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으로 덮쳐오는 이합 생물들을 물리치며 리브와 멜리노에는 앞쪽 안전 구역에 점점 가까워졌다.
지휘관님?
실망한 리브는 발걸음을 늦췄다. 안전 구역에는 아무도 없었고, 주변에는 이합 생물의 잔해만 흩어져 있었다.
지휘관은 아이슬링을 데리고 이곳에 왔었고,
이합 생물이 기어오르며 남긴 흙먼지를 쓸어내자, 리브는 미간을 찌푸렸다.
바닥에서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선명하고 넓은 혈흔을 발견한 것이다.
리브는 미간을 찌푸린 채, 다시 지휘관에게 통신을 걸었다.
넓은 갱도 안에는 연결 중인 신호음만 울려 퍼졌고, 한참이 지나도록 지휘관과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런 것 같아요.
리브는 반복해서 통신을 요청하며 뒤쪽으로 향했고, 멜리노에와 함께 이미 갱도의 더 깊은 곳에 도달해 있었다.
의식의 바닷속 은통이 불러온 환각인지, 아니면 갱도 자체의 울림인지, 희미한 윙윙거림이 계속 리브의 귓가에 맴돌았다.
"연결 불가"를 알리는 신호음은 어느 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멈췄고, 그 대신 이합 생물의 울부짖음이 들렸다.
괴... 괴물들인가요?! 또 온 건가요?!
멜리노에는 방금 주운 쇠막대기를 긴장한 채 꽉 쥐고 있었다.
리브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리브는 눈을 내리깔 수밖에 없었다. 강도는 세지 않았지만, 그 빈도가 무서울 정도로 잦았기 때문이다.
있을 듯 말 듯한 불안감이 마음속에서 계속 맴돌자, 리브는 이 불안감을 떨쳐내려는 듯 살짝 고개를 저었다.
리브는 눈을 감고, 의식을 안정시켰다.
아직 치유되지 않은 의식의 바다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과거를 나타내는 기억, 현재를 나타내는 감각 그리고 미래를 나타내는 예지가 서로 무질서하게 뒤엉켜 있었다.
...
리브가 정신을 집중하자, 그녀의 의식이 하얀 새로 변해 카오스의 창공을 향해 날아갔다.
[player name] 님...
리브가 그 이름을 나지막이 읊조리며, 소용돌이치는 먹구름 속으로 날갯짓하며 들어갔다.
리브, 어서 오렴. 식사 시간마다 칼리오페가 널 찾으러 정원까지 가게 하지 말아야지.
의무병, 넌 항상 내 예상을 뛰어넘는군.
아이가 좀 더 크면, 전해줘. 아빠 엄마가... 널 이 세상에 데려온 건...
이 부서진 세상도 아름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생사를 초월한 늙은 의사한테 그런 얘기하지 마. 똑같은 수의 사람이라면, 난 언제나 내가 아끼는 사람만 돌볼 거니까.
날갯짓 사이로 풍경이 물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쇠락과 번영의 회상이 시들었다 다시 싹텄다.
다른 한편, 인간 지휘관은 달리던 중, 생각의 신호가 저편에서의 숨겨진 고통에 의해 흔들렸다. 그것은… 리브?
물에 젖은 스펀지가 머리를 감싼 듯, 무겁고 둔한 느낌으로 생각이 더디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기억이 이유 없이 맴돌면서, 시간의 강이 서서히 거꾸로 흘러, 리브가 새 기체에 적응하던 그날에 멈춰 섰다.
새벽 6시
지휘관은 과학 이사회의 기체 적합실 앞에 서 있었다.
시뮬레이션 천막이 실제 새벽빛을 재현했고, 아침의 태양이 가장 눈부신 직물처럼 눈에 보이는 하늘 끝까지 펼쳐져 있었다.
하늘에서 시선을 거두자, 로사가 기체 적합실 안에서 아시모프의 지시에 따라 리브의 새 기체에 대한 각종 적응 데이터를 조정하고 있었다.
가동 파라미터를 입력한 뒤, 가상 연결을 시작해.
로사, 연결에 성공했으니 기체 데이터를 기록해.
네, 아시모프 님!
하산과의 "잡담"은 암묵적인 비밀이 되어 있었다. 그 대화 이후, 리브는 하산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그녀가 휴게실로 돌아가기 전 지휘관은 그녀의 선택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었다.
지휘관님...
리브는 지휘관을 바라보며 미안한 듯 미소를 지었다.
네, 지휘관님.
리브는 지휘관과 나란히 섰다.
네, 아시모프 님께서 전부 말씀해 주셨어요.
불확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 안에 존재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어요.
리브의 다독이는 듯한 미소 앞에서 지휘관의 수많은 생각과 표현은 결국 한숨으로 바뀌었다.
"선택"이든, "신기술"이든, 왜... 또 리브인 것일까?
리브의 가녀린 어깨는 이미 많은 짐을 짊어지고 있는데, 어째서 이 짐까지 더해야 하는 것일까?
무엇을 말씀하고 싶으신지 알아요, 지휘관님.
리브가 지휘관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예전에 제게 어떤 걸 물어봤었는데, 기억하세요?
붉은 가시에 안긴 소녀가 영원한 밤으로 떨어졌고, 집념의 이야기꾼은 피투성이가 된 하얀 새를 별의 바닷속에서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지휘관님께서 제게 물으셨죠?
"만약 네 미래가 가시로 가득하다는 걸 안다면... 그래도 미래를 향해 나아갈 거야?"
둘의 목소리가 차원을 넘어 기묘하게 하나로 합쳐졌다.
이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해도, 제 선택은... 리브의 선택은... 언제나 같을 거예요.
