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9 새벽과 황혼의 그림자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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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9-3 결석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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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 가장자리 진흙에 반쯤 박힌 수송기의 옆문이 폭발했다.

두 개의 연막탄이 떨어진 위치에서 하얀 연기를 피워 올렸고, 그림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이어서 동체에 장착된 기관포가 갑자기 주변의 나무들을 향해 난사를 시작했다.

나무 뒤에 숨어있던 침식체 둘이 대구경 총알에 맞아 쓰러졌다.

보고합니다. 목표가 기관포에 의해 처치되었습니다.

팔지, 1번 위치에서 길을 열어.

헤바, 전자전과 환경 관측해. 그리고 나와 나란히 서거나 내 뒤에 서.

오블리크는 소대 맨 뒤에서 헤바를 보호하면서 후방을 맡아.

Ⅴ, 4시 방향입니다!

바렐리아가 재빨리 총구를 어두운 숲으로 돌려 펄스탄 두 발을 발사했다.

휘몰아치는 총알이 숲으로 들어가자 삼켜진 것처럼 소리가 사라졌다.

피한 건가?

전원, 야간 투시 모드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갑충 전방 가까운 개활지에서 침식체 셋이 튀어나왔다.

침식체들은 삼지창 대열으로 공격을 펼쳤다.

너희들 여기서 파티라도 열겠다는 거야? 어?!

과감하게 앞으로 돌진한 팔지가 로봇 팔을 휘둘러 그중 둘을 손쉽게 해치웠다.

마지막 침식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팔지를 피해 바렐리아에게 곧장 돌진했다.

야, 바렐리아! 너 쪽으로 가고 있어!

바렐리아는 연속으로 두 발을 쐈다. 하지만 침식체는 총알을 무시한 채 돌진해오고 있었다.

모두가 바렐리아 쪽으로 방어하고 있을 때, 헤바의 뒤에 갑자기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기도 전에, 재빠른 그림자가 순식간에 바렐리아와 헤바를 스쳐 지나갔다.

강철로 만들어진 "네 개의 손"이 그 주먹을 막아냈다.

거대한 로봇은 공격이 막히자, 반작용으로 두 걸음 뒤로 물러나게 됐다.

로봇 팔을 뻗은 팔지는 불만스럽게 목을 움직이며 상대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네 상대는 나야!

몸을 똑바로 세운 팔지가 외장 팔로 침식체의 두 주먹을 반대 방향으로 비틀었다.

완력 대결이라면 절대 지지 않아.

침식체가 팔지가 밀어내는 힘으로 지면에서 조금씩 떠올랐다.

호흡을 고른 뒤, 두 다리로 지면을 움켜쥐고는 강한 일격으로 침식체의 가슴을 꿰뚫었다.

두 주먹으론 여섯 손을 이기지 못해. 멍청아.

팔지 방심하지 마. 적이 전술적으로 협력하고 있어!

반대 방향으로 계속 화력을 쏟아내던 바렐리아가 고개를 돌려 경고했다.

하지만 말을 다 잇기도 전에 바렐리아가 먼저 이상함을 느꼈다.

전술...

전술적 협력?

침식체가 정말 전술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는 걸까?

"풀리아 삼림 공원"과 같은 사례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때 상황은 벌집 시스템과 비슷한 집단성 명령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방금 전 침식체들 사이의 협력은 너무나 호흡이 잘 맞았다.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자가 있을 거야.

이건 로봇의 머리로 생각해 낼 수 있는 게 아니야.

우리처럼 상대방도 지휘관과 소대 형태라는 말이야?

하지만 너희들은 내 꼭두각시가 아니잖아.

우리를 공격하는 침식체들은 자살 공격을 신봉하는 의식 없는 꼭두각시일 뿐이야.

그러고 보니, 상대가 우리의 의식의 바다를 공격했는데도 우리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어.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팔지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온몸에 폭탄을 묶은 로봇이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영원의 나라... 극락세계... 속세를 벗어나...

나는... 반딧불이다.

자폭 로봇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바렐리아를 향해 갑자기 돌진했다.

