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하늘 아래의 붉은 망령과 솟구치는 피로 만들어진 강은 지옥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증오에 찬 말을 속삭이며, 서둘러 건너가려는 청년을 비난했다.
우릴 구할 수 있었잖아.
넌 그에게 선택받았으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거야. 우리가 죽는 것을 보고도 모르는 체하는구나.
왜? 어째서? 왜 떠나려는 거야?
살려줘. 나 좀 살려줘. 슈렉.
이 이름은...
달리던 발걸음을 멈춘 청년은 돌아서서 적조의 허상을 바라봤다.
넌 누구야?!
난 집행 부대의 "배신자"야. 승격자의 거점에서 만났다면, 다 같은 상황이겠지.
왜 배신을 한 거야?
한쪽은 생환할 가능성이 없는 저항이고, 다른 한쪽은 확률이 극히 낮지만 살 수 있는 길이라면, 후자를 선택한다는 건 어렵지 않은 선택이잖아?
선별에 떨어진다면, 침식체가 된다고 들었어.
그래도 도전해 봐야지 않겠어? 네 이름은?
사람들은 날 슈렉이라고 불러.
슈렉이요? 하하하, 미안. 아무래도 "괴물"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단 말이지.
하지만 승격자에 의해 감방에서 "사육"된 구조체에게, "괴물"이라고 부르는 것도 나쁘진 않네요.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그럼, 우리 모두 힘내서 선별에 통과하자. "괴물" 씨.
…………
선별이 뭔지 물어보고 싶은 거지?
그건 동료를 선별하는 평가야. 네 기억 속에서 익숙한 방식으로 말하자면, 인간의 보육 구역에서 기술을 갖고 있는 직원을 선택하는 것과 같아.
심사는 통과하지 못한다고 해서 침식체가 되진 않아.
정말로? 그들은 버려진 채,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스캐빈저가 되잖아. 그리고 망가진 세계에서 다른 사람의 물자와 생존 공간을 탐색과 약탈을 하며 훔치기도 해.
언젠가는 그들도 다른 사람에게 약탈당해 죽음을 맞이할 거야.
걱정하지 마. 난 어떤 사람도 탓하고 싶지 않고, 미워하고 싶지도 않아.
퍼니싱이 스며든 이 시대는 그들에게 더 나은 선택을 주지 못했어. 그래서 모두가 어쩔 수 없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거야.
난 그들의 고통을 빨리 끝내주고 싶어.
선별을 통해 우리의 동료가 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통과하지 못한다고 해도, 난 그들에게 다른 길을 열어줄 거야.
승격자는 미소를 지으며, 지하 수로의 웅덩이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붉은 액체가 시체의 부러진 팔다리를 휘젓고 있었다. 그 상태는 마치 괴수가 부러진 팔다리를 씹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 노안에게 미소 짓던 여성 구조체도 그 안에 있었다. 이미 허상으로 변한 그녀는 희미하고 더듬거리는 말로 죽기 전에 했던 기도를 반복하고 있었다.
살려줘. 나 좀 살려줘. 슈렉.
…………
봐. 이 붉은 바다에 녹아든 자는 죽지도 않고, 새로운 생명이 됐어.
하지만, 이렇게 말한다 해도 넌 분명히 이해하지 못할 거야.
그는 두 손으로 적조를 들어, 노안의 앞으로 건넸다.
모두의 의식과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고, 여기에 저장돼 있어.
그들은 서로를 원하며, 상실의 고통 속에서 회복하고 있지..
적조는 "굶주린" 의식을 잡아먹고, "사별한" 조각을 만나게 해.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버리고, 행복으로 봉합시키는 거라 할 수 있어.
그녀는 적조가 모여 분해하는 것을 허락했어. 그럼 본·네거트님이 염원하는 "질서를 가진" 물건이 되거나 완전히 자유로운 조합으로 혼란 속에서 영혼이 없는 "무질서"한 몸이 될 거야.
이렇게 남겨진 생명과 의식은 더 이상 그들 본래의 모습이 아니야.
죽은 후에 완전히 썩게 되는 것보다는 좋잖아.
노안. 아니. 난 "슈렉"이라는 이름이 더 좋아. 괴물이 듣기에는 더 우리의 동료 같잖아.
너도 나와 같이, 끊임없이 사별하게 되는 이 시대를 혐오하고, 변화를 만들고 싶어 했잖아.
…………
난 너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 아직도 망설인다면, 시간을 더 줄 수도 있어.
본·네거트님께서는 네 의지를 거스르면, "동료"가 되더라도, 잠재적인 위험이 늘어날 거라고 하셨어.
그래서 난 너를 "인도"하기만 할 뿐, 절대로 강요하지 않겠어.
맞다. 네가 살아 있는 사람을 구하고 싶다면, 이미 얻은 힘을 시험해 보는 건 어때?
이미 얻은 힘이라고?
맞아. 언제 일어났었는지 궁금하지? 헤헤...
넌 내 작품이야. 모처럼 망가지지 않고, 완전한 자의식을 유지하고 있어.
그래서 난 본·네거트님의 권한을 빌려, 너에게 어떤 "마법"을 심었어.
네가 내 곁에 있어 준다면, 더 이상 퍼니싱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퍼니싱이 오히려 너의 힘이 될 거야.
그러면 넌 적조에 담긴 정보와 죽은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또 그것을 사용해 네가 원하는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게 돼.
됐어. 필요 없어.
살아 있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지 않은 건가?
당연히 그건 아니지!
왜 승낙하지 않는 거야?
난 결코 당신들의 졸개가 되지 않을 거야.
조각조각의 기억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안개가 조금 걷혔다.
그때 내가 거절한 뒤에 어떻게 된 거지?
날 떠나면, 넌 조금씩 자신을 제어할 수 없게 될 거야. 그리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괴물로 변할 거야.
아니지. 난 왜 거절했을까?
내가 승격자의 힘으로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면, 그의 졸개가 되지 않아.
제어 불가의 위험은 말할 것도 없고.
청년은 한 번 더 길가에 있는 적조의 허상을 바라봤다.
내가 간과한 게 있나?
늦었어. 슈렉.
……?
다가오는 뒤틀어진 그림자가 발소리를 내면서 어느 여성이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내가 가진 책에선 항상 이렇게 말했어.
새장에서 태어난 작은 새는 하늘을 두려워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러기는 새장을 증오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과거의 경험에 의존해야만 선택을 할 수 있다.
과거 없이, 과거로부터 도피하는 사람은 반드시 미래의 길에서 방황하게 될 거야.
당신은 누구야?
기억 안 나? 이게 우리 두 번째 만남이잖아.
벨라?
오랜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