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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8-12 키워낸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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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테오도르와 에비아나가 개조와 실험을 받는 날이었고, 연구원들은 두 아이에 대한 기대가 컸다.

둘을 데려와.

테오도르는 최근에 상태가 좋지 않아서, 좀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직도" "더" 기다리자고?

연구원이 몇몇 단어를 강조했다.

피크맨 의사가 새로운 연구 방향을 오랫동안 준비해 왔어. 그리고 테오도르와 에비아나의 신체검사 데이터 또한 양호한 상태야.

뭘 더 기다리겠다는 거지? 혹시 이 두 아이를 보내기 아쉬운 건가?

나이 든 연구원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056번을 바라봤다.

더 기다릴 것도 없어. 그리고 오늘은 너도 실험실에 들어간다.

제가 뭘 해야 하는 건가요?

우리는 한 구조체의 의식의 바다를 새로운 "용기"로 "이전"해 볼 거야.

저기 있는 연결 장비 보이지?

연구원이 중앙 실험실에 있는 차갑고 거대한 장치를 가리켰다.

사전에 "용기"와 연결할 사람이 필요해.

자네가 공중 정원에서 연구하던 때의 일을 모두 전해 들었네. 뇌 손상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구조체와 연결을 시도했다면서.

연결 경험이 있긴 하죠.

연결 장비를 사용하는 건 056번이 간절히 원하던 일이었음에도, 마음 한편에서는 불길한 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피크맨 의사는 네가 실험체들과 형성한 유대 관계가 "관측" 과정에서의 호환성을 높일 것이라 판단했다.

피크맨 의사는 두 실험체가 가진 특별한 가치를 고려해, 조금 더 안전하게 진행하려는 모양이야.

……

에비아나가 눈물을 흘리며 들어섰다. 그녀는 자신을 끌고 가는 어른의 손을 뿌리치며 발버둥 쳤었고, 결국 냉혹한 경고 앞에서 억울함을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

다음은 테오도르의 차례였다. 그는 에비아나보다 강인해 보였고, 구속복을 입은 채로 다른 개조용 실험실로 끌려갔다.

곧이어 두 실험실이 동시에 가동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몸에는 개조 과정에서 그들을 살려줄 장비들이 투명한 튜브를 통해 연결되어 있었다.

056번은 밀폐된 실험실 바깥에 앉아, 투명한 방호벽 너머로 상황을 지켜봤다.

에비아나는 어딘가 불편한 듯 몸을 비틀어 구속구에서 벗어나려 했고, 테오도르는 힘겹게 056번을 향해 쓸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056번.

사실 저도 좀 무서워요.

테오도르는 뭔가를 말하고 싶은 듯 056번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몸을 옥죄는 구속복은 작은 몸짓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긴장 풀어. 너희 둘 다 탄탈-193 공중합체 적응성이 아주 좋아.

통신기를 통해 연구원의 말이 실험실 안으로 전달되었다.

구조체 개조 수술은 전신마취가 불가능했다. 그렇게 메스가 에비아나의 살을 가르는 순간, 그녀의 처절한 비명이 실험실을 가득 메웠다.

056번과 연구원들은 이 잔혹한 개조 과정을 지켜만 보았다.

두 아이는 조금씩 "해체"됐다. 피부가 벗겨지고, 근육이 잘려 나갔으며, 뼈대의 지지가 없어진 살점들은 떨어지기도 전에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다.

개조는 몇 시간 정도 계속되었고, "새로운" 테오도르와 에비아나가 "탄생"하고 나서야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개조에 성공한 건가요?

모두가 작은 목소리로 환호하는 사이,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실험실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

피크맨 의사.

피크맨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격리실 안을 살폈다. 한쪽에서는 작은 구조체들의 시각 모듈을 조정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백발의 여자가 피크맨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라면 성공할 줄 알았어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겠네요.

피크맨을 따라 실험실로 들어온 몇 명이 방호복을 준비하는 사이, 피크맨은 차분히 056번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신이 ■■인가요? 공중 정원에서 썼던 이름이 기억나는군요.

역시 제 판단이 맞았어요. 당신은 아이들과 관계가 꽤 좋았으니, 이 임무를 맡기길 잘했네요.

……

이 연결 장비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나요?

원거리 링크 시스템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연결 방식을 시도하려는 것 같은데. 지금 이 모습은 당신의 예상과 거리가 먼 것 같네요.

맞아요. 아직은 이 거대한 연결 장비가 필요하죠.

