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며, 피가 튀고 살점이 흩날리는 학살의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연이어 울리는 총성 사이로, 어디선가 피아노의 불협화음이 묘하게 섞여 들어온다 .
말씀대로 식량을 전부 가져왔습니다! 그러니, 제발—
탕.
클리블랜드를 아시나요?! 제 아들이에요! 제 아들이라고요! 그 아이를...
탕.
시체들.
너무도 많은 시체들이었다.
피로 물든 잘린 팔다리에 따뜻한 뇌수가 들러붙었고, 수많은 시체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굴러떨어졌다. 그들은 뜨겁게 달궈진 공기 속에서 뒤엉켜, 곰팡이와 함께 조용히 썩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장을 조준해! 정확히 쏴! 나중에 산송장으로 기어 나오면, 너희도 같이 밑으로 차버릴 테니까!
탕. 탕. 탕.
절망과 애통함은 밑에 있는 시체 구덩이를 가득 채우고도 넘쳐흐를 지경이었다. 학살자들은 성벽 위에서 그 잔혹한 광경을, 우아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후...
피아노 앞에는, 검은 완장을 찬 한 연주자가 있었다. 그는 20년간의 연습을 온몸으로 쥐어짜듯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연주를 이어갔다. 차가운 식은땀이 비처럼 흘러 건반 위로 뚝뚝 떨어졌다.
이 곡, 어디서 들어봤는데? 모차르트?
아니죠, 분명 쉼멜일걸요.
맥... 맥코넬이에요.
아~ 그래?
탕.
그 순간, 연주자의 머리가 건반 위로 떨어졌다. 핏빛으로 얼룩진 문드러진 살점이 피아노 위에 붉은 꽃처럼 피어올랐다. 그렇게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기괴한 연주는 잔혹한 마지막 음표와 함께 끝이 났다.
이제 다 끝났다.
잠시만요, 무언가 접근 중입니다. 저쪽이에요!
사관은 전사가 건넨 망원경을 받아들었다. 망원경에 매달린 드림캐처가 뜨거운 바람을 타고 가볍게 흔들렸다.
모래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수백 미터 너머, 사람 한 명과 말 한 마리가 천천히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뜨겁게 일렁이는 아지랑이 속에서 짙은 붉은 등 위에 누군가가 묶여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오호라... 현상금 사냥꾼이 돈 받으러 왔나 보네. 초소문을 열어라.
알겠습니다. 초소문 개방!
병사들의 우렁찬 구령과 함께 무거운 경첩이 철컥 소리를 냈다. 수십 명의 병사들이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가운데, 말 한 마리가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문이 천천히 열렸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문이 완전히 열리자, 인간은 말고삐를 느긋하게 끌며, 시체가 쌓여 피바다가 된 요새 앞을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이제 얼굴까지 또렷이 보일 만큼 가까워졌을 때, 말 등에 묶여 있던 수배범이 갑자기 욕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를 얼마나 믿었는데, 이 배신자!
어라, 또 내분이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네!
어이, 거기 너! 잡은 놈 이름이 뭐야? 수배 전단 갖고 와 봐!
[player name]은(는) 능숙하게 말에서 내리더니, 밧줄을 거칠게 잡아당겨 말 등에 묶여 있던 수배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절대 용서 안 해!
인간은 수배범이 욕을 내뱉기도 전에, 그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렸다.
크윽!
이런*...
사관은 멀리서 수배범의 얼굴을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인간은 망토를 휘날리며 허리춤에서 린넨 두루마리를 꺼내 공중에 펼쳤다.
우렁찬 목소리가 요새를 울리자, 성벽 위 병사들의 얼굴은 놀라움과 충격으로 가득 찼다.
저 잘린 팔... 틀림없어. 바로 그놈이야.
와타나베는 창백하고 굳은 얼굴로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왼팔의 절단 부위에서는 여전히 피가 스며 나오고 있었고, 형식적으로 감아 둔 거즈가 붉게 물들여져 있었다.
인간은 욕심 가득한 눈빛으로 침묵을 깨뜨렸다.
풉. 강철 군단의 통솔자는 네가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네놈이 캐낼 수 있는 정보라면, 우리가 직접 신문해도 충분히 얻을 수 있어.
인간은 와타나베의 등 뒤에 총구를 겨눈 채,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사살 지령 수배 전단이 인간의 손에서 빠져나와, 마른 낙엽처럼 서풍에 휩쓸려 성문을 향해 날아가더니 사관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
대장, 어떻게 할까요?
저 녀석 무기부터 압수해. 난 통솔자님께 보고하러 간다.
그리고 저 수배범…! 절대 눈 떼지 마. 봉인 사슬로 단단히 묶어 지하 감옥에 처넣어. 통솔자님의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 잘 감시해.
...
요새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주탑이었다.
검붉은 석재 구조물이 폭포처럼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려 지면까지 뻗어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뜨거운 태양 아래 녹아내린 강철 장창이 대지의 숨통을 깊숙이 찔러넣은 것만 같았다.
