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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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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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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노 특별 작전팀-013팀이 이 해안가 마을에 도착한 지도 어느덧 <color=#ff4e4eff>44일</color>이 지났다.

정체불명의 세 구조체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히도 그들이 지켜낸 사람들의 도움으로 최전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난민들 사이에서 이틀 동안 임시방편으로 "수리"를 받았지만, 정비 부품은 완전히 망가졌고 나노 보강 물질마저 바닥난 상태였다.

베라는 팔을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됐지만, 그래도 목숨만은 건졌다.

말 못 하는 소녀는 더 심각했다. 폭발에 휘말린 데다, 등에는 침식체에게 뚫린 구멍이 있었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뚫려서,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 순환액은 계속 새어 나왔고, 베라가 필사적으로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기체를 유지하기 위해 휴면과 깨어남을 반복했지만, 깨어날 때마다 겨우 몇 분밖에 버티지 못했다.

"어이"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 좁은 공간을 몇 바퀴 서성이다가, 결국 생존자들에게 결심을 밝혔다.

며칠간 벙커를 조사해 봤는데, 한 번 더 돌파를 시도해야 할 것 같아.

예전 도면을 봤는데, 그 길이 아직 뚫리지 않은 다른 출구로 이어져 있었어. 지난번엔 목표가 없어서 틈을 못 찾았지만, 이번엔 어쩌면...

하지만 폭파 장치가 마지막 한 개밖에 안 남았는데요.

남은 폭파 장치를 가지고 그쪽으로 가면,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

사람들은 이미 무감각해진 듯했다. 침식체의 끊임없는 공격에 지쳐버렸고, 물자마저 바닥난 상황에서 모두가 다가오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모두 일어나! 이러고 앉아 있을 때가 아니라고!

지쳤어요. 이 망할 곳에서 너무 오래 있다 보니... 며칠이나 됐는지도 모르겠어요.

제발 그만해요. 마지막 남은 폭파 장치를 의미 없는 탐색에 쓰자고요? 이미 몇 번이나 시도했잖아요. 뭐가 달라졌나요?

그럼 뭐가 "의미 있는" 건데? 침식체들이 완전히 들이닥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폭이라도 하자고?

멍청한 놈들... 어이! 그렇게 말해봤자 먹히지 않아. 저 반쯤 죽어있는 더러운 얼굴들 좀 봐. 흥.

베라는 비틀거리며 일어섰지만, 그러면서도 의식을 잃은 말 못 하는 소녀를 놓치지 않았다.

사람들이란 게 다 그래. 살아남으려는 의지조차 한심할 정도로 약해. 제대로 자극하지 않으면 꿈쩍도 안 하지... 굶어 죽어가는 양 떼처럼 채찍으로 때리지 않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구석에 있던 베라는 천천히 말 못 하는 소녀를 등에 업으며, 소녀의 축 처진 팔을 자신의 목에 걸쳤다.

우리의 대장은 너무 "착한" 게 문제야. 하지만 난 달라.

난 언제나 울타리를 부수고 달아나는 말썽꾸러기 검은 양이었으니까.

베라는 발을 들어 올리더니 철통을 힘껏 걷어찼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통 안의 귀중한 물자들이 바닥에 쏟아져 굴렀고, 모두가 깜짝 놀라 움찔했다.

배짱이 있으면 너희들 중에 제일 센 놈이 나랑 한판 붙어보던가. 아니면 앞으로 너희 전부 내 눈치 봐야 할 거야!

...

왜? 못 하겠어?

그럼 얌전히 내 말이나 들어!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전부 일어나서 우릴 따라와! 못 움직이겠으면, 여기서 당장 죽어버려! 물자만 축내는 놈들은 절대 안 봐줘!

지금 당장 죽기 싫으면, 기어서라도 따라와야 해!

...

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몇몇 구조체의 인도에 따라 다시 한번 출구를 향해 나아갔다.

...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얼마나 더듬거리며 걸었는지 모른다. 뒤에서 들려오는 난민들의 거친 숨소리와 기계 관절이 삐걱대는 소리만이 어둠을 가득 메웠다.

지금 몇 시예요? 밤인가... 아니면...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가운데, 말 못 하는 소녀가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낮이에요.

