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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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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2-11 되살아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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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수색 소대는 열차 하층 칸의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마땅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노안은 다음 날 오전 2시가 되어서야, G 열차 칸 54호 창고의 통풍 파이프 출구에서 펠드가 가진 스카프의 털실 같은 걸 발견했다.

G54호 창고에 진입한 뒤에야, 사람들은 이곳 감시 장치의 회전축에 언젠지 모르지만, 먼짓덩어리가 끼어서 작은 구역을 촬영하지 못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먼짓덩어리로 인한 각도는 감시 장치의 사각지대를 넓힐 뿐이어서, 키 작은 아이가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때마침 아무것도 안 찍혔네. 이게 우연일까?

저 녀석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여긴 밴크로프트가 맡은 근거리 수송팀이 물건을 방금 다 옮긴 곳이야. 설마 펠드도 따라 나간 건가?

레이첼 대장님에게 다시 한번 확인해 볼게.

세나는 단말기를 들고 레이첼에게 연락했지만, 다시 한번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다른 곳은 다 찾아봤어요. 멀쩡히 있던 애가 어떻게 실종될 수가 있는 거죠?

수송팀이 돌아오면 다시 물어볼까요?

뭐라고? 펠드가 사라졌다고?!

아침 6시, 밴크로프트가 마침내 열차로 돌아왔다.

네, 제가 아침에 훈련하러 갈 때까지는 있었는데, 저녁 10시쯤에 돌아와 보니 없었어요.

사람들을 따라서 나간 걸까요?

그럴 리 없어. 이번 화물은 중요해서 내가 계속 지켜보고 있어서 알아. 수송팀에 펠드는 없었어.

화물 상자 안으로 들어간 건 아닐까요?

화물 상자도 열어서 확인해 봤어.

언제 확인해 보신 거죠?

열차의 정차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역에 도착하기 전에 한 번, 납품 거점에 도착했을 때 한 번 검사했어.

잠깐만.

설마 1차로 검사한 후에 들어간 건가?

아니야. 운송 중간에 검사를 빠르게 한 번 했었어.

빠르게요?

그래. 중간에 침식체의 습격 때문에 수송차 몇 대가 전복됐었거든.

침식체를 유인하기 위해, 물건을 놓고 잠시 자리를 이탈한 적은 있었어. 하지만 돌아와서 정리 및 검사를 했을 때, 다른 이상을 발견하지는 못했어.

이번에 물건을 잃어버리셨나요?

아니. 귀중한 화물이라 누군가 훔쳐 갈 줄 알았는데, 침식체 습격 때문에 생긴 작은 손상 외에는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어.

아직도 열차에 숨어있는 건 아닐까?

사람들이 하층 칸을 다 찾아봤어. 상층 칸에 가지 않는 한, 하층 칸은 아닐 거야.

네, 우린 통풍 파이프와 지붕을 포함한 모든 곳을 찾아봤어요.

같이 찾았다고?

밴크로프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네. 모든 사람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함께 찾아주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것밖에 찾지 못했네요.

노안은 짧은 털실을 밴크로프트에게 건넸다.

제가 통풍 파이프에서 이 털실을 찾았어요. 그런데 이 털실이 펠드의 스카프에서 나온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털실을 받은 밴크로프트는 잠깐 털실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린 뒤, 코앞으로 가져와 냄새를 맡았다. 그러자 밴의 안색이 점차 창백해졌다.

이 질감과 냄새는 펠드의 것이 틀림없어. 펠드의 스카프는 아내의 유품이라, 내가 기억하지 못할 리 없어.

노안, 어디 통풍 파이프에서 털실을 찾은 거니?

G 열차 저장 칸의 54호 창고에서요.

G54?!

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펠드는 왜 수송팀이 이번에 화물을 옮긴 장소로 가려고 했던 거지?

펠드는...

너같이 쓸모없는 아버지를 도와서 물건을 지키려고 했던 거겠지!

아사??

뭐라고요?

"이렇게 가다간, 분명히 쫓겨날 거야."

아사는 우물쭈물하는 어린아이의 말투를 따라 하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펠드가 이렇게 말했을 리가 없어!)

널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화물 상자를 누가 훔쳐 갔는지 따라가 보는 수밖에 없지 않아?

화물 상자에서 기어 나와 보니, 이게 왠걸, 도둑이 자기 아버지일 줄은 몰랐네!

이번엔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았어요!

네가 펠드를 물건과 함께 074호 거점에 둔 뒤, 펠드한테 물건을 훔쳐서 돌아오라고 한 거 아냐?

