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갑충 소대가 탑승한 수송기가 공중 정원을 떠나, 자동 순항 단계에 진입했다.
바렐리아는 조종석을 떠나, 천천히 기내 뒤로 이동했다.
임무 내용을 간단히 얘기하겠다.
적조가 어떤 인공섬으로 모이고 있는 상황으로, 이미 두 개 소대가 그 섬에서 실종됐다.
적은 이합 생물뿐만 아니라 실종된 아군 소대일 수도 있다.
지상 전투에 적조라면, 왜 그레이 레이븐과 같은 정규 집행 소대에 맡기지 않는 겁니까?
그레이 레이븐 전원은 아직 루시아의 기체 변경에 협력하고 있다. 물론...
성갑충이 선택된 건, 임무 지점을 잘 아는 대원이 있어서다.
바렐리아는 질문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다시 말하면, 그녀는 말할 때 모든 의미를 한꺼번에 전달하려 노력하는 이였다.
하지만 지금 그 뜻은...
팔지는 바렐리아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느꼈다.
수국화, 인공섬. 거긴 내가 고등학교를 다녔던 곳이야.
그래서 인공섬 내의 길을 잘 알아. 길이 아직 남아있다면 내가 안내해 줄 수 있을 거야.
……
퍼니싱이 폭발한 후, 인공섬은 폐허가 되었고, 난 그곳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생존자 중 하나야.
자세한 내용은 네가 받은 사령관님의 자료를 보는 게 좋을 거야.
팔지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듯, 두어 마디 설명을 덧붙인 뒤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알았어.
그럼, 계속하자.
기상 위성이 야간에 연속적인 이동 흔적을 포착했다.
짧은 소동이 지나간 후, 바렐리아는 임무의 세부 사항을 계속 설명했다.
오블리크는 설명을 들으며 단말기의 요구를 검토하고 있었고, 헤바는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팔지는 뺨을 괴고 오른손 검지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 지구의 윤곽이 시야를 가득 채웠고, 이어서 구름 덩어리들이 나타났다.
다가오는 푸른 별을 바라보며 팔지의 마음속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의도적으로 봉쇄된 듯한 기억들이 팔지의 머릿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저 푸른 하늘은 거미줄처럼 영원히 멈추지 않는 여름이었다.
누구도 그곳에서 진정으로 도망칠 수 없었다.
구름 한 점 없이 정말 푸르구나.
개학 날 이렇게 날씨가 좋다니 드문 일이구나. 이 기회에 잘 둘러보렴.
나 이렇게 오래된 학교는 처음 봐. 진짜 짜증 나.
하하하, 목소리 좀 낮춰라. 팔지.
너희 신입생 수첩에는 이렇게 적혀 있잖니.
정원 학원 고등학교는 엄격한 학풍으로 유명한 사립학교라고 말이야.
학식과 고상한 인격을 겸비한 엘리트를 육성하는 곳이며,
교훈이 "광활한 천지를 탐색하고, 완벽한 인간에 다가서라."라고 되어 있네.
정말로...
미적 감각이 구식이라기보다는 외부에 의도적으로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싶었던 거겠지.
무슨 자세?
음... 엘리트 계층의 오만함이랄까?
어쨌든 이곳은 섬에서 제일 좋은 고등학교야.
아빠가 친구 몇 명에게 추천서를 부탁해서 겨우 입학시킬 수 있었어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데, 섬에 올 때 내 의견은 물어본 적도 없잖아.
미안. 또 아빠 잘못이네. 하하.
팔지는 구름 한 점 없던 그날 아버지를 따라 이 학교에 왔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시류에 휩쓸려 청춘을 헛되이 보내고 있었다.
낮게 지어진 고급 석재의 교문과 금박으로 새겨진 학교 상징을 보았을 때,
아버지가 말씀하시던 엘리트 계층의 오만함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일종의 소심한 두려움이 느껴졌다.
