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이 다가가는 순간, 뒤쪽 통로에서 바람이 불어오며 공기 중에서 피 냄새가 감돌았다.
지휘관은 본능적으로 신중하게 옆으로 피하며, 뒤쪽의 어둠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하지만 통신기에서는 지직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반즈의 응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지휘관은 총을 쥔 채, 빠르게 두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반즈가 있던 방으로 가서,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상태가 이상한 반즈가 지휘관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의 뒤에 있던 어두운 구멍에서 침식체가 튀어나와 그를 끌고 들어갔다.
!!
지휘관이 반사적으로 달려들어, 끌려 들어가기 직전인 반즈의 손목을 붙잡았다.
하지만 반사적인 행동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없었다.
지휘관과 반즈는 함께 구멍 아래로 끌려 들어갔고, 그 아래에서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휘관은 아직 어지러운 상태였지만, 기어 일어나 전방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총알을 쏟아부었다.
침식체는 지휘관의 총알을 피하지 못했다. 총알이 명중하는 소리와 함께 침식체가 붙잡고 있던 반즈의 "손"을 놓더니, 앞의 긴 통로를 따라 빠르게 도망쳤다.
침식체가 사라진 방향에는 속이 드러난 단단한 구조물이 바닥에 쓸려 생긴 흔적밖에 없었다.
지휘관은 시야가 천천히 돌아왔다. 그러자 반즈가 미간을 찌푸린 채, 리볼버를 꽉 쥐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반즈는 다소 몽롱해 보였다.
으음.
저 침식체는 뭔가 이상해.
이런 상황에는 이미 적응됐을 텐데.
알았어.
지난번 연결할 때의 잔잔했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이번에는 마인드 표식이 의식의 바다에 접근하자마자, 그 속의 파동이 느껴졌다.
전에는 의식의 바다에 작은 파동만 있었고, 아시모프가 검사했을 때도 문제없다고 했는데, 이런 건 나도 처음 봐.
방금 침식체와 접촉해서 그런 것 같아. 으윽!
반즈의 기억 데이터가 갑자기 통제 불능 상태로 뒤섞이며, 의식의 바다를 흔들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