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12 성화의 귀결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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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2-26 EX-절벽

<i>"넌 영웅도 아니고, 영웅인 척하지도 않지. 심지어 단식 투쟁하는 영웅도 되지 못해.</i>

<i>……</i>

<i>넌 황소 사체 안에 꿰매 넣은 토끼 같아.</i>

<i>답답하겠지만, 배도 아주 고플 거야.</i>

<i>생고기 사이에 위치했지만, 진정한 음식을 갈망하고 있잖아."</i>

승격자 가브리엘은 로이드를... 아니, 로이드의 반만 남은 머리를 가져갔다. 기적적과도 같이 그의 의식의 바다 일부가 남아있었다.

가브리엘은 낡고 부서진 기존 기체를 구해와 한 달 가까이 로이드를 조금씩 "재구성"했다.

처음에 로이드는 갑작스럽게 동료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발성 장치가 연결되자 로이드는 "긴 꿈에서 깨어난 듯"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파괴한 승격자에게 분노의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가브리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로이드의 발성 장치를 차단하고는 다시 자신의 작품에 몰두했다.

상체 회로가 연결되자, 로이드는 손을 뻗어 가브리엘의 목을 조르려 했다. 하지만 선반에 손이 박혀버렸다.

하체 연결이 완료될 때까지 꼬박 33일이 걸렸다.

더 이상 도망칠 생각조차 없어 보였던 로이드는 가브리엘이 자신을 다시 제자리에 놓을 때까지 묵묵히 선반에 박혀 있었다.

이제 말할 수 있습니다. 창작에 방해가 될 정도로 당신의 목소리가 커서 조용하게끔 조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그럼, 제가 먼저 물어보겠습니다.

당신은 승격 네트워크의 선별을 통과했는데, 왜 아직도 순응하지 않는 것입니까?

당신이 그들을 죽이는 광경을 직접 봤는데, 제가 당신과 함께할 거라고 생각하나요?

안 될게 뭐가 있죠? 그들은 틀렸고, 당신이 혐오하는 "옛 세상"이 오히려 옳았습니다. 저는 진리의 편에 서 있습니다.

당신과 그런 역겨운 옳고 그름에 대해 논하고 싶지 않군요.

도망치는 건 해결책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이 문제와 마주해야 할 것입니다.

로프라도스의 프로젝트를 관찰한 결과, 당신 체내의 "내장된 차단 시스템"이 공중 정원의 현재 "역원 장치"보다 더 정확했습니다.

덧붙이자면, 로프라도스의 프로젝트는 탐구 정신으로 가득했고, 희생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런 정신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신 자신을 물결에 맡겨 새로운 세상과 옛 세상의 교체에 휘말려 간다면, 결국 물결에 희생될 뿐입니다.

오직 직접 성소를 건설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당신의 산으로 이끌어야만 모두가 진정한 안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신이 그 많은 일을 겪는 걸 직접 봤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 같습니다.

로이드, 제가 한마디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안정적일 때는 둔감해지고, 행동하기 전에는 망설이며, 행동할 때는 맹목적입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잘못된 길을 갔습니다.

꺼져.

……

너무 성급하신 것 같습니다. 저에게서 더 많은 진실을 알아내고 싶지 않으십니까?

당신은 대체 무엇으로 절 재구성한 거죠?

로이드가 몸부림치자, 그의 기체에서 퍼니싱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당신은 승격 네트워크의 초대를 거절했지만, 관대한 저는 당신에게 퍼니싱과 공존할 수 있는 특권을 드렸습니다.

고마워할 필요 없습니다. 저는 어떤 인재도 놓치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오늘부터 당신은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전까지, 퍼니싱과의 공존은 계속될 것입니다.

가브리엘은 그렇게 말하면서 로이드의 몸에서 못을 뽑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인간들에게 잡히지 않는 게 좋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로이드는 이 미친 자의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구속이 풀리자마자 비틀거리며 도망쳤다.

가브리엘은 로이드의 뒷모습이 저 멀리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은 당신에게 내장되어 있던 차단 시스템을 철저히 연구해 그들의 군사력을 진화시켰습니다.

당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새로운 세계"가 그런 당신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로이드, 당신은 또 휘말리게 될 것입니다.

