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02 고후위등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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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02-04 관성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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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청년은 10분 동안 릴리안에게 반딧불이 장난감을 주울 때, 누구를 만나지는 않았는지 캐물었다.

그러니까 방금 다 알려줬잖아요... 그냥 밖에 버려져 있어서, 거점에 있는 어떤 아이의 물건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이 장난감을 고친 다음 이곳에 놔두려 했는데, 만약 당신 것이라고 하면, 당신에게 줄게요.

외모로 봐서는 성인인 것 같은데, 왜 아직도 이런 태엽 장난감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나도 모르겠어. 어쩌면 과거의 내가... 마음속에 동심을 간직하고 싶었나 봐.

반복해서 생각해 봐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청년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어젯밤에 받은 종이에 짤막한 메모를 남겼다.

청년이 메모지를 접어 거점에서 머무르는 구조체에게 맡겼을 때, 거점 외곽에 있는 수송차가 경적을 울리며 재촉하기 시작했다.

청년은 적어도 처음 깨어났을 때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자신을 위로했다.

이미 많은 일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노래와 함께 떠올렸던 소년은 또 누구였을까?

기억 속의 어머니와 레이첼은 어디에 있는 걸까?

내가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동안, 그녀들은 내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아직 많이 부족해.

자신의 기억을 되찾지 못한다면, 모든 문제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청년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구조체들의 대화에 주의를 돌렸다.

그 수석 지휘관님은 너희들과 함께 오지 않은 거야?

그쪽에 일이 좀 생겨서,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한밤중에 지원하러 갔어.

무슨 일?

모르겠어. 원래 주둔하던 그 일대에 도망간 배신자가 몇 명이 더 생겼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야. 그리고 어디로 갔는지도 몰라.

최근 몇 달 동안의 재난 때문에 신념이 무너진 사람이 많은데... 혹시 승격자를 찾아간 건 아닐까?

승격자는 아니겠지.

왜 아니라고 생각해? 퍼니싱 면역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잖아.

함부로 지껄이지 마.

함부로 말하는 거 아니거든. 요즘 이런 얘기 나누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계속 싸워봤자 끝이 안 보이는데 차라리 다른 방법을 좀 생각하자는 거지. 예를 들면 승격자한테 가서 내 운명을 걸어보는 거야. 혹시 모르잖아?

그것 때문에 위에서 정화 부대를 내려보낸 거 맞지?

됐어. 그런 말은 그만하고, 우리 일이나 하자.

모두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누군가가 답답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다시 구석에 있는 릴리안으로 화제를 돌릴 때까지, 흔들리는 열차 칸에는 침묵이 흘렀다.

릴리안, 왜 이렇게 초조한 표정인 거야?

저와 같은 소대인 탤버트가 연락이 두절됐어요, 통신이 계속 연결되지 않아서요.

탤버트와 연락이 두절됐다고? 왜 일찍 말하지 않은 거야?

방금까지는 연락이 닿았거든요.

탤버트를 유심히 지켜봐야 해. 안나 그 사건 이후로, 예감이 좋지 않거든. 탤버트가 언제 배신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야.

…………

얼마 지나지 않아 수송차가 목적지 근처 갈림길에서 멈췄고, 구조체들은 서로 인사를 하며 내렸다.

청년은 릴리안과 함께 09호 의료 구역으로 이동했다. 릴리안의 통신이 갑자기 울리기 전까지, 두 사람은 최근 상황을 이야기하며 걷고 있었다.

릴리안! 의료 구역에 도착했나요?

살려줘! 살려줘!

거의 다 왔어요. 무슨 일이에요?

침식체에게 포위 당했어요! 어서 와서 도와주세요!

사람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갇혔어!

블러셔! 입 좀 다물어!

블러셔?

살려줘! 블러셔가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있잖아!

이 녀석은 왕관 앵무새를 원형으로 한 보조기라서 블러셔라는 이름을 지어줬어요. 물론 지금은 탈색해서 원형 맞추기 어렵겠지만... 아니 잠깐만요, 지금 이런 걸 설명할 때가 아니에요!

위치는 당신의 단말기로 보냈으니, 빨리 와주세요! 부탁이에요!

부탁이야!

…………

저기, A 군.

이 호칭을 들은 청년은 사레 걸릴 뻔했지만, 릴리안을 향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은 들었어. 나도 가서 도울게.

네! 고마워요!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