056번의 직설적인 발언에도 피크맨은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설명을 계속했다.

저는 이런 단순한 연결 실험을 넘어서, 더 많은 걸 시도하려 해요. 이 장비의 잠재적 가능성은 당신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하니까요.

연구원이 긴 탐침을 꺼내 056번의 척추에 찔러 넣은 후, 다른 패치 장비들도 그녀의 육체에 연결했다.

아이들의 의식의 바다는 항상 어느 정도 문제가 있죠. 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거예요.

저 아이들의 의식의 바다 증상, 이몬의 기억 데이터 손실 그리고 07번의 불규칙적인 기면증도 인위적으로 만든 건가요?

실험 요원이 했던 말이 056번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순간, 그녀가 고개를 돌려 실험실 구석에 격리된 두 아이를 바라봤다.

이게 당신의 "새로운 시도"인가요? 누가 "용기"고, 누구의 의식의 바다를 "이전"하려는 거죠?

피크맨은 056번의 의문에 답하지 않고 연결 장비를 가동했다.

원거리 링크 시스템보다는 안전하지만, 당신이 연결할 때 유사 수면 상태에 들어가게 될 거예요. 최대한 긴장을 푸세요.

피크맨.

점차 무거워지는 눈꺼풀 사이로 천장의 하얀 빛이 흐릿하게 흩어져가던 그때, 피크맨의 마지막 말이 아득히 들려왔다.

제가 당신을 이곳으로 초대한 건, 당신이 직접 "실험에 헌신하는" 정신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저처럼 이 아이들을 평등하게 대하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에요. 그들이 당신을 믿고 의지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보이더군요.

우리는 이 아이들에 대해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 당신이 "인도자"가 되는 게 가장 좋겠어요.

이제부터는 관측과 인도만 잘 해주면 돼요.

그렇게 056번은 에비아나의 의식의 바다에 연결되었다.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인간의 의식에는 조수처럼 출렁이는 데이터 스트림이 있었다. 방금 개조가 이루어진 탓인지, 에비아나의 의식의 바다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

056번은 데이터를 가로질러, 광활하고 깨끗한 "공간"을 수색해 나갔다.

구조체의 실제 의식의 바다는 역시 자신이 공들여 만든 가짜 의식의 바다와 크게 달랐다.

에비아나?

정적 속에 멈춰 있던 희미한 백색의 그림자가 056번의 부름을 듣고, 궁금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에비아나가 고개를 돌린 그 순간...

056번은 순간 뇌에 이식된 칩 주변에서 격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에비아나, 괜찮니?

056번, 여긴 어디예요?

평온해 보이는 에비아나의 모습에 056번은 오히려 걱정이 들었다. 056번은 조금 전까지 목이 터지라 흐느끼던 아이의 모습이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눈물이 마르고, 피를 다 흘리면, 이 고통에서 해방될지도 몰랐다.

이건 네 "의식의 바다"야.

나만의 공간인 거예요? 그럼, 얘는 뭐죠?

에비아나가 몸을 숙여 "바다"에서 무언가를 안아 올린 후, 돌아서서 056번에게 품 안의 뭔가를 보여주었다.

그녀의 품 안에는 깊이 잠든 아기가 있었다.

!

이건 056번이 만든 거죠?

……

아기가 056번을 닮았어요.

……

에비아나의 목소리에 깨어난 아기가 처음으로 눈을 뜨자, 056번은 자신과 똑같은 금색 눈동자를 마주했다.

이에 에비아나가 까치발을 하여 "깨어난" 아기를 056번의 품에 안겨주었다.

056번이 안고 있으세요. 당신의 아이잖아요.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않을게요.

오빠랑 언니가 의식의 바다 안에 있는 건 밖에 있는 사람들이 볼 수 없다고 그랬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고 보니, 오늘 저와 테오도르가 어떤 수업을 듣는지 아세요?

에비아나, 넌 "용기"야.

056번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흥, 056번이 말을 못 하는 건 저도 알아요.

테오도르가 이리로 "보내질" 거예요.

에비아나가 끝없이 펼쳐진 곳을 가리켰고, 그곳에는 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들은 성공하지 못할 거야.

에비아나의 순수하면서도 냉담한 표정을 보며, 반서는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테오도르?

너무 아프고 무서워요.

테오도르?

누가 좀 도와줘요. 너무 아프다고요!

으아악!

▃▇█▄▄▂▆!!!!

