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 그날은 눈이 많이 내렸다.
끊긴 열차는 포화에 멈췄고, 설원과 함께 침묵했다.
레이첼의 피가 손에 튀었다. 분명 미지근했지만, 노안은 뜨거울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레이첼 대장님.
아래 사람들이 내는 발걸음 소리가 천둥소리를 내는 북 같았다.
어째서...
하늘의 짙은 먹구름도 영혼의 어두움과 같이,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
자신의 스승님을 이미 죽였고...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노안의 심장에는 자신에 대한 증오스런 고동 소리만 남았다.
아끼고, 미워했던 열차에 관한 모든 과거와 미래는 이로 인해 파괴될 것이었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며, 추억의 조각들이 깨진 유리처럼 쏟아졌다.
왜 레이첼 대장님을...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알려주세요...
어째서죠?
12살의 초가을 때였다.
더위와는 어울리지 않는 싸늘한 표정의 어머니는 자신의 업무 칸막이 방에 앉아, 알 수 없는 표정의 가면을 넘어, 낯선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우린 네 최근 장부와 물자에 관한 문제를 확인해야 한다는 명령을 받았다.
당신들은 누군가요?
애스턴 님의 친위대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이건 내 신분증이다.
칠흑 같은 그림자가 자신의 단말기에서 파일 하나를 드래그했다.
네가 거절한다면, 우린 강제 조치를 할 수 밖에 없다.
그 파일에 적힌 정보를 본 어머니는 잠시 침묵하고는 낡은 나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알았어요. 함께 갈게요.
어머니?
넌 여기 있어. 금방 돌아올게.
그녀는 정말 곧 돌아올 것처럼, 노안에게 서둘러 말했다.
다음 날 오후가 될 때까지, 어머니가 돌아오는 것을 보지 못한 소년은 끝내 참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행방을 물었다.
네 엄마? 네 엄마는 장부를 고쳐 쓰고, 물자를 횡령해서 잡혀갔잖아. 하하하!
우리 어머니께서 잡혀갔는데... 당신은 왜 웃는 거죠?
윗사람을 기만하고, 아랫사람을 속인 나쁜 사람에게는 나쁜 결과가 따르니까! 당연히 웃어야 하는 거 아냐?
됐어. 애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걸 말해서 뭐해.
누가 와서 물어보래?
...
난 예전부터 그 여인이 수상해보였어. 증거는 없지만, 그녀의 직위는 원래 부당한 이익이 있는 자리잖아. 그녀한테 아무런 죄가 없다고 네가 말해도, 난 믿지 않을 거야.
더구나, 그녀는 "그분"의 아내잖아?
노안.
에드 할아버지, 어머니가...
휴... 나도 지금은 해줄 말이 없어. 다들 위에서 증거를 찾아냈다고 말하고 있어. 단지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모를 뿐이야.
누구겠어? 오슬란이지! 그녀는 원래 오슬란쪽 사람이었고, 그 옆에 있는 귀족과 결혼했다가, 며칠만이 죽었잖아.
지금 하층 칸의 상황이 이렇게도 엉망이니,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아가고 싶을 거야.
...
에드 할아버지, 어머니가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까요?
노인의 안내로 소년은 돌고 돌아, 오셀럼호의 중간 구역에 도착했다. 이곳은 대량의 화물이 쌓여 있는 곳으로, 화물칸이라고 불렸다.
어머니는 몇몇 초병의 감시 아래, 어둡고 좁은 창고에 앉아 있었고, 유난히 허약해 보였다.
어머니?
아이 목소리가 들리자, 어머니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어떻게... 이렇게 되신 거예요?
그들 말이 모두 사실인가요?
넌 날 믿니?
당연히 믿죠.
그녀는 가면 아래에서 희미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걸로 충분해.
충분하다는 게 무슨 말이죠?
...
어머니.
왜요? 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건가요?
소년은 어머니의 침묵을 더 이상 참지 못한 채, 냉담한 가면을 향해 슬픈 의혹을 전했다.
사람들이 어머니가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웃었어요.
사람들은 예전에도 그랬어요. 절 볼 때마다, 어머니를 욕했어요, 그들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노안은 입을 벌렸지만, 결국 그 더러운 욕설은 반복하지 못했다. 그저 자주 듣던 말들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주위 사람들의 선의를 믿고, 서로 도와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는 도대체 뭘 하신 건가요? 왜 사람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거예요?
...
노안, 울지 마.
울지 않았어요!
그래. 참아야 해.
눈물은 가장 쓸모없고, 아무도 구할 수 없단다.
...
이곳엔 왜 온 거니?
