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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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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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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노 특별 작전팀-013팀이 해안가 마을에 도착한 지 <color=#ff4e4eff>32일</color>이 지났다.

또 한 번의 전투 후, 마지막에서 두 번째 방어선마저 무너져버렸다.

다친 세 명의 구조체는 살아남은 난민들을 데리고 더 깊은 지하로 피신했다.

지하 깊숙한 곳에는 틈새조차 없어 한 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극야처럼 캄캄한 곳에서 난민들도, 구조체들도 모두 우울한 기운에 잠겨있었다.

이틀 전만 해도 칼날을 겨누듯 날이 서 있던 베라와 "어이" 사이의 관계가 이제는 조금 누그러진 듯했다.

여전히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긴 했지만, 이제는 말을 거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듯했다.

하지만 말 못 하는 소녀가 보기에는 그저 서로 삐친 것처럼 보였다.

말 못 하는 소녀는 새로운 대화 주제를 찾으려 애썼지만, 안타깝게도 이 젊은 구조체에겐 쿠로노 외의 인생 경험이라곤 전혀 없었다. 결국 그녀가 꺼낸 화제는 또다시 "아름다운 고향"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조은 제안이 하나... 이는데요...

말해봐, 듣고 있어.

베라도 힐끗 쳐다봤다.

베르도... 들으실래요?

말해 봐.

저...

반려 로봇으로 "말"해, 안 그러면 일일이 해석해야 해서 귀찮아.

베라가 소녀 옆에 있는 반려 로봇을 톡톡 쳤다.

...

<i>"나중에 시간이 되시면, 두 분을 그 섬으로 모시고 가고 싶어요. 무지개 해변도 구경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i>

입 닥치고 놀러나 가.

...

너도 "입 닥쳐".

베라가 다시 반려 로봇을 툭툭 치더니 전원을 꺼버렸다.

반려 로봇

<i>"..."</i>

그만 괴롭혀, "하운드".

"어이"는 베라가 비웃으려는 걸 눈치챘는지, 베라가 뭐라 하기도 전에 먼저 건어물 한 조각을 건넸다.

방금 마을 주민들이 준 거야. 지금은 먹을 게 많지 않아서 건어물이라도 씹어 먹어야 해.

괜찮다면... 정신 차리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쳇.

베라는 손을 뻗어 그것을 낚아채더니, 입안에 던져 넣었다.

맛이 정말 형편없네. 소금도 부족하고, 이 몸으로는 맛도 제대로 못 느끼겠어.

...

{226|153|170}.

하루 종일 말을 못 하게 됐음에도, 말 못 하는 소녀는 여전히 즐거워 보였다.

소대의 분위기가 전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며칠이 더 지나고, 베라는 말 못 하는 소녀가 입 앞에 손을 가져다 대고, 특이한 휘파람을 부는 것을 목격했다.

"휘~"

경보음을 연상시키는 그 소리에 베라는 눈살을 찌푸렸고, 주변의 몇몇 난민들도 이쪽을 쳐다보았다.

또 뭔 짓이야?

말 못 하는 소녀의 반려 로봇이 글자를 띄웠다.

<i>"저희 고향 어민들이 자주 쓰던 휘파람 신호예요."<i>

휘파람 신호?

<i>"제가 인간이었을 때, 성대가 안 좋아서, 오히려 이런 휘파람 신호를 더 잘 썼거든요."<i>

그렇구나.

<i>"무슨 뜻인지 궁금하시지 않나요?"</i>

베라는 말 못 하는 소녀를 바라보다가, 반짝이는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

평소와 달리 "알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삼키고, 베라는 고개를 끄덕여 계속하라는 뜻을 전했다.

기, 기항.

<i>"귀항"</i>

말 못 하는 소녀의 어눌한 발음과 함께 반려 로봇 스크린에 정확한 단어가 떴다.

<i>"귀항"</i>

<i>"어민들이 고기잡이를 마칠 때마다, 이 소리로 육지에 소식을 전했어요."<i>

<i>"그러면 육지에 있는 사람들이 식사를 준비하면서, 그들을 기다리곤 했죠."<i>

<i>"베라, 우리도 꼭 귀항할 수 있을 거예요."<i>

우리도... 꼭... 기항해요.