테오도르의 갑작스러운 비명과 함께, 그가 있는 곳에서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진홍빛 "파도"가 밀려왔다.

테오도르...

그 순간, 056번은 의식의 바다에서 끌어올려졌고,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혼잡한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아직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마. 퍼니싱 농도가 한계치를 넘려고 해. 아니! 이미 넘었어!

한 기기의 바늘이 안전 구역을 빠르게 넘어서자, 계기판을 지켜보고 있던 남성이 즉시 옆에 있는 비상 버튼을 눌렀다.

056번의 연결을 중단하고, 응급 방안을 가동하세요!

에비아나까지 "오염"되면 안 돼요. 이전 프로세스를 종료하세요.

네!

테오도르 주변의 연구원들은 이 사태를 예상한 듯했다. 그들은 두꺼운 방호복과 보호경으로 중무장한 채, 퍼니싱에 침식된 구조체가 금속 "족쇄"에 조여들어 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침식체가 힘껏 팔을 들어 올렸고, 한 연구원의 비명과 함께 구속구를 끊어버렸다.

응급 방안 실패! 제어할 수 없어!

멈춰! 당장 멈추고, 모두 대피해!

문 열지 마! 그 안의 퍼니싱 농도는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었어. 저 아이는 제어 불가 상태라고.

실험체를 포기하고, 나머지 인원은 모두 철수해! 이 실험실에 접근하지 마!

그, 그럼 우리는요?! 으악!!!!!

침식체가 몸부림치기 시작하면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후, 순식간에 분출된 엄청난 양의 퍼니싱이 방호복을 관통해, 가장 가까이 있던 연구원의 피부를 괴사시켰다.

의식이 희미한 가운데 056번의 눈에 실험실의 참상이 들어왔다. 한쪽에서는 연옥 같은 광경이, 다른 한쪽에서는 에비아나를 구출하려는 절박한 움직임이 보였다.

피크맨은 실험실 안의 "참상"을 잠시 평온하게 바라보다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듯 등을 돌렸다.

침식체는 우선 처리하지 말고, 회수 가능한 장비부터 확보하세요. 에비아나 쪽도 좀 기다려보죠. 오늘 수고 많았어요.

■■, 에비아나에게 "√" 표시하는 거 잊지 마세요. 오늘도 아주 잘했으니까요.

연구원들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피크맨의 뒷모습을 좇는 동안, 056번은 미동도 없이 유리창 너머의 "침식체"를 응시하고 있었다.

▁█▄▆▂.

가지▂▄▆▆▇▅▂마...

056번은 손끝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실험은 성공적이었지만, 눈앞의 참혹한 광경에 성공의 기쁨 따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테오도르는 가장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 그는 "착한 아이" 그 한마디를 위해 056번의 무슨 말이든 다 따랐고, 자연스럽게 그녀 곁에 붙어 다녔다. 056번은 이런 신뢰와 의존을 항상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 아이도 실험용 쥐처럼 실험에 투입되었다.

056번은 진정으로 아이들의 곁에 서서, 그들과 같은 눈높이가 되었다. 하지만 외부에서 온 연구원들의 손길 앞에, 그들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충격과 공포에 빠진 그녀는 손에 묻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작은 생쥐를 심연으로 밀어 넣는 행위에 그녀도 가담한 것이다.

연구원들은 그 실험에 대해 좀처럼 언급하지 않았다. 동료들이 죽었다는 기억이 그들의 양심을 찌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침식체의 공포를 직접 목격했기에, 구조체들을 더욱 경계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활동 시간을 더 엄격하게 제한하기도 했으며, 의식의 바다 검사를 더 자주 하였고, 심지어 양성 구역의 문도 보강했다.

그 실험에 참여한 사람 중, 유일하게 056번만 아무런 변화가 없는 듯했으며, 그녀는 예전처럼 묵묵한 태도를 지켜왔다.

056번은 이미 그 시궁창에 적응하였으며, 아무도 이 거리감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056번은 피크맨 의사가 지명한 인도자였고, 최종 결과가 그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연구원이 목소리를 떨며 그 실험의 데이터를 보고했다. 일반적인 침식 속도와 비교했을 때, 056번이 테오도르의 의식의 바다를 7초 더 "지속"시켰다고 했다.

그때부터 056번은 실험체들의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는 연결 인원이 되었다. 다행히 실험체들은 그녀를 거부하지 않았고, "×" 표시를 세 번 받고 쓰레기장행이 되는 실험체도 거의 없어졌다.