로이드, 당신은 또 휘말리게 될 것입니다.

문가 대장님! 대장님!

아무도 없습니까?!

로이드는 비틀거리며 아군이 전멸했던 곳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가브리엘에게 끌려간 지 한 달이 넘게 지났기에, 시체는 벌써 묻혀 있었다.

뭐라도 남아있을...

로이드가 모래를 파헤쳐 프란시스의 다리 갑옷 한 조각을 찾아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로이드는 남은 잔해를 어루만지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옛 세상의 그레이 샤크 소대를 그리워하니, Mako-2의 어깨 갑옷 하나만 남겨주고, 새로운 세계의 공중 정원 소대를 그리워하니, 프란시스의 다리 갑옷 하나만 남겨주는 건가.

모든 오류가 퍼니싱 때문이라고 했었잖아?

몬자노 부인의 가짜 "에덴 Ⅲ형"에서 탈출한 건 내가 살고 싶었고, 모두를 살리고 싶어서였어.

난 한 번도 지도자가 되길 원한 적 없었고, "영웅"은 더더욱 아니었어. 분명 그 책임을 피했는데, 그게 잘못된 거야?

왜 물결에 휘말린 것만으로 날 벌하는 거지?

오류가 퍼니싱에 있는 게 맞는 거야?

로이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앞에서 살려...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

로이드는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외침 소리를 들었다. 공중 정원의 신호를 포착한 것이었다. 그는 홍수 속 떠내려가는 나무 같은 이 희망을 붙잡아야만 했다.

어디 계세요?!

수색 임무...

로이드는 다시 한번 희망을 품고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달려가다 보니 죽어 가는 구조체가 있었다. 그는 중상을 입었지만, 구조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었다.

지원 요청 바랍니다.

여기 지원이 왔어요!

로이드는 손을 뻗어 모래에 빠진 구조체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의 가슴에 있는 명패를 보고 동작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넌... "로이드"?

쿨럭. 맞아요. 저는 로이드예요. 제 의식 회수를 도와주십시오.

안전 잠금장치는 이미 해제했습니다. 이걸 눌러주시기만 하면, 전 공중 정원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로이드의 의아한 시선 속에서 구조체는 자신의 몸에 있는 버튼 모양의 구조물을 가리켰다.

그럴 리 없어. 겨우 한 달 남짓 지났는데, 어떻게 진정한 의식 회수가... 그건 실현할 수 없는 거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 모두 이 방법으로 전장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

왜 내 이름을 가로챈 거지? 거짓으로 날 위로하는 것도. 왜 그러는 거야?

네?

새로운 "로이드"의 동력 코어가 점점 어두워졌다. 하지만 퍼니싱 탐측 장치는 간신히 작동하여, 로이드가 가까이 다가오자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고농도 퍼니싱 반응... 넌 정체가 뭐야?

나... 로이드!

…………

죽어 가는 구조체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힘을 폭발시킨 구조체가 기창으로 로이드의 몸을 관통했다.

으윽!!!

아니야! 내 말을 믿어. 내가 지금 이런 모습인 건... 퍼니싱이 이 기체에 가득한 건, 모두 가브리엘이라는 자가...

로이드는 저항하지 않고 기창을 손으로 움켜쥔 채, 슬프게 설명했다.

하지만 죽어 가는 구조체는 로이드의 "변명"을 끝까지 들을 기회가 없었다. 마지막 일격이 그의 죽음을 재촉했다는 듯, 동력 코어가 완전히 어두워지면서 마지막으로 낮은 신음을 냈다.

안 돼.

이 이름이어선 안 됐어. 어떻게 이 이름을...

로이드는 잔해에서 명패를 떼어내고는 그의 소지품을 살펴보았다.

! 이건, 내 노트잖아?

로이드는 자신의 노트를 발견했다. 종이는 잘 보존되어 있었고, 새로운 보호 필름까지 씌워져 있었다.

로이드는 조심스럽게 노트를 펼쳤다. 노트 안에는 공중 정원에서 그가 1년 남짓의 시간 동안 평온하게 지낸 것에 대한 증거가 적혀 있었다.