소녀는 자신의 발성 장치로 마지막 말을 이었다.

...

음, 들어보니 너의 고향도 꽤 좋은 곳이네.

음, 음!

쿨럭, 기회가 된다면... 한번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

누가? 우리가?

"어이"가 뭔가 더 말하려는 순간, 베라가 단호하게 말을 자르고 끼어들었다.

귀항이고 뭐고 헛소리 집어치워. 살아남으려면 싸워야 해. 우린 모두 이곳을 벗어날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고.

뭘 보고 있어? 저쪽 사람들도 어슬렁거리지 말고, 빨리 방어선이나 보강하러 가! 식량 배급이 공짜인 줄 알아?

...

"어이"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고개를 숙여 장비를 점검했다. 연일 계속된 전투로 그녀의 기체와 무기는 여기저기 닳아 있었다.

베라도 마찬가지였다. "어이"는 베라가 요즘 안색이 좋지 않은 채로 자주 왼팔을 돌리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베르? 파, 팔이?

"어이"가 걱정을 표현하기도 전에 말 못 하는 소녀가 먼저 물었다.

내 팔?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예전에 다친 상처야?

강제로 떼어낸 적이 있었어. 이 대답이면 됐나?

앉아봐.

뭐야? 이 망가진 팔을 때리기라도 하게?

왜 그렇게 날이 서 있는 거야? 여기 아무도 너한테 빚진 거 없어. 앉으라고.

"어이"가 베라를 앞으로 끌어당기자 베라는 즉시 경계했다. 하지만 또 한바탕 싸움이 벌어질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어이"는 정비 부품을 꺼내 베라의 금 간 상처 위에 살짝 얹었다.

말 못 하는 소녀도 눈치껏 인간이 사용하는 거즈를 건네주었고, 그걸로 베라의 팔을 몇 바퀴 감아 어설프게나마 고정했다.

팔 상태가 심각해. 우선 좀 쉬어. 앞쪽 방어선 보강하는 것도 잠깐 멈추고. "모스"가 대신할 거야.

예전 상처인데 왜 이렇게 관리가 안 돼 있어? 이번 임무 끝나고 돌아가면 내가 아는 정비 인원한테 가봐. 그 사람이 한번 봐줄 수 있을...

"어이"는 말하다 말고 갑자기 멈췄다. 베라는 "어이"가 자신이 이젠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린 것이라 짐작했다.

...

그래, 좋아. 우리 모두 돌아가면, 꼭 그렇게 할게.

"어이"는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베라의 도발을 무시하고, 장비를 챙겨 자리를 떠났다.

베라는 그 배신자의 뒷모습을 계속 노려보았다.

조금 전부터 베라는 이 임무 지점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상황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규모의 침식체 무리가 여기 있을 리가 없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유인한 것 같았다.

<color=#ff4e4eff>32일</color> 전, 쿠로노 특별 작전팀 013팀이 처음으로 이 해안가 마을을 찾았다.

그들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러 중개인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들도 일으켰다. 그렇게 겨우 임무 단서를 찾아냈는데, 하필이면 그 장소가 이 암시장이었다.

반신반의하며 암시장을 수색하던 중, "어이"는 의외로 단서가 가리키는 구석을 금방 찾아냈다.

상인은 혈청 몇 병의 가격으로 흔쾌히 거래에 응했다.

목표물이 베라의 손바닥에 놓이는 순간까지도, 일행은 "임무 완료"라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게 그 "열쇠"라고?

대다... 하시네요!

"어이"가 망설이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베라는 두 손가락으로 작은 권한 카드를 집어 들었다. 구조체의 힘으로는 살짝만 더 힘을 줘도 부러질 것 같았다.

혹시 "열쇠"가 유출된 뒤로, 이게 어떤 보물 상자를 여는 건지 아무도 모르게 된 건가?

황금시대 말기의 권한 카드 견본 정도로 취급돼서... 이렇게 싼값에 팔리는 건가?

"어이"는 의심스러운 직감을 잠시 접어두고 남은 자금을 세어보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쉬운 임무는 처음이야. 경쟁자도 없고, 침식체도 없고, 속임수도 없고, 가격 흥정도 한방에 성사되고. 너무 수월하잖아.

"어이"는 남은 혈청을 만지작거리며 "초스피드로 임무 완료"가 실감 나지 않는다는 듯했다.

