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아슬아슬했네. 하마터면 이합 생물한테 잡아먹힐 뻔했어.
내가 적조 이상 징후를 보고한 척후병이야. 지원 임무를 받고, 바로 임무 지점으로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
다행히 제때에 도움을 주셨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음, 고마워할 것 없어.
조금 전, 반즈가 바깥의 대부분 이합 생물들을 처치했기에, 건물 안으로 대피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휘관 일행은 연구소의 폐쇄된 통로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그들은 짧은 휴식 시간을 이용해 장비를 점검했다.
덕분에 잠깐 숨을 돌리게 된 지휘관이 반즈의 새 기체를 살펴보았다.
응, 교체한지 얼마 안 됐고, 최근엔 적조의 움직임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고 있어.
잠깐만요. 이전 소대가 이곳에서 실종된 게 정말 확실한가요? 저와 샌디가 탐측해 보았지만,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아요.
연구소 내부의 차단 장치 때문일 거야. 너희가 오기 전에 초기 탐색을 했는데, 마찬가지로 신호가 잡히지 않았어. 하지만 그들이 이곳에 왔었다는 건 확실해. 우리랑 같은 경로로 들어왔거든.
반즈가 자신의 귀를 가리켰다.
"호크 아이 시스템"이야.
이건 과학 이사회에서 기체에 장착한 테스트 장치야. 휴대용 파오스의 창이라고 보면 돼.
이 통로만 해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있어.
맞아, 여러 시간대의 정보가 뒤섞여있어.
가장 오래된 흔적은 연구소 내부의 인원들이 남긴 거고, 최근 건 2년 전쯤 공중 정원을 배신한 그 구조체들이 남긴 거야, 게다가 승격자들의 흔적도 있고.
그럼, 여긴 승격자들의 거점이었다는 건가요?
예전엔 그랬지.
그레그는 말문이 막혔고, 샌디는 익숙하다는 듯이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난 그저 이 연구소의 프로젝트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서, 변이 생물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는데, 우린 승격자들의 옛 아지트로 뛰어드는 거였어. 난 분명 모두의 발목만 잡는 존재가 될 텐데...
그게 다가 아니야, 더 있어.
……
그레그는 반즈의 말을 들고 기절할 뻔했다.
먼저 온 소대의 이상 신호가 연구소 깊숙한 곳에서 감지됐어. 게다가 유사한 신호들이 연구소 곳곳에 있기도 해.
아마 안에는 다른 누군가가 남긴 단서들이 있을 거야. 예를 들면 이런 물건들이 있지.
반즈가 그레그와 샌디를 지나쳐, 잡동사니가 가득한 구석에서 상태가 엉망인 단말기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 단말기는 아직도 불빛이 규칙적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그렇긴 하지만 최신형이 아니야.
반즈가 익숙하게 낡은 단말기를 분해하여, 그 안에서 아직 멀쩡한 발신 장치를 꺼냈다.
신호가 깜빡이는 빈도가 바뀌면서, 색깔도 빨간색으로 변했다.
흠, 누군가가 부품들을 모아 간이 발신 장치를 만들었는데, 우리에게 "추진"해야 한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어.
저는 이 신호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는데요. 적어도 공중 정원의 구조체들이 배운 신호는 아닌데, 어떻게 이게 누군가가 일부러 남긴 단서라고 확신하시는 거죠?
그럴 리 없어. 이런 형식은 내게 익숙하거든.
슈트롤과 그 동료들만 사용하는 특별한 신호야. 그와 함께 임무를 수행해 본 자만 알 수 있지.
"슈트롤"이요?
성갑충 소대의 전 대장인데, 오래전에 실종됐어.
슈트롤의 명패는 이미 해변에서 한 승격자로부터 돌려받았었다. 그렇기에 버려진 연구소에서 슈트롤이 남긴 신호가 발견될 것이라고는 조금도 예상치 못했다.
이 상황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지는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반즈가 단말기를 챙기고는 연구소 깊숙한 곳을 향해 걸어갔다.
안쪽으로 가보자. 슈트롤이 나중에 찾아오는 이들을 곤란하게 만들 생각이 없었다면, 이쪽으로 가는 게 맞을 거야.
곤란하게 만들다니요? 그게 무슨 뜻이죠?
음, 아직 확실치는 않아. 슈트롤이 가리키는 건 단서일 수도 있고, 골치 아픈 일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단순히 안부 인사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 신호는 안부 인사 같진 않아.
내가 임무 경험이 얼마 없었을 때, 슈트롤과 종종 임무를 수행했었어. 그는 대부분의 어려운 문제들을 먼저 처리하고 신호를 남겨서,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을 후발대에게 맡기곤 했지.
가끔은 후발대에 맡긴 일들이 더 커져서 귀찮아지기도 했어. 덕분에 야근도 많이 했었고, 가끔은 그걸로 장난을 치기도 했지.
지휘관은 그 성갑충 소대의 대장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하지만 1년 전 라미아가 해변가에서 했던 모든 말은 명패를 받은 지휘관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반즈에게서 슈트롤의 행동 방식을 듣고, 그가 남긴 메시지를 본 지휘관은 머리가 복잡했었다.
오래됐어. 그의 "실종"이 확인된 시점에 남겨진 거야.
만약 그가 스스로 빠져나올 기회가 있었다면, 기어서라도 나왔겠지.
반즈의 앞머리가 그의 표정을 가렸다.
가자, 지금부터 신중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