가짜 공중 정원에서 탈출한 이후, 로이드는 모든 것을 의심했다. 그는 이곳저곳을 물어보며 자신이 보는 것이 진실임을 확인하려 했다. 그는 공중 정원의 역사도 물었고, 행인들의 인생에 대해서도 물었다.

로이드는 그 노트를 들고 있었다. 자신을 애도할 힘도 없었지만, 누군가가 그의 존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

그 순간, 잔해에 남아있던 단말기에서 소리가 났다.

또 다른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내용은 똑같았다.

여기는 로이드. 곧 목표 지점에 도착...

…………

로이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새로운 로이드가 도착하기 전에 진짜 로이드는 떠나기로 선택했다.

그 후로 모래바람은 오랫동안 계속 불었다.

마지막 "로이드"마저 붉은 머리 구조체의 손에 끝을 맺었고, 가브리엘마저 자취를 감췄다. 옛 친구들이 남긴 갑옷도 모래바람에 다 닳아 없어질 만큼 오랫동안 불었다.

얼마나 지난 거지?

로이드는 여전히 모래바람 속을 걷고 있었다.

너무 오래 지나서... 동료들이 남긴 갑옷조차 남아 있지 않아.

가브리엘마저 자취를 감췄어. 죽었으면 좋겠군.

마지막 "로이드"마저 붉은 머리 구조체에 의해 끝났다고... 그것도 나쁘지 않네.

사실 문가 대장님을 찾는 것도 이제 의미가 없어. 그리고 내 신분을 증명할 필요도 없어졌어. 내가 이렇게 퍼니싱으로 가득한 모습으로 있는 한, 공중 정원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

하지만 나는 왜 여기까지 온 걸까?

질주하는 황금 열차 뒤에 멈춰 선 로이드가 열차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문가 대장님이 저 열차에 타고 계셔.

로이드는 열차 뒤쪽 문이 갑자기 열리는 것을 봤다.

꺼져!

제발 그러지 마세요. 보세요. 전 아이가 있어요. 최소한 이 아이만이라도 살려주세요. 제발...

저는 아직... 아악!!

남자의 비명과 함께, 그 부녀와 불쌍한 사람들이 열차에서 내던져졌다. 그들의 육체는 철로에 떨어졌고, 단단한 레일에 의해 여러 조각으로 토막 났다.

처리 끝.

열차 끝에서 석 달 치 건조식품을 거저먹더니, 드디어 없어졌군. 내 눈만 더럽혔어.

……

로이드는 문가의 잃어버린 아내와 딸을 본 것 같았고, 오랜만에 느끼는 불안감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올랐다.

문가 대장님께서 정말 이런 곳에 계실까?

로이드가 열차에 올랐다.

로이드는 조용히 한가운데를 지나갔고,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장애인, 중병 환자, 노인, 어린이들... 모두 양쪽 구석에 웅크리며 앉아 있었다.

실수로 누군가를 밟아도 반응하지 않았다.

당신들 "처리반"을 찾고 있어요.

……

유일하게 로이드의 말을 들은 여자아이가 그림자 속으로 몸을 움츠렸다.

배고프지?

……

초콜릿 사탕이야. 에너지가 좀 충전될 거야. 여기.

로이드는 여자아이 손바닥에 조심스럽게 사탕 하나를 놓았다. 다행히 그의 몸에 있는 퍼니싱은 이 아이를 침식시키지 않았다.

여자아이는 사탕을 받자마자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주위의 메마른 영혼들도 모두 이쪽을 바라보았지만, 다행히 아무도 이 사탕을 빼앗으려 하지 않았다.

방금 열차에서 몇 명이 던져졌고, 그걸 누가 한 건지 말해줄 수 있어?

"처리반"이 한 거예요. 그런데 "처리반"은 왜 찾으세요?

천천히 먹어. 하나 더 줄게.

고마워요! 그런데 처리반은 찾지 마세요. 그들은 사람을 죽여요. 외부에서 온 사람은 더더욱 환영하지 않고요.

그들이 함부로 사람을 죽였다면, 죽임을 당하는 것도 각오해야지.

그렇게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모두를 도와주세요.

초콜릿 사탕은 하나밖에 없어.

아니요. 제발 모든 사람을 심판해 주세요. "처리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처형해 주세요.

여자아이의 마른 팔이 주변의 난민들을 가리켰다.

