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9 새벽과 황혼의 그림자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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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9-9 여름, 불꽃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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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학원 고등학교

5월 2일 저녁 맑음

학교 보건실

벽에 걸린 커튼이 걷히고, 벽면에 숨겨진 문이 안쪽에서 열렸다.

특별 격리실에는 독립된 병상과 창문 하나가 갖춰져 있었다.

병상에서 내려온 유우카는 왼손으로 오른팔에 있는 지혈용 솜을 눌렀다.

보건교사는 주사기와 막 벗은 일회용 장갑을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두 사람은 의무실 소파로 걸어갔다.

최근에 피를 토했다고 하던데, 사실이니?

네. 약 먹기 시작한 뒤로 가끔 피를 토해요.

그 외에 다른 증상은?

환청, 환각이 있고, 밤에는 악몽을 꿔요.

정신 안정제를 좀 처방해 줄게.

하지만 피를 토하는 문제는... 이게 최소 용량인데요.

더 줄이면 나중에 나노 기계 이식할 때 심각한 거부 반응이 올 거야.

네 체질은 이런 실험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심장도 안 좋잖아.

당시 제3자 보고서 결론에 정말 문제가 없었던 거 맞니?

전 괜찮아요.

몸이 약하긴 하지만, 실험을 끝까지 해낼 각오가 되어 있어요.

저는 걱정하지 마시고, 적절한 용량이나 처방해 주세요.

하... 네가 그렇게 말하니, 나도 망설일 필요는 없겠네.

처방해 준 영양제와 보조제도 꼭 먹어. 얼굴에 혈색이 하나도 없어.

자꾸 구역질이 나요.

안 돼. 힘들더라도 삼켜.

네.

유우카는 각종 약물을 가방에 넣고 보건실을 나갔다.

떠나가는 유우카를 본 보건교사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자리에 늘어졌다.

보건교사는 떨리는 손으로 서랍에서 담배를 꺼내 한 개비를 뽑았다가, 다시 쓰레기통에 버렸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보건교사는 돌아보다가 서랍 속 갈색 봉투를 발견하고는 잠시 멍해졌다.

얼마 전,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약속대로 이 봉투를 보건교사의 손에 전달했었다.

갈색 봉투 안에는 신문지로 감싼 연속되지 않은 번호의 지폐들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수국화 섬 의료센터의 외부 강사 초대장도 있었다.

보건교사는 조용히 서랍을 닫은 뒤, 창가로 걸어가 다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중년이 지난 그녀에게는 두 딸과 병든 어머니가 있었고, 급하게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의무실 창문은 운동장을 향해 있었고, 해질 무렵 여자 배구부원들이 훈련 중이었다.

멀리 학교 정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오늘은 정원 고등학교의 개방일이자 학교 축제일이었다.

팔지는 학교 건물 근처 벽에 기대어 서서, 신발을 갈아 신고 있는 유우카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수업 늦게 끝났어? 미안. 나 점심때 먼저 나왔거든.

오래 기다렸지? 어젯밤에 재채기를 해서 의무실에 다녀오느라 늦었어.

유우카, 오늘 밤 학교 축제랑 섬에서 하는 불꽃놀이가 있는데, 같이 가자!

그래? 작년엔 노가쿠 가면 만드는 가게가 있었던 것 같은데.

노가쿠 가면이 뭐야? 유우카가 그런 거에 관심 있어?

어. 난 흰 여우 가면이 제일 좋아. 같이 보러 갈래?

당연하지! 근데 그전에 먼저 먹을 거 사러 가야 해!

좋아. 네 말대로 할게.

학교 앞에서부터 거리까지 각종 가게들, 줄지어 선 다양한 색상의 전등과 간판들이 어지럽게 늘어서 있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거리를 오가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커민 향과 꽃향기가 뒤섞인 가운데, 연인들은 벚나무 아래 식사용 매트를 깔고 꽃구경을 했다.

떠들썩한 인파 위로 밤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팔지

길거리 튀김이랑 구이는 다 먹어봐야지. 하하하.

사오토메 유우카

정원 학생들만 올 줄 알았는데, 외부 사람들도 오는구나.

팔지

학교 동아리들이 오늘 대박... 아니. 실력 발휘하길 고대하고 있었거든.

방금 타악기부 드럼 설치하는 거 봤어. 걔네들도 한몫 챙기려나 봐.

사오토메 유우카

저기, 팔지, 잠깐만!

팔지

노가쿠 가면 한정판? 이게 네가 말한 그 가면 가게야?

어이구, 귀한 손님들이시네요. 학생들은 어떤 걸 찾으시나요?

여우신님 가면을 사고 싶은데, 예쁜 걸로 골라주세요.

학생은 예쁘니까 다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새로 나온 것을 한 번 시도해 보실래요?