! 정신이 들었어? 말하지 마. 체력 아껴둬.

하지만 소녀는 가까스로 손을 들어 베라에게 벽으로 다가가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반려 로봇

<i>"제 청각 모듈은 굉장히 예민해요. 여러분은 아마 이런 소리를 듣지 못했을 거예요."<i>

베라는 잠시 멈춰 서서 말 못 하는 소녀의 말대로 무거운 머리를 벽에 기댔다.

순간 베라의 눈이 살짝 커졌다.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반려 로봇

<i>"조수가 이쯤 차오르면, 날이 밝는 시간이거든요."<i>

<i>"빛은 하나도 안 보이지만, 파도 소리만큼은 여기까지 전해지네요."<i>

<i>"이 방향이 맞아요. 우리가 바깥과 그리 멀지 않다는 뜻이에요."<i>

쏴아...

지친 사람들은 서로 의지한 채 걸어갔다. 아무도 파도 소리가 오가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밤이 지나고 벙커 바깥에 평화로운 낮이 찾아왔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반려 로봇

<i>"이런 평화 속에서 죽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i>

그런 소리를 하지 마.

베라는 짜증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말 못 하는 소녀를 다시 한번 등에 업고 끌어올렸다.

베라는 침식체를 불러온 주범을 찾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침식체에게서 떼어낸 위치 추적기는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이 재앙의 발원지가 어딘지 찾을 수가 없었다.

베라는 이미 "어이"를 의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장 수상해 보이는 건 그녀였다.

하지만 만약 "어이"가 배신하려 했다면, 이런 자살성 작전에 자기 목숨까지 거는 건 말이 안 됐다.

하.

베라는 갑자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만약 그때 망설이지 않았더라면, 만약 모든 걸 무시하고 30일째에 "어이"를 처리했더라면, 어쩌면 이렇게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베라는 앞에서 길을 찾고 있는 "어이"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와서 이런 생각들은 소용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모두를 살려내는 것뿐이다.

베... 르? 저기 보이시나요?

베라는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렸다. 말 못 하는 소녀의 반려 로봇 스크린에 한 줄의 글자가 남아있었고, 앞에 있던 "어이"도 미묘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려 로봇

<i>"여러분은 어떻게 쿠로노에 들어오게 된 거예요?"<i>

...

다들 말이 없자, 말 못 하는 소녀는 그들이 자신의 질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여긴 듯했다. 그녀는 조용히 글을 지우고 다시 쓰기 시작했고, 곧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반려 로봇

<i>"그럼... 우리 모두 어떻게 013팀에 들어오게 됐는지 얘기해 볼까요?"<i>

왜... 갑자기 그런 얘기를...

반려 로봇

<i>"제가 고향의 그 작은 섬을 떠났을 때, 쿠로노가 절 받아주고 더 강한 기체도 주셨거든요. 여러분은 어떻게..."<i>

베라는 갑자기 헛웃음을 터뜨렸다. 말 못 하는 소녀가 또다시 자신이 "불안해"하고 있는 걸 눈치챈 게 틀림없었다.

너 맨날 고향 얘기를 꺼내는 거, 이러려고 그런 거지... 참 웃기네.

...

말 못 하는 소녀는 베라의 등에 머리를 기대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가, 반려 로봇 스크린에 천천히 글자를 띄웠다.

반려 로봇

<i>"알고 싶어서요... 저랑 얘기 좀 해주세요."<i>

베라는 얼굴에 맺힌 응축액을 닦아냈다. 그녀는 말 못 하는 소녀가 지금은 말을 아끼고 체력을 보존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말 못 하는 소녀의 몸에서 계속 새어 나오는 순환액이 그녀의 손을 타고 흘러내리더니 바닥에 똑똑 떨어졌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베라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알았어. 네가 먼저 말해봐. 천천히 다 얘기해줘. 듣고 있을게.

반려 로봇

<i>"저는..."<i>

베라가 계속 걸어가는 동안 반려 로봇의 커서가 깜빡거렸다. 말 못 하는 소녀는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소녀는 의식이 흐려지는 듯,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마지막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어가는 것 같았다.

파도 소리가 울리며 모두의 과거를 씻어내리는 듯했다.

