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12 성화의 귀결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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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2-11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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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합 생물"이 수송기로 기어오르는 걸 발견한 순간, 인간은 무기를 들어 올렸다.

바로 그때 통신기에서 하니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송기가 다시 떴습니다! 절대로 섬을... 벗어나게 해선... 안 됩니다.

수송기를 직접 파괴하는 건 퇴로를 스스로 막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공격하지 않으면... 이합 생물이 이 "틈"을 타고 퍼져나갈 거란 보장도 없었다.

엄청난 압박감이 인간의 가슴을 짓눌렀다. 지금 수송기에 탄 자들과 섬에 있는 셋의 생사가 인간의 손에 달려있었다.

인간이 필사적으로 조종사를 호출했지만, 통신기에선 잡음만 들려올 뿐이었다.

하니프가 정신없이 달려와서는, 쓰러진 베라와 하늘에서 흔들리는 수송기를 보고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어떻게든 선택해야만 합니다!

인간은 괴로운 듯 총을 내리며 숨을 헐떡이는 하니프를 바라보았다.

둘의 이어폰에서 동시에 기괴한 씹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는 사이, 하늘에서 심하게 흔들리던 수송기가 갑자기 "멈칫"했다. 마치 누군가 강제로 통제권을 빼앗아 기수를 아래로 꺾은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

마지막 희망이었던 그 수송기는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바다를 향해 추락했다.

틀림없이 수송기에 있는 조종사도 상황을 파악하고는, 과감하게 자폭을 선택한 것이었다.

추락과 폭발로 인한 불빛이 한밤의 하늘을 환하게 밝혔다가 순식간에 검은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폭발이 일으킨 여파로 일어난 바람만이 멀리서 불어와 섬의 모래 먼지를 일으켜 인간의 얼굴을 때렸다.

자폭이라니... 최악의 선택이었네요!

하니프는 이를 갈며 탄창을 갈았다. 현실을 저주하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숭고한 경외심도 묻어났다.

하지만 정말 영웅다운 최후였습니다!

우린 저렇게 "멋지게" 죽진 못할 겁니다! 자, 이거 받으세요! 공수품에서 찾은 새 총입니다!

유일한 지원 수송기가 추락했으니, 당분간은 이 섬을 벗어날 방법이 없습니다.

저희가 여기 있는 이상, 공중 정원도 우주 무기를 이용해 섬 전체를 날려버리진 못 하겠죠. 지휘관님과 베라의 가치가 충분히 크니까 그나마 다행이에요. 저 혼자였다면... 아마 벌써 폭격 명령이 내려졌을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시간을 끌수록 이 섬의 저주받은 "진화"는 더 빨라질 겁니다. 승격자가 말한 "이브"가 점점 더 많은 이합 생물을 동화시킬 거고요...

말로는 쉽죠! 우리가 어떻게요? 이미 쓰러진 구조체까지 질질 끌고 가라는 겁니까?!

하니프는 베라를 가리키며 짜증스럽게 머리를 쥐어뜯었다.

일단 위치 추적기로 확인이라도 해보죠. 그 "이브"가 어디로 도망갔는지.

인간이 하니프가 준 위치 추적기를 꺼내 확인하니, 빨간 점이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위치는 섬 중앙에 있는 어두운 건물로 이동한 상태였다.

하니프는 "역시..."라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빠르네요! 진작에 그 유전자은행이 수상하다고 느꼈어요! 탐지기에서도 그곳에서 퍼니싱 반응이 제일 심각하다고 나왔는데, 틀림없이 "새로운 인간"들이 전부 그 안에 모여있을 겁니다!

이해하시겠어요? 지금 상태로 유전자은행에 들어가서 "이브"를 쫓는 건, 여기서 전투하면서 우주 무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멋있어 보일진 몰라도, 그냥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요!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연이은 사투로 비요 기체는 거의 폐기 직전이었다. 순환액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더 짙은 붉은색으로 물들였고, 온몸의 상처가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상황은 완전히 "진퇴양난"에 빠졌고, 숨 돌릴 시간조차 없었다.

그때 문득 인간의 눈에 바다가 들어왔다.

수송기의 잔해가 아직도 바다 위에서 불타고 있었고, 그 불빛이 인간의 눈에 희미하게 비쳤다.

잠깐! 또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

인간은 갑자기 대기 모드로 들어간 베라를 번쩍 들어 올리고는 바다를 향해 달렸다.

차가운 바닷물이 발목에서 무릎으로... 순식간에 온몸을 덮쳤다.