구불구불한 돌길을 따라가다 보면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묘한 시선, 위압적인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사관의 안내를 받아 촘촘하게 배치된 수많은 관문과 검문소를 통과한 끝에, 요새의 중심인 강철 군단의 심장부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네 개 층을 올라간 인간은 요새 최상층에 있는 창문이 달린 방 앞에 도착했다.
통솔자님께 보고드립니다!
조금 전까지 거들먹거리던 사관은 긴장한 표정으로 길게 한숨을 내쉰 뒤, 나무문을 향해 바른 자세로 경례를 올렸다.
수배범 와타나베를 생포한 현상금 사냥꾼을 데려왔습니다!
들어와.
예!
사관이 나무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서자, 방 안의 햇빛이 그의 몸을 감쌌다. 사관은 문 쪽으로 비켜서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인간에게 빨리 들어가라고 재촉했다.
창살 사이로 들어온 빛이 먼지 하나 없는 방 안을 비추고 있었다.
고풍스럽고 우아한 장식, 생동감 넘치는 그림, 정성스럽게 가꾼 녹색 식물... 모든 것이 마치 재난 이전 시대의 품격을 보여주듯 간결하면서도 섬세했다.
방 안쪽, 창가 근처에 거대한 실루엣 하나가 조용히 서 있었다.
...
강철의 눈물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은 마치 날 선 쐐기처럼 인간의 눈을 꿰뚫고 있었다.
와타나베를 생포하고, "그레이 레이븐"에 대한 중요한 정보도 알고 있다던데, 맞나?
눈이 마주친 순간,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왠지 모를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걸 보았다.
어디서 왔지?
예상과 달리, 강철의 눈물은 "그레이 레이븐"에 대한 자세한 질문은 건너뛰고, 곧장 인간의 출신부터 물었다.
뒤에 서 있던 사관이 인간을 노려보며 손에 든 화승총을 더 강하게 움켜쥐었고, 이런 상황에서는 대충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이름은?
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탄창이 회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철의 눈물은 손을 들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인간에게 총구를 겨눴다.
장난은 그쯤 하는 게 좋을 거야, [player name].
갑자기 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보이지 않는 신비한 힘이 인간의 의식을 순식간에 꽉 움켜쥐었다.
타오르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팔다리와 온몸을 휘감으며, 조금씩 의식을 잠식해 갔다.
살이 찢어지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강철의 눈물 등 뒤로 수많은 반짝이는 촉수들이 천천히 뻗어 나왔다.
컥. 켁...
강철의 눈물에게서 흘러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에, 뒤에 서 있던 사관마저 공포에 질려 얼어붙어, 손에 쥐고 있던 무기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네 목소리를 모를 리 없고, 네 얼굴을 헷갈릴 리는 더더욱 없다.
[player name]은(는) 분명히, 30년 전에 죽었어.
철컥. 강철의 눈물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어째서 그때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거지?
네게선 성당의 힘도 느껴지지 않고, 드림캐처도 반응하지 않는다.
대체 정체가 뭐야…?
돌바닥 위로 쇠사슬이 질질 끌리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음침하고 비린내 나는 지하 감옥에 울려 퍼졌다.
와타나베는 마법 결박 사슬에 손발이 묶인 채, 병사들의 포위 속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선두에 선 병사의 손에는 유등이 깜빡이고 있었고, 그 희미한 불빛이 비추는 감방마다 여윈 해골 같은 얼굴들이 창살 너머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 모두 한때는 강철 군단의 최정예였고, 모두 하야부사의 가장 믿음직한 심복 장수들이었다.
...
와타나베는 그들 모두를 알고 있었다.
와타나베 님? 정말 와타나베 님 맞으세요? 와타나베 님!
아직 살아 계셨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그런데...
와타... 나베 님?
노병은 손톱이 부러질 것처럼 쇠창살을 꽉 움켜쥐며,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 절망이란 감옥으로 사라져 가는 모습을, 차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허. 하하하하!
노병은 멀어져 가는 와타나베의 등을 보며 천천히 주저앉았다. 진흙과 썩은 내가 진동하는 바닥 위에 주저앉은 그는 이내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할 지고천! *어먹을 성당!
이 세계에는 이제 남은 희망이 없어.
절망에 찬 탄식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 감옥을 뒤덮었다.
여기다. 들어가.
와타나베는 거칠게 감방 안으로 밀쳐졌다.
감옥 문이 쾅 하고 닫히고, 간수들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감옥 안에는 비릿한 고요만이 맴돌고 있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와타나베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왔구나.
와타나베는 감옥 안에서 유일하게 빛이 스며드는 곳, 복도 깊숙한 곳에 있는 좁은 천창을 바라보았다.
그때, 천창 밖으로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젠장, 큰일 날 뻔했네. 내가 눈치 빨라서 다행이지. 조금만 늦었어도 잡혔을 거라고.
마법 펫이 좁은 창살 사이를 비집고 감옥 안으로 들어오며, 쉰 목소리로 계속 중얼거렸다.
크흠, 크흠!
몰리간은 중요한 이야기를 전하려는 듯, 진지하게 목을 가다듬었다.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 네티아, 이제 네 차례야!