반려 로봇

<i>"그때도 이런 파도 소리였어요... 개조하기 전부터 청각이 좋았거든요. 그래서 그날... 이상한 소리를 들었어요."<i>

<i>"퍼니싱이 터졌을 때, 전 오빠랑 바다에 있었어요. 그날은 집에 못 들어갔어요. 항구 근처까지 왔는데, 어머니가 휘파람 소리로 집에 오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전 해안가에 몰려든 침식체들의 소리를 들었어요."<i>

반려 로봇

<i>"바다에서 이틀을 떠다녔어요. 어머니 소식도 없고 해서 다른 데로 상륙했죠."<i>

반려 로봇

<i>"해안가엔 침식체들이 많았어요. 오빠랑 헤어져서 이틀을 더 찾았는데 못 찾았어요. 결국 난민들이 저를 데려갔죠."<i>

반려 로봇

<i>"쿠로노가 먹을 걸 주시고 구조체로 만들어주셨어요. 다른 구조체들보다 좋은 반려 로봇도 주시고요."<i>

그 한 끼 밥값을 어떻게 갚았는데?

반려 로봇이 잠시 조용해졌다.

얘기해 봐. 쿠로노가 그 대가로 뭘 하라고 했어?

<i>"전장의 최전선에서 앞으로 돌진하는 것이요."<i>

하라는 대로 다 했다고? 말만 못 하는 게 아니라 머리도 안 돌아가나 보네.

앞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어이"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어쩌면 그런 사람들만 특별 작전팀에 올 수 있었던 걸지도 몰라.

단순히 통증을 못 느끼는 게 아니야. 그보다 더 심각해. 모든 면에서 "고통"이란 걸 아예 느끼지 못해... 처음 팀에 데려왔을 때 이미 눈치챘어.

그때만 해도 중상을 입은 부상자한테 가서 얼마나 아프냐고 대놓고 물어보곤 했으니까... 참, 맞을 짓 하고 다닌 거지. 결국 후방 주둔지가 난리가 나서 특별 작전팀으로 데려올 수밖에 없었어.

처음엔 길가에 죽어 있는 사람들도 못 봤으니까, 시체 따위에 걸려 넘어질 일도 없었지.

그러다 이렇게 됐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면서 오히려 "화상"을 입었어... 뭐,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어이"는 상처투성이가 된 소녀의 몸을 힐끗 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i>"당신들은요? 어떻게 이 팀에 들어오게 된 거예요?"<i>

내 옛 동료들은 다 죽었어... 굳이 자세히 알고 싶어?

아무도 말리지 않자, 베라는 좁은 바위틈을 비집고 나가며 과거의 이야기를 얘기했다.

별거 없어. 난 먼저 구조체가 되겠다고 했고, 어떤 단체행동에서 침식체 몇 마리 잡다가 혼자만 살아남았더니 쿠로노가 스카우트하더라고.

쿠로노의 구조체가 된 다음에도 작전 나가서 침식체를 잡고, 매번 혼자만 살아남고...

"매번"? 정확히 몇 번인데?

많진 않아. 올해는 열몇 번 정도였나? 상부에서도 손실률을 따지니까, 요즘 단체 임무에는 잘 안 보내더라고.

그럼 가장 최근의 임무가 013팀에 들어오기 전의 마지막 임무겠네...

그때는 좀 꼬였지. 동료 둘이서 배신할 생각을...

베라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들이 날 죽이고 입 막으려고 했어.

높은 절벽으로 데려가서는 스스로 뛰어내리라고 협박하더군. 깔끔하게 끝내자면서.

난 막다른 길에 몰렸다고 절벽 아래로 뛰어내릴 만큼 멍청하진 않거든. 그래서 둘 다 죽이고, 그들이 불러온 침식체들도 모조리 처리했지.

베라는 무심코 "어이"를 흘깃 쳐다봤다.

누구도 날 최전선에서 죽게 할 순 없으니까.

...

대다... 하시네요.

말 못 하는 소녀의 순수한 "감탄"과 달리, "어이"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베라가 "살아남은걸" 진심으로 기뻐하는 건 말 못 하는 소녀뿐, 다들 왠지 모를 불편한 침묵에 빠졌다.

