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의 기체가 갑자기 뜨거워지면서 머리카락 끝에 불이 붙은 것처럼 붉은빛을 내뿜었다. 그러자 그녀는 눈썹을 꽉 찌푸렸다.
"이브"라 이름 붙여진 이합 생물이 승격자의 잔해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두 개의 초라한 인형이 물자를 정리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후 어머니/아버지>가 팔이 잘린 쓰레기를 힘껏 밀어냈다.
어머니/아버지>...
그것은 승격자의 유해에서 기어 올라와 천천히 인간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다른 동화된 이합 생물들도 그대로 따라 했다.
인간은 하니프의 행동을 엄호하며 천천히 기어 오는 이합 생물들을 향해 총을 쏘아 그것의 "형제자매"들을 물리쳤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더 "진화"된 존재이며, 어머니/아버지>와 가까이할 자격이 있는 자식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 총알을 교묘하게 피했다.
하니프가 복도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지휘관은 계속 사격했다.
더... [온화하게]...
스읍...
이제 총을 드는 것은 무의미했다. 눈앞의 이합 생물은 "이 검은 물건이 곧 살상력을 잃을 것"이라는 것을 파악한 듯했다. 나아가 간접적으로 "총알이 다 떨어져 간다."라는 개념도 이해한 것 같았다.
꾸르륵...
그것은 앞에 있는 인간을 응시하며 몸을 더 낮게 숙였다.
그것은 해저에서의 얽힘을 생생히 기억했다. 그때의 경험은 그것에게 무척 풍부하고 정제된 정보를 주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너무 연약했다. 쉽게 부러지는 뼈와 말 그대로 부드러운 근육 그리고 혈관과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부식시켜 버릴 터였다.
응석을 부릴 수도, 바짝 붙을 수도 없었다.
조금만 더 가까이... 살짝 다정하게 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서 그것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친밀해지기를 갈망했다.
어머니/아버지>...
그것은 어머니/아버지>이 자신을 안아주기를 갈망했다.
총알은 한 발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합 생물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여전히 다가오고 있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베라를 붙잡고 다친 다리를 끌며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잠든" 베라는 눈살을 찌푸린 채, 외부의 모든 것에 짜증을 내는 것처럼 보였다. 인간도 그녀의 격동하는 의식의 바다를 통해 그녀의 몸부림을 함께 느꼈다.
인간의 마인드 표식은 베라의 의식의 바다에서 흐릿한 많은 파편을 읽어냈다.
그중에서 가장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건, 베라의 "제3자 시점"으로 본... 자신에 관한 단편이었다.
인간의 머리에 계속 통증이 밀려왔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수면 위로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여전히 정확하게 붙잡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둘 다 제대로 된 "재회"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악문 인간은 다시 총을 들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침식체를 겨냥했다.
내려놔라. 그리고 거부하지 마라.
단 한 발의 총알이 남았더라도, 필사적으로 발버둥 쳐야만 했다.
인간은 다른 한 손으로 베라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그녀의 의식의 바다에서 점점 더 거세지는 파도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마지막엔 네가 초라하게 기어가게 되더라도, 반드시 한 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가.
네가 절망에 갇히는 걸 거부한다면, 누군가가 반드시 널 붙잡아줄 거야.
인간이 베라를 부르자, 그녀는 정말로 그 소리를 들었다.
!
그녀는 깜짝 놀라 깨어났다. 하지만 자신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래에선 바닷물이 오가며 그녀의 사지를 적시고 있는 것 같았다.
방금 그 소리는 뭐지?
베라의 기억 데이터도 멈춰 있었다. "꼬마 지휘관"의 손을 빌려 안전핀을 뽑아 이 테스트 기체의 모든 힘을 해방하고, 밧줄을 자른 뒤 지휘관이 샘플을 들고 기지 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배웅한 것까지만 기억났다.
난 어떻게 됐지?
손을 들어 보려고 했지만, 보이는 건 온통 선홍빛이었다. 그건 자신의 순환액이었다.