가게 사장이 여우 가면을 유우카에게 건네자, 유우카는 받자마자 썼다.

답답하진 않네. 어때, 팔지?

와... 진짜 특이하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

이 고전적인 아름다움은 뭐지? 예쁜 얼굴이라 다 잘 어울리나 봐!

학생. 정말 이쁜 게 안개 속 초승달 같아요.

잠깐 보니까 진짜 여우신님 같아요. 카구야 공주님도 학생 앞에선 부끄러워할 거예요.

사장님이 과하게 칭찬하시니까 오히려 너무 눈에 띄는 건 아닌지 걱정되네요.

디자인은 마음에 들어요.

가자. 팔지.

경단이랑 꼬치 먹을래? 방금 산 게 많아서 혼자선 다 못 먹겠어.

냄새는 좋은데, 기름진 건 잘 못 먹어.

다음에 사줘.

그럼, 내가 다 먹을게.

팔지야, 우리 집 치킨 먹어볼래? 특제 소스로 만든 거야!

좋아요. 반 마리만 포장해 주세요.

팔지, 우리 집 구운 아이스크림은 아직 안 먹어봤잖아?

그럼, 두 개만 주세요.

여기도 있어. 올리브유와 우유로 튀긴 고기빵!

봉지에 담아주세요.

팔지야, 점 볼래? 수정구슬, 타로 카드 다 있어.

그럼, 다음 경기에서 기록 깰 수 있는지 봐주세요.

왠지... 여기 사람들이 널 아는 것 같아. 이 거리의 귀빈이네. 팔지.

괜찮아. 이 정도 열량은 내일 하프 마라톤 뛰면 다 소모 돼.

그런데 아쉽네. 작년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이 거리에서 다 써버렸어.

둘이 이야기하는 동안 멀리 어두운 밤하늘에 연노란 불꽃이 피어올랐다.

불꽃놀이가 시작된 건가?

유우카! 강가로 걸어가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팔지는 유우카의 손을 잡고 인파를 지나 숲으로 들어갔다.

팔지, 왜 이런 좁은 길로 가는 거야? 모기도 많은데.

모르는구나? 여기가 강가로 가는 지름길이야. 내가 작년에 찾아냈어.

큰길로 가면 커플들이 바리케이드처럼 겹겹이 막고 있거든.

달달거리는 애들 뒤에 서 있으면 기분만 나빠져.

바리케이드...

자, 따라와!

멀리서 간간이 들려오는 불꽃놀이 소리와 함께, 두 소녀는 울창한 숲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나뭇가지와 잎사귀가 바스락거리는 가운데, 낮은 식물들로 둘러싸인 숲속 회관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란히 내려왔다.

아름다운 여인이 남자의 팔을 붙잡고, 한 손으로는 입을 가리며 웃으면서 귓속말을 하고 있었다. 마치 연인처럼 보였다.

사오토메 박사님, 취하신 겁니까!

조금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있고, 이 근처에는 박사님의 학생들도 있으니까요.

하하, 요시히로 박사님은 겁이 많으시군요.

학창 시절에 저한테 고백도 하셨잖아요. 제 기억이 틀렸나요?

다 지난 일입니다.

그날 아침 얼굴이 새빨개져서 교실 밖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박사님의 모습이 기억나네요.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그때는 박사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저도 그 경쟁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요. 오랜 친구를 만난 게 뭐가 이상한가요? 아니면 다른 기대라도 하신 건가요?

그만하시죠. 저는 "학술 토론을 하자."는 이유로 속아서 나온 겁니다.

부인은 어떠신가요? 지난번에 갔을 때 못 뵌 것 같은데요.

아내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사오가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었죠.

죄송해요. 안타까운 소식이네요.

괜찮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니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리카는 팔짱을 끼고 있던 팔을 자신의 몸 안쪽으로 더 당겼다.

사오토메 리카

외롭지 않으신가요?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은 요시히로는 미간을 찌푸리며 리카의 손을 뿌리쳤다.

지금은 마사오를 어른으로 키우는 것이 제 유일한 목표입니다. 그 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습니다.

그런가요?

리카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터진 불꽃이 두 사람의 표정을 선명하게 비추었다.

그리고 사오토메 리카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목소리는 불꽃 소리에 묻혀버렸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강가에 같이 가시겠어요? 오늘 밤 불꽃놀이가 있거든요.

그러시죠.

팔지, 네가 말한 비밀 지점이 여기야? 방조제라니...

사람도 없고 좋잖아? 게다가 이 각도에서 보는 불꽃놀이는 완벽해.

여름에 여기 오면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편하게 한숨 잘 수도 있을 거야.

조심해. 소파블록 위에서 균형을 잃기 쉬워. 아래는 온통 더러운 진흙뿐이야.