너도 얘기 좀 해봐, 어이.

난 할 얘기 없어. 내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아.

말하기 싫은 거야, 아니면...

대장님도 대다... 하세요.

둘의 관계가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이었을까?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도 말 못 하는 소녀는 천천히 "어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i>"대장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 베라는 아마 모르실 거예요. 전 대장님을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항상 꼼꼼하게 일하시고, 임무 수행하실 때도..."<i>

됐어. "하운드"보고 앞이나 잘 살피라고 해.

<i>"특별 작전팀에 들어오기 전부터 열심히 하셨어요. 확실한 목표가 있는 좋은 분이셨죠."<i>

<i>"제 반려 로봇이 고장 났을 때도 수리해 줄 수 있는 분을 찾아주시고, 발성 장치에 적응하는 법도 가르쳐 주셔서, 지금 이렇게 말을 많이 할 수 있게 됐어요."<i>

<i>"그리고 대장님의 고향은..."<i>

"모스", 이제 그만해.

"어이"는 걸음을 멈추고 두 대원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있었다.

다 중요하지 않아. 쿠로노는 무슨 "출신"이니, "자아"니 그런 거 따지는 구조체 따위 필요 없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개만 있으면 돼.

이런 비인간적인 곳에서 편하게 살려면, 타고난 살인 병기가 아닌 이상, 양심이고 뭐고 다 버려야 해.

너희 둘 좀 봐. 한 명은 "사신" 소리를 들으면서 가는 곳마다 불길한 일만 따라다니고, 다른 한 명은 고통도 못 느끼고 다리가 부러져도 살인 기계처럼 계속 싸우기만 하니까, 결국 결사대로 쓰이잖아.

그런 면에서 보면, 나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어이"가 베라 쪽으로 살짝 고개를 숙이자, 베라의 가슴팍에 달린 조명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베라는 "어이"의 표정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전형적인 "비통함"이 서려 있었다.

"모스", "하운드", 너희들... 이런 삶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어?

우리가 구조체라도 여전히 "살아있는" 존재야. 이런 운명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쿠로노가 우리를 여기에 가둔다면, 탈출이라도 해보는 게 어쩌면 더 나을지도 모르지?

어두운 터널 속에서 누군가 등불을 들었다. 희미한 불빛은 몇몇 침묵하는 얼굴만을 비출 뿐, 각자의 마음속까지는 비추지 못했다.

베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이"의 눈빛에서 탐색하는 듯한 기색을 읽을 수 있었지만, 그것이 배신을 부추기는 것인지, 아니면 진심 어린 감정의 표현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이"는 베라가 지금까지 외면하며 피하려 했던 속마음을 건드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베라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오직 말 못 하는 소녀의 반려 로봇만이 조용히 대답했다.

반려 로봇

<i>"전 그런 생각을 안 해봤어요."<i>

"어이"의 눈에서 희미하게 빛나던 광채가 사그라들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씁쓸하게 올리며 웃었다.

응, 이해해... 쿠로노가 네게 어울리긴 하지...

그때 말 못 하는 소녀가 갑자기 베라의 등에서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베라는 뭔가를 예감한 듯, 소녀가 자신의 "목숨을 갉아먹는" 행동을 하는데도 말리지 않았다. 그저 소녀가 자신의 어깨너머로 손을 뻗어 "어이"의 팔을 붙잡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반려 로봇

<i>"아니에요, 대장님. 쿠로노가 저한테 어울려서가 아니에요."<i>

<i>"쿠로노가 절 주워가지 않았다면, 전 동료도 없었을 거고, 여러분도 못 만났을 거예요."<i>

...

말 못 하는 소녀는 베라와 대장을 바라보며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반려 로봇

<i>"모두의 가족과 친구들은 이제 과거가 되어버렸어요... 저도 이미 어머니와 오빠를 잃었고요."<i>

<i>"대장님과 베라는... 저한테 잘해주셨어요. 많은 걸 가르쳐 주셨죠."<i>

<i>"대장님은 고장 난 부품을 고쳐주실 분도 소개해 주시고, 베라는 최전선에서 살아남는 법도 알려주시고, 그 외에도 정말 많은 걸 가르쳐 주셨죠..."<i>

<i>"이제 이 세상엔 우리밖에 없을지도 몰라요."<i>

...