거기다 이 해안가 마을에서 쿠로노까지 가는 데 이틀이나 남았어. 이러다간 정말... 휴가처럼 보내게 생겼네.

대원들은 "어이"의 시선을 따라 암시장 거리를 바라보았다.

퍼니싱은 이 세상 끝자락에 있는 작은 마을을 다행히도 그냥 지나쳤다. 베라 일행이 지금까지 봐왔던 종말의 풍경과는 달리, 이곳의 삶은 "평화롭고 풍족하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주민들은 길가 양쪽에서 노점을 펼쳐놓고, 생필품을 서로 교환하고 있었다. 진열대 위에는 심지어 여유로운 삶 속에서나 관심 가질 법한 액세서리들도 보였다. 방금 구입한 "열쇠"도 그런 것들 사이에 섞여 있었던 거였다.

길을 따라 끝까지 내려다보니 잔잔한 바다가 보였다. 햇살이 수면 위로 쏟아져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에... 뻐요!

말 못 하는 소녀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임무 기한을 보니까 시간이 꽤 넉넉해. 여기서 이틀 정도는 머물 수 있겠어.

마치...

쿠로노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처럼 사는 그런 삶 같았다.

우리... 집 가타요!

말 못 하는 소녀의 반려 로봇에서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글자가 떴다. 013팀에 온 뒤로 처음 꺼내는 고향 이야기였다.

반려 로봇

<i>"저도 이런 해안가 마을에 살았어요."<i>

<i>"황금시대의 대도시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풍족한 삶을 살았죠."<i>

<i>"여기랑 비슷했어요. 이렇게 비슷한 거리와 바다가 있었고, 모두가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어요."<i>

반려 로봇의 글자가 잠시 멈췄다가, 마지막 한 마디가 떴다.

반려 로봇

<i>"집에 한번 가보고 싶네요."<i>

...

"모스".

베라가 비웃기도 전에 "어이"는 소녀의 반려 로봇을 손바닥으로 내리쳐서 강제 종료시켰다.

너의 로봇 안의 텍스트 데이터를 전부 지워. 당장.

저...

본부는 배신자에 대해 가차 없어. 의심받을 만한 건 싹 다 정리하는 게 좋을 거야. 아무리 작은 의심이라도, 널 처리하려 든다면 단 한 번의 임무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009팀 기억나지?

두 달 전에 한 대원이 내부 정보를 팔아넘겨서 처형당했어. 다른 대원들도 전부 구금됐는데, 아직도 풀려나지 못했지.

"어이"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사실 "구금"이란 것도 내 추측일 뿐이야. 대원들이 전부 흔적도 없이 사라졌거든.

지금은 어느 팀이든 임무 중에 위치 추적이랑 통신 검열을 받아야 해. 안 그러면 "비협조적"이라고 판정받는다고.

공중 정원에도 정화 부대가 있다는데, 배신한 구조체들도 비슷한 꼴을 당한다고 하더라. 뭐, 어차피 이 세상에 구조체가 발 디딜 만한 곳은 없으니까.

"어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소녀의 어깨를 꽉 잡았다.

"모스", 내 말을 알아들었지?

...

소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가 어린 탓에, 팀에 들어온 후 줄곧 "어이"의 보살핌을 받아왔고, "배신"이라는 개념은 알고 있어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지금도 그저 "어이"의 심각한 태도에 겁을 먹은 것뿐이었다.

말 못 하는 소녀와는 달리, 다른 한 사람은 완벽하게 이해한 듯했다.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베라는 배를 잡고 웃으며 "어이"를 가리켰다.

진짜 배신자가 다른 이한테 배신하지 말라고 진지하게 충고하고 있다니, 참 웃기는 일이었다.

베라는 013팀에 배속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를 떠올렸다. "어이"나 말 못 하는 소녀와 제대로 친해지기도 전에 내부 숙청 임무를 받았었다.

그럼 내 진짜 임무는 "어이"를 제거하는 거야?

"어이"? "어이"가 아니라 "허밍버드", 너희 대장이야.

함부로 별명을 붙이지 말고, 일단 너는 감시만 해. 최근에 "허밍버드"가 다이달로스 회사와 접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는데, 아직 그녀가 배신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

표면상 임무의 "열쇠"는 다이달로스도 찾고 있는 물건이야. 그녀가 "열쇠"를 넘기거나 복사하려는 조짐만 보이면 즉시 처리해.

