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7 악몽이 깃든 늪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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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현혹된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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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는 안전한 구역에 도착하자마자, 조명 장치를 켜고 쪼그려 앉아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나마 다행이에요. 찰과상이 몇 군데 있고, 심하게 배고픈 것 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요.

리브는 소독약을 꺼내 아이의 찰과상을 간단히 치료하면서 부드럽게 물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거예요?

어른이... 여기로... 데려왔어요.

여자아이는 너무 놀랐는지 더듬거리며 말했다.

갱도는... 싫어요. 오기 싫었어요.

어른이... 집에 있던 어른이 데려왔어요.

그 "어른"은 어디로 갔죠?

모... 모르겠어요.

그들은... 저에게 야생 과일을 하나 주고는 사라졌어요.

따라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실종자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수수께끼의 답이 밝혀졌고, 그것은 가장 잔인한 진실이었다.

그녀는 아이를 이런 식으로 대하는 어른을 본 적이 없었다.

세상이 어두워지고 전쟁이 계속되어도, 목숨을 걸고 새 생명을 낳는 여성을 보았고, 부모를 잃은 아이를 돌보는 낯선 이들도 보았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엔, "아이"도 자원을 빼앗는 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걸, 그녀는 단 한 번도 인식하지 못했다.

갱도가 싫어서... 나가려고 했지만... 길을 찾지 못했어요.

여자아이가 더듬거리며 이곳에 오게 된 과정을 설명해 줬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여기 남았어요.

자신의 처지를 눈치챈 아이는 간신히 말을 이어가며, 현재 상황을 깨달은 듯, 입술을 바르르 떨며 울음을 터뜨릴 직전이었다.

지휘관은 아이를 달랠 만한 것을 허둥지둥 찾아보았지만, 총과 탄약, 혈청 몇 개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흐느끼는 여자아이는 지휘관이 건넨 탄피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소녀는 울먹이며 고개를 돌렸고, 혈청의 관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반짝이는 휘장 로고에 흥미가 생겼는지, 여자아이는 코를 훌쩍이며 지휘관이 건넨 휘장을 잡았다.

지휘관님?

리브가 지휘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

네, 지휘관님 말씀에 일리가 있네요.

리브가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아이가 울음을 그쳤으니, 더 이상 이합 생물을 끌어들일 일도 없었다.

이 주둔지가 안전하기는 하지만 오래 머물 곳은 아니었다. 특히 어린 아이와 함께라면...

광산의 울퉁불퉁한 길이 싫었고, 이 길을 반복해서 오가는 것도 이상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이를 데리고 광산 깊숙이 들어가 임무를 수행할 수는 없었다.

네. 로던트 소대에 상황을 공유하고...

통신 연결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걸 보니, 로던트 소대가 그 "실험실" 구역 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긴 대기음이 지나고, 마침내 상대가 통화를 받았다.

여기는... 로던트 소대, 현재... 15시 정각... 정시 보고합니다.

여기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입니다. 갱도에서 아이를 발견해서 보육 구역으로 잠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아이... 보육 구역...

백색 소음이 점점 거칠어지더니, 플레오의 목소리가 잡음 속에 파묻힐 것만 같았다.

알겠습니다.

통신이 거칠게 끊겼다.

으윽...

착각처럼 통신이 끊기는 순간, 수상하고 답답한 느낌이 다시 시각 모듈을 덮쳤다.

지휘관은 살짝 휘청이는 리브를 부축하면서 즉시 의식의 바다를 살폈다. 파동에 편차가 있기는 했지만 정상 범위였고, 마인드 표식에도 이상은 없었다.

시각 모듈이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시각 중추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조금 전 의식의 바다 파동 때문일 수도 있는데, 괜찮아요, 로던트 소대도 이곳의 광물이 의식의 바다에 영향을 미쳐, 파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잖아요.

로던트 소대가 갱도의 영향에 대해 확실히 언급했었지만, 지휘관은 문득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지휘관은 리브의 의식의 바다 파동 편차를 임시로 기록한 뒤, 아이를 데리고 갱도 출구로 향했다.

아이는 가는 내내 조용했다. 리브의 손을 꼭 잡고 앞으로 걸어가기만 할 뿐, 전에 봤던 아이들처럼 크게 울거나 떼를 쓰지 않았다.

갱도 입구에 가까워지자, 방호복에 장착된 퍼니싱 검사기가 갑자기 붉은 빛을 발했다.