땅에는 썩어가는 꽃잎들이 있었고, 독한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복 안감에 땀이 배어들었고, 단추를 하나 풀어도 더운 건 마찬가지였다.
햇빛을 피할 곳을 찾아 신입생들과 학부모들의 포위망을 뚫고 지나갔다.
교문 옆 나무 아래에는 하얀 피부의 소녀가 서 있었다.
둘은 우연히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린 채 인형처럼 서 있었다.
팔지는 그녀가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가갔다.
만나서 반가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어. 맞아. 너는?
아, 난 팔지야. 나도 1학년 신입생이야.
팔지 동창...
넌 이름이 뭐야?
만나서 반가워. 나는...
수송기의 굉음이 팔지를 그 답답한 공간으로 다시 끌어들였다.
윽.
왜 그래?
별거 아니야. 설명 듣고 있었어.
적조와 연락이 두절된 소대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 외에도 임무 목표가 하나 더 있다. 그리고 가능한 한 생포해야 한다.
그 임무 목표가 뭡니까?
황금시대의 과학자다. 자료는 이미 각자 단말기로 전송됐다.
수송기가 곧 정해진 고도로 하강할 거다. 모두 준비해.
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팔지는 그때의 일을 후회했다.
추억에 잠겨 헤바의 입을 제때 막지 못한 것을 말이다.
삐삐삐삐삐...
?
기내 곳곳에서 갑자기 눈부신 붉은 불빛이 깜빡였다.
곧이어 급박한 경보음과 인공 음성이 들렸다.
[경고합니다! 고속 열원 반응이 감지됐습니다!]
RWR 반응?
헤바는 재빠르게 조종석으로 달려갔다.
왜 그래? 어디가 고장 난 거야?
레이더 경고야.
3시 방향 아래쪽에서 고속 대공 미사일이 감지됐습니다.
헤바는 빠르게 제어 패널을 두드렸고, 오블리크도 그 옆으로 다가갔다.
시간이 될까? 전자기 교란을 시도해 볼까?
ECM 시스템을 개방합니다. 회피 경로를 연산하고 있습니다.
잠깐만요. 공격 지점에서 피아 식별 금지 잠금 표식이 나타났습니다.
아군이야.
날아오는 미사일은 공중 정원의 지대공 시리즈예요.
IFF 프로토콜 확인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 같습니다!
2초!
교란탄 발사 및 전자기 유도 진행합니다!
늦었어. 모두 꽉 잡아!
기체 왼쪽 날개에서 눈부신 흰빛이 비치자, 오블리크는 팔지의 머리를 눌러 숙이게 했다.
그러자 거대한 충돌음과 함께 강렬한 진동이 이 기내로 전해져 왔다.
폭발 후에는 검은 연기와 탄 냄새가 기내로 스며들었다.
바렐리아가 기내 반대편으로 튕겨 나가자, 팔지가 로봇 팔 하나를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
귀를 찢는 경보음이 울려 퍼졌고,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다.
[엔진 추진력이 저하됩니다.]
[연료 탱크에서 연료가 새고 있습니다.]
[기체에 불이 붙었습니다.]
[레이더가 고장 났습니다.]
헤바, 상황 보고해.
엔진 하나가 멈췄고, 다른 쪽도 영향받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체 왼쪽 날개의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자동 조종 시스템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연료 유출이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미 안전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헤바, 내 권한으로 IFF 프로토콜을 해제하고 공격 지점에 공대지 미사일 두 발 발사해.
IFF 프로토콜를 해제합니다. 반 방사능 미사일을 공격 지점에 조준합니다.
안 됩니다. 무기고가 걸렸습니다.
팔지, 비상 모듈 가동하고 공중 투하로 장비 감량 준비해.
알았어. 위치 신호는 단말기와 연결됐어.
삐삐삐삐삐...
[경고합니다! 고속 열원 반응이 감지됐습니다!]
농담하는 거지? 또야?
3시 방향 아래에서 고속 대공 미사일이 접근 중입니다!