그렇게 평온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의식의 바다 증상이 나타나는 실험체들은 아직 정기적으로 "발작"을 일으켰다.

아이들은 실험이 끝나면 기록표에 "√" 표시를 하고, 다시 양성 구역으로 돌아가, 어른들이 정해준 대로 실험용 쥐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056번, 오늘은 제가 "수업"을 받을 차례예요.

이몬, 좀 더 가까이와도 돼.

이몬은 "애어른" 같은 아이였다. 늘 056번을 경계했고, 지금도 056번과 멀찍이 떨어져, 그녀 옆에 눈을 감고 있는 남자아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저 아이는 "반즈"라고 해. 너는 저 아이가 싫니?

이몬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내 곁에 오지 않는 거니? 날 무서워하는 거야?

가끔은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곤 하지만, 이 깊은 곳에서는 전혀 무섭지 않아요.

이몬이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살로 된 심장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상태였다.

왜?

당신은 좋은 사람 같아서요.

좋은 사람이라고?

가끔 우리를 보고 웃어주고, 우리 말도 들어주잖아요. 게다가 우리 말도 끊지 않으시고요.

밖에 있는 어른들이 화를 낼 때면, 당신은 늘 우리의 숨을 곳이 되어주었잖아요.

그리고 잠잘 시간이 되면 노래를 불러주시고, 에비아나가 어두운 걸 무서워할 때는 잠깐 안아주시기도 하셨어요.

제가 본 어른들 중에 가장 좋은 분이에요.

사실 난 아이들을 달래는 노래를 몰라서, 다 즉흥으로 지은 거야.

다른 것들도 전에는 해본 적 없는 일이었어. 너희가 원해서 하게 된 거야.

그럼, 056번은 우리의 "요청"을 들어준 첫 번째 어른이에요.

에비아나가 말해줬어요. 지난번에 그 어른들이 또 제 기억 데이터를 가져갔대요.

이번에는 당신과 3일 동안 같이 있었는데, 그동안 변함없이 대해주셨어요.

30일 동안 당신과 알고 지낼 수 있다면, 당신 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리 와, 이몬. 천천히 걸어와서 내 곁으로 와.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이몬이 의식의 바다 속에서 조심스럽게 두 걸음을 내디뎠다.

네가 원한다면 안아줄까?

056번은 이 아이들이 무엇을 제일 좋아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관찰한 바로는 안아주기만 해도 말을 잘 들었고, 실험 중의 실수도 줄어들었다.

밖이 어떻게 변하든, 이곳에서는 항상 너희를 위한 포옹이 있을 거야.

……

아무리 어른스러운 척해도 이몬은 결국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비록 056에게 마음을 준 지도 3일밖에 안 됐지만, 이몬은 잠시 머뭇거린 끝에 그 따뜻한 품을 믿기로 했다.

하지만 이몬은 "기거" 중인 반즈를 달갑지 않게 여겼다. 반즈가 "깨어 있을" 때는 모습을 감춰야 했고, 056번은 이곳의 진짜 "주인"을 반즈에게서 숨기려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몬은 056번이 자신보다 반즈를 더 사랑한다는 걸 눈치챘기에, 그를 질투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모두 이 "막내"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았다.

또 평범한 하루였고, "수업"을 받으러 온 아이는 에비아나였다.

반즈가 너를 보지 못하게 조심해. 그 아이는 기억할 거야.

에비아나는 의식의 바다 속에서 "언덕" 위에 앉아, 바닷가에서 056번과 함께 놀고 있는 하얀 머리의 남자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그 아이가 우리를 보면 무서워할 수도 있으니까 잘 숨어있을게요.

에비아나는 자기 관절에 있는 다소 흉한 연결 부위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056번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그녀의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걸 확인한 에비아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아이가 "손가락"을 다쳤어요. 죄송해요, 제 잘못이에요.

네 잘못이라고?

네, 지난번에 제가 시험관 하나를 가져갔다가 실수로 깨뜨렸거든요.

아이가 그걸 만졌나 봐요. 아이가 만진 건 아래 "밀밭"에 있는 "밀 까끄라기"였어요.

전에 아이가 056번에게 바닷물을 만져봤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056번은 에비아나가 고백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그것도 제가 했어요. 배양액은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만져봤거든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 아이가 볼 수 있는 모든 것, 심지어 햇빛조차도 가짜였다. 아이가 본 태양은 실험실의 눈부신 천장 등이었고, 날씨가 맑아지는 것은 056번과 실험체의 실험이 시작되는 거였다.