휙—
까마귀의 몸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 흩어졌고, 회색 깃털이 꽃잎처럼 사방에 흩날렸다.
곧 땅에 가볍게 닿는 하이힐 소리와 함께 빛 속에서 우아한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마치 탁한 빗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달리아 같았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그레이 레이븐의 명령으로 여러분을 구출하러 온 네티아입니다.
기적 같은 광경에 감옥 안 수감자들은 기대에 찬 함성을 터뜨렸다.
바로 그 순간, 요새 전체의 수천 개 드림캐처가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덜컹거리는 금속음이 마치 폭우처럼 세상을 휩쓸었다.
악마다!!!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교도관들이 무기를 들고 지하 감옥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대, 대열을 유지해!
네티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우아하게 발걸음을 내디디며 적진을 향해 다가갔다.
네티아가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이자, 보랏빛 광채가 춤추듯 퍼져 나가 번개처럼 번쩍였다.
하이힐이 바닥을 울릴 때마다, 진흙탕은 보랏빛 들판으로 변했고, 죽음의 기운이 파도처럼 밀려들며 적들의 방어선을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무너뜨렸다.
나는 산 자의 길을 걷고, 영웅의 승리를 새기며, 죽은 자의 통곡을 기록한다.
내 이름은
조준!!!
팬더모니엄의 전고 소리를 들어보라.
이 순간, 너희들에게 고하노라.
발...
차가운 빛이 암석을 뚫고 솟구쳐,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폭발하듯 부서졌다.
예리한 날 끝이 살기를 품은 채 시간과 빛을 쪼개며 죽음으로 향하는 틈을 가르고 지나갔다.
곧이어 앞에 있던 적들은 줄이 끊어진 꼭두각시마냥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숨이 끊어졌다.
고통도, 시체의 뒤틀림도 없이 그저 고요하고 온화한 죽음만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감옥을 막고 있던 쇠창살들이 베어진 밀대처럼 순식간에 부러져,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감옥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모두 무사했다.
부서진 물줄기는 결국 바다로 향하게 됩니다. 삶이라는 강을 건너, 반드시 더 나은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맡은 임무를 완료했으니,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네티아는 부드럽게 고개를 숙이며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려 우아하게 인사했고, 그녀의 동작에 맞춰, 거대한 낫도 거품처럼 천천히 사라졌다.
네티아가 유유히 몸을 돌리자, 흔들리던 치맛자락이 검은 깃털로 바뀌며 허공으로 흩날렸고, 그 깃털들 또한 점차 빛을 잃고는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네티아가 떠난 뒤, 지하 감옥엔 다시 고요하고 어두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어둠의 끝자락, 빛이 스며드는 자리에 또 다른 누군가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강철 군단 전우들이여, 나는 하야부사의 아들 와타나베다.
쇠사슬이 끊어지고, 강철의 금속음이 피와 살을 재구성하듯 울려 퍼지며 붉은 폭풍 속에서 그의 몸이 다시금 형성되었다.
성당에 제어 당한 "강철의 눈물"은 나의 아버지를 살해했고, 이제는 군단의 총구를 너희들에게, 그리고 이 땅의 무고한 백성에게 겨누고 있다.
수많은 절망의 밤과 낮 속에서, 너희들 마음속에도 나와 같은 원한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너희들에게 불멸의 힘을 줄 테니, 나와 함께 배신자의 야망을 꺾고, 그레이 레이븐의 반기를 따라 다시 일어나라!
찬란한 빛이 수많은 붉은 총으로 변하더니, 와타나베의 조종 아래 감방 하나하나로 날아들었다.
성당은 우리의 정신을 지배할지언정, 영혼의 자유는 꺾을 수 없다.
그들이 먼저 화약 냄새를 피워 올렸으니, 우리는 장작을 더해,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전쟁을 실컷 맛보게 해주자!
다들 총을 들고 통솔자의 외침에 귀를 기울였다.
이건 폭정을 뒤엎기 위한 전쟁이다!
우리 후손들이… 이런 세상에서 살게 해선 안 되지.
노예로 억압받던 자들이 무기를 들었다.
이건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전쟁이다!
그 배신자들과 쓰레기들… 눈에는 눈, 피에는 피로 갚아주겠어!
학살을 겪었던 자들도 무기를 들어 올렸다.
지하 감옥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혈탄이랑 중무기 전부 들고 내려와!
뒤에 있는 병력도 따라붙어! 빨리 움직여!
이건 세계를 다시 태어나게 할 전쟁이다!
복수를 갈망하는 사냥꾼들은 위장을 벗어 던지고, 원수 앞에서 피로 물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우리가 도화선이 되어 저 성당을 산산조각 내고, 끝없는 대낮을 뚫어 어둠이 다시 이 대지에 내려앉게 하자!
와타나베! 와타나베! 와타나베! 그레이 레이븐! 그레이 레이븐! 그레이 레이븐!
그 함성 속에서, 와타나베도 마침내 자신의 무기를 들어 올렸다.
전우들이여, 바리케이드로 향하라! 전투 준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