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이런 곳에 어떻게 사람이... 구조체인가?!
기체가 심하게 마모되었어. 꽤 심한 상처를 입은 것 같아. 문가, 빨리 와봐!
프란시스, 즉시 공중 정원에 연락해서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고 전해. 부상자를 먼저 데려가야겠어.
알겠어!
내가 등에 멜게. 너는 먼저 가서 수송기를 준비해. 그리고 그의 번호를 보고할 수 있도록 사전점검을 마치고.
구조체 둘이 사막 위에서 왔다가 갔다 하는 것 같았다. 로이드의 청각 장치 주변은 그들의 발소리로 가득했다.
시끄러웠다.
하지만 곧 강한 팔이 로이드를 들어 올렸다.
길은 단 하나뿐이야. 아니. 모두 잘못됐어.
길이 없어.
응? 뭐라고?
절벽이었어.
……
로이드를 업고 있는 구조체가 귀를 기울여 로이드의 중얼거림을 듣고는 곧 미묘한 침묵에 빠졌다.
걱정하지 마. 다 끝났어. 넌 아직 살아있어.
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넌 성공적으로 그 "수렁"에서 벗어났어. 그 자체로 승리한 거야. 넌 영웅이야.
아이를 달래는 것 같은 위로의 말에 로이드는 살짝 눈을 떴다.
반죽음이 된 로이드는 어떤 구조체의 어깨에 엎드려 있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얇은 금속 목걸이에 걸린 평범한 반지였다. 그리고 구조체가 안정적으로 달릴 때마다 그 반지가 앞뒤로 흔들렸다.
반지인가요?
깼어? 아, 이건 내 결혼반지야.
이 중년의 남성 구조체는 목에 걸린 결혼반지를 감싸 쥐며, 로이드의 상태를 걱정스레 물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해? 어느 부대 소속이야? 네 구조체 외형은 내가 본 일반 규격과는 달라 보이는데, 혹시 엘리트 소대 소속이야? 하지만 기체 번호가 매칭되는 게 없네.
로이드의 의식의 바다는 흐릿한 가운데서도 무의식적으로 긴장하며, 이 두 구조체가 자신과 같은 출신이 아님을 확신했다.
로이드는 돌연변이였고, 돌연변이의 결말은 항상 역겹도록 비슷했다. 하지만 그가 먼저 선수를 친다면...
혹시 전설의 비밀 부대? 너무 음모론적인 건가? 하지만 네 몸에서 역원 장치를 발견하지 못했는데...
저는...
됐어. 일단 가서 이야기하자. 나중에 프란시스에게 꼭 감사 인사해. 그의 눈이 좋지 않았다면, 넌 모래에 파묻혀 죽었을 테니까. 자, 프란시스! 출발해!
문가는 수송기에 올라 로이드를 부상자 전용 좌석에 앉힌 뒤 안전장치를 꼼꼼히 매어주었다.
……
로이드는 묘하게 안심이 되는 분위기 속에서 다시 잠이 들었다.
문가와 프란시스는 로이드를 공중 정원으로 데려갔다.
도착하자마자, 로이드는 익숙한 실내장식과 "공중 정원"이라는 글자를 보고 제어하지 못하고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수송 항구의 접선 인원들에게 제어 당했다.
진정제... 어서 진정제를 투여해 주세요!
왜 이렇게 반응이 심한 거죠? 지상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차라리 기억 데이터 삭제를 신청하는 게 나을지도... 아!
삭제하지 마! 절대 안 돼!!! 날 죽이지 마! 난 거기서 탈출했다고!
알았어. 알겠다고. 삭제 안 할게! 그리고 진정해. 네 의식의 바다가 심각하게 파동치며 흔들리고 있는데, 진정만 하면 괜찮아.
뭐죠? 이 녀석. 의식의 바다 모델도 공중 정원의 구조체와 다른데요?
꺼져! 난 의식을 회수할 수 있어! 난 죽지 않아!
의식 회수?
중상으로 허약해진 로이드는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 그렇게 문가와 프란시스에게 제압당한 채, 스태프의 진정 조치를 받은 로이드는 검사 침대에 불만스럽게 쓰러졌다.