차가운 파도가 얼굴을 때리고 입안으로 들어왔지만, 인간은 잠시도 멈출 수 없었다. 비요 기체를 안은 채 수송기 잔해까지 헤엄쳐 가서 손전등으로 사방을 살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표물이 눈에 들어왔다. 바닷물이 수송기 잔해의 불길을 대부분 잠재웠고, 다행히도 적재 공간은 거의 손상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인간은 힘겹게 베라를 끌어안고 수송기 잔해 위로 올라갔다. 외골격의 힘을 빌려 망가진 외벽을 떼어내려 했다.

하니프가 뒤쫓아 왔지만 헤엄치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조금 전 전투에서 입은 상처들이 꽤 있었고, 바닷물이 상처 곳곳에 스며들어 따가워하는 듯했다.

달리기에 수영까지... 철인 3종 경기도 아니고... 켁, 물이 완전 짜네!

조심하세요!!

하니프가 급히 총을 들어 인간의 뒤를 향해 발사했다.

기습하려 했던 이합 생물이 비명을 지르며 바다로 쓰러졌고, 불만스러운 물보라만 남겼다.

인간은 뒤를 슬쩍 확인하고, 다시 적재함 외벽을 뜯어내는 데 집중했다.

등 뒤에 이합 생물이 있는 것도 못 느끼시다니! 정비 부품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숨이 먼저죠!!

하니프의 표정이 순식간에 진지해졌다. 그는 조금 전까지 수많은 해결책을 떠올려봤지만, 이런 "서프라이즈"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는 서둘러 인간과 함께 적재함을 여러 번 걷어찼다. 다행히 둘 다 체력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덕분에 얼마 안 지나 외벽을 떼어낼 수 있었다.

수면 캡슐이 바로 물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파도에 출렁였다.

인간은 캡슐 뚜껑으로 달려가 권한 코드를 입력했다. 아틀란티스에서 했던 것과 똑같은 절차였다.

그때 하니프가 수면 캡슐 구석의 로고를 발견했다.

잠깐만요. 저건 쿠로노 표식인데...

인간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잠금 해제한 뒤 뚜껑을 열었다.

수면 캡슐 안에는 "또 다른" 베라가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머리카락이 어깨에 자연스레 흘러내려 있었고, 생체공학 피부는 흠 하나 없이 깨끗했다.

전쟁의 시련을 겪지 않은 최강의 "무기"였다.

완벽한 상태의 기체를 보자, 인간의 마음이 찡해졌다.

하니프는 다시 한번 캡슐 입구의 쿠로노 마크와 자신이 전에 봤던 시리즈 넘버를 살폈다.

베라를 이 기체로 옮기면, 저 망할 것들을 전부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인간이 비요 기체를 들어 올리려는 순간, 하니프의 말투에 담긴 미묘한 비꼼을 느꼈다.

그렇게 살벌한 눈으로 쳐다보지 마세요. 이 구조체들의 핵심 설계에 대해 알고는 있습니다. 강하긴 하죠... 하지만 그저 "강하다." 정도일 뿐입니다. 너무 신중하신 거 아닙니까?

게다가 지금은 다른 선택지도 없잖아요. 지금 기체를 변경하지 않으면 베라는 이대로 죽을 수밖에 없어요.

하니프는 베라의 비요 기체에서 깜빡이는 빨간 경고등을 가리키더니, 아예 두 손을 들어 항복하는 시늉을 했다. 마치 일행의 뒤에 있는 칠흑 같은 "퇴로"... 아니, 퇴로 따위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했다.

죄송하지만 더 고민할 시간이 없습니다. 결정권자라면 이런 압박감을 견뎌내야 하는 법이죠. 파오스도 그렇게 가르쳤을 텐데요.

인간은 다시 한번 품 안의 구조체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의 모든 임무가 그랬듯, 베라는 입으로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늘 모두를 지켜왔다.

손가락으로 비요의 상처들을 더듬자 순환액이 흘러나왔다. 손에 묻은 순환액은 파도에 씻겨 내렸다.

수많은 이합 생물과의 전투로 이 기체는 완전히 한계에 다다랐다. 이전에는... 이렇게 망가질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본 적이 없었다.

인간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베라를 바라보았다. 가슴 한편에서 이상한 친숙함과 상실감이 차올랐지만, 애써 눌러 담았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립니까?

인간은 자신과 베라의 허리를 밧줄로 연결하고 그녀를 등에 업은 뒤 단단히 십자매듭을 지었다.

역시 미치셨군요. 자발적으로 죽으러 가시는 걸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네요.

인간은 밧줄을 다시 한번 당겨보며 저 멀리 "유전자은행"을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또 다른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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