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끝에서 큰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의식이 설원에 녹아들어 공허해지기 전, 노안은 행복한 꿈을 꿨다.
꿈에서 죽은 건 눈 위에 누워 있는 자신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오셀럼호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었다.
의식이 공백으로 된 후, 노안은 또 고통스러운 꿈을 꿨다.
이 꿈에서 노안은 고속으로 운항하던 오셀럼호에서 던져졌지만, 어느 구조체의 개입으로 목숨을 건졌다.
가슴에 난 총상은 친구가 선물한 반딧불이 로봇이 막아줘서, 치명상을 초래하지는 않았다.
노안은 이 차가운 땅에 엎드린 채, 심한 고통과 함께 살아남았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은 모두 한겨울 속에서 사라졌다.
후회하니?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가 다시 한번 추억을 뚫고 귓가에 울렸다.
만약 다시 선택하게 해준다면, 그래도 그 "증거"를 건네줄 거야?
…………
왜 대답을 안 해? 설마 네 의식도 빈사 상태의 기억과 동화된 거야?
목소리는 슬퍼하며 탄식하고 있었다.
아, 맞다. 내가 09호 의료 구역을 떠나 널 찾으러 갔을 때, 승격자를 배척하는 사람들을 위해 "선물"을 좀 남겼어.
네 몸에 걸린 "마법"이 효력을 잃기 전에, 사람들 곁으로 돌아가 네가 구하고 싶은 사람들을 구해.
승격 네트워크의 은혜를 제대로 이해한 다음, 다시 날 찾아.
……!
긴 추억에서 깨어난 청년의 몸에는 아직도 빈사 상태의 환상통이 남아 있었다.
혹사!
노안은 경고를 남긴 승격자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으나, 상대방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
09호 의료 구역!
만약 혹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09호 의료 구역은 분명히 매우 위험한 상태에 처했을 것이다.
그것이 음모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두가 침식체에게 학살당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미안... 난 이곳에 남아 있을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