어느 소대 소속이지?
……
로이드는 스태프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전에 자신의 데이터를 강제로 삭제했던 자를 떠올렸다. 그자는 그때 각성 당한 "로이드"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어떻게 죽이지? 어떻게 반항할까?)
윽!
문가가 손날로 로이드의 이마를 내리치자, 로이드는 잠시 멍해졌다.
남의 일 방해하지 마! 협조해서 대답하면 빨리 돌아가서 쉴 수 있어!
……
Mako-1?
그래. 진작 대장 말을 들었어야지! 어느 소대 소속이야?
기억 안 나.
그래. 기억 안 난다고? 그럼 이름은 뭐야? 이건 기억나겠지?
로이드는 불안해하며 본능적으로 문가와 프란시스를 쳐다보았다.
코드네임이 기억나지 않으면 본명을 말해. 어차피 심사 통과하면, 우리 소대로 오게 될 거야.
Mako... 아니.
뭐?
로이드. 내 이름은 "로이드"야.
새로 온 구조체 "로이드"는 이상한 녀석이었다.
로이드는 주위의 모든 것을 의심스러워했고, 온갖 것들에 대해 자주 캐물었다.
공중 정원의 역사를 시작으로 첫 번째 나사가 생산된 시기부터,
어떤 스태프의 인생 경험까지 물어보면서 그의 조상 대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로이드의 태도에서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매우 이상했다.
우리 부모님은 당시 이름만 대면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장교셨어. 통일 전쟁에서 최전선에서 싸운 분들이셨지! 내가 이야기해 줄게.
"세계 통일 전쟁"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건 여기서 시작된 게 아니에요.
프란시스는 큰 컵에 담긴 전해액을 벌컥벌컥 마시며, 로이드의 등을 세게 두드렸다. 그로 인해 로이드가 기록하던 글씨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하루 종일 뭘 그렇게 기록하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 시작된 게 아니"라니?
네. 맞아요. "분기점"?
이 세계의 기억 분기점이에요. 제가 속한 옛 세상에도 이 기억이 있어서 분기는 여기서 시작되지 않았어요. 프란시스, 계속 말해 주세요.
사석에서는 존댓말 쓰지 말라고 몇만 번이나 말했잖아. 끅. 모든 게 다 좋았어. 두 분은 늦둥이신 데다 나이가 많으셨어. 하지만 나와 말 안 듣는 동생을 낳으셨지. 그러다가... 쾅. 퍼니싱이 영점 에너지 점화와 함께 폭발한 거야.
영점에너지가 점화될 때 우리는 아직 어렸었는데도 모두가 전 세계 생중계를 기다리고 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나. 신호가 안 좋아서 눈꽃 같은 화면이 잔뜩 나오다가... 딸꾹, 눈꽃...
……
로이드는 조용히 프란시스의 눈을 바라보았다. 로이드도 의식의 바다 깊은 곳에 똑같은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눈꽃이 모든 걸 망쳤어. 모두 퍼니싱 때문이야. 다 죽었어.
로이드, 넌 이 세상에서 최악의 시대가 어느 때인지 알아?
잘 모르겠어요.
로이드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는 프란시스의 말을 듣고 있으면서, 속으로는 가짜 "에덴 Ⅲ형" 아래의 산 로렌초 오락 시설을 생각했다. 그러자 카드와 칩의 썩은 냄새가 희미하게 나는 것 같았다.
바로 지금이야. "누군가가 죽은걸" 당연하게 여기는 퍼니싱이 가져온 이 개같은 새로운 세계.
모두가 아무 의미 없이 죽었어. 소설 작가가 가장 싫어하는 캐릭터처럼, 대충 허술한 죽음을 맞이하게 됐지. 부모님도, 동생도 다 죽었어. 결국 나 혼자만 남아서 이렇게 "에덴 Ⅱ형"에 오른 거야.
"에덴 Ⅱ형".
로이드의 펜이 멈췄다.
제가 탄 건 "에덴 Ⅲ형"이었군요. 그래서 그런 거였어요. 이게 분기점이에요.
