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9 새벽과 황혼의 그림자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ER09-16 "의식 투사"

>

시청각 모듈을 교정하려 했지만, 주위 정보를 명확히 감지할 수는 없었다.

????

헤바, 헤바!

헤바

바렐... 리아... 지휘관님.

소리가 귀에 바닷물이 들어간 듯 울렸고, 눈앞의 빛도 뿌옇게 흐렸다.

헤바

여기가... 어딥니까?

학교 건물 옆의 폐허야. 여기 퍼니싱 농도가 비교적 낮아.

헤바가 잠시 긴장을 풀려는 순간, "반짝이는 물결" 같은 시야 속에서 갑자기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헤바

지휘관님, 조심하십시오!

헤바가 입을 열려는 순간, 눈앞의 광경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직후 펄스 총 특유의 총성이 들려왔다.

바렐리아가 자신을 부축한 채 연속으로 돌진하고 회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헤바는 완전히 깨어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헤바

읍!

??

정말 뛰어난 반응력과 신체 강도군.

멀지 않은 곳에서 맑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우아한 자태의 여성이었다.

바렐리아

사오토메 리카.

사오토메 리카

보통 성인의 반응 속도는 약 300밀리초 정도야.

훈련받은 전문가라면 이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지.

육상 경기에서 반응 시간이 100밀리초 미만이면 부정 출발로 간주하지.

검은 총구가 그녀를 겨누고 있는데도, 사오토메 리카는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사오토메 리카

바렐리아... 네 대원들이 부르는 이름을 보니 넌 인간이겠군.

그런 뛰어난 반응력과 신체 능력은 인간 중에선 매우 드문 일이야.

바렐리아

자료에 따르면 지금의 넌 구조체야. 하지만 외형은 인간 시절과 똑같군.

사오토메 리카

필요 없는 봉합선과 보기 흉한 개조 흔적은 진작에 제거했지.

이것 때문에 기체의 전투 성능은 희생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야.

난 강박증이 있어서 인간의 신체 특징을 재현하지 않으면 인간처럼 사고할 수가 없거든.

모듈화 커스텀 덕분에 얼굴과 몸매를 최대한 현실의 인간처럼 만들었지.

바렐리아

넌 똑똑한 사람이니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거야. 네가 어떤 모습으로 변했든 상관없어. 하지만 내가 정말 궁금한 건... 왜 여기에 다시 나타난 거지?

사오토메 리카

그럼, 넌 지금 날 위협할 입장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겠지?

리카는 바렐리아의 옆에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오블리크는 고통에 찬 표정으로 이마를 부여잡고 있었다.

사오토메 리카

지금 철수하지 않으면, 유우카의 교란이 점점 더 강해질 거야.

바렐리아

하지만 넌 멀쩡해 보이는데.

사오토메 리카

별 것 아닌 작은 특권이야.

리카의 얼굴에는 온화하고도 냉담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이를 본 바렐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총을 더 단단히 쥐었다.

사오토메 리카

물론, 내가 왜 돌아왔는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어.

이유는 간단해. 유우카가 깨어났거든.

그 아이의 첫 번째 구조체 수술은 성공이라 할 수 없었어.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외부에 설치할 수밖에 없었거든. 게다가 구조체로 개조했다 해도 신체가 너무 약했어.

퍼니싱이 폭발한 후, 내 조수가 마음대로 유우카의 에너지 공급관 대부분을 차단하고 저전력 상태로 휴면시켰어.

그래서 유우카의 모듈 대부분이 파괴됐어. 현재의 기술로는 유우카를 살릴 방법이 없어.

근본적인 이유는 일반 모듈뿐만 아니라 유우카의... 의식의 바다까지 손상되었기 때문이야.

유우카를 소생시키기 위해 수십 년간 모든 방법을 시도했어. 정석이든 편법이든, 어떤 수단을 써도 성공하지 못했어.

이 참담한 현실에 분노라도 하듯, 지면이 다시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학교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적조가 가까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가 수십 년 동안 메우지 못한 빈 곳을 너무나 쉽게 복구했어. 퍼니싱 그리고 적조의 힘까지 이용해서 말이야.

리카는 말을 이으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고, 벽 모퉁이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아이는... 또 어떤 대가를 스스로 감당한 걸까?

어둠 속에 가려진 리카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바렐리아는 그녀의 말 속에서 깊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거지?

내 딸을... 마지막으로 보러 가야겠어.

리카의 말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바렐리아는 그녀가 이미 떠났다는 것을 알았다.

왜... 총을 쏘지 않으신 겁니까? 그녀는... 임무 목표가 아닌 겁니까?

조용히 해.

너와 오블리크의 의식의 바다가 안정되고 나서, 다시 "임무 목표"를 말해.

