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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2-23 EX-어떤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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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에서 공중 정원의 한 구조체 소대가 모래바람을 뚫고 전진하고 있었다.

이곳은 로프라도스의 황무지였다.

넷, 다섯, 여섯, 일곱... 도착했다. 그레이 샤크 전원, 정지한다.

대장 Mako-1이 전투 단말기를 들어 올렸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단말기가 갑자기 눈꽃 모양의 노이즈로 가득 찬 화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레드라인"에서 일곱 걸음 떨어진 지점부터 신호가 끊깁니다. 공중 정원의 소문이 정말 사실이었나 봅니다.

흰담비 화력 소대의 신호도 여기서 사라졌다. 그들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건가?

임무 "레드라인"은 지상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행동 범위이다. 공중 정원은 레드라인을 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고, 이를 어긴 자는 단 한 명도 무사히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여러 설이 있지만, 그 중 신빙성 있는 주장은 레드라인 밖에는 퍼니싱 농도가 극도로 높아, 경계를 넘은 구조체들은 심도 침식에 노출된다는 것이었다.

대장님, 모래바람 끝에 무엇이 있습니까?

맨 뒤에 있던 Mako-3가 마스크를 벗자, 그의 회색 머리카락이 모래바람에 날리며 얼굴을 스쳤다.

모두가 Mako-3가 "특별하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도 표준 규격의 구조체들처럼 황무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몰라.

고개를 숙인 대장은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공중 정원의 화력 소대들에게 레드라인 너머는 가장 큰 미지의 영역이었고, 그들이 수년간 벗기고 싶은 베일이었다.

그건 "그레이 샤크" 화력 소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저 마음속으로만 생각했을 뿐, 실제로 레드라인을 넘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뭔가 이상해. "흰담비"는 위험한 일은 절대 하지 않는 소대야. 그런데 왜 이번엔 레드라인을 갑자기 넘은 거지?

대장,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안전 레드라인 내에서 그들이 돌아오길 기다려야 합니까? 아니면...

Mako-2는 Mako-3을 대신해 또 다른 대담한 방안을 제시했다.

쫓아가고 싶다는 거지? 난 찬성!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위험한 짓 하지 마. 너희 둘 또 기억 데이터 초기화돼서, 바뀐 이름으로 새 팀에 배치되고 싶어?

네. 알겠습니다. 입 닫고 있겠습니다. 저는 그레이 샤크에 남아 Mako-2 역할이나 잘하겠습니다.

Mako-2는 입을 가린 채, 팔꿈치로 조용히 서 있는 Mako-3를 찌르며 속삭였다.

(야, 로이드. 네가 빨리 대장 좀 설득해 봐.)

아야! 으윽...

Mako-2는 대장에게 손날로 한 방 맞았다.

경고하는데, 로이드 부추기지 마라.

제 생각엔, "시합"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 시합 아직 유효합니까?

조용히 있던 Mako-3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무슨 시합?

두 대원이 Mako-3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스크로 얼굴은 가려져 있었지만, 목소리에는 같은 의문이 담겨 있었다.

또 기억 못 하시는 겁니까?

지상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누군가 우리의 기억 데이터를 점검하고, "부적합한" 내용은 삭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번 레드라인 밖의 기억을 강제로 잃습니다. 아니. "여러분들"은 잃지만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Mako-3는 흐트러진 회색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동료들을 쳐다봤다.

처음부터 저에게만 이런 문제가 발생했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

각 화력 소대의 대원들은 구조체로 개조될 때,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을 지웠다. 그리고 모든 구조체는 Mako-1, Mako-2와 같이 코드네임으로 불리고 있었다.

하지만 Mako-3인 로이드는 달랐다. 그는 자신의 본명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로이드"

다만, "로이드"와 관련된 과거의 기억도 꽤 흐릿했다. 화려한 카지노, 별이 보이지 않는 밤하늘 그리고 퍼니싱 폭발 당시의 경보음 정도만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Mako-3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매번 기억을 삭제한 후 남은 데이터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난번 흰담비 화력 소대와 약속했던 "시합"도 조금 전에야 생각났다.

넌 흰담비 소대와 무슨 시합을 약속한 거지?