그만 말하고 어서 봐봐. 예쁘지 않냐? 불꽃이 우리한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어.

밤하늘에 화려하고 다채로운 불꽃들이 연이어 터져 올랐다.

그러자 눈을 가늘게 뜬 유우카의 눈동자에 형형색색의 불꽃이 비쳤다.

둥글거나 납작한 독특한 모양의 불꽃들이 찬란하게 빛났다. 이내 하얀 연기가 되어 수면 위를 떠다녔다.

불꽃이... 정말 아름답다. 짧지만 정말 화려해.

유우카! 같이 셀카 찍지 않을래?

잠깐만.

유우카가 허리 쪽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가방끈이 만져지지 않았다.

큰일 났다. 내 가방...

없어졌어?

숲길을 지날 때 서두르다가 나뭇가지에 걸린 거 아니야?

나중에 분실물 보관소 가보는 건 어때?

안 돼. 내 약...

안 돼! 당장 돌아가야 해. 안 그러면 다른 사람이 가져갈지도 몰라.

팔지, 미안해. 나 가봐야 할 것 같아.

가방 잃어버리면 박사님한테 혼날 거야. 안에 정말 중요한 게 들어 있거든.

유우카는 뒷걸음질 치며 팔지에게 사과했다.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잠깐, 유우카. 왜 그래?

팔지, 미안해... 다, 다 내 잘못이야. 난 항상 일을 망치기만 해.

난 정말 쓸모없어. 용서해 주세요. 박사님.

자꾸 미안하다고 하지 마. 널 끌고 지름길로 간 건 나잖아!

아무튼, 난 여기서 기다릴게!

팔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우카는 비틀거리며 숲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다 넘어질 뻔했다.

조심해. 천천히 가라고!

고요한 숲속, 여자와 남자가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잡초로 우거진 황량한 땅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새 단장을 마친 모습이었다.

양옆으로는 정갈하게 줄지어 선 대나무숲이 있었고, 길은 하얀 자갈로 포장되어 있었다.

정말 멋진 곳이네요. 사오토메 박사님. 어떻게 이런 곳을 찾으셨습니까?

여기는 제 비밀 기지거든요. 오늘 특별히 오오사코 박사님과 데이트하려고 온 거예요~

저기... 그런 오해할 만한 말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전에 왔을 땐 아무것도 없었는데, 언제 이렇게 멋지게 꾸몄죠?

섬에서 새로 개발 중인 관광지 프로젝트예요. 저기 보세요. 원래는 정자 하나를 세울 계획이었죠.

정말 잘 알고 계시군요. 호수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거 같군요.

예전에 원예사 협회의 현장 견학에 참여했었는데, 한눈에 이곳에 반해버렸어요.

그래서 특권을 사용해 언제든 손님을 데리고 올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냈죠.

사오토메 박사님이 조경학 학위를 받으셨다고 들었는데, 과연 소문대로시네요?

그냥 조금 아는 정도죠. 마음의 안정을 위한 취미일 뿐이에요.

대단하십니다. 과학자이신 줄만 알았는데, 원예학자이기도 하시네요

자, 계속 이동하시죠.

박사님께서 보고 싶어 하시던 호수입니다.

고개를 숙여 머리 위 나뭇가지를 피한 두 사람은 잘 다듬어진 자갈길을 따라 걸어갔다.

그때, 하늘에서 불꽃이 연달아 터지면서 큰 굉음이 울려 퍼졌다

리카는 발이 미끄러져 넘어질 뻔했지만, 요시히로가 재빨리 붙잡아 주었다.

방금 저보고 겁이 많다고 하셨는데, 박사님이야말로 불꽃놀이에 놀라 움찔하시는군요.

조금씩 가까워지니 그랬죠. 저도 여자일 뿐이니까요.

몇 분마다 한 차례씩 하늘로 쏘아 올리는 것 같은데, 컴퓨터로 미리 설정해 놓은 걸까요?

네. 5분 23초 간격이에요.

기억하시는군요?

어렸을 때부터 한 번 본 것은 잊지 않는 편이죠. 방금 걸어오면서 다 파악했습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오늘의 성과를 이루신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조용한 길을 따라 걸으며, 한가롭게 대화를 나눴다.

시간이 꽤 흘러서인지, 요시히로는 다리가 아파 쉴 곳을 찾고 싶어졌다.

리카 박사님, 근처에 지어진 정자 같은 곳이 있습니까? 좀 쉬고 싶어서요.

리카 박사님?

오오사코 요시히로는 좌우를 둘러보았지만, 리카는 따라오지 않았다.

하늘에선 비단 리본처럼 곧게 뻗어 오르는 불꽃놀이의 꼬리가 반짝였다.