로이드! 내가 말해줄게. 이렇게 고속 회전하는 동력 팔로 공중 정원에 들어가려면, 9호 유사 알코올 전해액은 반드시 오일과 함께 써야 해. 딸꾹. 오도도 옛터 일대에서는 가장 오래된 통신 이어폰을 착용해야 하고...
?
프란시스가 취해서 그래. 임무 없을 때는 항상 저러니 신경 쓰지 마.
회의를 마친 문가가 휴게실로 돌아와 전투 보고서를 책상에 올려놓았다.
또 널 붙잡고 자기 인간 시절 얘기했어? 퍼니싱 폭발하고 동생 얘기 같은 거 말이야?
또 뭘 기록하는 거야? 설마 프란시스가 하는 쓸데없는 말까지 다 적은 건 아니지?
괜찮아요. 저한테 정말 유용했어요. 딱 필요한 거였거든요.
일주일에 세 번씩 들었는데 안 질리냐? 이해가 안 되는군. 뭐... 너희가 잘 지내면 좋은 거지만.
대장님은요? 전 대장님의 과거 얘기를 한 번도 듣지 못한 것 같아요.
문가의 손이 가슴 앞에서 멈추더니 목걸이에 걸린 반지를 움켜쥐었다.
제가 잘 못 본 게 아니라면 그거 결혼반지 맞죠? 개조되기 전에 결혼하셨나요?
아이도 있었어. 여자아이였지.
그게 전부야. 더 알고 싶은 게 없나?
없어요. 죄송해요.
사과할 필요 없어. 퍼니싱 폭발 초기에 실종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몇 년 만에 재회한 사람들도 있어.
내 이야기도 적어둬. 아내와 딸을 찾으면 뒷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 테니까.
아, 네.
로이드는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글을 썼다.
조금 있다가 프란시스 술 좀 깨게 도와줘. 우리 임무가 내려왔어.
아, 대장님...
걸음을 멈춘 문가가 돌아서서 로이드를 바라보았다.
이 세계에 오류가 있다면, 그 오류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퍼니싱이지.
다 퍼니싱 때문이야! 딸꾹.
퍼니싱이 반드시 나타날 운명이었다면요? 인간 진화에 있어 반드시 적응해야 할 길이라면요?
세계가 이렇게 된 것은 퍼니싱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찬란했던 황금시대에도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스스로 썩어가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쓸데없는 고민이군. 물질적 기반이 가장 중요한 시대에 네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이 세계에서 그나마 질서를 유지하는 곳이 있다면 여기 공중 정원일 거다.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네 기억 데이터를 삭제하지 않아. 네가 탈영하지 않았다면, 폐기당할 일도 없을 거야.
그렇게 과거와 옛 지인들에게 집착하다 보면, 언젠가는 기억 속에 무너지게 될 거다.
로이드, 출발 준비해. 지금 지상에 내려가서 침식체 몇 마리 죽인 뒤, 돌아와서 프란시스와 승리의 전해액 한잔하자. 공중 정원 생활은 천천히 익숙해지면 돼.
알겠어요. 절대로 "옛 세상"에 무너지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옛 세상 속에 무너지지 않겠습니다.
쓰이익!
으윽!!
포위망 바깥에 있던 로이드가 침식체에 생체공학 피부를 한 조각 물어뜯겼다.
이번 연합 전투는 운이 좋지 않아서 전원 침식체에게 포위당했다. 각 소대가 큰 피해를 보았고, 문가와 프란시스도 포위망 안에서 쓰러졌다.
로이드! 철수해! 그리고 지원을 기다려라!
어서 다른 소대와 같이 빠져나가! 여기서 전멸하면 너무 억울하잖아! *!
윽! 전 가지 않겠습니다!
로이드는 동료들의 고함 속에서 세게 발길질하며 침식체의 속박을 뿌리치려 했다.
헉... 헉...
눈앞의 광경이 깜박거리며 비현실적인 기억처럼 재생되는 것 같았다.
전 가지 않겠습니다. 저 혼자 철수한다면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로이드는 힘껏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 후, 땅에 꽂혀 있던 칼을 뽑았다.