AI 모듈이 고장 났습니다. 회피 경로를 계산할 수 없습니다.
헤바, 네가 비행기 조종해.
고위험 회피 기동을 시도해도 좋아.
[자동 순항을 해제합니다.]
모두 꽉 잡으세요. 급강하합니다.
헤바가 조종간을 한계치까지 앞으로 밀자, 기수가 아래로 기울었다.
그 순간, 팔지는 구름 사이로 빛나는 불빛을 봤다.
야, 헤바, 더 왼쪽으로!
팔지의 말을 들은 헤바는 수송기를 왼쪽으로 더 크게 틀었다.
급격한 회피 동작 때문에 기체 날개에서 뭔가가 떨어져 나갔다.
교란탄 발사로 생긴 불꽃과 함께 가까이서 다시 한번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기내가 살짝 흔들렸지만, 이번엔 모두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피한 건가?
완전히 피한 건 아닙니다.
수송기 하부가 피격당한 것 같습니다.
다행히 무기고는 아닙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연료는 얼마나 남았지?
계기판이 작동하지 않아, 알 수 없습니다.
귀환 계획을 취소하고 수국화 섬에 비상 착륙한다.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지도 검색 기능은 아직 작동해?
이 고도는 휴대용 미사일의 사정권이야. 당장 벗어나야 해.
수국화 섬의 윤곽이 보이긴 하지만 지형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베이스가 누락됐습니다.
눈으로 보고 착륙을 시도해야 합니다. 초기 판단으로 착륙할 수 있는 지점은 세 군데입니다.
성공률로 따지자면, 섬의 중앙 지역이 쉬울 것 같습니다.
해안 지역은 적조에 잠식됐을 가능성이 있어. 중앙 지역에 착륙해.
충돌에 대비하라.
알겠습니다.
섬에 초목이 많습니다. 건물 사이도 전부 높은 나무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러면 육지가 어딘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경고합니다. 지상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지면 접근 시, 마지막 가동 중인 엔진으로 비스듬한 전방 감속 분사를 실시했다.
수많은 나무들을 부러뜨린 후, 수송선의 꼬리 부분이 지면에 닿았다.
이어서 둔탁한 소리와 함께 숲 근처 개활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짙은 연기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수국화 섬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
방금 전 폐기된 공업용 비행선 안.
헤바, 무인기를 띄워. 팔지, 마운팅 무기 중에 아직 쓸만한 게 있는지 확인해.
정찰용 무인기 두 대가 아직 작동 가능합니다. 지금 바로 띄우겠습니다.
여기 네 펄스 총.
바렐리아는 팔지가 건넨 펄스 총을 받아 들고, 에너지 축적 부품을 점검했다.
무인기 두 대의 신호가 끊겼습니다.
조심해. 근처에 적이 있다.
팔지가 부서져 엉망이 된 문을 열려고 준비할 때...
어디선가 강렬한 전자기 펄스가 날아왔다. 그래서 그녀는 방비도 하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읍!
젠장, 이건 대체 뭐지?
바렐리아는 의식 연결을 통해 팔지와 오블리크의 의식의 바다를 빠르게 안정시켰다.
뭔가 이상해. 의식의 바다에 대한 악성 간섭이 있어.
섬에 다른 지휘관이 있는 건가? 아니면...
레이더가 침식된 로봇의 반응을 발견했습니다. 9시 방향입니다.
하나뿐인가? 아니면 여러 개?
하나뿐인 것 같습니다. 잠깐만요.
3시, 6시, 8시 방향에서 수상한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수송기 안에 더는 머물 수 없어. 뚫고 나가야 해.
헤바, 무인기 두 대가 보낸 지도 정보를 단말기로 동기화해.
수송기를 중심으로 환경 정보를 12%만 수집했습니다.
왼쪽 날개 뒤편 나무들 너머로 적 그림자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충분해.
팔지, 문 부술 준비해.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