리브는 재빨리 여분의 방호복으로 아이를 감싼 뒤, 전투태세를 갖췄다.

너무 빨리 오는 것 같지 않은가요?

지휘관 일행은 같은 길로 갱도에 들어왔고, 이합 생물이 다시 부화했다고 해도 이렇게 빠를 리가 없었다.

이합 생물은 사냥이나 장난이 아닌, 순수한 본능으로 인간을 공격하는 특성이 있었다.

과학 이사회도 이것을 주제로 연구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이합 생물과 인간은 천적 관계 같았고, 그들은 오직 공격을 위해 움직일 뿐이었다.

여기로 이동해... 왔다고요?

지휘관 일행이 무리를 지어 달려든 이합 생물들을 처치한 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광경을 마주하게 됐다. 이합 생물들이 만든 포위망 안에 누워있는 두 인간의 시체였다.

보육 구역의 주민들인 것 같네요.

그... 어른들이에요.

여태 침묵했던 소녀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녀는 송곳처럼 찢겨져 있는 두 시체를 보며, 금빛 갈색의 눈동자에 두려움 없이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어른이... 집에 있던 어른이 데려왔어요.

저 사람들이 여기로 데려온 거예요?

어른들이... 그랬어요. 제가... 다 커서, 스스로 벌어서 살아야 하니, 광산으로 오라고 했어요.

...

올해 몇 살이에요?

올해... 어른이 올해 8살이 됐다고 했어요.

왜 거기 누워... 자는 거예요?

아이는 죽음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바닥에 누워 있는 두 어른을 의아하게 바라볼 뿐, 왜 일어나서 계속 걷지 않는지 궁금한 표정이었다.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 봐요. 곧 일어날 거예요.

리브는 쪼그려 앉아 여자아이를 안아주면서 바닥의 피범벅이 된 시체를 더 이상 보지 못하게 했다.

지휘관님, 아이를 데리고 다음 갈림길까지 먼저 가 주시겠어요?

저는 이곳을 정리한 뒤 바로 따라갈게요.

바로 그때, 갱도 안에서 천둥같이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시 후 리브가 발걸음을 재촉해 합류했다.

시신들을 그 갈림길에 일단 묻어두었어요. 더 이상 이합 생물들을 끌어들이지는 않을 거예요.

갱도 입구에서 햇빛이 비쳐 들었다.

같은 시각, 부지런한 로던트 소대조차 닿지 못한 동굴의 깊은 곳에서, 원인 모를 개울물이 암반층을 타고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별처럼 촘촘한 그물망이 소식을 전해왔고, 마디가 솟아올라 다음 이야기를 엮어냈다.

그들그녀들이 떠났다.

그들그녀들이 떠났다.

그들그녀들은... 정말 떠난 걸까?

보육 구역으로 돌아가는 길은 이상할 정도로 순조로웠고, 저녁 햇살에 안개가 걷히며 산악 지대가 본모습을 드러냈다.

석양이 가파른 암반층에 녹아들더니, 깊이가 다른 호박색으로 물들였다. 광산에는 새가 없었고, 저녁 바람이 가을철의 희박한 따스함을 실어다 주었다.

이정표처럼 조종사를 잃은 운송 장비가 길가에 서 있었고, 저녁노을이 호화로운 금빛을 입혀주고 있었다.

아크와 넬러는 갱도에 남아있어도 괜찮은 거겠죠?

괜찮을 거예요. 로던트 소대가 그들을 주둔지에 안전하게 데려다준다고 했으니까요.

하늘이 회색빛을 조금 띠고 있을 무렵, 지휘관 일행이 보육 구역으로 돌아왔다.

멜리노에가 뜻밖에도 보육 구역 입구에서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접근하고 있는 운송 장비를 보자, 그녀는 필사적으로 달려왔고, 치마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멜리노에, 보육 구역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

리브는 긴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운송 장비를 도로 옆에 세운 뒤 차문을 열었다. 소녀는 망설임 없이 먼저 차에서 뛰어내렸다.

달려온 멜리노에는 즉시 무릎을 꿇고 그 아이를 꼭 안았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이 모든 것을 더 일찍 알았어야 했는데...

멜리노에는 당황한 듯 여자아이의 상태를 위아래로 살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들에게 널 맡기지 말아야 했어. 진작에 알았어야 했는데...