056번이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정말요? 저를 꾸짖지 않으시는 건가요?

056번은 며칠 전의 일을 떠올렸다. 그때 그녀는 양성 구역에 앉아, 당일의 일지를 정리하면서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수다를 떠는 걸 듣고 있었다.

그날 밤 아이들의 대화 중심에는 "반즈"라는 아이가 있었다.

난 056번이 제일 좋아. 그리고 056번은 반즈를 제일 좋아하니까, 나도 반즈가 좋아.

반즈가 있으니까 나는 이제 막내가 아니라고. 헤헤, 반즈를 동생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에비아나, 넌 말이 너무 많아.

지난번에 056번이 연결선으로 꽃을 만들어 그 아이한테 보여줬는데, 이제는 꽃의 품종을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대.

정말? 어떤 꽃인데?

데이지였나? 나도 잘 구분하지는 못해.

에비아나가 구속대의 쇠 버클을 들어 올리며, 멀리 있는 056번에게 물었다.

056번, 다음에는 이걸로 벌레를 만들면 어때요?

조명 아래에 앉아 있던 056번이 어두운 구역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056번이 허락하자 다른 아이들도 에비아나를 따라 했다. 그들은 하나둘씩 자신들의 "보물"을 꺼내, 056번을 도와 그 남자아이를 위한 아름다운 꿈을 만들어주려 했다.

다른 여자아이도 어둠 속에서 키득거리며 웃었다.

우리가 그 아이한테 수업을 하는 것 같아요. 얘기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

이 아이들은 부모와 가족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 그들이 삭막한 연구소 지하에서 "사랑"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는 오직 056번뿐이었다.

056번의 사랑은 단순했고, 아이들도 그것을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그저 "반즈"라는 아이를 모두가 사랑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어른이 될 기회가 없었지만, 형제자매나 부모처럼 그 막내 아이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056번? 무슨 생각 하세요?

에비아나가 의식의 바다 속에서 반서를 툭툭 쳤다.

잠시 딴 생각 하고 있었어.

에비아나, 난 이곳의 모든 것을 반즈에게 온전한 형태로 남겨주고 싶어.

난 외부와 연락할 순 없지만, 여기서 일어난 일들을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겨둘 수는 있어.

외부에는 다른 방식으로 나와 연결된 다른 사람이 있거든.

056번이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자 에비아나가 바로 대답했다.

반즈를 말하는 거예요?

……

잘 모르겠지만, 056번이 하시는 일은 분명 옳을 거예요.

……

아, 그러고 보니 056번한테 물어볼 게 있어요. 크흠! 저 혼자만 궁금한 건 아니에요! 오늘 제가 수업을 받는 차례라, 다들 절 시켜서 물어보라고 했어요.

뭔데?

그게...

에비아나는 머뭇거리며 눈길을 피하다가, 큰 용기를 내어 이 의식의 바다 속에서 반서에게 말을 꺼냈다.

저희가 056번을 "엄마"라고 불러도 될까요?

……

056번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조건이 있어.

앞으로 너희들은 무슨 일을 하든 내 지시를 따라야 해.

오늘부터 구속대의 버클을 최대한 날카롭게 갈아둬.

피크맨 의사는 테오도르에게 여전히 연구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그를 폐쇄된 실험실에 격리해 두었다. 연구원들은 그 방을 꺼렸고, 어쩔 수 없이 지나갈 때면 안에 있는 침식체를 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다.

다른 사람들은 테오도르를 무서운 "악마"로 여겼다. 하지만 056번은 결국 그들이 이 악마를 "사육"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한편, 056번은 은밀하게 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056번은 아이들을 초대하여 "풀밭"을 건너 자신에게 오게 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들이 의식의 바다에서 안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따스하게 품어주며, 해야 할 일들을 다정히 설명해 주었다.

오늘부터는 누구도 버려지지 않을 거야.

외부 사람들이 장난감을 한곳에 모아두라고 할 텐데, 너희들은 몰래 조금씩 숨겨둬.

너희들에겐 그들에게 반항할 힘이 있어. "장난감"만 있다면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경고를 보내면, 이렇게 하는 거야.

056번이 날카롭게 간 "장난감"을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

찌르고, 그다음 베어버려.

그들에겐 이제 어머니가 생겼고, 더 이상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실험체가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세상을 모르는 어린아이들이었고, 탯줄로 연결되어 훈련받은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056번 반역자가 낳은 "악마"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