……

미안해. 그건 할 수 없을 것 같아.

절 찾으셨나요?

조금 전에 사람들을 잔인하게 철로 위로 던진 자가 로이드 바로 뒤에 서서 물었다.

열차가 아직 고속 주행 중인데, 어떻게 탑승하셨죠?

앞쪽에서 오신 분이라면, 돌아가 주세요!

로이드는 여자아이 앞에서 일어났다. 로이드의 얼굴을 보자, "처리반"은 말을 잃었다.

왜 말을 못 하십니까?

……

문가 대장님?

으윽!!

로이드는 갑자기 손을 뻗어 "처리반"을 내동댕이친 뒤, 발로 그의 가슴을 짓밟았다. "처리반"은 구조체였다.

구조체의 가슴 속 금속 구조가 부서지면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파편들이 튀어나왔다. 그의 가슴에 걸려 있던 오랫동안 닦지 않아 더러워진 반지도 함께 날아갔다.

띵.

더러워진 반지가 구석으로 굴러갔다. 로이드에게 제압당한 "처리반"은 몸부림치며 반지를 잡으려 했지만, 결국 잡지 못했다.

왜 당신인가요?!!

내 반지!

아내와 딸을 찾으셔야 하잖아요? 왜 찾지 않는 거죠?! 조금 전에 당신이 그 부녀를 열차에서 내던져서 그들이 산 채로 떨어져 죽는 걸 보셨잖아요!

누구도 이런 짓을 해선 안 됐어요. 그런데 그게 왜 당신인가요!

반지... 내 반지 돌려줘!

그때 당신과 프란시스가 절 로프라도스에서 업고 나왔잖아요. 프란시스는 죽었어요! 이런 짓을 할 거였으면, 차라리 당신이 죽는 게 나았을 거예요!

이런 짓을 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모래바람에 침식되어 화석처럼 무감각해진 로이드의 목이 메었다. 그는 주먹을 높이 들어 올려 퍼니싱의 힘도 빌리지 않고 미친 듯이 문가의 얼굴을 내리쳤다.

문가의 얼굴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로이드는 얼굴을 한 번 닦고는 계속 내리쳤다. 이렇게 하면 현실을 부정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Mako-1, Mako-2, 프란시스 그리고 그 많은 "로이드"들과 제가 소중히 여긴 많은 이들 중에 살아남은 건 당신 하나뿐이에요. 유일하게 살아남은 당신이 왜 이렇게 된 거죠?

저는 당신을 찾아 제 신분을 증명한 뒤에...

쿨럭. 그 다음엔 뭐?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려고?

모르겠어요.

순환액이 뚝뚝 떨어졌다. 문가의 퍼니싱 탐측 장치도 비명을 지르며, 로이드 몸에서 나는 고농도의 퍼니싱을 감지했다.

문가는 침묵 속에서 조소를 띠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너도 돌아갈 수 없게 됐구나. 어쩌다 그렇게 된 거냐?

아직 제가 대답할 차례가 아니에요. 당신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죠?

너와 같아. 이 세계의 실체를 깨달아서, 그 "좋은 이들의 집결지"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문가는 몸부림치며 구석에 있는 반지를 잡으려 했다. 그는 새끼손가락으로 금속 체인을 걸어 소중하게 손안에 쥐었다.

내 일은 네가 잘 알 텐데. 난 퍼니싱이 폭발하고 얼마 안 돼서 그들과 헤어졌다. 몇 년 동안 그들을 찾았지만, 공중 정원에 올라와 구조체가 될 때까지도 겨우 몇 가지 단서만 찾을 수 있었다.

네가 사고를 당해 그 이상한 쇳덩어리에게 끌려갔을 때, 난 살아남았어. 그리고 그가 내 아내와 딸에 대해 직접 목격한 많은 일들을 말해 줬다.

가브리엘.

로이드는 이 이야기에 가브리엘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난 가브리엘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내게 직접 가서 보라고 길 하나를 가르쳐 줬지. 그래서 난 그 쇳덩어리가 가리킨 곳을 찾기 위해 "배신"했다.

결과는 두 구의 유골과 한 쌍의 반지만 찾았다. 하, 내 아내는 총에 맞아 죽었고, 내 딸은 거의 녹아 버렸더군.