……
베라는 기억의 일부가 돌아왔다. 조금 전 그녀는 후위를 맡아 계속해서 침식체들을 베어냈다. 온몸의 구멍에서 순환액이 흘러나오고 붉은색이 두 눈을 덮을 때까지... 그 붉은색이 칠흑으로 변하고 나서야 폐허 위에 쓰러졌다.
죽은... 건가?
난 지금 죽을 수는 없어. 천하무적인 척하는 꼬마 지휘관을 조금 더 놀려주고 싶었는데, 정말 좋은 기회였는데.
그때, 검은 물 저 멀리서 천천히 한 줄기 빛이 밝아졌다.
그 빛줄기를 뚫어지게 쳐다본 베라는 2초 정도가 지나서야 그게 누군가의 마인드 표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그녀의 의식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서 마인드 표식 연결 방식에 익숙하지 않았다.
[player name]...
무의식적으로 그 이름을 부른 베라는 몸을 일으켜 의식의 바다 데이터를 헤쳐 빠르게 앞으로 달려갔다.
철썩이는 물소리가 이곳을 울렸고,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현실의 한 조각을 건넜고, 현재의 기억 한 조각을 되찾았다.
기억났어.
베라는 그제야 전부 기억해 냈다. 방금 데이터 동기화 과정에서 꼬마 지휘관과 1초 후에 현실로 돌아가기로 약속했다.
현실은...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과 함께 바다에서 승격자를 만나 유전자은행이 있는 섬으로 표류했다는 것이었다.
비요 기체가 한계에 도달해 자동으로 휴면 모드에 들어갔고, 쿠로노에서 보낸 지원 기체는 당시의 테스트 기체를 투하했다.
인간은 베라를 구하기로 했다. 반드시 구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녀의 기체를 변경했다.
젠장! 그 기체는 당시에도 겨우 광화 테스트를 통과했을 뿐이야. 게다가 첫 임무에서 통제 불능으로 회수됐었잖아!
베라는 쿠로노가 틈을 노리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회까지 이용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봉인돼야 했을 기체를 다시 가동하다니... 게다가 그녀는 이 기체의 내부 회로가 그때보다 더 과장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동안 계속 개선해 왔던 거군.
베라는 갑자기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빗장뼈 사이를 만져보니, "안전핀"이 있어야 할 자리가 처음부터 텅 비어 있었다.
……
안전핀을 뽑아놓고 투하하다니... 이 기체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었던 건가?
그리고 필수적인 테스트 과정이 또다시 자동으로 실행되면서, 그녀를 의식의 바다 안에 가두었다.
전자음이 베라의 머리 위에서 울렸다.
"나는 잔혹하게 살해당한 연작의 그림자고, 범인은 유리창의 거짓된 하늘빛이다." 테스트 시작.
"퍼니싱 전장 상황은 복잡하며, 당신의 동료가 언제든 이합 생물에게 살해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당신의 분노를 자아냅니다."
아니. 절대로 용납할 수 없어!
베라는 빠르게 달렸다. 마인드 표식의 빛이 비정상적으로 깜빡이는 걸 본 그녀는 주변에 엄청난 수의 이합 생물이 몰려들고 있다는 걸 감지했다. 그리고 다친 인간은 다친 다리를 끌면서도 계속해서 총을 쏘며 저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총알이 거의 다 바닥났다.
"동료의 희생을 목격한 당신은 여러 전장을 겪으면서, 심리적 그림자나 의식의 바다에 더 심각한 편차 증상이 생겼다고 생각합니까?"
베라는 "이브"가 총알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인간의 옆구리를 물어뜯으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
빨리, 더 빨리!
"지구 탈환이라는 목표를 위해 싸우면서 이 모든 것이 허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난 어느 쪽이 진실인지 구분할 수 있어!
그 인간이 있는 곳이야말로 삼도천 속 유일한 생명의 언덕이었다.
베라는 마인드 표식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테스트에 실패했습니다. 권한이 중지됩니다."
!
베라는 바닷속으로 추락했다.