"어이"의 입술이 잠시 떨렸다. 뭔가 말하려고 한 것 같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사과 한마디만 남겼다.

미안해.

"어이"는 말 못 하는 소녀의 손을 내려 다시 베라의 등에 잘 태운 뒤, 돌아서서 계속 앞장섰다.

...

있잖아, 그 뭐더라... 휘파람 신호를 좀 더 가르쳐 줘.

베라는 등에서 점점 무거워지는 무게를 느끼며,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었다.

뭘... 배우고...

말 못 하는 소녀는 이미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귀항" 신호 말고 다른 것도 좀 가르쳐 줘. 내가 배워볼게.

다른 거, 다른 거는... 하아...

...

그럼 "귀항" 신호만이라도 불어 봐.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네.

말 못 하는 소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입에 가져다 댔다.

"휘~"

"귀항" 신호는 더 이상 길게 이어지지도, 멀리 퍼지지도 않았다.

소리가 너무 약해서 바깥의 파도 소리에도 묻힐 정도였다. 아마 대열 맨 뒤에 있는 사람들은 듣지도 못했을 것이다.

소녀는 짧게 한 번 불고 더 이상 힘이 없었다.

하아...

베라는 말 못 하는 소녀가 점점 그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집에...

뭐라고?

반려 로봇

<i>"여러분과 함께... 집에 가고 싶어요."<i>

반려 로봇이 힘겹게 글자를 띄웠다.

베라는 온 힘을 다해 소녀를 받쳐 들며, 그녀의 팔을 자신의 목에 둘렀다. 마지막 구명줄을 내미는 심정으로, 소녀가 자신을 꼭 붙잡을 수 있도록 했다.

그래, 집으로 가자. 네가 말한 그 정토로.

어이. 이 아이가 하는 말 좀 들어볼 생각은 없어?

어둠 속에 대장의 뒷모습이 희미하게 보였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피해 봤자 달라질 게 뭐가 있다고... 됐어. "모스", 자지 말고 계속 얘기해 봐.

그 섬 얘기랑, 네 가족들 얘기도 해줘. 그리고 그 휘파람 소리랑 무지개 같은 해변 얘기도.

다 얘기하면, 집으로 갈 거야.

말 못 하는 소녀는 초점 잃은 눈으로 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반려 로봇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말 못 하는 소녀가 마지막 힘을 다해 들려준, 극락정토에 대한 이야기였다.

반려 로봇

<i>"오빠는 매일 물고기를 잡으러 갔어요. 전 마을에 있는 학교에 다녔고, 어머니는 가끔... 장을 보러 마을에 가셨죠."<i>

반려 로봇

<i>"제가 학교를 안 가는 날이면... 다 같이 모여서 점심을 먹었어요. 오빠가 만든 절인 생선이 제일 맛있었고, 어머니가 구운 케이크도 정말 맛있었어요."<i>

반려 로봇

<i>"점심을 먹고 나면 해변에서 놀았어요. 거기엔 알록달록한 산호랑 물고기들이 가득했어요. 물고기는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아서 발가락을 물어뜯기도 했죠. 얕은 물에 갇힌 물고기가 있으면 다시 바다로 보내주기도 했고..."<i>

<i>"관광객도 없는... 그저..."<i>

<i>"평화로운 삶이었어요."<i>

<i>"..."</i>

멈추지 마, 계속 얘기해 봐.

우리 곧 여기서 나가서 네가 말한 곳에 가보자... 젠장, 네가 지금 당장 일어날 수만 있다면, 같이 네 오빠를 찾으러 갈 텐데.

도망치는 한이 있더라도...

도망이란 말에, 앞에 있던 이가 잠시 멈칫한 듯했다. 하지만 "어이"가 반응하기도 전에 말 못 하는 소녀가 힘없이 말을 이었다.

아파요...

반려 로봇

<i>"오빠를 찾지 마세요."<i>

왜?

반려 로봇

<i>"오빠는... 너무 아팠거든요."<i>

<i>"그때, 침식체 무리가 오빠를 덮쳤을 때... 전 들었어요."<i>

초점 잃은 눈으로 무언가를 찾는 듯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소녀는 그렇게 베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반려 로봇

<i>"오빠가 아프다고 했어요. 전 들었거든요."<i>

...