조심해!

팔지는 눈 깜짝할 새에 발을 뻗어 자폭 로봇을 공중으로 걷어찼다.

눈부신 빛이 지나간 후, 공중으로 던져진 로봇은 순간적인 불꽃으로 변했다.

그것의 "시체"는 금속 비가 되어 꽃잎을 뿌리듯 땅으로 흩어지며 섬뜩한 비명을 내질렀다.

잠시 후, 바렐리아와 팔지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가 확인했다.

땅에 남아있는 생체공학 성대 조각에서는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잡음을 내뱉고 있었다.

자폭 로봇

약속했잖아. 팔지. 돌아와.

로봇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바렐리아가 총을 들어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그때 마침 헤바와 오블리크도 달려왔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방금... 내 이름 부른 거야?

우리 모두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이 침식체들은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셋씩 나타나서 둘은 위장 공격을 하고 나머지 하나는 V한테 돌진했습니다.

집행 소대의 지휘관이 전투 능력이 없다는 것을 판단한 걸까요?

명령하는 머리부터 잘라내고 나머지 사지를 하나씩 무력화하려는 거야.

앞서 연락이 두절된 두 집행 소대도 이렇게 당했을 거야.

팔지.

솔직히 말해.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침식체가 네 이름을 알고 있지?

바렐리아의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차분했다.

그렇게 물어봐도, 난 아무것도 몰라. V.

나도 여기 수년 만에 처음 오는 거니까.

그때 퍼니싱이 거의 모든 인간을 삼켜버렸고, 내 가장 친한 친구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어.

여기 남아 있는 게 있다면, 그건 망령뿐일 거야.

이게 네가 알고 싶은 거라면!

됐어.

바렐리아가 팔지에게서 시선을 돌려 앞으로 가려는 순간.

그와 동시에 팔지가 머리부터 땅에 쓰러졌다.

팔지!

바렐리아가 몸을 낮춰보니 팔지의 두 눈에선 이미 생기가 사라져 있었다.

의식의 바다 진동!

진정해. 그리고 마인드 표식을 찾아.

바렐리아가 팔지와 연결을 준비하려던 순간, 근처에 있던 오블리크도 쓰러졌다.

하나씩 당하는 건가?

지휘관이 집중력을 잃게 되면, 대원들과의 의식 연결이 약해지지.

이 타이밍을 노린 건가?

바렐리아가 유일하게 버티고 있는 헤바를 바라봤다.

헤바, 상황은?

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젠장... 바렐리아 지휘관님!

의식의 바다 안에 어떤 힘이 존재합니다. 지휘관님의 표식에서 우리를 떼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바렐리아가 이를 악물고 최대한 연결을 안정시키려 노력했다.

노래... 이 노랫소리는...

땅에 쓰러져 있던 팔지가 의식을 희미하게 되찾은 듯했다.

하지만 팔지의 눈에 비친 것은 전장이 아닌 이상한 광경이었다.

눈부신 햇살, 넓고 쾌적한 교실 그리고 제복을 입은 소년 소녀들.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있었고, 손을 맞잡으며 따뜻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걱정이나 미련 없이 지치지도 않고 노래를 불렀다.

이 학교에서의 생활이 어느덧 몇 년이 지났어요.

돌이켜보니, 세월이 참 빠르게 흘렀네요.

이게 졸업식인가?

수국화 꽃다발을 든 소녀가 사람들 사이를 지나 팔지에게 다가왔다.

소녀에게서는 경계심을 완전히 녹여버릴 만한 달콤한 꽃향기가 났다.

넌?

쉿.

노래...

이 공격의 특성은 환각을 유발하는 건가?

시간이 없어. 먼저 잠복해야겠어.

바렐리아는 깊게 숨을 들이쉰 뒤 두 눈을 감았다.

지휘관으로서 바렐리아는 전투 중에 이런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잠시 동안 자신의 방어를 포기함으로써 전장의 산 표적이 되는 셈이었다.

모든 위험을 뒤로 한 채, 바렐리아는 팔지의 의식의 바다로 들어갔다.