기체 권한이 중지되고, 데이터 동기화는 마지막 순간에 "실패"를 선언했다.
의식의 바다는 좁디좁은 한 조각의 고요한 밤 속에 갇혔고, 데이터 모델은 순식간에 비요 기체 수준으로 퇴화했다.
……
전자음이 단조롭게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당신은 세계와 주변의 모든 것에 관해 원망을 품고 있어서, 유리창을 깨부수기로 결심했습니다."
여전히 실패를 인정하지 못한 베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은 끝없는 바다였고, 자신이 있는 건물은 심해에 뿌리박은 묘비 같았다. 그녀의 의식의 바다에서 가장 평온한 밤이란, 바로 아틀란티스의 가장 높은 곳이었다.
…………
난... 받아들일 수 없어.
데이터 동기화 진행도: 99%
인간은 마지막 한 발의 총알이 든 총을 쥐고 이브와 대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총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인드 표식은 여전히 의식의 바다에서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은 베라의 이름을 부르며 99%에서 멈춰있는 데이터 동기화 진행도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탕...
재앙이 되어버린 이 임무에서 인간은 얼마나 많은 총성을 들었는지 셀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였다.
Video: 불 베라_막간 텍스트
양날의 검이 고요한 밤의 장벽을 꿰뚫었고, 투명한 파편들이 공중에 흩날렸다. 각각의 파편마다 베라의 늠름한 얼굴이 비쳤다.
쿠로노가 미리 설정한 프로그램 따위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분노의 불길이 의식의 바다를 휩쓸었다. 그리고 격노한 발키리는 기체의 통제권을 탈취했다.
내 기체니까, 내 마음대로 다루겠어!!
데이터 동기화 진행도: 100%
베라는 분노에 찬 눈으로 시각 모듈을 통해 눈앞의 그 인간을 정확히 포착했다.
이브는 연기가 나는 총구를 감싸 쥐며, 인간의 허리를 꽉 붙든 채 옆구리를 물어뜯고 있었다.
살점이 씹히는 기괴한 소리가 베라의 청각 모듈을 가득 채웠다.
이 광경을 본 순간, 베라는 자신이 그 인간이 상자의 구멍을 옆구리에 눌러 붙이던 당시에 갇혀있는 줄 알았다.
꺼져!!
베라가 양날의 검을 힘껏 던져 이합 생물의 "옆얼굴"을 정통으로 맞췄다. 그 오만한 얼굴에 큰 구멍을 만들어냈고, 검은 진흙 같은 물질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머리"가 베라에게 관통당했음에도, 최종 진화는 이 인간의 모체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물었어. 뜯어냈다.
맛봤다. 살점... 정보...
무수한 "가지"들을 품은 거대한 나무 왕관 같이 엄청난 양의 정보가 눈앞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 모든 것이 이 인간 한 명이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었다.
역시 그것의 눈은 틀리지 않았고, 이 인간에게서 식욕과 의존 욕이 생긴 것도 당연했다.
삼켜야 해. 빼앗아... 모방하고... 배우고... 진화...
히히히히히...
거대한 만족감이 그것을 감쌌고, 억제할 수 없는 웃음을 터뜨리며 인간의 기억 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어디부터 맛볼까?
좋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곧 꿀처럼 달콤한 정보가 그것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이익을 추구하고 해를 피하는 것은 본능이었고, 지금 그것은 이 [사랑]을 향해 무한히 끌리고 있었다.
[사랑], 이건 꼭 배워야 한다.
그것은 인간의 사랑을 접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 서로를 알고 지내는 사람들, 함께 싸웠던 사람들, 심지어 스쳐 지나간 사람들까지... 그들이 가져온 많은 아름다운 감정들이 한데 모여 인간/이브>을 감쌌다.
기이하고 현란하면서 아름다운 꿈나라 같았다.
이번 임무에 저희가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고 확신하십니까? 임무 평가가 정말 그렇게 간단합니까? 혹시 베라가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닙니까?