"누가 더 빨리 모래바람 끝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시합이었습니다."

저는 그들과 모래바람 끝에 무엇이 있는지 보러 가자고 약속했습니다. 퍼니싱이 파괴한 옛 세상이 있을지 아니면 숨겨진 새로운 세계가 있을지 먼저 도달한 자가 알게 될 겁니다.

평소엔 모험을 좋아하지도 않던 네가 왜 이런 장난 같은 시합에 응한 거지?

전 그들이 농담하는 줄 알고 대답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신호가 여기서 끊긴 겁니다.

Mako-3는 저 멀리 모래바람을 담담하게 바라봤다. 그는 단순히 사건의 원인을 설명했을 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더 이상 말할 필요 없다. 추적은 여기서 끝이다. 임무 종료한다.

저기, 대장님.

흰담비 화력 소대의 신호가 레드라인 경계에서 사라진 걸 확인했으니, 추적을 포기하고 실종으로 처리하면 된다. 그레이 샤크 소대 철수한다.

대장님. 로이드가 그렇게 말했다면 문제 있는 거 아닙니까?

흰담비 쪽 녀석들이 확실히 좀 엉뚱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임무에서는 한 번도 실수한 적 없었고, 항상 우리를 챙겨주었습니다. 로이드의 단편적인 기억으로 볼 때, 그들과 우리는 분명 더 깊은 교류가 있었을 겁니다!

……

왜 아무 말 하지 않으십니까? 왜 다들 말하지 못하는 겁니까? 우리가 뭔가에 속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모래바람이 눈을 가리는데, 왜 아무도 걷어내려 하지 않냐는 말입니다.

레드라인 경계에서 사라진 화력 소대가 이번이 몇 번째인지 알고 계십니까? 우리는 관련 기억 데이터를 모두 삭제당했지만, 로이드는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외면하시는 겁니까?

Mako-2는 Mako-3을 붙잡으며 말했다.

로이드, 내 말 이해하지? 대장님을 설득해 줘. 만약 흰담비가 이렇게... 이대로... 안 돼. 흰담비 소대가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우리가 지금 들어가도 늦지 않잖아.

난 Mako-3가 먼저고, 그다음이 로이드야. 난 문제를 제기할 뿐, 그레이 샤크 대장님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따를 거야.

Mako-3는 무심하게 장비를 정리하며, 다시 헬멧을 쓰려고 했다. 그리고는 로프라도스의 경계를 떠나려 했다.

원래는 그래야만 했다. Mako-3는 공중 정원 구조체로서 그 책임만 다하면 됐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다른 화력 소대의 전우들이나 동료들은 모두...

??

여기... 나 여기 있어! 살려줘!

!

비명 같은 절규가 모래바람을 타고 Mako-3의 청각 모듈을 찌르며 그의 생각을 방해했다.

그레이 샤크 전원이 고개를 돌리자, 비틀거리며 달려오는 한 구조체가 보였다.

밖에... 새로운 세계가 있어!

흰담비 대원이야! 아직 생존자가 있어!

Mako-2가 달려가 중상을 입은 구조체를 부축했다.

신분 인증 완료했습니다. 흰담비 소대 대장입니다! 레드라인 밖에서 살아 돌아온 첫 생존자입니다! 괜찮으십니까? 말씀하실 수 있으십니까?!

이미 늦었어.

뭐?

Mako-3의 시선을 따라 아래를 보니, 구조체의 복부에 엄청난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로봇 구조가 끔찍하게 드러나 있었고, 순환액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척추처럼 보이는 로봇 뼈대만이 상체를 지탱하면서 부서지지 않게 버티고 있었다.

이게...

저기... 흰담비 소대 대장님... 방금 걸어오실 때 뭐라고 하셨습니까? "밖"이라고 한 거 맞으십니까?

소문이 사실이었어. 여기가 전부가 아니야. 밖에...

새로운 세계가 있어.

중상을 입은 구조체가 모래 속에 무릎을 꿇고 한 마디를 삼켰다. 그러다 갑자기 감정 제어 불가 상태가 되더니, 다른 이의 손을 꽉 잡은 채 남은 말을 쏟아냈다.