반려 로봇

<i>"그리고 그때 베라가 아프다고 했을 때도... 전 들었어요."<i>

베라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흔들리는 통로 속에서, 소녀가 자신을 끌고 가던 모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게 뭐야! 이렇게 다쳐놓고서는 왜 날 신경 쓰고 있는 거야?!

그게... 아푸... 다고 하셔서.

소녀가 겨우 고개를 들어 베라를 향해 미소 지었다. 상처투성이인 반려 로봇도 말을 거들었다.

<i>"베라가 아프다고 하셔서입니다."<i>

<i>"전 아픔을 모르거든요... 하지만 여러분이 아프다고 하는 게 너무 싫어요."<i>

...

기억이 갑자기 이틀 전으로 돌아갔다. 베라는 그때 일이 떠올랐다.

침식체의 공격을 받고 힘없이 몸부림치고 있을 때, 작은 그림자가 나방처럼 날아와 무언가를 막아섰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을 끌어냈다.

그것 때문에 날 구한 거야?

반려 로봇

<i>"여러분이 아프지 않았으면 해서예요. 모두 살아남기를 바랐어요."<i>

...

천천히, 아주 천천히...

베라가 앞으로 걸어가는 동안, "모스"는 서서히 죽음으로 빠져들었다. 작은 나방이 촛불 속으로 떨어지듯, 재처럼 조용히 사라져 갔다.

중얼거리듯, "모스"의 반려 로봇에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반려 로봇

<i>"아픔이 이런 거였군요."<i>

<i>"베라가 말씀하신 그대로네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이별'과 같은 느낌이에요."<i>

반려 로봇은 주인과 함께 작동을 멈추고 영원히 조용해졌다.

불나방의 숙명적인 죽음이 끝나고, "사신"의 등에는 또 하나의 떠나간 생명이 더해졌다.

하... 진짜 무겁네.

"어이"는 뭔가를 눈치챈 듯, 돌아서서 베라의 등 뒤를 바라보았다.

순간, 베라는 "어이"의 얼굴에서 짙은 슬픔을 발견했다. 말 못 하는 소녀의 결말을 예상했으면서도, 이 순간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했다.

뭘 쳐다보는 거야, 네 갈 길이나 가. 돌파해야 한다면 내가 앞장설게.

...

"하운드", 여기가 끝이야.

출구가 있어... 심지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좋아. 이미 뚫려 있으니까.

하지만...

"어이"는 먼지를 털어내고, 어깨로 낡은 탈출구를 밀어 틈을 만들었다.

소중하고 신선한 공기가 틈새로 빠르게 밀려들어 오며, 베라의 앞머리를 살며시 흔들었다.

문이 열리면서, 생존으로 향하는 이 틈새 밖에서 갑자기 불길한 붉은빛이 반짝였다.

하나둘씩 점점 늘어나더니... 결국 붉은빛이 하나로 이어졌다.

베라는 문득 파도를 타고 해변으로 밀려오던 발광 생물들이 떠올랐다.

"하운드", 우리가 졌어.

희미한 불빛 속에서 베라는 모든 것을 또렷이 볼 수 없었지만, "어이"의 뺨을 따라 흘러내리는 눈물이 어렴풋이 보였다.

"모스"도... 여기 두고 가야 하는 걸까?

으악!!

운명이 둘의 대화를 비웃듯 응답했다. "어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출구를 둘러싼 침식체 무리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통로 전체가 흔들리며 천장에서 먼지가 쏟아졌다.

베라도 품 안에서 미약한 진동을 느꼈다. 그것은 그녀가 숨겨둔 위치 추적기였다.

...

됐어... 됐다고... 이제 그만 그녀를 내려놔.

뒤쪽의 난민들도 두 구조체의 대화를 희미하게 들었다. 실패에 대한 절망감이 순식간에 뒤로 퍼져나갔고, 흔들리는 통로 안에서 원망 섞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줄 알았어! 처음부터 이 구조체들 따라오지 말아야 했는데... 이게 다 뭐야!