사람들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인가요?
그래.
정말로 그 나쁜 일들을 하신 건가요?
그래.
어째서요?
미래를 위해서란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이해 못해도 괜찮아. 나중에 천천히 알게 될 거야.
내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으로 더 많은 사람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면, 난 기꺼이 범죄자가 될 것이고, 그 대가를 치를 거야.
내게 유일한 아쉬움은... 너란다.
노안, 아직도 날 믿니?
전 믿고 싶어요!
그래.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 날 믿어준다면, 그걸로 충분해.
절 아낀다고요?
당연하지.
그러면 왜 이런 일을 하셨어요? 왜 제 앞에서 가면을 벗지도, 밥도 드시질 않으신 거죠?
어머니는 제가 읽는 책은 어떤 건지 보지도 않으셨고, 제 취미는 계속 쓸모없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사람들이 어머니를 괴물이라고, 마녀라고 욕했을 때도, 전 반박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전 어머니의 얼굴조차 몰랐으니까요!
절 정말로 아끼시나요? 어머니?
전 어머니에게 귀찮은 존재인 건가요?
...
계속 그렇게 생각한 거니?
네.
왜 일찍 알려주지 않았니?
여러 번 말했었지만, 어머니는 듣지 않으셨어요.
...
어머니, 언제 돌아오실 수 있나요?
미안하구나.
?
어머니의 사과를 처음으로 듣게 된 소년은 잘못 들은 것이 아닌지 귀를 의심했다.
왜 갑자기 사과를 하세요?
노안은 자신이 항의한다고 해서, 어머니가 고집을 꺾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노안.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식의 이름을 불렀다.
지금 너에게 알려주고 싶은 게 있구나.
어머니는 영원히 벗지 않을 것 같던 가면을 소년이 지켜보는 가운데 천천히 벗었다.
그녀의 한쪽 눈은 이미 초점을 잃었고, 얼굴은 상처투성이였다. 수년간의 고된 노동으로 인한 피로한 모습과 푸르스름한 손이 하얀 손톱과 대비를 이뤘다.
...
날 알아볼 수 있겠니?
어머니.
노안은 묘하게 자신과 닮은 모습을 보며, 대답 대신 어머니를 불렀다.
그래. 무섭진 않아?
무섭지 않아요. 그냥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고 싶어요.
과거의 일은 말할 시간이 없지만, 적어도 네가 이런 깊은 오해와 자기 부정을 품고 살지 않았으면 해.
이 상처들과 내 상황은 모두 내가 저지른 잘못 때문이란다. 그리고 너에게 한 잘못도 포함해서 말이야.
언젠간 날 이해해 줄 거라고 믿고, 항상 제멋대로 내 생각을 남에게 강요했어.
이 얼굴이 널 두렵게 할까 봐, 밖에 있는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널 다치게 할까 봐 걱정됐어. 그래서 항상 널 집에 혼자 있게 한 건데. 그게 더 큰 트라우마가 되고 말았구나.
네 그림을 찢거나, 사람들과 논쟁하는 널 볼 때마다, 항상 생각했단다.
더 좋은 가정에서 태어났으면, 내일의 끼니 걱정 없이 건강하게 자랐을 텐데. 그러면 계속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더 이상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항상 이런 환경에서 태어나게 한 것을 후회했지만, 곁에 둔 것을 후회한 적은 없어.
노안, 넌 굳세고 착한 아이야.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한 건, 환상 속에 빠져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지 못할까 봐 그랬던 거야, 이해해 주길 바라.
어머니, 전...
어쩌면 내가 좀 더 이성적이고, 온화한 방식으로 교육했어야 했어. 하지만 그림에 대해선 항상 고집스러웠기에, 쉽게 설득할 수 없었단다.
날 닮아서 그런 거겠지.
어머니의 눈빛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어떤 일에 집착한다"라는 특징은 그녀의 지울 수 없는 치명적 결함인 듯했다.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었어.
그럼, 네가 신경 쓰지 않을 줄 알았단다.
어떻게 신경이 안 쓰여요!
그러면, 이제부터 신경 쓰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해.
...
노안, 사람들이 널 어떻게 부르는지 알아, 하지만 괴물은 추하고 불행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아.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더라도, 난 네가...
그래. <슈렉>처럼, 주인공이 돼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책들을... 읽으신 건가요?
어렸을 때, 이 작품들에 매료됐었지. 조금 더 일찍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알게 된 것도 늦지 않아요.
아니야. 너무 늦은 것 같구나.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왜냐고?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고,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발버둥 칠수록 더 잘못된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겠지.