가브리엘이 차를 타고 도망가는 그들을 봤다고 했다. 차 안에서 자원을 두고 싸움이 벌어졌고, 총을 빼앗긴 내 아내와 딸은 가장 보잘것없는 희생양이 됐다고 들었다.

이제 알겠나? 퍼니싱 재난이 아내와 딸을 죽인 게 아니야. 그들은 계속 살아남으려 노력했고, 오랫동안 버텼어.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죽인 거야.

……

멍하니 있지 말고, 도망치지도 마! 다시 한번 말해주지. 사람을 죽인 건 사람이다!

난 이 열차에서 나 자신을 어떤 썩은 고기든 먹을 수 있는 이리로 길들였어. 조금 전 열차에서 던져진 그자는 자기가 배고프다고 자기 딸을 식량과 계속 바꾸려고 했어. 난 그런 걸 보는 데 익숙해졌다고!

네 옆에 있던 그 여자아이의 말이 맞아. 정의를 가장해서 심판을 내리려면, 열차 끝 칸의 썩은 고기들을 전부 청산해야 해! 초콜릿 사탕 하나로는 열차를 구할 수 없어. 물결에 휩쓸리는 로이드 하나로도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하! 영웅 "불사신 로이"가 왜 말이 없지? 난 네가 공중 정원에서 의식 회수로 계속 "부활"하면서 전과를 쌓았다고 분명히 들었어. 지금 보니 그것도 네가 아니었나 보군.

시 공식 포스터 속 영웅과 너는 완전히 달라. 넌 가끔 혈기가 올라오는 겁쟁이이자, 영웅의 신념을 저버린 배신자일 뿐이야.

……

로이드, 내가 이런 말을 하니까 어때?

너의 새로운 세계를 더럽혔나?

로이드는 여전히 떨고 있었다.

저는... 또 얼마나 더 밀려야 하는 건가요?

내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밀어줄 수 있어.

<size=40>열차는 모래바람 속을 계속 질주했다.</size>

<size=40>아무도 모르는 사이, 마지막 객차에서 격변이 일어나려 했다.</size>

<size=40>곧 객차는 분리되어 탈선이 될 것이다.</size>

누군가 로이드를 밀어,

열차에서 그를 떨어뜨렸다.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고, 진작에 탈선해야 했을 썩은 고기들이 함께 해방되었다.

남은 회색 그림자 하나가 인간 여자아이를 안은 채, 끝없이 펼쳐진 황사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로이드는 세계에 완전히 무감각해진 채, 수많은 로이드를 이끌고 가짜 공중 정원에서 탈출했던 그날처럼, 마지막으로 목적 없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여자아이는 로이드의 몸에 있는 퍼니싱에 천천히 침식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그녀를 놓지 않았다.

피부가 너무 아파요.

내가 널 내려놓는 것보단 나아. 금방 가니까, 조금만 더 참아.

제 아버지가 되어 주실 건가요?

아버지를 원해? 네가 원한다면, 나도...

아니요. 친구의 아버지를 본 적이 있는데, 그다지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았어요. 아버지는 필요 없어요.

……

미안해. 그럼, 네 아버지가 되지 않을게. 대신 네 동료가 되어줄게. 그건 어때?

동료... 좋아요. 근데 지금 우리 어디로 가요?

길의 끝으로 갈 거야.

사막에도 끝이 있나요?

있을 거야.

로프라도스와 같다면, 그 끝에는 절벽이 있을 거야.

로이드는 절벽 앞에서 망연자실했지만, 이제 그 절벽이 자신의 구원이라는 걸 깨달았다. 뛰어내리기만 한다면 새로운 세계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난 더 이상 퍼니싱의 위협을 받지 않아. 더 많은 곳을 달릴 수 있고, 더 많은 진실을 볼 수 있어. 하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깊은 절망뿐이야. 모든 순간이 문가만큼이나 비극적이고, 모래바람 속에 전사하는 것조차 좋은 결말이 되어 버렸어.

우는 거예요?

응. 어마어마한 비극 때문에 슬퍼.

로이드는 "겁쟁이 로이드"가 가짜 공중 정원에서 탈출할 때 외쳤던 말을 떠올렸다.