으아아!!
로이드!
제가 할게요! 제가 죽이게 해주세요! 제가 선두에 서게 해주십시오!!
저는 의식 회수가 가능합니다. 제가 영원히 죽지 않는 한... 제가 맨 앞에 설 수 있는 한, 모두가...
퍼니싱으로 인해 더 이상 곁에 있는 이들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무슨 의식 회수야! 난 그런 거 직접 본 적도 없어. 그래서 누가 뭐라 하든, 난 믿지 않아.
모두가 살아남아야 합니다!!
프란시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로이드는 반쯤 잘린 침식체를 들고 포위망을 뚫고 그들 앞에 나타났다.
순환액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방금 저 혼자 버리려고 하신 것입니까?
……
일어나십시오.
프란시스, 대장님이 중상을 입었으니 업고 가주세요. 제가 뒤를 맡겠습니다.
하지만 너도!
저를 믿으세요. 전 의식 회수가 자유롭게 돼서 죽지 않습니다!
로이드는 다친 문가를 프란시스의 등에 태웠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셨던 그 말을 저는 믿습니다. 그러니 살아남아 주십시오. 제발, 다시는 제 옛 세상처럼 되지 말아 주십시오.
여러분 모두 퍼니싱이 오류라고 하셨죠. 저도 그렇게 믿습니다. 그래서 제가 모든 오류를 없애 바로잡겠습니다.
순환액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만, 로이드는 칼로 몸을 지탱하며 끝까지 무릎을 꿇지 않았다.
로이드는 두 동료에게 "죽을 뻔한 후의 안도감"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표정을 지은 건, 거짓된 옛 세상에서 탈출한 후 처음이었다.
새로운 세계의 문 앞에서 쓰러진 로이드들이 "로이드, 왜 계속 달리지 않는 거야?"라고 했던 질문에 대답하는 것 같았다.
살아남아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저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공중 정원에서의 생활은 로이드에게 처음이라, 신선하고 진지했으며, 어느 정도 현실적이기도 해서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로이드는 이런 삶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생체공학 피부가 벗겨지고, 로봇 뼈대가 부서지며, 동력 코어가 파손되고, 순환액이 말라붙어도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전장에서 상처를 입어도 폐기되지 않았고, 전투 후마다 "기억 데이터를 삭제"할 필요도 없었다.
전투가 고통을 가져온다 해도, 그로 인한 만족과 평안 앞에서는 모두 하찮았다.
로이드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문가와 프란시스가 눈앞에 있었다.
……
좋은 아침이야.
왜 이렇게 오래 휴면했어? 나 피하려고 잠자는 척한 거야? 내가 조금 전에도 네가 캡슐 안에서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거든.
오늘은 날씨가 좋고, 임무도 모두 종료됐으니, 프란시스와 산책이라도 다녀와.
우후! 옆 팀의 그 예쁜 이를 만날 수 있다면...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때리지 마!
문가와 프란시스는 생생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
수면 캡슐에서 일어난 로이드는 복도로 나가 아름다운 인공 햇빛을 즐겼다.
스태츠들과 구조체들이 지나가며 로이드에게 인사를 건넸다.
로이드, 안녕! 오랜만이야.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로이드! 안, 안녕하세요! 오늘은 임무가 없나요?
(고개를 저었다.)
로이드와 스쳐 지나가는 이들은 여전히 감탄하며 그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 "불사신 로이" 처음 봤어! 보니까 겉모습은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은데, 의식 회수 장치는 어디에 있는 걸까?
걱정하지 마. 구조체의 의식 회수 기능은 모두 같아. 전부 저런 방식으로 "부활"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고 회수를 진행한다는 건 분명 고통스러울 텐데. 하하, 아마 로이드만이 할 수 있겠지.
죽을뻔한 고비를 백여 번이나 넘겼으니, 그의 칭호보다 더 존경받을 만해.
……
많은 이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로이드의 곁을 지나갔고, 로이드는 "불사신 로이"에 대한 소문과 그 소문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경험을 했다.