구조체는 모두 실험 품이야. 소모품이라고! 공중 정원은 우리가 지상 전투를 할 때마다 이 구역에 모아놓고, 조금씩 높아지는 퍼니싱 농도로 우리를 테스트하고 있었어!

레드라인을 벗어나야 해. 밖으로 가! 밖에는 새로운 세계가 있어! 공중 정원을 떠나야 더 이상 통제받지 않게 돼.

레드라인을 넘은 대가가 뭡니까? 그 상처는 어쩌다 생긴 겁니까?

이, 이건...

Mako-3의 질문에 Ferret-1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맞아. 우린 탈출할 수 없어.

이 말을 마지막으로 흰담비 소대 대장은 고개를 떨군 채 모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럼, 너희는...

로이드! 흰담비 소대 대장이 죽었어!

Mako-2는 방금 죽은 구조체를 안고서, Mako-3의 "냉담함"에 분노했다.

Mako-2, 미안. 그의 상태는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 네가 지금 분노를 느끼는 것도... 윽!

Mako-2는 Mako-3를 모래 바닥으로 세게 끌어당겼다.

우리가 좀 더 일찍 레드라인을 넘어 찾으러 갔다면, 대원 전부를 구할 수 있었을 거야! 그 한마디를 꼭 더 해야 했어? 더 중요한 정보를 놓쳤을 수도 있었다고! 알겠어?!

난 이제 네가 인간에서 개조된 구조체가 맞는지 의문이 들어! 넌 그냥 로봇이야? 아니면 개조할 때 뇌가 망가진 거야?

마스크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Mako-3의 생체공학 피부가 모래에 긁혀 작은 찰과상이 생겼다. 하지만 Mako-3는 침착하게 Mako-2의 손을 잡고 있었다.

"망가진" 건 너희 뇌야. 지금 흰담비 대원들이 필사적으로 정보를 전달했더라도, 우리가 돌아가서 정비를 받으면 공중 정원은 기억 데이터를 삭제해 버릴 거야.

결국 기억하는 건 나밖에 없겠지.

그럼, 네가 오늘 일어난 일을 우리에게 자발적으로 알려줄 거야? 그때 우리에게 "흰담비 화력 소대" 전원이 실종된 진짜 이유를 말해줄 거냐고?

너희가 묻지 않는다면, 난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을 거야.

Mako-2의 분노는 점차 울음 섞인 쓴웃음으로 변했다.

하, 이 자식...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식으로 말하네.

우리가 이대로 돌아가면, 흰담비의 희생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거잖아?

Mako-2가 손을 놓자, Mako-3가 모래 위로 넘어졌다.

난 지금 갈 거야.

로이드, 난 너를 신경 쓰지 않을 거야. 대장님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 지금은 성급하게 움직여선 안 된다. 언젠가는 우리도 그 흰담비 대원이 말한 새로운 세계를 볼 날이 올 거다.

그레이 샤크 대장은 침착하려 애썼다. 그는 흥분한 Mako-2를 제지하면서, 땅에 쓰러진 Mako-3를 일으켜 세웠다.

우리가 아는 정보부터 먼저 정리해 보자.

예전에도 로프라도스 경계 근처에서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었는데, 관련 기억은 모두 "트라우마 예방"이라는 이유로 삭제됐다.

로이드, 이런 식으로 "희생"된 소대가 몇 개나 되지?

제가 직접 본 건 4개 소대입니다.

Mako-3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가기로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이런 상황을 처리하는 "전문가"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오늘 여기에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알겠다. 우리는 흰담비 소대의 메시지를 받은 유일한 소대다. 지금 우리가 함께 희생된다면, 그들의 희생이 헛되게 되는 셈이다.

우리는 돌아가서 더 나은 기회와 더 강한 힘을 길러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 데이터가 삭제된 후, 로이드가 정말로 진실을 말해줄 거라고 믿으시는 겁니까?

로이드에게 명령을 내리면 된다.

로이드, 이건 대장으로서의 명령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 그레이 샤크 화력 소대가 "깨어날" 때마다 너는 우리에게 세계의 진실에 대해 모두 말해야 한다.

알겠나? 복창해.

