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8 기나긴 이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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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8-14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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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싼 만화경의 파편들이 하나둘 어두워지며, 그 안의 모습들도 함께 사라져갔다.

반즈가 만진 조각도 같이 빛을 잃어갔고, 056번은 실험체들을 데리고 어두운 복도로 들어갔다.

그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반즈

안 돼. 난 아직 056번과 아이들을 못 봤는데...

반즈는 아직 056번과 아이들의 결말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정말 탈출에 성공한 걸까?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 하나가 허공을 가르며 반즈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만지지 마".

반즈

……

잠재의식 속의 목소리는 마지막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지만, 반즈는 결국 손을 뻗으려 했다.

총알에 닿는 순간, 총알에 관통당한 듯한 고통이 반즈의 머리에 전해졌다.

극심한 머리의 통증과 함께 정보들이 쏟아졌고, 반즈는 다시 한번 버려진 연구소의 과거를 보게 되었다.

몸에 추적기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 056번은 아이들을 재촉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곧이어 아이들은 양성 구역의 뒷문으로 도망쳤고, 처음 접하는 구역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지쳐서 느려진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꽉 잡고, 비틀거리면서도 필사적으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엄마,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예요?

쓰레기장이야.

왜 거기로 가요?

지금은 소리 내면 안 돼.

얼마 지나지 않아 056번은 아이들을 데리고 한 문 앞에서 멈췄다. 그 후, 그녀는 권한 카드로 조작 패널을 활성화했고, 이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이곳의 권한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나 보네.

큰 문이 열리면서 그날 밤의 맑은 하늘이 쓰레기장을 비추었다.

달빛이 "쓰레기 산" 위로 쏟아지며, 그 잔해들에 붙은 표식들을 비추었다.

아이들은 예전의 친구들을 본 것인지, 모두 가까이 가기를 무서워했다.

완벽한 계획이었지만, 결국 들통나면서 꼬여버렸어. 지금 가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야.

이 로봇도 데려가. 내가 다른 칩을 찾아내도록 프로그램을 설정해 뒀어. 이 로봇이 반즈를, 진짜 반즈를 찾아낼 거야.

자, 이제 모두 들어가.

056번이 아이들을 강제로 쓰레기장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제 이 세상에는 너희들을 위해 문이 열려있지 않을 거야. 여기부터는 스스로 나아가야 해.

엄마?

그렇게 부르지 말고, 어서 가.

나는 이 연구소가 어떤 실험을 하는지 알면서도 이곳에 왔어. 너희들의 의식의 바다를 이용해서 내 아이를 구하고 싶었거든.

당신도 그 어른들이랑 똑같은 거예요? 그럼, 왜 우릴 도와준 거죠?

무거운 로봇을 간신히 끌고 가던 이몬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왜냐하면...

공중 정원을 떠나기 전날 밤, 멜비가 떠난 후 반서는 다시 반즈의 병상 곁에 앉았다.

사람들은 네가 평생 이럴 거래. 운이 좋으면 몇 년 안에 고통에서 해방될 거라 했어.

하지만 난 너무 이기적이어서,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깨어나서 정상인처럼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게 내 유일한 바람이야.

……

예전의 그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그녀에게 웃어주었지만, 적막한 병실에는 의료기기의 신호음만 울려 퍼졌다.

고개를 숙인 반서가 지친 듯 자신의 뺨을 감쌌다.

모든 걸 잃었어.

그곳은 한번 들어가면 돌아올 수 없는 지옥이야.

나도 이제 멜비가 말한 것처럼 됐어. 너무 멀리 와버렸다고.

갑자기 경보가 울리면서 날카로운 소리에 모두가 긴장했다.

어서 가, 이몬. 네가 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 해. 연구소 사람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절대로 얕보지 마. 그들은 쓰레기장이라고 해도 너희를 막을 방법을 찾겠지만, 지금 너희가 멀리 도망갈수록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질 거야.

무사히 빠져나가면...

056번이 탈출 후의 이야기를 꺼내다 말았다.

아이들은 탈출한 후에 어떻게 되는 걸까?

다른 기관에 잡혀가진 않을까? 군대에 들어가게 되면, 바로 전장으로 보내지는 걸까?

그건 밖에 있는 "사람"이 그들을 아이들로 여기며 보살펴 줄 것인가, 아니면 자원으로 여기고 이용할 것인가에 달려있었다.

우선은 당장 가야 해.

날카롭게 울리는 경보음 속에서 구조체들은 056번에게 떠밀려 "쓰레기장"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시체로 쌓인 산을 기어올라, 세상을 떠난 씨앗들을 밟으며 머리 위의 달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한 아이가 056번이 따라오지 않는 것을 발견하여 그녀를 부르자, 모든 아이가 문간에 멈춰 선 여자를 바라보았다.

엄마, 056번, 우리랑 같이 안 갈 건가요?

원래는 반즈 한 명만 구하려고 했어. 그리고 그건 내 집념이었지.

하지만 진짜로 절벽 끝에 서서 지옥을 보고 나서야, 내가 무엇을 했는지 깨달았어.

멜비의 말 대로 난 정말 속죄해야 해. 누군가가 진흙탕 속에서 너희를 밖으로 밀어 올려야 한다면...

그 사람은 이미 깊이 빠져있는 나야.

056번은 아직 피가 묻어있는 헤비 해머를 들고 봉쇄된 실험실로 향했다.

난 스스로 지옥에 들어간 거야.

056번이 익숙한 실험실에 도착했다.