뭐라고요?! 절대로 그러지 않았어요! 당신들이 이번에도 크게 우회하는 경로를 계획하는 바람에, 전 펠드를 만날 시간도 없이 급히 출발해야 했어요!

아사는 밴을 비웃었다.

그래. 우리가 또 크게 우회했어. 왜? 지금 당장 "자라 진상" 초병에게 보고해서, 이 정보를 가지고 네 아들내미 약으로 교환하려고?

그, 그걸 리가요!

펠드는 어떻게 제가 G54호 창고에 운반해야 할 물건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거죠? 당신이 펠드에게 알려준 건가요?!

내가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을 테니, 네 아들한테 가서 물어봐. 열차에 없는 이상, 펠드는 분명히 물건과 함께 074호 도시의 거점에 남아있을 거야.

아니면, 넌 펠드를 짐으로 생각해서 버리려고 했던 거야?

전...

입술을 떨던 밴크로프트는 돌아서서 열차의 문을 바라봤다.

문틀에서는 열차의 가동 카운트다운 램프가 깜박이고 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열차는 074번 도시를 벗어나게 된다.

내가 찾으러 갈게.

아저씨!

펠드는 분명히 074호 도시에 있을 거야. 거점에 없다면, 수송차가 전복됐을 때, 떨어졌을 거야.

밴은 자신의 방호복을 집어 들었고, 황급히 문으로 걸어갔다.

잠깐, 여기 네 보수를 가져가. 이번엔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니, 할부로 지급할 분실 벌금을 제하면, 며칠 치의 음식과 물을 탄 양조주 한 병을 보상으로 줄 수 있어. 들고 가서 마셔. 아직은 날씨가 추워.

바바리, 물건을 밴에게 줘.

자.

요리사 바바리는 식탁에서 한 자루의 병과 캔을 꺼내, 밴크로프트에게 던져줬다.

감사해요.

아저씨, 언제 다시 돌아올 생각인 건가요?

오래 걸릴 거야.

열차가 하층 칸 사람을 위해 정차할 리 없잖아. 펠드를 찾은 뒤, 한동안은 밖에서 생활하다가, 열차가 되돌아오면 다시 탈게.

같이 가도 될까요?

안 돼. 밖은 너무 위험해. 나 혼자 가도 돼.

노안, 너에게는 고맙구나. 같이 펠드를 찾아준 사람들에게도 고마워. 사람들이 도와줄 줄은 몰랐어.

내가 애초에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밴은 일어서서, 곧 닫힐 차 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소년이 고개를 돌리자, 어머니의 직위를 대신한 바바리와 아사가 서로 마주 보며 미소 짓는 게 보였다.

그 후, 노안은 어디를 가든 밴크로프트와 펠드의 소식을 물어봤다. 하지만 두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완전히 자취를 감췄고, 사람들의 화제에서도 사라졌다.

노안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혼자서 폐부품을 수집해 펠드가 남긴 반딧불이 로봇을 조립했다.

이거면 우리가 같이 제작한 기념품이라고 할 수 있겠어.

노안은 점차 훈련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폭우 속에서 혼자 걷기와 틈틈이 상대방의 그림자를 찾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하층 칸이 시련과 고난으로 가득 차 있더라도, 사람들 속에 남아 있는 한, 마음속 화염은 혹한때문에 꺼지지 않을 것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년이 됐을 때, 노안은 레이첼의 테스트를 순조롭게 통과했다. 그리고, 임무 수행을 위해 수송팀을 따라 열차를 떠날 수 있게 됐다.

모두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아직도 소식이 없는 펠드를 찾기 위해, 노안은 자신의 시간을 불살랐다.

사람들 속에서 자란 소년은 온화함에 싸여 있었고, 사람들의 복잡한 날카로움에 단련됐다. 그러면서 조금씩 온화하면서도 강인해졌고, 충동과 고집을 자기방어의 무기로 사용하지 않게 됐다.

그러던 중, 노안은 수송 중에 처음으로 반딧불이가 춤추며 날아다니는 숲을 보게 됐다.

어둠이 깔린 긴 길 위에 수많은 별빛이 있는 것을 바라보며, 노안은 자신이 결코 잊은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어린 시절의 날 선 까칠함과 이별의 후회도 버리지 않았다. 사람들의 따뜻함 속에서 부드러워지더라도, 살과 피에 숨겨 영혼의 뼈대가 됐다.