오블리크가 고개를 돌려보니, 바렐리아의 얼굴에서는 끊임없이 땀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둘의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기 위해, 바렐리아는 이미 마인드 표식을 과부하로 출력하고 있었다.

팔지.

우리의 대화 다 들었겠지.

거친 노이즈가 지나간 후, 통신 단말기 너머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바렐리아는 지친 듯 눈을 감았다.

유우카가 깨어난 이유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콜레도르와 적조의 영향인 것으로 보이는군.

지금 이렇게 한가한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다니, 네 대원들은 괜찮은 가 봐?

흥, 성갑충과 연락이 두절되자마자, 구조용 무인 수송기가 출발했어.

그 이상한 "의식 투사" 때문에 아무리 많은 인원을 보내도 무의미한 희생만 발생할 뿐이야. 지금은 성갑충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어.

니콜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임무 브리핑을 짜증스럽게 훑어보았다.

그것보다 더 궁금한 건, 의식 투사가 어떻게 모든 이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할 수 있는 거지?

아주 간단해. 여기서 말하는 의식 투사는 진정한 "투사"가 아니거든.

진정한 "투사"가 아니라고?

알겠지만, 의식 연결이라는 건 간단히 말해서 지휘관의 표식을 구조체의 의식의 바다에 연결해서 의식을 안정화하는 보조 수단이야.

의식 투사는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파생 기술이지.

아시모프는 가상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해 봐.

다시 말해, 다른 이의 표식을 자신의 의식의 바다에 접속하는 건 같지만, 의식 투사는 여러 개의 마인드 표식을 동시에 접속하는 걸 허용해.

소위 "투사"하는 건 자신의 의식의 바다에서 환각을 만들어내서 다른 이를 제어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거야.

정말로 다른 이를 제어할 수 있었다면, 과학 역사에서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는 않았겠지?

니콜라는 임무 브리핑을 옆으로 던진 뒤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예리한 지적이야. 복수의 표식을 의식의 바다에 동시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이 되지. 게다가 정보 전달이나 타인 조종을 위한 환각 생성은 극도로 위험한 작업이야.

연결은 본래 환각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야. 의식 투사는 그것의 파생물인데, 단 하나의 환각을 만들더라도 의식의 바다 모형이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어.

그럼, 유우카는 이미...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인간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났어. 그런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되면 유우카의 의식의 바다도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을 거야.

실험자에게 극도로 엄격한 조건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의식의 바다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할 수 있어. 이것이 의식 투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이유지.

하지만 의식 연결의 파생 기술인데도 대상이 인간뿐만이 아니라 구조체와 로봇까지 포함하다니.

그건 적조의 영향 때문일 거야. 퍼니싱은 가리는 게 없으니까.

물론... 적조가 유우카에게 힘을 줬다라기 보다는...

아시모프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천천히 결론을 내뱉었다.

유우카가 적조의 신호 증폭기가 됐다는 게 맞을 거야.

박사님.

예의 바른 아이구나.

멈추지 말아야 했어요. 그리고 박사님도 여기 계시면 안 돼요.

여섯 개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팔지의 표정도 점점 더 일그러졌다.

이제 와서 유우카를 만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그 아이의 어머니니까.

리카의 얼굴에는 여전히 예의 바른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무척이나 냉담했다.

어머니, 어머니라고요?

팔지는 그 섬뜩한 발언을 두 번 되새겼다. 그 후...

쾅...

낡은 학교 건물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리카의 시야는 먼지로 가득 찼다.

연기가 걷히고 나서야 리카는 팔지가 뒤쪽 벽에 뚫어놓은 구멍을 발견했다. 팔지는 분노한 눈빛으로 리카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어머니.

리카는 팔지의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연기는 그만하세요! 단 한 순간이라도 유우카를 딸이라고 생각해 본 적 있나요?

……

유우카의 과거부터 적조에 침식된 현재까지... 이 모든 고통을 단 한 번이라도 함께 아파해 보신 적 있나요?

자기 딸을 연구의 희생양으로 삼는 게 "어머니"로서의 각오였나요?

분노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려 했지만, 팔지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그러다 마침내 광기 어린 고함이 되었다.

……

리카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체념한 듯 다시 떴다.

그래. 유우카는 내 딸이 아니라 그저 실험 품일 뿐이지.

연구 대상을 간절히 알고 싶어하는 마음은 모든 실험자가 가질 수 있는 감정이 아닌가?

그러면 가세요. 당신에겐 자격이 없... 으윽!

귀가 울린 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의식의 바다로 밀려왔다. 그리고 팔지는 다시 꿈속으로 빠질 뻔했다.

젠장, 유우카!

팔지가 고통스럽게 환각을 견디고 있을 때, 손목에서 서늘한 감촉이 전해졌다.

의식의 바다를 찌르던 통증이 조수처럼 빠져나갔다. 팔지가 고개를 숙여 손목을 보니 검은 금속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이게 뭐죠?