베라는 불꽃에 타버린 "모스"를 조용히 내려놓고 구석에 안치했다.

"어이", 직무 같은 건 잠시 접어두고 솔직히 말할게. 사실 쿠로노 쪽은 내가 꽤 잘 처리해 왔어. 그래서 처음엔 그냥 널 보내줄 생각이었어.

...

그런데 특별 작전팀이 정말 그런 곳일까? 나도 쿠로노에 처음 들어왔을 때 너무 어렸었어. 지금 와서 보니, 밖에서 떠돌던 "착한 사람도 악귀로 만들고, 살아 있는 사람을 걸어 다니는 시체로 만든다"는 그 소문들이 전부 사실이더라.

넌 전에 날 벼랑 끝으로 몰았던 그 둘이랑은 다를 줄 알았어. 동료를 팔아 자기 살길을 찾진 않을 거라고 믿었다고.

지금의 난... 그저 이 아이가 이렇게 허망하게 죽어버린 게 너무 아쉬울 뿐이야. 적어도 "대장"이라는 말만큼은 정말 또박또박 잘했는데.

베라는 위치 추적기를 꺼내 들고 깜빡이는 불빛을 말없이 지켜봤다.

그건 뭐야?

위치 추적기야. 침식체 무리에서 빼앗은 건데, 바로 이것 때문에 습격을 받은 거야.

그럴 리가 없어.

그럼 왜 이렇게 숨겨진 출구 근처에 침식체들이 가득한 걸까?

베라가 팔을 "어이" 쪽으로 내밀자, 무표정한 "어이"의 가슴 근처에서 불빛이 계속해서 밝게 빛났다.

답은 명백했다.

베라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언제든 싸울 준비를 마쳤다.

말도 안 돼... 아직도 날 의심하는 거야?

더는 망설임의 대가를 감당할 수 없어. 차라리 네 진심을 보여줘. 네가 어떤 자인지 이야기도 나누고 판단해 볼 수 있게.

베라는 천천히 샤리예를 뽑았다.

이렇게 대화하는 건 어때?

다음 순간, 두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지난번 충돌과 같으면서도 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서로를 향해 겨눈 두 칼날에 일그러진 둘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어! 난 너희를 해칠 생각 따위 없었어!

날 죽이면, 네 말을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 크윽!

"어이"가 갑자기 베라의 다친 팔을 비틀었고, 베라가 눈살을 찌푸리는 틈을 타 그녀를 바닥에 눌렀다.

챙...

"어이"의 칼끝이 베라의 목을 겨눴다. 이 선제공격으로 "어이"가 우위를 점했다.

네 상처를 더 건드리고 싶지 않아! 너도 함부로 움직이지 마!

좋아, 잘됐네!

베라는 날카로운 칼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갑자기 머리를 들어 올렸다.

치익.

순환액이 튀었고, 칼날이 베라의 왼쪽 눈을 관통해 시각 모듈을 완전히 파괴했다.

미쳤어?!

아파... 진짜 아프잖아!!!

하지만 베라는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재빨리 손을 뻗어 똑같이 되갚아주었다. 자신을 붙잡고 있던 "어이"의 팔을 비틀어 부러뜨린 것이다.

"어이"는 부러진 팔을 감싸 쥐고 뒤로 쓰러졌다. 고통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순간, 베라의 발이 그녀의 목을 강하게 짓눌렀다.

하... 하... 이제 똑같네! 이런 게 개싸움이지!"

"어이"를 발로 누른 채, 베라는 비웃듯 눈에 박힌 칼을 거침없이 뽑아냈다. 순환액이 묻은 칼날로 이 대담한 배신자를 겨누며 형세를 완전히 뒤집었다.

출발하기 전부터 네가 배신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미친개네, 쿠로노의 개... 이게 네 진짜 임무였던 거야?!

그래서? 이제 개소리나 좀 들어보자고.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내 질문에나 대답해.

베라는 칼끝을 "어이"의 입에 들이밀었다. 한 마디만 외쳐도 칼날이 그녀의 입을 갈라버릴 태세였다.

다이달로스가 뭘 줬길래 이러는 거야? 특별 작전팀을 통째로 바치고, 불쌍한 난민들까지 끌어들이면서까지?