숲을 떠난 후로, 노안은 가끔 이곳을 꿈꾸곤 했다.

꿈속의 펠드는 그가 기대하던 대로, 반딧불이 사이에 서서 미소 짓고 있었다.

펠드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아버지와 함께 아딜레 상업 연맹으로부터 이미 멀리 떠난 건 아닐까?

…………

아니면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사라진 걸까?

아무리 찾아봐도 밴과 펠드에 관한 소식은 없었다. 그리고 꿈속의 반딧불이는 펠드의 그림자와 함께,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어두운 밤이 사라지면, 아침 해가 떠오르는 하늘에 녹아들었다.

하지!

윽!

긴 추억에서 놀라며 깨어난 노안은 자신이 혹사의 손을 꽉 잡은 것을 알아차렸다. 혹사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의료 기기에 청년의 몸에 연결하려고 했다.

혹사? 난 방금...

방금 노안의 의식의 바다에 갑자기 혼란이 생겨서, 강제 휴면을 할 수밖에 없었어. 계속 깨어나지도 못했으니까.

…………

(맞아. "노안"이라는 이름과 이름을 버리게 된 이유가 생각난 뒤, 내 의식의 바다에 심각한 혼란이 일어났고, 곧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 거야.)

이제 내 손 좀 놔줄래?

아, 미안.

노안은 황급히 혹사의 손을 놨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듯 자기 머리를 어루만졌다.

방금 이 기계를 나와 연결하려고 했던 건가?

이건 의식의 바다를 치료하는 기기야. 방금 탤버트와 다른 구조체가 논쟁할 때, 부딪쳐서 연결선이 떨어졌어. 그래서 다시 네게 연결해 주려고 했던 거야.

부딪쳐 떨어지고 난 후, 내가 바로 깨어났던 거야?

…………

잠깐만. 논쟁?

노안이 고개를 드니, 탤버트가 다른 구조체와 멀지 않은 곳에서 싸우고 있는 게 보였다.

자신이 운이 계속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네가 여기서 한 발짝만 내디디면, 승격자의 졸개가 돼버릴 거야!

왜 사람들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 건데?

소용이 없으니까! 우린 이 재난에 대항할 수 없어! 오직 승격자만이 가능하다고!

또 그런 말을 하면, 정화 부대에 보고할 거야!

탤버트와 대원들이 왜...

미안해. 나 때문이야. 내가 정비 절차를 따르지 않고, 무단으로 강제 휴면에 들어가게 했어.

내 동료들도 의식의 바다에 혼란이 생긴 것 때문에 세상을 떠난 적이 있어. 그래서 마음이 급해져서 정비와 검사를 생략하게 됐나 봐.

사람들이 네가 깨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나한테 책임지고 사고를 정리해서 보고하라고 했어. 하지만, 거점의 통신은 연결할 수 없었어.

어떤 사람이 최근 다른 거점에서 승격자 습격 전에 비슷한 문제들이 있었다고 하면서, 승격자를 들여온 건 아닌지 걱정했어.

왜 정화 부대에 보고한다는 거야! 난 구하려고 했던 것뿐이야!

나랑 마주친 승격자는 내가 선별을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어. 그 승격자가 준 "시련"에서 살아서 돌아온다면, 날 찾아올 거야.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왜 그걸 이용하지 말라고 하는 거야?!

탤버트, 이런 상황은 보고하는 게 좋겠어요. 정말로 승격자가 09호 의료 구역에 온다면, 이곳의 사람들과 부상자들 모두 위험에 처할 거예요.

승격자가 09호 의료 구역에 오지 않아도 여긴 안전하지 않아요!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고, 우린 언제든지 습격당할 수 있어요.

탤버트!

승격자의 힘만 다스릴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해 낼 수 있으니, 몇 명 정도는 희생시켜도 괜찮아.

이 놈이!

구조체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탤버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 주먹은 노안 자신이 얼굴에 얻어맞는 것처럼, 심한 통증을 일으켰다.

승격자?

환영한다. 과거를 버린 "배신자"들이여. 너희들이 원하는 힘인 본·네거트가 곧 도착할 거야.

본·네거트가 오기 전까지 내가 보편적인 질문에는 다 대답해 줄게.

롤랑...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군.

이거면 되나요?

그래. 이제 돌아가도 돼.

어이, 잠깐, 이 의료 캡슐에 있는 건...

롤랑

신경 쓰지 마. 저 사람은 "그"에게 특별히 초대받은 게스트야. 지금 너희들의 처지보다는 훨씬 안전해.