이 상황에서는 너도 나도 되돌릴 수 있는 일이 얼마 없어.
어머니, 그런 말 마세요.
집으로 돌아가. 내가 비축해 둔 물자는 침대 밑의 상자 안에 있고, 열쇠는 내 사무용 책상 서랍의 칸 위에다 붙여놨어. 많지는 않으니, 아끼면서 버티고 있다가 레이첼이 돌아오면 찾아가렴.
어머니는요?
이곳에 남을 거야.
잘못을 저질러서인가요?
내게 잘못이 있는 것 같아?
소년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어머니, 사람들에게 잘못을 인정하시고,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요.
난 더 이상 기회가 없어.
난 내가 원하던 사람이 되지 못했어. 그냥 내 무능함에 타협한 나머지, 불법적으로 보완할 방법을 찾기만 했어.
이렇게 하면 뭔가를 보완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어.
사람은 사소한 일 하나, 하찮은 선택 하나에 편차가 생기면, 돌이킬 수 없는 심연으로 떨어지게 돼.
"수레가 산 앞에 이르면 길이 있는 법이다.""배가 다리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갈 수 있다.""모든 일에는 방법이 있다." 이 말 모두 생존자들이 한 거짓말이야.
그녀는 멀리서 걸어오는 초병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더 빨리 말을 내뱉었다.
생존자가 되는 것은 운과 힘뿐만 아니라, 용기, 지식 그리고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야. 그러니까...
노안, 난 네가 잘 자라서 종말의 "생존자"가 되면 좋겠어. 그리고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남으렴.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엄마가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엄마한테서 보고 배운 건 잊어. 알겠지?
시간이 종료됐어. 인제 그만 가 봐.
다시 가면을 쓴 어머니는 노안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 자장가를 기억하고 있니? 이제, 날이 밝았으니, 작별할 때가 됐어.
잘 가거라. 노안. 안녕.
!
상층 초병이 가로막고 그와 힘을 겨루던 중, 소년은 그제야 "안녕"이 짧은 이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아직 듣지 못한 설명과 이해하지 못한 일이 많았지만, 노안은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12년이라는 짧은 인생에서, 모자인 두 사람은 화제를 돌리고, 은폐하고, 질책하다가,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그렇게 노안은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어머니의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과거, 목표, 걱정 그리고 미련에 대해선, 알 권리를 받지 못한 노안이었다. 하지만 유독 이 순간만큼은 어머니가 숨겨뒀던 사랑을 고백했다.
왜 이제야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왜 제게 화해할 시간도 주지 않고 떠나시려는 건가요?
안 돼요! 어머니! 가지 않을 거예요. 아직 제게 말해주지 않은 일이 많다고요!
노안.
문제 일으키지 말고 어서 가! 널 들어오게 해준 것도, 원래는 규칙 위반이야!
안돼요!!
무언가 더 물어보려고 했던 노안은 초병에게서 도망치려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이 무모한 행동은 폭력만 초래할 뿐이었다.
가만있어!
윽!
미안하구나.
초병은 혼수상태의 노안을 평민 칸에 버리고 가둬 버렸다.
다음 날 저녁 쯤, 어느 수송 대원이 와서 줄리의 죽음을 알렸다.
의사는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상한 음식을 먹은 어머니가 식중독으로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하층 칸 주민들에게 매우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
깊은 슬픔과 범죄자의 아들이라는 죄책감을 느낀 노안은 소심하게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지난 12년 동안 괴팍하고 고집 센 아이를 싸늘하게 외면한 사람들은 의미 있는 답을 주지 않았다.
무력감이 영혼을 찢기 전에, 소년은 그의 서고에서 희망을 되찾으려 했다.
단말기의 자료를 조사한 노안은 조금씩 그날의 모든 이상을 찾아봤다.
오랜 노력 끝에, 노안은 마침내 "아질산염 중독"의 기록을 찾았다. 그중 "청색증"의 증상이 죽기 전 어머니의 푸르스름한 손끝과 매우 흡사했다.
중독 때문 인가?
소년은 확신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애스턴의 친위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모두가 예상했던 답을 조사해 밝혀냈다.
줄리와 일부 귀족들은 수송 대원과 모의해, 많은 물자를 횡령했다.
그녀는 심문 중에 사망했기에, 이 물자는 결국 행방을 묻지 못하게 됐다. 그리고 적발된 다른 수송팀 일당들도 각종 기괴한 방식으로 실종됐다. 그렇게 단서가 사라져 사건은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들은 각자 혹독한 대가를 치렀지만, 어머니와 공모한 귀족들은 여전히 무사했다.