지휘관님도 마찬가지일 거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지휘관님께서 겪으셨던 일들에 대해 리와 루시아에게서 조금 들었어요.
지휘관님 곁에 있어 드리지 못해 너무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기뻤어요. 그런 심연을 겪으면서도, 지휘관님께서는 저희를 되찾을 희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잖아요.
어떤 고난에 직면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죠.
이 데이터가 저의 새 기체와 호환된다는 게 무척 기뻐요. 그리고 이 데이터가 아주 조금이라도 괜찮으니, 새로운 가능성을 정말 가져다주었으면 좋겠어요.
이 세계에 노아의 방주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저는 푸른 잎사귀를 물고 돌아오는 그 하얀 새가 되고 싶어요.
선택의 대가가 생명일지라도, 누군가가 이 미약한 푸르름에 기대어 모두가 염원하는 그 미래에 닿을 수만 있다면...
홍수가 물러간 뒤, 쓰디쓴 눈물은 피어나는 꽃이 되고, 스러져간 영혼들은 대지 위에서 환희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지휘관은 리브의 새로운 데이터에 대한 시험 사용 신청 보고서 작성을 막지 않았고, 새 기체로의 교체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의식 전이에 성공했어. 리브. 지금 느낌이 어때?
아시모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리브는 홱 고개를 돌렸다.
기체 적합실 안에서 리브는 처음으로 새 기체로 변경을 마쳤다.
조심스레 걸음마를 떼는 아기처럼, 리브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 뒤 창밖의 지휘관을 향해 미소 지었다.
오.
지휘관은 갑자기 등 뒤에서 익숙한 손길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무표정한 히포크라테스 교수가 뒤에 서 있었다.
리브의 새 기체 적합은 어떻죠?
으흠.
히포크라테스 교수는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팔짱을 끼고, 지휘관과 함께 방 안에서 시뮬레이션 전투 테스트를 진행 중인 리브를 바라보았다.
방 안에서 시뮬레이션 침식체가 덮쳐왔다. 그러자 리브의 동작은 뻑뻑함에서 매끄러움으로 바뀌면서 새 기체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보니까 지휘관님도 리브를 설득하지 못한 것 같군요.
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눈썹을 높이 치켜뜬 히포크라테스가 고개를 돌려 지휘관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래서 저는 목숨을 아낄 줄 모르는 지휘관님과 같은 애송이들이 정말 싫습니다.
신앙이니, 이상이니, 희망이니 외치면서 앞이 시궁창이든 적조로 가득한 마리아나 해구든 가리지 않고 뛰어들기만 하죠.
뛰어들기 전에 누구와 상의라도 좀 하면 안 됩니까? 저희 같은 늙은이들이 다 죽은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내게 새로운 기회나 하산과의 헛소리 같은 선택을 말하지 마. 내가 이미 말했듯이, 수량이 같다면, 나는 항상 내가 신경 쓰고 싶은 사람만 신경 쓴다.
창 너머로 조금씩 능숙해지는 리브를 바라보며, 마침내 분노를 쏟아낸 히포크라테스는 한숨을 쉬었다.
됐어요. 지휘관님을 탓할 건 아닌 거 같네요. 리브의 결정은 아무도 바꿀 수 없을 테니까요.
반대하고 말 것도 없어요.
저는 이 데이터의 초기 연구에 참여했었어요. 그래서 리브의 새 기체로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리브의 의식의 바닷속 은통을 어느 정도 "치유"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 데이터 세트는… 실제 테스트를 거친 적이 없기 때문에, 문제 하나 없이 완벽하다고 보장할 수 없다.
제게 결정권이 있다면, 차라리 리브가 이대로 은통을 안고 평범한 구조체처럼 계속 살게 할 거예요. 영원히 최전선에서 자기 목숨을 걸어가며 그깟 "희망"이라는 걸 얻게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저는 리브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걸 원치 않아요.
황금시대였다면, 리브가 공중 정원을 위해 바친 것들로 세계 정부의 공훈장을 백 개는 받고 영광스럽게 은퇴했을 거예요.
히포크라테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리브는 자신을 항상 희생양의 위치에 두죠. "자신의 생명을 아낀다."라는 마지노선이 없어요. 제가 한두 번은 구할 수 있겠지만, 그 후에는요?
하.
히포크라테스는 불신이 담긴 냉소로 답했다.
...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앞길이 어떻든, 지휘관은 반드시 리브를 데려올 것이다.
늙은 교수는 말없이 지휘관을 흘겨봤다.
지휘관께서 리브를 속이지 않는 건 당연한 거죠. 저는 지휘관께서 소리치면서 리브와 함께 적조에 뛰어들까 봐서 걱정이에요. 제가 앞에서 한 말에는 지휘관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아셨으면 하네요.
당신들 같은 애송이들이란.
기체 적합실의 리브가 초기 전투 테스트를 마치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이제 그만하시죠. 가서 리브와 이야기 나눠보세요. 막 기체를 변경했으니, 지휘관님을 무척 보고 싶어 할 거예요.
히포크라테스는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자리를 떴다.
지휘관님... 오셨어요. 방금 히포크라테스 교수님 계시지 않았나요? 왜 가셨죠?
지휘관님...
광산 동굴 속, 리브는 집중하며 수많은 기억의 파편을 가로지르고, 의식의 바다에서 지휘관의 흔적을 찾기 위해 몰두했다.
지휘관님...
의식의 바다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그녀를 물러서게 만들기엔 부족했다. 그녀는 의식의 바다를 교란시켜, 그 혼란으로 안개를 걷어내고 다시 한 번 지휘관과의 사고 연결을 불러내려 했다.
반드시... 찾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