저기 봐. 벌써 깨어났잖아.

배신자 구조체2

게스트?

생각났어. 승격자. 배신한 구조체.

예전에 그들을 본 적이 있어.

그를 데려가실 건가요?

그래. 우리의 계획이 한 단계만 더 진행되면, 지구상에 살아남은 인간이 더 적어질 거야. 행성이 텅 비는 건 내가 바라는 결말이 아니야.

구조체와 로봇 외에도, 아직도 많은 자질을 갖춘 인간이 피와 살에 갇혀서 선별의 티켓을 얻지 못했어.

쌍둥이가 열차에서 떨어진 그를 받았고, 신형 무기가 침식되지 않게 했어. 그리고 마침 그가 있는 곳이 210호 도시지.

이런 운명적인 우연은 새로운 계획의 시작이 될 수 있어.

그것은 혼수상태와 깨기를 반복하면서 남은 기억이었다.

그는 자신이 중상을 입었을 때, 순백의 방으로 끌려갔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눈 부신 불빛 때문에, 상대의 외모는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괴상한 의자는 기억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어요. 이렇게 크게 다쳤는데도 살아있어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를 깨어나게 해. 관심이 있으면, 네 방식대로 우리의 동료로 만들어도 돼.

알겠어요.

네가 데려온 테슈는 어디 있지?

아직 043호 도시에서 그녀들과 같이 있어요.

본·네거트는 단말기의 스크린을 띄운 뒤, 감시 카메라의 화면을 켰다.

반 붕괴된 폐허에서 장발의 청년은 차갑게 예전의 지휘관과 동료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그녀들을 위해 간단한 치료와 도움을 제공하고 있었다.

제가 테슈를 계속 지켜보고 있을게요. 저 소대는 테슈가 돌아갈 곳이 아니기 때문에, 분명히 제게 돌아올 거예요.

이번에 오신 건 그를 찾기 위해서인가요?

아니. 네 쪽에 보관해 둔 물건을 찾으러 왔다.

"크틸라"의 본체를 사용해야 하나요?

아니. 아직 실험이다.

다시 기억을 되찾았을 때, 몸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럼, 개조 수술이 끝난 후에 일인가?

아니. 그뿐만이 아닌 것 같아.

기체의 손상은 이 순간의 기억에 손실이 있다고 일깨워 주고 있었다.

이번에도 실패한 것 같네. 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배신한 구조체 중에 선별을 통과할 수 있는 건 아무도 없다고.

그가 아무런 절차도 없이 소식을 퍼뜨리게 내버려 두면, 공중 정원이 눈치를 채게 하는 것 외에는 어떤 결과도 얻을 수 없어.

이 결과가 바로 내 목적이다.

어? 동쪽에서 소리 내고 서쪽을 치겠다는 거야?

그래. 후속 작업일 뿐이니, 롤랑 넌 참여할 필요 없어.

내가 드디어 해고당한 건가?

아니. 이곳의 일은 그에게 맡기도록 해.

조만간 루나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설마 네가 루나와 관련된 단서를 포기하고, 계속 날 위해 일할 건 아니겠지?

"그"라고?

롤랑은 우스꽝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 멀리 의자에 앉은 모습을 바라봤다.

네 밑의 승격자가 아주 적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하이디 같은 "인턴"이거나, 나 같은 "임시 대역"이라고 들었어. 그래도 넌 자신만의 "특별한" 승격자 선별 조건이 있는 줄 알았는데.

하지만 그 아이는 자신조차 제어하기 힘들어 보이던데, 그리고 또 인간과 선별에 통과하지 못한 구조체에 집착하는 거 같았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전임 지휘관인 레븐쉬를 상대할 때도... 동정하는 자세를 취했어.

내가 보기엔 이미 자신을 잃고 빈 껍데기만 남았을 거야.

이런 미치광이를 믿다니, 도대체 뭘 기대하고 있는 거지?

난 선별이 끝난 뒤에도, 새로운 세계에서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많은 동료가 필요해.

그가 바라는 길은 나와 다르지 않아. 설령 그 사람들이 선별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적조의 양분은 될 수 있어.

그에게 있어, 그들의 생전 고통은 이미 적조에 녹아들었어. 그리고 환상 속에서 행복하게 깊이 잠들었다.

그래서 그는 적조 속의 세계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뒤틀린 조각들도 사랑했다. 그것들의 진짜 형태가 무엇이든 간에, 난 그의 꿈을 깨울 필요가 없어.

