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8 기나긴 이별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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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8-18 약통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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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인 구조체가 자신의 의식의 바다에서 방대한 기억 데이터를 내려다보았다.

반즈는 문 뒤에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숨어있던 곳을 기억했다. 그때도 바로 이곳에서 그들을 찾았었다.

그때, 난 정말 실종된 아이들을 찾았었어.

하지만 기억 데이터의 시뮬레이션과는 달랐지.

내가 마주한 건 객관식이 아니었고, 다시 시작할 기회도 없었어.

나는...

그는 손을 들어 가슴 앞에서 끝없는 길 같은 긴 선을 그었다.

난 모든 걸 겪었어.

처음엔 컨테이너 안에 숨어있던 난민 몇 명을 발견했어. 난 먼저 그들을 데리고 가기로 했지.

하지만 내가 도착했을 때는 단 한 명만 살아남았어.

나도 침식체의 공격을 받아서 한참을 쓰러져 있었어. 정확히 얼마나 됐는지는 기억도 안 나. 그래도 다행히 톰슨이 때맞춰 날 발견했지.

결국 난 톰슨과 함께 우안을 찾았어. 그는 기체가 심각하게 손상되어서 응급 처치가 필요했고, 공중 정원에서 그를 호송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하지만 우안이 날 밀쳐냈어.

순환액이 반즈의 뒤통수를 적셨다. 그를 공격한 침식체가 큰 부상을 입혔던 것이었다.

이것이 반즈가 그토록 원하던 "다시 돌아갈 기회"였음에도, 이번에는 구조체의 몸으로 전장에 돌아왔음에도, 당한 부상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

반즈가 총을 들어 가장 가까운 침식체를 쓰러뜨린 후, 그 문을 열었다.

난 희생된 동료들의 말을 믿을 거야. 앞에는 분명 더 많은 사람들, 더 많은 구조체가 날 필요로 하고 있어.

하지만 결국 아이들 몇 명만 찾을 수 있었어.

문 너머 어두운 방에서는 피 냄새가 진동했다. 그곳의 아이들은 구석에 있는 야전 침대 밑에 웅크린 채, 겁에 질린 눈으로 약통을 움켜쥐고 있었다.

너희들... 하아...

이제 괜찮으니까 모두 이리 와.

아이들은 야전 침대 밑에서 기어 나와 반즈 곁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긴장한 채로 문밖을 주시했다. 그들은 침식체가 다시 달려들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

왜 숨어있었던 거야? 그리고 전에 모여서 이송할 때, 왜 같이 가지 않은 거고?

한 아이가 더는 참지 못하고 "으앙"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흑흑... 그 사람들은 너무 급하게 가버려서 약을 엄청 많이 두고 갔어요!

우린 약을 지키려다 침식체에게 쫓겨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네이슨 형이 우리보고 이곳에 숨으라고 했는데... 형은 저기...

남자아이가 뒤쪽 구석을 가리켰다. 그리고 겁에 질린 아이들이 "둘러싸고" 있는 한가운데에는 퍼니싱에 침식된 네이슨이 누워있었다. 그의 몸은 곳곳이 썩어들어갔고, 바닥으로 시커먼 피가 스며들고 있었다.

……

이를 본 반즈는 아이들의 옷을 걷어 올려 상태를 확인했다. 곳곳의 침식 흔적을 확인한 그는 재빨리 응급 장비를 꺼냈고, 아이들의 울음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생명을 구할 혈청을 신속하게 주사했다.

이게 뭐야.

반즈 일행과 함께 탈출한 난민은 결국 폭발했다.

약 몇 상자 때문에 이렇게 많은 인력을 낭비할 필요가 있어?

낙오된 문제아들을 찾는 게 그렇게 중요해? 우리는 어쩌란 거야? 컨테이너에 갇혀 병사들이 구해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린 그 많은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단 거냐고!

아니... 우리는...

우린 다른 일까지 손 쓸 여력이 없었어. 눈앞의 사람들조차 구하지 못했다고.

컨테이너에 있던 사람들은 다 죽고 나 혼자만 살아남았다고!

그만해. 우리도 많은 희생을 치렀다고.

결국 구조체 자원만 낭비고, 아무도 구하지 못했잖아. 이제 어떻게 철수한다는 건데. 으윽!

구조체 자원은 "낭비"된 게 아니야.

금속으로 만들어진 손이 난동을 부리는 난민의 팔을 강하게 붙잡았다.

그들은 우리가 "잃은 소중한 동료"들이라고.

!

슈트롤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살피더니, 톰슨을 바라보며 가면을 벗었다.

카무이가 뒤처진 난민들을 데리고 철수했다고 하던데, 네 쪽은 몇 명이나 희생된 거지?

저랑 반즈만 살아남았어요. 우안은 전사했고, 이건 반즈가 가져온 그의 명패예요.

슈트롤이 폭발로 새카맣게 그을린 명패를 받아 자기 목에 걸었다.

서둘러 아이들과 철수해야 해. 뒤쪽에 침식체들이 잔뜩 몰려오고 있다고.

방금까지 목 놓아 울던 남자아이도 이제는 훌쩍이는 정도로 진정되었다. 하지만 바깥에서 들려오는 언쟁과 무거운 분위기에 다른 아이들은 아직도 불안했는지, 반즈의 등 뒤로 더욱 바짝 붙어왔다.

너희들을 혼내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

의사 오빠도 우리한테 화났어?

한 여자아이가 자신이 꼭 쥐고 있던 축축한 약통을 반즈 앞으로 내밀었다.

의사 오빠, 우리 잘했지?

반즈가 붕대를 감던 손길을 멈췄다.

뭐?

이 약들은 되게 소중하다고 네이슨 오빠가 그랬어요. 의사 오빠들이 까먹은 걸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가 가져왔잖아요. 이러면 착하게 군 거 맞죠?

이제 우리도 공중 정원에 갈 수 있는 거예요? 우리도 이제 입양돼서 엄마 아빠가 생길 수 있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