바다로 간다고 하시니 비상 장비를 더 준비해야겠어요. 이 빨간 의료 키트는 뭐죠? 왜 진통제조차 없는 거죠?
시선을 뒤로 돌리자,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대장이 제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휘관님...
제발...
모든 말을 다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
맛있어.
인간/이브>은 왜인지 오랫동안 침묵해 있던 기억을 지나 순백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하얀 문, 하얀 천장 그리고 하얀 이불이 나타났다.
이 녀석 정말 괜찮은 거야? 기억이 "재가동"하는 것처럼 자꾸 초기화되는데, 다른 심각한 후유증은 없는 거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침식체에 의해 생긴 옆구리의 큰 상처가 문제긴 한데, 머리의 혈종은 저절로 없어질 거예요. 다만 시간이 필요해요.
알았어. 그럼, 혈종이 없어지지 않는 한 이 개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는 거네.
의사가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곳은 임시 의료소였고, 바깥에서는 방금 재난이 휩쓸고 지나간 상황이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
꼬마 지휘관,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쉬고 있어.
붉은 머리 구조체는 병상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병실을 나가 잠시 사라졌다.
베라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양손을 닦고 난 뒤 머리를 풀었다. 아마 의료진을 도와준 것으로 보였다.
왜 그렇게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어? 자지 않고 있었던 거야? 아니면 충분히 쉬고 깬 거야?
인간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고, 목구멍에서는 피 냄새가 계속 올라오는 것 같았다. 이브는 그 안에서 "기생"하면서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 인간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베라", "베라"라고 부르지 마. 짜증 나니까.
자, 입술이나 적시고, 계속 잠이나 자. 삼키지 마. 의사가 말한 대로 성실하게 회복하는 게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이야. 알았어?
고맙긴 한데, 나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시선도 돌리고 날 보지 마. 내가 약속했잖아, 옆에서 지켜볼 거라고. 어서 잠이나 자.
……
…………
인간/이브>은 눈을 감은 지 꽤 지난 것 같은데도 좀처럼 검은 꿈나라로 들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혼란스러운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키면서 짜증이 났다.
꺼져!
허밍버드... 위치를... 알려줘.
팔짱을 낀 채 간병인 의자에 꼿꼿이 앉은 베라는 눈을 굳게 감은 채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휴면 중에 좋지 않은 일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시선을 힘겹게 올린 인간/이브>은 병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붉은 머리 구조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의식 연결을 시도한 인간은 최선을 다해 동요하는 의식의 바다를 달래보려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은 살짝 놀란 듯 빠져나와 한 단어를 내뱉었다.
인간은 오랫동안 조용히 베라를 바라봤다. 그러다 자기 옆구리 붕대를 만져봤다.
그리고 침대 옆 사과와 물잔을 보았다. 물도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인간은 자기 단말기를 더듬어 찾은 뒤 무언가를 기록했다.
그리고 깊은숨을 들이쉰 뒤, 다시 베라의 의식의 바다로 연결했다.
왜 이렇게 하는 거지? 왜 내가 [기쁜] 걸까?
이해할... 수 있나요?
맛있... 냐고?
인간/이브>은 기억 속에서 방황했다.
이브는 일부를 맛본 후, 조금씩 웃음을 거두었다. 자신도 어머니/아버지>처럼 운명의 실에 얽매이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것의 사고는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해석이 부담되었다.
[사랑],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건 뭐가 있지? 이해하기 쉬운 건 없나?
그것은 퍼니싱을 통해 다른 곳으로 발을 들였다.
엿듣기만 하던 놈이... 우리의 대화에 흥미라도 생긴 건가?
죽어버리세요. 죽으라고요!!
이 자를 죽이세요! 죽여 버리라고요!
(급하게 빠져나왔다.)
잠... 잠깐, 이게 맞는 거야?
그것은 자신을 만든 조물주 헤인스를 보았다. 현장에서 튀어 오른 감정들은 피처럼 그것에 튀자, 그것은 본능적으로 물러났다.
전부... 틀렸어.
네가 생각하기에...
너는... 마땅해... 하...