이때, 울창한 숲 사이에서 발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지며 울려왔다.

지휘관님, 뭔가 있어요.

반응이 없는 바렐리아를 바라보며, 헤바는 한숨을 내쉬었다.

발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지자, 헤바는 어쩔 수 없이 비틀거리며 바렐리아의 권총을 집어 들었다.

정신의 에덴에 우리와 함께 들어가. 영원의 나라 주민이 되어라.

네가 무엇을 믿든 상관없다. 여기가 낙원이고, 가나안이며, 극락정토이다.

조종당하는 구조체 병사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천천히 헤바를 향해 무기를 들었다.

우리한테서 떨어져!

총구에서 발사된 펄스탄이 휘청거리던 구조체를 쓰러뜨렸다.

왜 공중 정원을 배신한 거지?

구조체?

선택의 자유가 없었어.

그녀가... 우리 머릿속에 들어왔어.

그녀가 심어준 에덴의 꿈이 모두의 의지를 부식시켰어.

쓰러진 구조체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하며 중얼거렸다. 헤바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게 조종당한 결과인 건가?

끼...

끝이 없네!

헤바는 간신히 방아쇠를 당겼지만, 대형 침식체의 접근은 끝내 막아낼 수 없었다.

지휘관님... 아직 안 되는 겁니까?

뭔가 좋지 않은...

시야는 길쭉한 그림자에 가려졌다. 그리고 무언가가 자신을 어깨에 메고 미친 듯이 달리는 것을 느낀 헤바는 필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려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쾅...

끽??

거기 서!!

번쩍이는 전광이 침식체의 몸을 관통했고, 헤바는 곧바로 또 다른 구조체에게 납치되었다.

쳇. 늦었어. 못 막은 건가?

정신을 차린 팔지는 바로 공격을 시도했지만, 에너지 축적이 부족한 탓에 헤바를 데려간 구조체를 막지는 못했다.

그런데 침식체가 구조체 병사와 협력한다고? 참 좋은 세상이네.

대체 어떤 세뇌 기술이길래 숙적 둘을 형제처럼 만들 수 있었던 거지?

난 양측을 모두 꼭두각시로 부리는 이가 누구인지가 더 궁금해.

방금 오블리크를 안정시킨 바렐리아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건 나중 얘기고, 헤바의 위치 장치가 우리 단말기랑 연결돼 있지?

아직 연결은 끊기지 않았습니다. 추적은 가능하지만, 더 멀어지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신호 교란 때문에, 누군가가 반드시 헤바 곁에서 중계기 역할을 해야 추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교란이 가장 강한 방향과 악성 의식의 바다 침투가 증가하는 방향...

이 두 개를 곡선으로 중첩했을 때 겹치는 구역은...

방위 451이야. 이미지 분석해.

야간 투시 모드로 이미지 강화 진행합니다. 비석과 폐건물들이 보입니다.

비석에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학교인 것 같습니다.

정원 학원 고등학교.

저건 비석이 아니라, 우리 고등학교의 교문이야.

내가 가지. 학교 지형은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내가 적의 화력을 끌어들이는 동안, 너희는 포위망을 빠져나가.

……

바렐리아가 잠깐 눈을 감았다.

지체할 수 없어. 성갑충은 더 이상 대원을 잃어선 안 돼.

헤바를 데리고 돌아올게.

……

무리하게 들어가지 말고, 위험하면 돌아와.

단말기 통신 유지하면서 10분 간격으로 연락해.

바렐리아는 드물게 잔소리를 했다.

그리고 지표면 근거리 통신은 정상 작동 중이지만, 공중 정원으로 전송한 메시지는 아무런 응답이 없어.

통신 앵커 포인트를 챙겨가.

바렐리아가 검은 장치를 팔지에게 건네주었다.

원거리 통신이 복구되면 공중 정원과 연락할 수 있을 거야. 옥상에다 설치하면 될 거야.

알았어.

팔지는 말하면서 로봇 팔로 다가오는 침식체 둘을 쓰러뜨린 뒤, 울창한 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럼, 이제...

오블리크, 기습 준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