아이를 너무 오냐오냐하면서 키우면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 있는데.

그럼 넌? 내가 네 행동에 간섭하기를 바라는 건가? 아니면 네 행동에 간섭하지 않을 거라는 걸 믿을 수 없다는 건가?

롤랑, 넌 내 승격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잖아, 그러니 나에게 있어 이곳에서의 업무와 정보는 단순한 거래일 뿐이야.

넌 새로운 세계에 설 자격이 있고, 선별에 간섭하는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네가 어디를 가든 난 막지 않을 거야.

막지 않는다고 감시를 중단하는 건 아니잖아.

그건 필요한 행동이지. 넌 우리의 동료가 되지 않았으니까.

동료가 되지 않아서 그런다고? 그럼 "특별 게스트"도 아직 너희 동료가 아니라서 이렇게 많은 고생을 겪는 건가?

…………

맞아. 이 상처들은 내가 그를 거절했기 때문에 생긴 거였어.

왜 승낙하지 않는 거야?

난 결코 당신들의 졸개가 되지 않을 거니까.

졸개라, 넌 내가 졸개로 보이니?

설마 누명을 쓰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으로 보이겠어? 당신의 모든 행동은 자기 얼굴에 끊임없이 악당의 분위기를 더하고 있어. 그래서 내 눈에는 검은 실루엣으로만 보일 뿐이야.

모두를 살리고 싶다면, 이게 바로 가장 좋은 방법이야.

당신에게 있어 그런 의식 조각 따위도 살아있다고 여길 수 있는 건가?

완전히 부패한 것에 비하면, 당연히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지.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우린 비슷한 과거와 유감이 있는데 당연히 날 이해해야 하는데?

다시 한번 말하지. 난 당신이 어떻게 미치광이가 된 건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의 행위를 동의하는 것은 아니야.

내 기억을 읽는 행위도 포함해서, 모두 동의할 수 없어.

…………

본·네거트님은 폭력적인 방식으로 네 생각을 바꾸길 원치 않으셔. 그리고 우리의 동료가 될 수 있을지는 본·네거트님에게 크게 중요하지는 않아.

하지만 네 기억을 본 후, 관심이 생겼다는 것은 인정할게.

더군다나, 넌 내 작품이자, 내 낙인을 지니고 있어. 정상적으로 개조된 구조체와 달리, "이상"이 있는 개체는 어떤 곳을 간다고 해도 이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을 거야.

날 떠나면, 넌 조금씩 자신을 제어할 수 없게 될 거야. 그리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괴물로 변해서 모두의 사냥 대상으로 전락해 버릴 거야.

아직도 날 죽이지 않은 것도, 이거 때문인 건가?

맞아. 내가 네 기억에 관심이 없었더라도, 창작자가 자기 작품에 감정 이입이 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거잖아.

그래서 난 쉽게 널 망가트리고 싶지 않아.

희미한 그림자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노안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말해도 설득되지 않겠지?

미안해. 용서해 줘.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서로에 대해 다시 알아보면서, 친하게 지내자.

——!!

아파? 미안해. 말을 듣지 않는 아이는 반드시 벌받아야 해.

노안

당신... 콜록콜록...

심한 통증이 가슴에 몰려들면서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다시 가라앉았다.

기억은 상처와 함께 혼란 속으로 녹아들었다. 이때가 돼서야, 노안은 자신이 승격자와 연관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난 정의로운 동료 같은 건 아니라고, 마음의 준비를 했었어. 하지만 승격자에게 초대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이런 일이 나 같은 일반인에게 일어나니, 타임슬립 만화처럼 실감이 나질 않아.

날 떠나면, 넌 조금씩 자신을 제어할 수 없게 될 거야. 그리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괴물로 변할 거야.

적어도 난 아직 제어 불가가 되진 않았어.

그다음은? 서로 다시 알아보자고 했으니까, 근처에서 잠복하고 있는 건가?

생각 중인 노안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혼란 속에서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노안

……?

대량의 침식체가 접근하고 있어!

거리는 얼마나 남았지?

몇백 미터밖에 남지 않았어. 보초는 어떻게 된 거야?

**, 어딜 간 거야?

탐지 경보도 울리지 않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정말로 그런 건 아니죠?

승격자가 드디어 오는 건가?

드디어?! 미친 거 아냐! 의료 구역에는 아직 부상자가 많다고!

승격자?!

난 피하지 않을 거야. 나도 같이 싸우게 해줘!

나도 함께 갈게!

노안은 성큼성큼 의료 구역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