하하하... 내가... 해냈다. 새로운 씨앗이... 이미...
그것은 왜 구 인간이 서로를 죽이는지 그리고 자신의 조물주가 왜 앞장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야. 아니야. 이런 건 보지 말자.
하지만 "실"은 소리 없이 감겨들어 그것의 도망을 막아버렸다.
인간도 자신의 과거를 내려다보는 듯, 그것의 당황함에 경멸적인 웃음으로 답했다.
안 돼. 놓아줘!
!
인간은 손을 들어 자신/이브>을 더 깊은 진흙 속으로 밀어 넣었다.
크윽!!
익사하는 듯한 느낌, 이제 그것이 겪어볼 차례였다.
인간의 육체 안에 강제로 구속되어 있던 이브는 온몸의 모든 상처가 처음처럼 다시 통증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찰과상과 긁힌 상처들이었다. 전부 파오스 군사 학교 훈련 과정에서 생긴 것들로, 장난스러운 다툼이나 사소한 문제들이었다. 이것은 모든 학생이 겪는 일이었다.
왕성한 생명력은 이런 상처들을 지워버리며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만들었다.
스읍...
하지만 실제 지상 전장에 뛰어든 후, 받게 되는 상처는 하나하나 더 깊어졌다.
군중을 대피시키다가 침식체에게 배를 크게 찢기고, 두개골까지 다치고 말았다.
파손된 샘플 상자를 보호하기 위해 상자에 난 구멍을 옆구리 상처로 막았다.
씨씨!!
차징 팔콘 소대와 함께 본·네거트에 맞서 싸우던 중, 무너진 벽에 묻혀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까지 다쳤다.
이중합 모체와 싸우다가 퍼니싱으로 만들어진 촉수에 옆구리를 꿰뚫렸다. 내장이 파열되었고, 손뼈와 두개골이 손상되면서 경막하 혈종이 생겼다.
크크크윽!!!
셀 수 없는 칼자국, 폭발, 추락들이 있었다.
……
영웅을 만드는 것은 항상 재난이었다. 모든 재난이 연약한 인간의 육체에 쏟아졌고, 겹치고 겹치며 끝없이 반복되었다.
그것은 진흙 속에 눌린 채 [고통]을 직접 느꼈다. 인간은 그것의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경고했다.
떠나자! 어서 도망가자!! [고통스러워]!! [고통스러워]!!!
인간이 이브를 세게 밀어내자, 융합되려 했던 둘이 강제로 찢어졌다. 그러자 젤리처럼 미세한 실이 늘어났다.
이브는 즉시 받아들였다. 오히려 [희열에 차] 인간이 자신을 밀어내는 결말을 받아들였다. 더는 이 사람과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
어느 순간, 그것은 자신이 완전히 해방된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정신적 고통에서 막 벗어나려는 순간, 육체는 새로운 [고통]에 사로잡혀 버렸다.
와르르...
처참한 현실 속에서 이브는 거칠게 인간의 배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쓰쓰쓰쓰쓰!!!
누가 너더러 내 지휘관을 해쳐도 된다고 했지?!
분노로 일그러진 예쁜 얼굴이 눈앞에 바짝 다가왔다.
"이브"의 시야가 흐려졌다. 몽롱한 상태에서 눈앞의 여자와 바다에서 자신을 공격했던 그림자가 겹쳤다.
너구나.
이 망할... 이합 생물 놈아!!
인간은 이브에게 부식당한 상처를 누르며, 고통스러운 낮은 목소리로 베라에게 명령했다.
베라는 손을 들어 양날의 검을 이합 생물에게 찔러 넣었다. 이번에는 이 교활한 놈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것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이브는 공중에 매달린 채 조용히 눈앞의 붉은 구조체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둘이 볼 수 있었던 건...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 소름 끼치게 찢기는 소리 속에서 이합 생물이 흔들거리면서 베라를 향해 "양팔"을 벌린 것뿐이었다.
그것은 생명의 마지막 순간에 [고통]을 받아들이기로 선택했다.
그리고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