Mako-3는 똑바로 서서 경례했다.

흰담비 화력 소대의 죽음이나 대원이 말한 "밖의 새로운 세계"와 같이 알고 있는 정보를 상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좋아. 이건 내가 너에게 내리는 비밀 임무다.

임무 코드네임은 무엇입니까?

대장은 존재하지 않는 "레드라인"의 끝자락에 서서, 모래가 구조체의 잔해를 덮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황무지 아래에는 진실을 찾다가 죽은 구조체들이 더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대장은 생각했다.

"새로운 세계".

퍼니싱이 폭발했지만, 우리는 현재 상황에 안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우주 속에 숨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공중 정원에서 첫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지구 탈환을 위해 싸웁시다!

구조체 전사가 되어, 여러분의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싸워주십시오!

이 시기의 공중 정원은 시민들에게 자발적으로 구조체가 되도록 권유했다. 그리고 "로이드"도 그 부름에 응답했다.

"로이드"는 공중 정원의 전시 체제 속 단조로운 삶에 지쳤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공중 정원 하층의 산 로렌초 시설이 눈에 거슬려, 더 이상 화려한 향락과 참혹한 부패 과정을 보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혹은 지상이 공중 정원보다 훨씬 넓으니, 자유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로이드"는 한 걸음 나아가 구조체 개조 수술을 결심했다.

과도한 고통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을 피하고자, 스태프들이 구조체 개조 과정에 대한 기억을 지워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구조체 분류에 따라 Mako-1, Mako-2, Mako-3과 같은 번호를 부여했다.

그래서 Mako-3는 그가 눈을 뜬 순간부터 이상이 발견되었다.

Mako-3는 "로이드"의 초심을 기억했다.

로이드?

!

우리 왔다.

대장이 Mako-3에게 가장 안전한 공중 정원을 곧 떠날 것임을 알렸다.

흰담비 소대의 전멸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오늘 그레이 샤크는 다시 임무를 수행하러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레이 샤크 화력 소대는 출발하기 전 그들만의 "정기 점검"을 받기 위해서 차례로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정비 갑판으로 향했다.

그레이 샤크 화력 소대가 출발하자 갑판의 구조체들이 말없이 어떤 비밀을 공유한다는 듯 잠시 시선을 보냈다가 곧 돌렸다.

Mako-3도 그들의 시선과 마주쳤다.

가시죠. 스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잠깐, 로이드. 할 말이 있다.

전과 마찬가지로 기억데이터 삭제 후, 우리에게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려주고, 함께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거다.

103번째였다. 이번이 그레이 샤크 소대가 지상의 로프라도스 경계로 향하는 103번째 임무였다.

그리고 그레이 샤크 소대가 "세계"의 경계를 향해 나아가는 103번째 시도이기도 했다. 다행히 아직 아무도 그들이 임무를 빌미로 진실을 탐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Mako-3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님도 저에게 돌아올 때마다 당부하고 계십니다. 임무 완수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새로운 세계"는 Mako-1이 로이드에게 전달한 비밀 임무 코드네임이었다. 하지만 그레이 샤크 소대의 103번째 선봉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구조체가 이를 알게 되었다.

구조체들은 그 단어에 담긴 자유와 희망에 이끌려 그레이 샤크 화력 소대 주변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지상 임무 중 상식에 맞지 않는 단서들을 찾아내려 했다.

하지만 지상 환경이 점점 더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퍼니싱 농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그들은 지상에 내려갈 때마다 기체에 내장된 차단 시스템의 압박이 전보다 강하다는 걸 느꼈고, 이는 많은 구조체들이 착지하자마자 침식될 위험을 불러왔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새로운 세계"는 여전히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한 화력 소대가 우리처럼 임무상 편의가 없는데도 침착함을 잃고 무단으로 "레드라인" 밖으로 갔다고 합니다. 결국 그들은 모두 실종됐고, 반역으로 판정됐답니다.

내부 통지에서 이 사안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누군가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상징후를 알아챈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기억 데이터 삭제가 더 철저해질지도 모릅니다. 이상 보고를 마칩니다.

야, 로이드. 그래도 넌 여전히 모든 걸 기억하고 있네?