...

바보 같은 녀석... 다이달로스는 널 이용해서 쿠로노의 구조체 전력만 깎아내리려는 거야. 살려둘 생각도 없다고. 이렇게 많은 침식체를 끌어들인 것만 봐도 뻔하잖아.

이러다가는 동료들만 죽이는 게 아니라 이 마을 전체를 망치게 될 거야. 이 정도 규모의 침식체가 퍼지면 근처 보육 구역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

...

뚝, 뚝.

베라가 칼을 빼내자 다친 눈에서 붉은 순환액이 떨어졌다.

원래는 그냥 눈감아주려고 했는데.

"동료"니 뭐니 하는 놈들은 역시 이런 달콤한 환상에 빠져 죽어가는구나.

다이달로스와 접촉은 했지만, 그들의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았어.

난 그저... 자유롭게 살고 싶었을 뿐이야. 쿠로노를 떠나서 지옥 같은 적자생존에서 벗어나고 싶었어. 집행 소대들 사이에서 개처럼 싸우며, 살아남기 위한 "보상"을 구걸하면서 발버둥 치는 그런 삶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어.

...

너랑 "모스"를 이 일에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어. 너희 둘 다 이런 더러운 일에 발 담글 필요가 없었는데... "모스"는 아직 애고, 너도... 들었어, 졸업도 못 한 학생이었다면서.

그저 이런 마음만 품고 있었을 뿐인데, 혼자 도망가려 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쫓길 줄은 몰랐어.

그래서 그 "열쇠" 찾는 임무... 우리가 그렇게 쉽게 얻은 게 계속 걸렸었는데... 결국 다 허상이었던 거네...

아니, "열쇠" 임무는 진짜야.

뭐라고?

침식체에서 떼어낸 위치 추적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아직도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그쪽으로 향했다.

...

"열쇠"를 꺼내... 꺼내! 내가 갖고 있어.

베라도 뭔가를 눈치챈 듯, "어이"의 목에서 그들의 임무 목표물을 꺼냈다.

평범해 보이는 권한 카드 하나, 언뜻 보면 그냥 하찮은 액세서리 같았다.

"어이"의 눈에서 증오가 칼날처럼 튀어나올 듯한 그 순간, 베라가 위치 추적기를 "열쇠" 쪽으로 가져가자 날카로운 빛이 번쩍였다.

...

하...

하하하.

베라의 아귀힘이 풀리자마자 "어이"는 재빨리 빠져나왔다. 곧바로 일어나 "열쇠"를 낚아채 단단히 움켜쥐었고, 이내 살짝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해변가 거리에서 "열쇠"를 사던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단순했던 흥정이 지금은 우습다 못해 허탈하게 느껴진다.

결국 위조품과 죽음의 신호를 함께 013팀에 넘겨준 꼴이 되고 말았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하찮은 수작이었네. 우리를 가지고 이렇게 놀아댔으니...

그녀는 자조 섞인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하하하. 우리끼리 서로 의심하고 물고 뜯고... 결국 이 꼴이 될 때까지 서로를 망가뜨리기만 했네.

이제 지긋지긋해. 끝내버릴 거야.

위치 추적기의 불빛이 여전히 비웃듯 깜빡거렸다. "어이"는 그 비웃음을 손에 꽉 쥐고는 다시 품 안으로 넣었다.

"하운드", 아직 기회가 하나 남았어... 아니.

베라를 바라보는 "어이"의 눈빛에는 광기가 어려 있었다. 이제야 정말 "013팀"다워 보였다.

마지막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

...

이 빌어먹을 물건을 조금이라도 쓸모 있게 써볼 테니까... 너는 저 "멍청한" 난민들을 잘 챙겨. 내 마지막 몸부림만큼은... 헛된 짓이 되지 않게 해줘.

그 말을 끝으로 "어이"는 문을 걷어차 열었다. 아래쪽에서 침식체들이 무언가를 알아챘는지 일제히 붉은빛을 위로 쏘아 올렸다.

너, 날 감시하라고 보내진 거잖아. 원래 이 임무는 나랑 "모스"만 하면 되는 거였어. 넌 그냥 휘말린 거라고.

"살아남아야" 할 사람은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