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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2-04 관성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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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몸속에 숨겨진 기억 같았다.

특별한 구조의 에너지 검과 간단한 구조의 또 다른 단검은 청년에게 낯설지 않았다.

이처럼 먹구름이 낀 가로수길, 금속이 충돌하는 소리, 후각을 파고드는 화학 연기.

...

맞아.

기억났어.

예전부터 전투에 익숙했던 거 같아.

난 수송 부대의 일원이자, 08호 소대의 대장이었어.

아딜레 상업 연맹을 언급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계급이 선명한 열차 칸으로 구성된 오셀럼호를 연상하게 된다.

이 열차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건 "상층"이라 불리는 귀족 칸이나 기능 칸 그리고 여객 칸이 아닌,

"하층"을 이루는 화물칸, 평민 칸 그리고 공업 칸이었다.

평민 칸에는 뛰어난 재주를 가진 일반인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후방 지원 부대, 수리 부대, 수송 부대 그리고 아딜레 상업 연맹만의 일벌 부대를 결성했다.

일벌 부대의 인원수가 대폭 증가하기 전, 오셀럼호 하층 칸의 대부분 주민은 수송 부대의 멤버였다.

퍼니싱의 재앙으로 인해, 로봇은 더 이상 만능이 아니었다.

기존 막힘이 없었던 도로도 침식체, 강도, 붕괴된 폐허로 가득했다.

붕괴 직전의 세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물자 유통과 우편 배송이 유지됨과 상거래가 재개될 수 있도록,

아딜레 상업 연맹은 수송 부대의 힘을 빌려, 인력과 평범한 수송차를 조합해 방대한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들은 보육 구역, 거점, 일부 재건 공장에서 아직 생산할 수 있는 물자를 회수했다.

때로는 다른 곳으로 수송해서 팔기도 했고, 때로는 일벌 부대에 맡겨

공업 칸에서 2차 가공을 한 후, 완제품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수송 부대의 활동적인 모습은 많은 거점에서 희망을 의미했다.

그들은 부족한 물자를 가져왔고, 쌓여 있는 화물을 수거해 갔다.

그들은 방랑하는 수많은 교환상들을 먹여 살렸고, 위험에 둘러싸인 많은 곳을 도와줬다.

또한 상층 칸에 거주하는 귀족들에게 적지 않은 이익을 안겨줬다.

그러는 동시, 항상 위험과 스트레스가 따랐고 자칫하면 강도나 침식체한테 공격받을 수 있었다.

수시로 물건을 잃거나,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도처에 방랑하던 스캐빈저들은 그 직업을 부러워했었다.

부러워했었다?

일종의 위화감이 유리구슬처럼, 의식의 바닷속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한동안 시간이 흐른 후, 수송 대원은 부러움을 사는 직업이 아닌, 노예와 연명의 상징이 된 것 같았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런 일들 때문에, 레이첼이 하층 칸 사람들을 위해, 상층 칸 귀족들 상대로 혁명을 일으키겠다고 했던 걸까?

그 이후... 레이첼은 성공했을까?

그는 기억을 더듬어 보려 했지만, 기억은 이곳에서 끊겨,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