Mako-2가 이 말을 하자, 갑판 위의 시선들이 Mako-3에게 집중됐다. 그러자 Mako-3는 동료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Mako-3는 동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음 임무 후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남아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 난 모든 걸 기억할 거야. 그건 너희도 마찬가지야.

Mako-2가 살짝 웃었다.

그럼, 됐어.

이것은 그레이 샤크 화력 소대의 103번째 출발이었다. 그들은 수송기에서 이전 임무들과 똑같은 흔들림과 덜컹거림을 겪으며, 로프라도스의 경계에 다시 한번 도착했다.

그들은 수송기에서 내려 익숙한 황무지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모래바람을 맞으며 전진했다.

지난 102번의 경계 회수 임무 성공은 이 소대의 능력을 신뢰하게 했다.

그래서 그들은 임무 중에 잠시 "레드라인을 넘을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임무가 끝난 후 기억 데이터를 삭제하면 되니,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았다.

그들은 진실을 탐색할 기회를 102번이나 얻었지만, 성급히 행동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전보다 더 깊이 모래바람 속으로 나아갔을 뿐이었다.

개미도 한 걸음씩 나아가면 천 리를 가듯, 그들도 공중 정원에 "새로운 세계"를 조용히 퍼뜨렸다. 각 구조체의 마음속에 있는 작은 의심들도 거대한 바다가 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Mako-3는 갑자기 이번 임무는 다를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Mako-3는 참지 못하고 전진 도중 전에 했던 질문을 했다.

대장님, 모래바람 끝에 무엇이 있습니까?

나도 몰라.

대장의 대답도 그들이 흰담비의 유해를 발견했던 그날과 똑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실을 알게 될 것 같다. 모든 이들의 "실종"이 헛되지 않고, 모든 해답이 밝혀질 거라고 믿는다.

모든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겁니까?

그래. 그리고 모두가 네가 한 모든 일을 잊지 않을 거다.

맨 앞에 있던 대장이 뒤돌아 Mako-3를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중 정원의 영혼들은 잠든 구조체가 되거나 냉동 상태가 되어 모두 진실 앞에서 눈을 감았다.

하지만 로이드, 넌 유일하게 눈을 뜨고 있는 영혼이다.

"윤회"할 때마다 넌 우리를 깨웠다. 넌 그게 기억 데이터를 삭제하기 전에 내가 내린 명령이라고 했지. 하지만 너에게는 단순한 명령이 아니었다는 걸 난 안다.

너도 모래바람 끝의 새로운 세계를 보고 싶고, 고인 물 같은 공중 정원을 떠나고 싶은 거지?

넌 지금 로이드다. 반드시 로이드여야 한다.

로이드, 계속해서 우리를 이끌어주길 바란다. 네가 한 걸음씩 나아가며 쌓은 기억으로 우리에게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길 바라.

……

짧은 침묵 후, 로이드는 동료들을 지나 소대 맨 앞으로 걸어갔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제가 모든 경로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작은 구조체 소대는 로이드를 따라 모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그 후,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들은 "새로운 세계"를 보았을까?

3... 레드...

누군가 손전등을 들고 자신의 시각 모듈을 점검하는 것처럼 눈앞에서 빛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Mako-3, 내 말 따라 해.

로이드

기억이 안 나.

왜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

그는 유일하게 모든 것을 기억해야 했던 로이드였고, 새로운 세계 임무의 중심이 되어야 했다.

그레이 샤크 전원 반역... 로프라도스 경계에서 즉결 처분... 산산조각...

반역? 무엇을 처분했다는 거지? 산산조각 난 건 또 뭐지?

로이드

뭐가 산산조각 난 거지?

로이드

!!!

대장님! 그리고...

로이드가 눈을 번쩍 떴다. 그는 두 다리를 잃은 채, 실험대 위에 "무릎 꿇고" 있었다. 몇 시간 전, 로프라도스 경계의 거대 무기가 그의 하체에 끔찍한 상처를 남겼다.

방금 그것은 어느 때보다 강력한 기억 데이터 삭제였지만, 잠시 혼란스러웠을 뿐이었다. 곧 기억 데이터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로이드는 이것이 의식의 바다 질병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그가 로이드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근원이기도 했다.