주모자의 이름이 알려졌음에도, 상층 칸은 깊게 박힌 못처럼,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괴롭힘에 시달리는 기나긴 한 달이 지났다.
최선을 다해 아끼면서 생활했음에도, 소년은 어머니가 떠난 지 15일 만에, 몇 안 되는 비축 식량을 다 먹어버렸다. 노안은 "집"이라고 불리는 칸막이 침대를 떠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상층과 결탁한" 노안의 어머니를 진심으로 미워했다. 그로 인해 어머니와 피가 같은 아이까지도 싫어하게 됐다.
다행히 모두가 노안을 싸늘하게 외면하지는 않았다. 어머니를 믿거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나섰다.
"그녀가 잘못하긴 했지만, 예전에 날 도와준 적이 있어. 그게 아녔다면, 난 진작에 죽었을 거야."
"이걸 가져가. 얼마 되지는 않지만, 나도 이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 어떻게 됐든 우선 오늘만이라도 버텨 봐."
"노안 형, 엄마가 이걸 형한테 주라고 했어요.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요. 저번에 절 보호해 줬잖아요."
노안은 긴급 임무 참여로 열차를 떠난 레이첼이 돌아올 때까지, 많은 사람에게서 끌어모은 식량으로 버텼다.
...
노안은 그날 레이첼의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항상 믿음직했던 여성은 이를 악문 채 주먹을 불끈 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찔러 상처가 생겼는데도, 손의 힘을 풀지 않았다.
노안은 레이첼에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지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물어볼 수 없었다.
레이첼이 느끼는 아픔은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
레이첼 이모.
미안해. 긴급 임무만 없었더라면, 내가 줄리를 보호했을 텐데...
이제 와서 이렇게 말하는 것도 너무 늦어버렸네.
레이첼은 상처투성이가 된 자기 주먹을 봤다.
오늘부터 넌 내 제자야.
어떻게 해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지, 내가 가르쳐 줄게.
넌 살아남아야 해. 노안!
사람들을 억압에서 해방하고, 모든 희생자의 명복을 빌어주도록 해. 그들의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자고!
레이첼은 두 손으로 소년의 쇄골이 으스러질 정도로 가냘픈 어깨를 움켜줬다.
이렇게 괴로운 날들이 40년, 50년 아니 영원히 지속되더라도, 넌 살아남아야 해!
노안은 이 말 뜻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지 못한 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꼭 레이첼과 함께 모두를 억압에서 해방해서, 모든 희생자에게 명복을 빌어줄게요!
하지만.
노안이 끊임없이 연습해도...
오늘부터 우리는 열차 지붕으로 옮겨서 훈련할 거야. 너에게는 천천히 신체 능력을 양성할 시간이 없어. 게다가 무술로 어떻게 실전에 대처해야 하는지도 반드시 습득해야 해.
네!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지만, 노안은 느낄 수 있었다...
반응 속도가 너무 느려! 노안!
다시!
어머니의 말대로 그는 보통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노안은 수많은 보통 사람처럼, 지름길 없이 피땀 속에서 천천히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의 짐이 되고 싶은 거야?! 노안!
줄리는 이미 죽었어. 만약 네가 멈춰서 쉰다면, 내일은 굶어 죽을 수도 있어!
알고 있어요.
그럼 더 빨리 움직여! 자신의 무능함을 뛰어넘어!
네.
난 수송팀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러 가야 해. 내가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우는데 넌 이 한 달 내에 내가 정한 기준을 달성해야 해.
네, 레이첼 대장님!
정말 할 수 있겠어?
당연하죠!
천둥과 바람이 뒤섞여, 마지막 환상을 찢어버렸다.
그러자, 노안은 마음속의 고통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절망의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으아아아아악!
노안은 무력한 손을 수없이 증오했지만, 빠르게 변화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난 모두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난...
노안의 울부짖음은 곧바로 무기력함에 묻혀버렸다. 그리고 소년은 두 눈을 감고, 얼마 남지 않은 체력을 아꼈다.
미안하구나. 난 더 이상 기회가 없어. 난 내가 바라던 사람이 되지 못했어. 그냥 내 무능함에 타협했을 뿐이야.
어머니.
성장한다는 게 이런 거라고, 보통 사람은 타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어머니께서 말했었다.
하지만 달갑지 않은 슬픔으로 가득 찬 마음이 어떻게 자신의 무능함과 쉽게 타협할 수 있을까?
소년을 움직이는 힘이 긍정적이고 향상되는 감정이 아니더라도 지금, 이 순간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면, 노안은 최선을 다할 것이었다.
난 꼭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남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