다.

분쟁

그때까지...

뭔가가 아주 미세하게 그녀의 피부를 태우는 것 같았다.

고통

하지만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순간의 통증은 오래전에 말라 죽고, 굳어서 썩어버린 영혼을 일깨웠다.

죽음

악마의 피가 다시 거세게 흐르며, 세월 속에 굳어있던 직감을 깨웠다.

그녀는 불사신으로서 영생이 끝없는 형벌임을 알고 있었지만,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녀는 고통을 쫓을 날들이 돌아왔다는 걸 깨달았다.

윽...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눈부신 햇빛에 짜증이 났지만, 다행히 역광에 서 있던 누군가의 그림자가 그녀를 가려주고 있었다.

얼마나 잤어?

이 망할 햇빛... 여긴 분명 인간 세계겠지. 그런데 저 생선 같은 놈이 저지른 짓 좀 봐.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솔직하게 말해.

하, 네까짓 게 그런 걸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인간 주제에 아직도 그런 뻔뻔한 소리를 할 낯짝이 있어? 아니면 자비로운 추기경이 환생해서 선행하러 온 건가?

"성당"이라는 말은 이제 듣기도 싫어.

성당 정벌이라... 재밌겠네. 나도 성당에 빚 진 게 있거든.

과거 악마의 영주였던 "카론"은 폭포처럼 흐르는 붉은 긴 머리를 정리하며 살짝 웃었다.

힘들게 날 꺼내줘서 고맙군. 일단은 너와 손잡기로 하지.

하지만 미리 말해두는데, 지옥은 가고 싶다고 해서 가고, 나오고 싶다고 해서 나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이 개같은 인간 세계도 지옥에 비하면 천국이라고.

이런 말을 할 용기가 있다니, 정말 죽음이 두렵지 않아 보네.

실력이 어떤지 한번 봐볼까. 인간.

붉은 머리의 수난자가 고개를 들고 인간의 손을 잡았다.

이리 오거라!

그레이 레이븐이다.

인간은 강가에서 새로 파낸 이름 없는 무덤 쪽으로 천천히 팔을 내리며, 공병삽을 그녀의 빗장뼈에 세게 찔렀다.

수정이 깨지는 소리가 나면서 그녀의 가슴이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 고통을 감사했다. 그리고 거센 물살처럼 포효하는 붉은 빛이 다시 온몸 구석구석으로 흘러 들어왔다.

그렇게 시간에 잊힌 자를 다시 끌어내, 재난 시대의 광기와 소란 속에 합류시켰다.

양날의 창을 꽉 잡은 그녀는 그것을 지렛대 삼아 천천히 일어섰다. 전쟁의 불길 속에서 단련된 기사의 위엄이 되살아났다.

내가 있는 곳이... 바로 지옥이다.

피로 맺힌 원한을 언제까지 참고 기다려야 하지?

법칙은 무너졌고, 붉은 태양은 검게 썩어갔다. 갈 곳 잃은 망령들이 인간 세계를 떠돌았다.

성당이 휘두른 권력은 하늘을 막아 비를 내리지 않게 했고, 물을 피로 바꿔 온 세상에 재앙을 퍼뜨렸다.

하지만 죽음의 분노도 임했고, 그 이름을 경외하는 이들에게는 마침내 안식처가 주어졌다.

케론 강은 다시 통로가 되어 흘렀고

어두운 불꽃은 죽음과 삶을 뒤엎은 간사한 자들을 삼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