나는...

로이드는 멍하니 자신의 상처투성이 손을 바라보았다. 로봇 구조의 틈새에 낀 자갈들이 그가 움직일 때마다 떨어져 나왔다.

Mako-3, 각성 완료되었습니다!

차가운 외침이 로이드를 모래바람 속으로 다시 끌어들였다.

그때, 로이드의 모든 기억이 돌아왔다.

쾅...

황무지와 어울리지 않는 중형 방어 시설이 지상에서 그들에게 무자비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레이 샤크 화력 소대의 103번째 레드라인 밖 탐사에서 그들은 마침내 로프라도스의 가장 끝에 도달했다.

조심해!!

눈 부신 빛이 로이드 앞에 떨어지기 직전, Mako-2가 뛰어들었다.

다음 순간, 구조체의 부서진 잔해가 슬로모션처럼 로이드 앞에서 천천히 날아갔다.

……

Mako-2는 순식간에 회수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산산조각이 났다.

간신히 손을 뻗은 로이드는 Mako-2의 어깨 갑옷 파편 하나를 잡았다.

Mako-2가...

로이드! 일어나! 절대 쓰러지면 안 돼!

강력한 화력 공격을 받았다는 건, 이곳이 최종 출구라는 증거다!

이 모래언덕만 넘으면 분명 새로운...

대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한 번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

사막 하늘에서 비가 내린 것처럼 붉은 순환액이 로이드의 온 얼굴을 적셨다.

일어나십시오. 달려가야 합니다! 이 모래언덕을 넘어야 합니다!

로이드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의식을 잃지 않고 일어섰다. 그리고 동료의 파편을 품에 안은 채 미친 듯이 앞을 향해 달렸다.

자갈이 로봇 틈새에 끼어 관절을 마모시켰다. 그들을 인도할 구름 기둥이나 불기둥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홍해를 가르는 이도 없었다. 구조체들은 이 모래바람을 벗어날 수 없었고, 로이드 혼자서 길을 개척해야만 했다.

쾅!

세 번째 절망적인 폭발음이 울린 후, 로이드는 무릎을 꿇었다. 품에 들고 있던 파편들도 떨어져 모두 바닥에 흩어졌다.

로이드는 더 이상 다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다리가... 없어졌어.

자기 하체를 살펴본 로이드는 더 이상 설 수 없다는 걸 확인했다. 그래서 바로 앞에 있던 돌을 손으로 잡고 초라하게 기어갔다.

중형 무기는 에너지 축적과 예열이 필요해. 세 번의 발사 사이에 정확히 같은 시간 간격이 있었어. 그러니까 계산해 보면, 내게는...

32초가 남아있어!

30초.

날카로운 자갈이 손바닥의 생체공학 피부를 찢었고, 온몸은 마비된 느낌이 들었다. "생명"이 상처들로부터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15초.

다리 절단 부위의 극심한 고통이 이제야 의식의 바다로 밀려왔다. 마비를 넘어선 통증에 로이드는 "경련"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는 모래언덕의 끝을 보았고, 곧 "새로운 세계"에 가장 가까운 구조체가 될 것이다.

5초.

로이드는 모래언덕을 넘었다. 힘껏 기어 올라간 후, 관성에 의해 굴러떨어졌다.

로이드는 눈을 부릅뜨고, "새로운 세계"를 보려 했다.

하지만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뿐이었다.

그때 로이드의 체내 퍼니싱 차단 시스템에 갑자기 이상한 해방감이 찾아왔다.

로이드는 본능적으로 손목의 퍼니싱 농도 탐지 장치를 봤다. 역시나 숫자들이 절벽처럼 급격히 내려가며 순식간에 안전 수치 범위 내로 들어갔다.

이건...

의식의 바다가 전례 없이 맑아졌다. 로이드는 "새로운 세계"의 의미를 추측했다.

고농도 퍼니싱은 이 구역에만 한정된 건가?

로프라도스는 단지 우리를 위해 만들어진 [실험장]이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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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 시설의 에너지 축적이 완료되고, 마지막 폭발음이 들린 후 황무지는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오직 모래바람만이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