로이드는 햇빛 속에서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그저 소문일 뿐이야. 난 의식 회수를 사용한 적이 없어.
몬자노 부인의 실험실을 떠난 후, 로이드는 자연스럽게 "의식 회수"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집단 의지"는 물질적 지원이 없는 망상일 뿐이었다. 그래서 로이드는 세상에 남은 마지막 로이드였다.
"불사신"이라는 소문도 모두 로이드가 자신을 지탱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진정한 불사는 그가 한칼, 한칼 싸워 얻어낸 현실이었다.
저는 새로운 세계를 소중히 여길 뿐이에요.
로이드는 공중 정원의 따뜻한 햇빛에 익숙해졌다.
제가 "에덴 Ⅱ형"에서 오래 있었나요?
멀리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와 로이드의 물음에 답했다.
꽤 오래됐습니다. 1년은 넘었을 것입니다. 제가 당신을 관찰한 것만 해도 1년 정도 됐으니 말입니다.
그럼, 제가 이 "새로운 세계"를 꽤 좋아했나 보네요.
시간의 흐름이 빨라진 것 같았다. 로이드는 이런 장면들이 한순간 스쳐 지나간 느낌이었지만, 현실에선 1년이 훌쩍 지나 있었다.
1년 남짓한 시간은 군부가 로이드의 "불사신 소문"을 알아차리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그 소문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병사들을 지탱하는 "기적"으로 만들었다.
공중 정원이 당신의 노력을 이용해 거짓말을 퍼뜨려도 괜찮다고 생각하십니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소한 일일 뿐이고, "거짓말"이라고까지 부를 정도도 아닙니다. 게다가 햇빛 아래 있는 이들에게 정신적 지주가 하나 더 생긴다면, 그건 좋은 일이니까요.
"좋은 일"이라고 하셨습니까? 당신은 아직 세상에서 가장 큰 오류가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잠깐만요. 당신은?
당신은 오류의 근본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겁니다.
오류의 근원은 당연히 퍼니싱이에요. 그보다 먼저 대답해 주세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로이드에게 응답한 목소리에는 웃음기 없이 조롱만 가득했다.
기억 속 햇빛은 실컷 즐기셨습니까? 그럼, 이제 눈을 떠서 직접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
[반만 남은 머리]가 말하는 이의 손바닥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모래바람이었다.
…………
로이드의 반만 남은 머리가 말하는 이의 손에 들린 채, 차가운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프란시스... 그리고 그날 아침 공중 정원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구조체들까지 모두 부서지고 뒤틀린 채 사막에 꽂혀 있었다.
………………
당신의 새로운 세계를 망친 건 제가 아니라, 그들 자신입니다.
당신과 몇 번이나 인사를 나눈 그 남자는 "배신자"였습니다. 공중 정원은 승격 네트워크의 자비를 바라는 이들을 이런 모욕적인 말로 부르고 있습니다.
저는 당신이 흥미로워서 그와 거래를 했고, 그가 당신을 이곳으로 끌어왔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당신의 소대는 절 상대로 싸우길 선택했습니다. 음, 용감하다고 칭찬해 드리겠습니다.
당신들이 휘두르는 무기가 거슬려서 손발부터 떼어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개처럼 물면서 끝까지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한 겁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만 남은 머리가 말하는 이의 손바닥 위에서 격렬하게 떨렸다.
당신 대장이 보이지 않을 겁니다. 살아서 떠났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머리가 반만 남았는데도 의식의 바다는 많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
잊을뻔했습니다. 당신의 발성 장치도 망가졌습니다. 괜찮습니다. 당신이 궁금해하는 것을 제가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거대한 인간형 로봇이 로이드의 남은 부분을 들고 모래바람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당신의 의식의 바다는 선별을 통과할 만큼 꽤 괜찮아 보입니다.
그때가 되면 당신은 "새로운 세계"의 범위를 훨씬 더 선명하게 다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당신은 그저 아름다운 달콤함에 눈이 가려져 있을 뿐입니다.
저는 인내심이 큽니다. 당장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어해도, 당신에게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드릴 생각입니다.
당신이 진실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지게 된다면, 승격 네트워크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 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