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8 기나긴 이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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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8-13 장난감과 만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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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바다가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파도가 일었고, 반즈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그 속으로 잠겨 들었다.

소용돌이 깊숙이 숨겨져 있던 기억 데이터가 모두 쏟아져나왔다.

>>>>>B 타입, C 타입 회상 오류<<<<<

>>>>>D 타입 영상 취합<<<<<

>>>>>경고: 의식의 바다 점유율 기본 임계치 초과<<<<<

>>>>>경고: 마인드 표식 연결 중단<<<<<

>>>>>시스템 재가동 1차 시도<<<<<

>>>>>시스템 재가동 2차 시도<<<<<

>>>>>전송 프로토콜 종료<<<<<

>>>>>재가동 실패<<<<<

>>>>>재가동 실패<<<<<

>>>>>재가동 실패<<<<<

반즈

……

………………

반즈는 기억 데이터의 나선 위를 맴돌았고, 주변에서 파편들이 하나둘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곳 깊숙이 묻혀있던 진실이 반즈를 휘감았고, 깨져버린 만화경처럼 사방에서 최후의 기록 파편이 앞에 나타났다.

반즈가 잊어버린 모든 것, 056번이 그에게 전달하려 했던 모든 기억이 이 순간 완성되었다.

반즈

내가 잊고 있던 기억.

056번이 봤던 거야. 다 056번이 나와 동기화했던 경험인 거라고.

반즈가 손을 뻗어, 자신과 가장 가까운 파편을 만져보려 했다.

그 순간 파편에서 눈 부신 빛이 반사됐고, 이는 수년 전의 장면이었다.

전력 시스템을 끊어버린 056번은 피 묻은 헤비 해머를 든 채, 제자리에서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방금 전, 056번은 이곳의 작업자를 살해했다.

……

예비 파워서플라이가 아직 남아있으니, 여기서 멍하니 있을 시간 없어.

056번이 다시 헤비 해머를 들어 올려, 예비 파워서플라이 콘솔을 내리쳤다. 쿵, 쿵, 연달아 내리치는 망치질에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고, 마침내 마지막 불빛이 꺼지자 귀를 찌르던 경보음도 끝내 멈췄다.

으으.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

056번은 덜덜 떨리던 손을 뒤로하고, 무기를 허리춤에 숨긴 채 양성 구역으로 달려갔다.

조금 전까지 아이들과 교신하던 단말기에서는 응답이 돌아오지 않았으며, 056번은 아이들의 안전을 확신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가 "실험 품"들을 연구소에서 데리고 나가려던 계획이 발각된 것이다.

왜 갑자기 정전이 된 거지? 경보는 또 뭐야?

빨리 예비 파워서플라이를 가동해! 그 실험실은... 그곳만큼은 절대 전력이 끊기면 안 돼!

몇몇 연구원들이 다급하게 뛰어갔고, 056번은 아무 말 없이 어둠 속에서 그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잠깐! 넌 어느 실험실 소속이야? 왜 여기 있는 거지?

……

056번에게 다가온 연구원이 손전등으로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5호 프로젝트 소속이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실험체들이랑 연결하는 그 사람 아니야?

맞아요. 지금 양성 구역을 확인하러 가던 중이었어요. 혹시 도울 일이 있으면 저도 같이 갈게요.

지금은 그 실험체들이나 신경 쓸 때가 아니야!

지금 당장 우리랑 같이 가서, 각 실험 구역의 예비 파워서플라이를 점검해. 봉쇄된 실험실에 퍼니싱이 있다고!. 뭔가 문제가 생기면 우린 모두 끝장이야!

……

인파에 섞여 빠져나가지 못한 056번은 무기를 꽉 쥐었다. 그녀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을 해칠 힘이 없었고, 이건 너무 위험한 도박이었다.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야!

이때, 눈치 빠른 한 남성이 056번의 옆구리를 주시했다.

이봐! 그녀가 손에 뭘 들고 있어!

그 남성은 056번의 손을 가리키며 소리쳤고, 곧이어 무기를 빼앗으려 056번에게 달려들었다.

조심해! 역시 뭘 숨기고 있었어!! 피크맨 의사가 괜히 권한을 뺏은 게 아니야!

!!

056번은 두 걸음 물러서며, 팔에 힘을 주고 무기를 높이 들었다.

으악!!

그 순간, 056번이 무기를 휘두르기도 전에 앞에 있던 연구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한 구석에서 하얀 그림자들이 튀어나왔고, 연구원들을 향해 달려든 그들은 가느다란 팔을 휘둘러, 무자비하게 그들을 찌르기 시작했다.

비켜! 오지 마!!

곧이어 쏟아져 나온 인간의 선혈이 구조체의 인조 피부를 타고 흘러내렸다.

몇몇 실험체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날카로운 무기를 쥐고 있었다. 그리고 한때 자신들을 쓰레기장에 버렸던 연구원처럼, 가차 없이 눈앞의 생명들을 "제거"했다.

으아아!

에비아나!

이제 됐어! 에비아나! 그만해!!

이몬은 눈을 감은 채 비명을 지르는 에비아나를 붙잡아, 아직 온기가 느껴지는 시체에서 끌어내렸다.

저 연구원을 기억해! 저 사람이 조슈아와 다른 아이들을 데려갔고, 방금 07번을 데려가려고도 했어!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에비아나는 눈을 뜨고 참혹한 광경을 보더니, 공포에 질린 듯 056번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엄마를 막으려고 했어. 난 용납 못 해.

……

이제 괜찮아.

이몬은 에비아나를 안아주며 손에 든 크레파스의 왁스를 벗겨냈고, 그 안에는 날카로운 금속이 있었다.

056번이 말한 대로 버클을 뾰족하게 갈았어요.

에비아나는 침대 틈에, 저는 크레파스 안에 숨겼어요. 다른 아이들도 똑같이 했고요.

이몬이 뒤에 있는 실험체들을 가리켰고, 그들은 모두 말없이 무기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 무기는 056번이 아이들에게 내린 최우선 명령이었다.

경보가 울렸는데, 056은 약속을 어기고 나타나지 않았어요. 대신 "문지기"가 들어와서 우리를 검사하려고 했죠.

결국 문지기는 우리가 준비한 무기를 발견했고, 우릴 격리하려 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그들을 처리했어요.

……

056번이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자 에비아나는 겁을 먹었다.

엄마, 056번, 화난 거예요?

아니.

우리가 잘한 거 맞죠?

056번은 직접적인 대답 대신 모든 실험체들에게 소매를 걷으라고 했다.

상완의 피부를 만져봐. 작고 딱딱한 덩어리가 있을 건데 느껴지니?

실험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칼집을 내서 안에 있는 걸 꺼내.

고통스러운 신음 하나 새어 나오지 않았고, 생체공학 피부를 가르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실험체들의 몸 안에 있던 위치 추적 칩은 제거되었다.

부숴버려.

모든 위치 추적 칩이 바닥에 내팽개쳐졌고, 아이들은 이들을 짓밟아 산산조각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