그럼 저 바보는? 말 못 하는 소녀 말이야.

그 아이는 "어이"에게 많이 의지하는 것 같던데, 내가 자기 소중한 대장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해 방해되면, 어쩌지?

넌 "허밍버드"를 감시하고 처리하는 것만 신경 써. "모스"가 방해하면 같이 처리해 버려.

베라는 그 대답을 예상한 듯했다.

그녀도 너희 충실한 부하가 아니야? 그냥 죽이기엔 좀 아깝지 않아?

그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하운드". 네 할 일이나 해.

상부에서 널 신뢰하는 건 네가 맡은 임무를 100% 완수했기 때문이야.

...

하하하하...

그만 웃지?

하하하... 그래, 쿠로노가 우리한테 이렇게 쉬운 임무를 줄 리가 없잖아?

"널 처리하고 싶을 때 적당한 임무 하나만 던져주면 그만이니까."

...

베라의 노골적인 조롱과 의미심장한 말에 "어이"는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을까. 대원들 사이에 서서히 불신의 씨앗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하운드"의 작전 기록을 남겨. 통신 상태가 불안정해서 일단 로컬에만 저장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초기 예측으로는 "어이"… 아니, "허밍버드"가 다이달로스 측과 손을 잡고, 일부러 그들을 끌어들여 "열쇠"를 빼돌리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어.

현재 상황은 예측과 일치하지만,

직접 관찰한 결과, "허밍버드"에게서 배신 의도는 보이지 않아.

추가 증거가 없는 한, 숙청 임무는 수행할 수 없어.

베라는 자신의 기록 장치를 내려다보았다. 지하 깊숙한 곳이라 이 정보가 제대로 전달될지, 쿠로노가 구조하러 올지 알 수 없었다.

임무를 완수하지 않으면, 쿠로노는 지원을 보내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쿠로노가 013팀 전원이 구조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흥, 지금 상부가 013팀을 어떻게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모스"가 아니야. 체력을 아낄 거야. 지금은 살아남는 게 최우선이니까.

베라는 원래부터 쿠로노를 배신하는 게 뭐 그리 대수냐는 입장이었다. 상부가 갑자기 자기한테 이런 일을 맡긴 것도 자신을 시험해 보려는 속셈이란 걸 뻔히 알고 있었다. 각자의 속내를 꿰뚫어 보고 있었기에 더욱더 흥미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지루한 소동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베라는 문득 자기 팔을 내려다봤다. "어이"가 감아준 붕대에, 말 못 하는 소녀가 예쁘게 묶어놓은 리본 매듭이 보였다.

주머니엔 먹다 만 건어물도 있었다. "어이"가 호의로 준 거긴 한데 정말 맛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함께 귀항"해서, "그 아름다운 섬으로 같이 가자는" 우스운 초대...

...

전장은 상황이 계속 변하니까, 전략이랑 우선순위를 바꿔도 나중에 상부에서 문제 삼진 않겠지?

베라는 말을 마치고 기록 장치를 껐다. 여기만 빠져나가면 이 음성 기록이 비밀 임무 수행을 시도했다는 증거가 될 터였다.

그러고는 기록 장치를 뜯어내 박살 냈다.

어머, 실수로 떨어뜨렸네. 아까워.

이제부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 마.

박살 난 기록 장치를 보며 중얼거리던 베라는 다른 손으로 조금 전 감은 붕대를 다시 묶었다.

이딴 식으로 묶으면 풀릴 게 뻔하지... 바보들.

그렇게 뻔한 속내를, 감추지도 못하고...

예민한 청각 모듈을 가진 말 못 하는 소녀가 우지직거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이밀었다.

신경 쓸 거 없어. 그냥 내 기록 장치가 깨진 것뿐이야.

"어이" 좀 불러와. 최근 전투에서 모은 정보들을 분석해 봤는데, "어이"가 생각한 돌파구랑 거의 비슷해. 운이 좋으면 그쪽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물자도 거의 바닥났고, 시간 더 끌다간 다들 여기서 죽게 될 거야.

이제 결단을 내리고 돌파할 때가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