0.5초 후,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울렸다.

두 번이었다. 하나는 가까운 곳에서, 다른 하나는 멀리서 울렸다.

요시히로가 리카를 바라보자, 리카도 마침 미소를 띤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미소에는 어딘가 쓸쓸한 기색이 묻어나 평소와는 달랐다.

어떤 꾸밈도 없이, 순수한 소녀처럼 미소 짓고 있었다.

요시히로는 가슴을 만졌고, 손가락에서 축축하고 끈적한 감촉을 느꼈다.

칠흑 같은 밤이었지만, 요시히로는 손에 묻은 것이 가슴에서 흘러나온 피임을 직감했다.

그런 겁니까?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을 내려놓은 리카는 천천히 요시히로의 곁으로 다가갔다.

의식 투사 실험은 반드시 해야만 해요. 이런 방식으로 당신에게 말하게 돼서 죄송하네요.

리카 박사님, 당신이 쓴 그 총은 뭐죠?

Glock43이에요.

요시히로를 껴안은 리카는 총구를 그의 복부에 대고 다시 두 발을 쐈다.

전에 제가 여쭤봤던 질문을 기억하시나요?

가장 날카로운 검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세상에는 뛰어난 검이 많아요. 모두 특별한 개성과 장점을 지니고 있죠.

하지만 사람을 죽일 수 없는 무기는 단지 장식품에 불과하죠.

요시히로, 당신의 검은 정말 훌륭해요. 벽 한 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요.

그리고 장식품으로는 아주 괜찮아요.

리카는 천으로 권총의 총신을 닦아낸 뒤, 권총을 요시히로의 손에 쥐여주었다.

바닥에 쓰러진 요시히로는 움직임을 멈췄고, 흘러나온 피가 땅을 적셨다.

코헤이.

근처 대나무 숲 뒤에서 유령처럼 가는 그림자가 나타났다.

네. 사오토메 박사님.

진짜처럼 보이게 처리해.

알겠습니다.

사오토메 리카는 손을 한 번 닦고는 코헤이를 향해 걸어갔다.

그때, 옆에 있던 덤불에서 갑작스러운 발소리가 들렸다.

리카는 놀란 듯 고개를 돌렸고, 코헤이도 즉시 허리춤에서 총을 꺼냈다.

나뭇가지와 잎사귀가 바스락거리더니, 곧 정원 교복을 입은 여고생 한 명이 튀어나왔다.

어?

박... 박사님?

유우카는 커다란 두 눈으로 피웅덩이에 쓰러진 오오사코 요시히로를 바라보았다.

박... 박사님. 이... 이건...

유우카가 다시 리카를 바라본 순간, 코헤이의 권총이 그녀를 겨누고 있었다.

리카는 손을 뻗어 긴장으로 굳어버린 코헤이의 팔을 내렸다.

코헤이, 아이한테 총 겨누지 마.

리카는 유우카를 바라보며 경련처럼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유우카, 이런 늦은 시간에...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야?

저... 저는...

불꽃놀이 보러 왔다고? 누구랑? 친한 친구 팔지랑 같이 온 거니?

리카가 천천히 유우카 쪽으로 다가가자, 그녀는 두려움에 뒷걸음질쳤다.

괜찮아. 유우카. 이리 오렴.

네가 본 건 그냥 우연한 사고일 뿐이다. 걱정하지 마.

리카는 조심스레 다가와 유우카 앞에 서더니, 다정하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괜찮아. 곧 본 것들을 모두 잊게 될 거야.

박사님, 죄... 죄송하지만, 박사님이 죽이신 건가요?

그게 그렇게 신경 쓰이니, 유우카?

아니요. 저는 박사님이 하신 일이 옳다고 생각해요. 맞죠?

그래. 우리가 맞단다. 틀린 건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야.

이 일에 대해서는 팔지한테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알겠지?

네. 알... 알겠습니다.

엄마한테 약속해 줄 수 있지?

"엄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 유우카는 멍한 상태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그리고 따뜻한 기억에 잠긴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박사님이 하라는 건 뭐든지 잘 따를게요.

박사님은 제 전부니까요. 박사님...

유우카는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흘렸다.

리카는 유우카를 안은 팔을 풀고는, 그녀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유우카, 네가 앞으로 참여할 실험은 매우 중요하단다. 인간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어.

인간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 수 있겠니? 솔직히 말하면, 난 네가 걱정된다.

마음이 바뀌었다면 지금이라도 말해주렴. 마침, 코헤이도 여기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난 네 진심을 들어줄 거야. 유우카.

이게 박사님께서 꿈꾸시는 미래라면, 전 뭐든 할 거예요. 뭐든지요.

박사님, 저...

리카는 몸을 숙여 유우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지금은 여기 있으렴.

네. 박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