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즈가 구멍 아래로 뛰어내렸고, 지휘관과 로제타는 "반서"를 따라 진실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했지만,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진실, 구원, 지난 세대의 죄악 청산, 그리고...
반즈가 눈을 감았다.
사랑하는 아가야, 코 자렴~
잔잔히 흔들리는 작은 배 위에서 잠시라도 편안한 꿈을 꾸렴~
잔잔히 흔들리던 작은 배는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었고, 부드러운 천이 반즈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좀 쉬고 싶으시면 제가 잠깐 봐 드릴까요?. 저도 집에 동생들이 있거든요.
전 멜비라고 해요. 보니까 수송기에 타시기 전부터 계속 안고 계시던데.
감사합니다만, 괜찮... 윽!
갑자기 수송기가 크게 흔들리면서 탑승객들이 이리저리 휘청거렸고, 작은 포대기를 꽉 붙잡고 있던 여자는 안전벨트가 몸을 당겨주었다.
품속의 포대기가 흐트러지면서 아이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마도 가족과 함께 폭발 사고를 겪은 듯했다. 몸에는 자갈 바닥에 긁힌 듯한 상처가 있었고, 상처 없는 피부도 열이 심하게 올라, 건강하지 못한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이건?!
상처는 수송기에 타기 전에 다 처치했어요. 이 아이는 중병에 걸린 것뿐이에요.
아직 숨을 쉬고 있고, 다른 자격도 차지하지 않았어요. 아이 아버지의 자격으로 비행기에 탄 거거든요.
제발 아이를 구할 수 있게 해주세요. 부탁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공중 정원에만 도착하면 희망이 있을 거고,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어요. 전 의학을 전공했고 연구원이 될 예정이라 최첨단 기술도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 아이를 도울 거고요.
……
아기잖아요.
멜비가 아기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이 아이는 세상의 씨앗이에요.
저를 믿으세요. 씨앗이 버림받는 일은 없을 거예요.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을 취하는 거니, 아기는 저희가 잠시 돌봐드릴게요.
수송기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도 반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제게 의료용 알코올이 있어요. 이걸로 상처를 치료하세요.
어머니를 똑 닮았네요. 남자아이 같은데 이름이 뭐예요?
수많은 손이 조심스럽게 포대기를 향해 뻗어왔다.
곧이어 수많은 손이 조심스럽게 씨앗을 건네받았다.
꽃무늬가 그려진 작은 배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장자장, 귀여운 아가~
잔잔히 흔들리는 작은 배 위에서 잠시라도 편안한 꿈을 꾸렴~
그리고 무럭무럭 자라렴~
그리고...
<phonetic=아이>씨앗</phonetic>을 늪에서 구해낸 그 모든 손을 붙잡기 위해.
세상이 외면한 고아든, 구조체든, 그들의 "생명"을 지키려는 이들은 언제나 있었다. 반즈의 기억 속에서 그를 떠나간 모든 이들은 망설임 없이 이 길을 걸었거나, 무거운 양심의 족쇄에 이끌려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는 내가 이 길을 걸을 차례고...
내가 스스로 선택한 거야.
이 길 끝에는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믿어.
반즈가 발밑을 향해 총을 쏘자, 벌레 같은 이합 생물들은 놀라 사방으로 도망치거나, 그를 향해 공격해 왔다.
이합 생물들의 등뼈에서 반짝이던 빛은 촘촘히 이어져 길을 만들었고, 그 끝에서 다시 한번 강렬한 진동이 전해졌다.
슈트롤.
반즈가 최하층에 발을 딛는 순간, 이합 생물들이 쏜살같이 그를 "에워싸고" 날카로운 이빨로 기체를 마구 공격했다.
상처에서 순환액이 흘러나왔지만, 그런 포위 속에서도 반즈는 한 걸음 한 걸음 끝을 향해 나아갔다. 그곳은 전에 반즈가 쓰러졌던 길이었고, 이제 그는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그리고 반드시 끝에 도달하여 슈트롤을 만나야 했다.
전부 환영일지라도, 당신은 그 아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반복했지.
잠깐 정신이 들 때마다 단서를 남겼고, 심지어 목을 맨 밧줄까지도 단서였어.
참 집요하기도 하지.
하지만 당신 같은 이들이 우리를 지금까지 이끌어준 거야.
광채를 내뿜는 위험한 길 위로 구조체의 순환액이 흩뿌려졌다. 이는 반즈 역시 그 길을 걸었다는 증거였다.
이합 생물들이 괴성을 지르는 가운데, 무인기들이 반즈의 등 뒤에서 펼쳐져 그 시끄러운 괴물들을 가차 없이 처리했다.
길을 막고 있던 마지막 이합 생물을 날려버리자, 지하의 거대한 공간이 반즈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곳에서는 적조가 "감옥"의 가장자리에서 파도를 일으키며, 감옥과 맹수를 함께 집어삼키려 했다.
이런 "영혼"이 어두운 "감옥"에 갇혀있어선 안 돼.
반즈가 감옥을 향해 뛰어내렸다. 이는 반즈가 군의관이었을 때, 수리 부품을 안고 폐허에서 뛰어내렸던 것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슈트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