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숲에 밤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헤바를 데려간 구조체를 쫓으며, 팔지는 주기적으로 뒤를 확인했다.
드디어 따돌렸네. V와 오블리크는 어떻게 됐으려나?
허리 높이의 잡초를 헤치고 몸을 숙인 팔지는 눈을 감고 청각 모듈을 최대한 활성화했다.
이내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었다.
북서 방향인가? 역시 학교로 가고 있어.
지금 쫓아가면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팔지가 일어나려 하자, 기이한 전류가 그녀의 의식의 바다에 충격을 가했다.
청각 모듈을 타고 스며든 건 어떤 노래 같았다.
따뜻하고 맑은 아득한 노랫소리였다.
스승의 은혜는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이 학교에서의 생활이 어느덧 몇 년이 지났어요.
팔지는 무언가를 또렷이 들었다.
주위의 어둠이 사라지고, 따스한 황혼이 대신 자리를 잡았다.
팔지는 자신이 정원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사진 촬영을 위해 줄 지어 선 학생들 사이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팔지야, 네가 돌아오기를 계속 기다렸어.
맞아. 이렇게 오랜 시간 대체 어디 있었어, 팔지?
설마 우리 모두를 잊어버린 거야?
수많은 두 손이 팔지의 뒤에서 뻗어 나와 팔지의 셔츠와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팔지가 홱 돌아보니, 뒤에는 온통 썩어 문드러진 뼈와 해골뿐이었다.
그리고 움푹 패인 눈구멍에서 수국화가 몇 송이 자라고 있었다.
넌 우리의 일부가 되어야 해!
젠장!
팔지는 주먹을 세게 땅에 내리치며, 그 끈적한 감정을 머릿속에서 떨쳐내려 했다.
팔지가 다시 두 눈을 떴을 땐, 그녀의 정신은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여전히 끝없는 어둠과 고요한 숲이 있었다.
환각인가? 언제 침투당한 거지?
날 얕보지 마. 내 의식의 바다는 그렇게 약하지 않으니까.
퍼니싱이든 유령이든 상관없어. 이제 널 찾아내고 말겠어.
팔지의 어깨를 비추는 차가운 달빛 아래, 그녀는 먼지를 털어내고 계속 앞으로 달려갔다.
팔지가 마침내 울창한 숲을 빠져나왔을 때, 무덤처럼 황폐해진 죽은 자들의 학교가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년 후, 한때 고고했던 이 사립학교도 이제는 잊힌 잔해로 변해 있었다.
안으로 도망간 건가?
팔지는 학교 건물 측면에 열려 있는 문을 바라보았다.
날 유인하려고 설치한 함정인가? 정말 한심하네.
지휘관과 멀어질수록 환각이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우연이라고 말해야 하나? 몇십 년이 지나 다시 이곳에 돌아오다니.
팔지는 교문과 중정을 지나, 열린 옆문 앞에 도착했다.
헤바, 내가 찾기 전까지 절대 죽지 마.
제발 버텨.
팔지는 마침내 자신에게 수많은 악몽을 안겨줬던 학교 건물로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옛 노래는 멈추지 않고, 은밀한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그런 다음 팔지가 알아채지 못하는 곳에서 쓸쓸히 합창을 이어갔다.
기나긴 시간을 건너...
따뜻하고 맑게 그리고 아득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