당시 실험에 사용했던 차단기다. 적조의 강화로 완벽한 차단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교란을 줄일 수 있을 거다.

그럼, 박사님은?

팔지는 리카의 손목을 힐끗 보았다. 하지만 그곳엔 이미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난 이제 필요 없어.

차단기도 없고, 마인드 표식으로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곧 침식될 거예요.

팔지는 차단기를 리카의 손목에 다시 채워주려 했지만, 리카는 차분하게 거절했다.

이건 뭐 특별한 물건이 아니야. 지금도 나한테 하나 있거든.

내가 더 이상 그걸 착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뿐이다.

팔지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경계의 눈초리로 리카를 계속 노려보았다.

죄송하지만, 그래도 박사님을 믿을 수 없어요.

이것으로는 유우카가 겪은...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보상할 수 없어요.

나도 이게 유우카한테 뭘 해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리카가 잠시 얼굴을 돌렸다. 그러자 차가운 미소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네가 나를 실험자라 부르겠다면, 난 그 누구보다 내 연구 대상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아둬.

유우카를 만나게 해줘. 실험자로든 아니면 네가 인정하지 않는 어머니로든.

너에게는 나쁠 게 없잖아.

다시는 제 앞에서 "어머니"라는 말을 꺼내지 마세요.

팔지가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내뱉었다.

자신의 몸을 구조체로까지 개조하고, 그토록 오래 유우카가 깨어나길 기다린 게 단순히 그녀를 한 번 보기 위해서였다는 말인가요?

그래.

간단한 대답에 팔지는 순간 멍해졌다.

팔지, 내가 하는 말을 들어봐.

유우카의 의식의 바다는 수많은 사람의 의식으로 가득 차서, 유우카 자신의 의식마저 잠길 지경이야.

자기 자신이... 잠긴다고요?

우습지 않아? 이건 의식 투사 실험이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야. 예상과는 달랐지만 말이야.

소위 의식 투사란 게, 자신의 의식을 다른 이에게 투사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투사"하도록 해서 결국 자신의 의식의 바다에 영향을 미치는 거야.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유우카에게 이런 짓을 하게 했잖아요!

……

리카의 눈에 미세한 고통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생각해.

유우카는 지금 적조의 힘을 사용하고 있어. 팔지.

다른 이들의 생사는 내 관심사가 아니야. 난 원래 이러니까.

그리고 유우카가 적조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난 막지 않을 거야. 오히려 기뻐할지도 몰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리카는 고개를 살짝 들어 차가운 달빛이 자신의 얼굴을 만지게 했다.

적조에 희생된 사망자 수는 헤아릴 수도 없어. 지금 유우카가 감당하고 있는 의식의 수와는 비교도 안 되지

퍼니싱 침식이든, 다른 이들의 의식 압박이든, 결국 유우카의 의식을 소멸시킬 거야.

지금 유우카는 적조의 의지에 의해 뒤틀리고 있고, 투사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어.

팔지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유우카와 만났던 순간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연약하고, 편집적이며, 광기 어린 모습 그 모든 것이 모두 유우카였다. 하지만...

유우카는 한때 온 힘을 다해 팔지를 위험에서 밀어냈는데, 지금은... 오히려 팔지를 죽음으로 이끌고 있었다.

리카의 말처럼, 유우카의 의지는 이미 적조에 의해 뒤틀려 버렸다.

팔지는 이런 사실을 일찍부터 이해하고 있었다. 다만 마주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왜 저한테 이런 얘기를 해주시는 거죠?

네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게 하려고.

가서 유우카를 막아줘. 그 끝없는 고통에서 해방해줘.

유우카를 막는다... 그녀와 적조의 연결을 끊으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둘은 동시에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멈춰선 시간 속에서 나무 그림자만이 소리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적조의 여인이 유우카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준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선량할까?

유우카는 투사 능력을 가지고 있어. 아마 그래서 선택된 거겠지.

지금 유우카의 의식은 조금씩 그 속에 묻히고 있어. 결국 의지를 잃은 완벽한 도구, 의지 없는 증폭기가 될 거야.

그때가 되면, 유우카는 진정으로 죽게 되는 거야.

리카의 미소에 쓸쓸함이 스며들었다.

가라. 팔지.

아직 늦지 않았다면...

유우카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볼 수 있을지도 몰라.

팔지는 자기도 모르게 다시 한번 주먹을 꽉 쥐었다가, 한참 뒤에 허무하게 폈다.

좋아요. 약속할게요.

팔지는 차단기를 손목에 착용하고, 유우카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리카는 팔지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힘없이 벽에 기대어 섰다.

이게... 네가 느끼고 있는 고통이라면...

너를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게 한 건... 이기심일 뿐이었구나.

리카의 입가에 자조적인 쓴웃음이 맺혔다. 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팔지가 간 방향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