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9 새벽과 황혼의 그림자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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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9-8 균일한 속도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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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수국화 섬 제2회 고교 육상 선수권 대회 개막식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참여해 주신 내외빈과 응원단에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주최 측인 정원 학원 고등학교의 전폭적인 지원과 훌륭한 경기장 제공에도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여자 800미터 달리기가 시작됩니다. 출전하는 선수들은 등록처로 이동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기 봐, 우리 학교 에이스 팔지가 준비 운동하고 있어!

정원의 육상 여왕이지? 표정이 되게 여유로워 보이는 게 승리를 확신하나 봐.

방금 전까지 트랙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학생회 부원들에 의해 흩어지면서 선수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8개로 나뉜 색깔 트랙 중에서 눈썹을 찌푸린 팔지가 4번 트랙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잠깐, 팔지가 뛰어서 도착한 거 같은데. 그럼, 체력 소모 때문에 경기에 영향 주는 거 아니야?

이러면 다른 학교 선수들이 압박감을 느끼게 될 거야. 심리 전술인 거지.

너무 멋져요. 팔지 선배!

멀리 트랙에서는 팔지가 어깨 스트레칭을 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진짜 재수 없네. 아침도 못 먹었는데. 됐어. 일단 준비 운동이나 하자.

팔지는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며 몸 상태가 정상인지 확인했다.

뛸만하네.

심판의 짧은 호루라기 소리가 두 번 울리자, 준비 운동을 마친 선수들이 출발선으로 이동했다.

서로 다른 학교에서 온 육상 선수들이 긴장감 속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팔지는 의외로 눈에 띄었다.

트랙 주변에는 정원 고등학교의 응원단이 있었는데, 대부분 육상부 후배들이었다.

고개를 들어 응원단을 한 번 훑어본 팔지는 누군가를 찾는 것 같았다.

유우카는 안 왔나? 그저께 분명 응원하러 온다고 했는데.

약속을 어기는 애가 아닌데...

에이, 신경 쓰지 말자!

팔지가 경기와 관계없는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호루라기 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심판

준비!

곧이어 출발 총소리가 울렸고, 모든 선수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허리를 숙이고 앞으로 나아가며, 팔지는 무게중심을 낮춰 유리한 자리를 차지했다.

경기장 내 관중들이 흥분하면서 열기가 끓어올랐다. 이와 동시에 차양막 아래 앉아 있던 사회자가 해설을 시작했다.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건 정원의 육상 여왕 팔지입니다!

정말 빠릅니다. 팔지 선수. 첫 바퀴부터 전력 질주하는 겁니까!

체력 관리를 잘해온 것 같습니다.

정원의 운동장은 뜨거운 환호와 응원으로 가득 찼고, 땀방울이 흩날렸다.

곧이어 팔지가 양팔을 힘차게 흔들며 곡선 주로와 속도계를 빠르게 통과했다.

400미터 구간을 통과한 현재, 정원의 팔지 선수가 크게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잠깐만요. 이 속도는 뭐죠?

팔지 선수의 전반 400미터 기록이 여자 고교 400미터 리그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800미터 경기인데 말이죠.

속도계가 고장 난 거 아닙니까?

사회자가 스태프들과 기록을 확인하느라 정신없을 때, 선수들은 아직 400미터 지점을 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팔지는 계속해서 큰 보폭으로 달려 나가며, 자신만의 리듬과 호흡을 유지했다.

팔지는 이런 다소 "고독한" 광경에 익숙해져 있었다. 같이 뛰는 친구들 없이, 오직 혼자...

멀리 있는 결승점을 향해 달리며, 햇살과 어제의 자신을 쫓아가고 있었다.

마음은 평온했고, 몸의 불편함과 감정의 억눌림도 잊은 채 오직 달리기에만 전념했다.

팔지는 이때가 가장 즐겁고 또 가장 매료되는 순간이었다. 오직 이때만이 그녀는 청춘을 만질 수 있었다.

팔지 선수, 두 번째 바퀴에서도 속도가 줄지 않습니다!

대체 어떤 괴물인 거죠?

이제 마지막 직선 주로입니다! 하지만 승부는 이미 결정 난 상태입니다.

최종 우승자는 정원 고등학교의 팔지입니다.

팔지는 두 팔을 벌리며 결승점을 통과하여 이번 육상 대회의 첫 우승자가 되었다.

육상부 후배들이 물병을 들고 팔지 주위로 몰려왔다. 그리고 팔지의 귓가에는 온갖 칭찬의 말들이 가득했다.

팔지는 웃으면서도 쓸쓸한 표정으로 출발선 근처를 바라보았다.

무슨 급한 일이 있는 거겠지? 아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