놀랍게도 그 혼란의 흔적은 완벽하게 지워져 있었다. 격리실 유리창의 혈흔은 말끔히 사라졌고, 그 안에서 연구원이 마지막까지 느꼈을 절망마저 없었던 일처럼 감춰진 뒤였다.

그곳에 "수용"되어 있던 테오도르는 누군가 오는 것을 보자, 본능적으로 유리창으로 달려와 056번을 향해 울부짖었다.

철컥.

056번은 뒤돌아보지 않고도, 등 뒤에서 총을 장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피크맨.

이미 침식된 구조체까지도 실험하려는 건가요?

이번엔 또 뭘 연구하려는 거죠?

056번이 몸을 돌리자, 그곳에는 피크맨이 총을 들고 서 있었다.

테오도르는 착한 아이라, 이런 통제가 필요해요.

피크맨의 표정은 다소 실망스러운 듯했다.

우리는 "아이들"에 대한 감정이 같은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군요.

실험을 빌미로 필요 없는 짓을 많이 한 것 같군요.

……

그들을 내보낸다고 해서, 당신에게 무슨 이득이 있죠? 게다가 당신은 그들의 손에 피까지 묻혀서 범죄자로 만들었어요.

당신이 이렇게 "아이들"을 교육하면 실험에 큰 변수가 생길 텐데요.

이곳에서 실험체들을 "아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저와 당신뿐이에요. 참 모순되지 않나요?

056번이 옆의 실험실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퍼니싱에 침식되어 괴물이 된 테오도르가 갇혀 있었고, 그는 유리창에 달라붙어 밖의 두 사람을 광기 어린 눈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저는 정말로 그들이 제 아이라고 생각해요.

056번이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여기서 했던 모든 실험을 밖에서도 알고 있어요. 당신은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거예요.

056번이 헤비 해머를 들어 올렸다.

먼 훗날, 이 정보를 읽은 반즈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저지하려 했다.

저 안은 퍼니싱 농도가 상당히 높아. 유리창을 지금 깨뜨리면...

반즈의 손이 허상을 통과했다.

……

아무것도 잡을 수가 없어.

안 돼.

머리의 고통이 계속해서 심해졌고, 반즈의 의식의 바다는 찢겨나가기 직전이었다.

반즈는 그것이 과거에 일어났던 필연적인 결말이라는 걸 자신도 알고 있었다.

고통으로 의식이 흐려진 반즈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헤비 해머를 향한 그의 손은 허공을 헤매기만 할 뿐, 끝내 내려 떨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멈춰.

흐릿한 의식 속에서 반즈는 자신도 무슨 말인지 모를 뭔가를 중얼거렸다.

그 "멈춰"라는 말은 과연 어느 시점의 누구에게 해야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걸까?

의식 회수 4팀이 해체되기 전? 아니면 반서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 전? 어쩌면 피크맨, 쿠로노 히사카와가 이 연구소에 오기 전?

아이들이 실험체로 개조되기 전? 혹은 그들이 태어나기 전?

……

자신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걸 안 반즈는 결국 손을 내렸다.

반즈가 056번을 바라보며, 떨리는 입술로 그녀 이름을 외쳤다.

그녀의 대답을 바라서가 아니었다. 반즈는 어린 시절 꿈속에서처럼, 그저 마지막으로 그녀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러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반서!

하지만 과거의 반서는 결국 손에 든 헤비 해머를 들어 올렸다.

연구소 전체를 부숴버리겠다는 건가요?

피크맨은 즉시 뒤로 물러나, 침식체가 있는 실험실에서 멀어졌다.

저는 온 힘을 다해 이곳에서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거예요. 설령 운 좋게 도망친다 해도...

언젠가 당신이 말하는 "아이들"의 손에 죽게 될 거예요. 피크맨.

반서가 헤비 해머를 내리치는 동시에 피크맨도 방아쇠를 당겼다.

곧이어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며, 파편이 바닥에 쏟아졌다.

실험실에서 터져 나온 고농도 퍼니싱에 반서의 얼굴 절반이 순식간에 침식됐다.

그와 동시에...

피크맨의 총에서 총알이 발사되었다.

로봇 기술이 고도로 발전해 구조체가 거리를 활보하는 시대였음에도, 그 총알은 외장 재료도 뚫지 못할 만큼 무력했다.

하지만 총알은 죽음의 나선을 그리며 여자의 피부, 혈관, 뼈를 관통한 후, 연구소의 금속 벽면에 참혹한 흔적을 새겼다.

총알에 머리를 관통당한 반서는 인형처럼 힘없이 쓰러졌고,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혈액이 새하얀 머리카락에 스며들어 처연한 꽃을 피워냈다.

!!

머리를 관통한 고통이 반즈의 온몸을 집어삼켰고, 의식의 바다 혼란은 그의 한계에 다다랐다.

(힘들어.)

…………

반즈의 저항은 서서히 약해지더니, 결국 쓰러졌다.

반즈는 자신이 버려진 연구소의 어디에 쓰러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죽음이 찾아오기 직전, 그는 이제 자신과는 상관없어질 일들을 떠올렸다.

(지휘관 그들이 뒤따라온다고 했었는데.)

양성 구역에서 침식체를 쫓아 홀로 나선 순간부터 이렇게 쓰러지기까지, 실제로는 한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 순간, 귓가의 통신 장치가 지직거렸지만, 반즈는 지휘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였다.

(날 찾을 수 있을까?)

반즈는 영원한 잠에 들며, 몽롱한 상태에서...

모든 것이 루시드 드림이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