"우리는 반드시 햇빛 아래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햇빛 아래서 다시 만나자".

말해봐. 이번에도 새로운 세계가 있을까?

이런 세상은 옛 세상의 폐허일 뿐이라고 제발 말해줘.

모르겠어요. 저는 다른 어떤 세계를 본 적이 없어요. 그냥 지금 너무 아파요.

여자아이는 지쳐서 로이드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곳엔 심장 소리 대신 퍼니싱으로 작동하는 기계 부품들의 윙윙거림만이 있었다.

미안해.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두 이방인처럼 서로를 의지한다는 듯 로이드는 여자아이를 꼭 안았다.

로이드는 모래바람 속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러면서 망설임과 나약함을 끝냈다. 문가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밀어준 덕분에 마침내 모든 것을 선명하게 보게 되었다.

이 세계에 더 이상 끝은 없어. 그리고 진실과 거짓을 가르는 절벽도 없어.

오류는 퍼니싱에만 있는 게 아니야. 이 세계는 선한 이를 나쁘게 물들였고, 인간 문명은 스스로 썩어버렸어.

내가 혼돈 속에서 죽고 싶지 않았다면, 진작에 흐름에 휩쓸리는 발걸음을 멈췄어야 했어.

로이드는 끝없이 펼쳐진 모래바람을 바라보았다.

이 세계에 더 이상 절벽이 없다면, 내가 세상의 절벽이 되겠어.

동료, 네 이름이 뭐야? 난 널 구하고 싶어. 그게 안 되더라도 도와주고 싶어.

"승격자".

로이드는 양손을 뒤집어 자기 몸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그 안에 흐르는 힘을 느꼈다.

나는 "선별"을 통해 얻은 힘이 사실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로이드는 멀리 있는 릴리스를 바라보았다. 이 승격자는 자신만만한 나머지 등 뒤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당신의 의도는 알겠어요. 제가 평가하자면, 가브리엘은 자신의 "신"을 맹목적으로 신뢰한 나머지, 시야가 더 넓어지지 못했죠.

물론 당신들은 퍼니싱의 진정한 한계를 보지 못했어요.

그럼, "대행자"는요? 더 먼 존재는 할 수 있나요?

오? 당신은 대행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그럼, 그분을 소개해 드릴까요?

릴리스는 로이드에게 등을 돌린 채, 무심하게 질문을 던졌다.

아니요. 지금은 관심 없어요. 전 퍼니싱은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로이드는 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보육 구역의 분주한 군중들을 지나, 우주에 있는 공중 정원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지나갔다. 그리고 그 시선은 저 멀리 광활한 황야까지 관통하는 듯했다.

로이드는 연민 어린 눈빛을 던졌다.

제 시선은 사람에게만 머물 것이에요.

하하하. 그런 목표는 실현 불가능해요. 인간의 악한 본성을 씻어내고, 서로 사랑하고 도움을 주는 사회를 재건하고 싶다고요? 오랜만에 웃긴 동화를 들은 것 같네요.

제가 어리석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반박하지 않을게요. 어차피 인간이 선하든 악하든, 당신에겐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당신 눈에 그들은 그저 사육당하는 돼지일 뿐이죠.

하지만 저는 이 길을 가고 있고, 시간도 많지 않아요.

제게 설명할 필요 없어요. 이미 당신의 거래를 승낙했으니까요.

좋아요. 이틀 안에 모든 "로이드"의 잔해를 로프라도스 유적지에서 가져갈게요. 그들을 임시로 보관할 곳도 이미 찾아놨어요.

고마워할 것 없어요. 물건이 주인에게 돌아가는 것뿐이니까요. 생각해 보니, 당신을 추적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네요. 하하, 보잘것없던 가지가 이렇게 성장하다니, 고모의 항아리에서 키워낸 성과가 제법 많네요!

아. 그 옛 잔해들을 모두 "로이드"라고 부른다면, 당신은 자신을 뭐라고 부르실 거죠?

……

로이드는 잠시 침묵하다가 정해둔 이름을 말했다.

저를 "에피알테스"라고 불러주세요. 모든 로이드의 반역자는 이 이름을 써야 해요.

모든 로이드가 영웅이 되는 그 순간, 오직 저만이 에피알테스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