멜리노에가 기계체의 힘으로 너무 세게 끌어안는 바람에 숨이 막힌 여자아이가 그녀의 품을 힘껏 밀어냈다.

멜리노에? 그렇게 껴안으면 아이가 다칠 수도 있어요.

여자아이가 도움을 청하듯 쳐다보자, 리브는 결국 참지 못하고 조용히 일러주었다.

미... 미안, 미안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멜리노에가 슬프고 놀란 듯 팔에 힘을 조금 풀자, 여자아이는 도망치듯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 리브의 뒤로 숨었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셨어요? 혹시... 이 아이가 바로 당신이 데려온 그 아이인가요?

네.

멜리노에는 리브 뒤에 숨은 아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잠시라도 눈을 떼면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는 듯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했나 봐요. 너무 걱정돼서...

멜리노에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두 손을 잡았다 놓았다 하다가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에 보육 구역 의무실에 갔다가 평소처럼 그들의 집 앞을 지나갔는데, 이상하게도 집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어요.

평소 그맘때면 아이슬링이 집 앞에서 놀고 있어야 하는데...

아이슬링?

네. 그 집 사람들은 단 한 번도 불러주지 않았지만, 제가 지어준 이름이에요.

새 이름을 지어줬나 했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야"라고 부르는 것만 들었어요.

멜리노에는 잠시 침묵한 뒤,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이슬링을 찾으러 집 근처를 둘러봤지만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들이 일하는 곳으로 가봤지만, 그 부부를 찾을 수 없었어요.

그쪽 사람들 말로는 아침 6~7시쯤, 그 부부가 아이슬링을 데리고 광산 쪽으로 갔다고 하더라고요.

광산에 가서 찾아보려 했는데, 아시다시피 저는 "심리 상담사" 기계체라 전투력이 없잖아요.

그래서 보육 구역에서 멀리 가기가 두려웠어요. 보육 구역 담당자의 말로는 두 분도 아침에 광산으로 가셨다고 했어요. 혹시 그들을 만나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죠.

그들은... 그 집의 어른들은... 같이 돌아오지 못한 건가요?

멜리노에가 의아한 듯 뒤를 돌아보았다.

그 부부는... 이제 없어요.

리브가 멜리노에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말했다.

뭐... 뭐라고요?! 어떻게...

가는 길에 남은 흔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마치 사탕집 이야기 속에서 버려진 아이처럼, 금빛 갈색 눈동자를 가진 아이슬링은, 8살 생일을 앞두고 있었다. 앞으로 보육 구역의 추가 보급을 받을 수 없는 나이가 되자, 양부모는 소녀를 광산 동굴로 데려갔다.

아이슬링은 가기 싫어서 본능적으로 저항했지만, 결국 어른의 힘을 이겨내지 못한 채, 캄캄한 지옥으로 끌려갔다.

갱도는 거대한 뱀의 복잡한 척추처럼 구불구불했고, 어른도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기에, 8살도 안 된 아이에게는 이보다 더 완벽한 미로는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아이슬링에게 야생 과일 하나만 남긴 채, 그 위험한 심연에 홀로 남겨두었다.

수년간 아무도 찾지 않은 갱도에는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방법이 너무나 많았다.

이합 생물에게 발견되거나, 갱도에 숨겨진 함정을 건드리거나, 무너진 암석에 맞거나, 아니면...

광산의 갱도로 추락할 수도 있었다.

...

멜리노에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일찍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진작에 알았어야 했는데...

그들이 정말 아이를 사랑했다면, "실수로" 아이를 광산에 홀로 두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죠.

멜리노에는 떨리는 손을 뻗어 리브의 뒤에 숨은 아이슬링을 살며시 만졌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이런 비극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때, 제가 아이슬링을 그 집에 데려다줬을 때는 정말 갓난아기였어요.

제가 읽어낸 감정을 참고했을 때, "인간"은 유아를 돌보며 아기에게 애정을 가진다고 했어요. 아이슬링이 저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가족과 충분한 애정이 생길 거라 생각했죠.

아이슬링을 자기 아이처럼 여기고 키워줄 거라 생각했어요.

멜리노에가 눈을 내리깔며 한숨을 쉬었다.

결국 저는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만 흡수할 수 있을 뿐, 인성 속의 악의는 흡수하지 못했네요.

심리 상담사도... 영혼의 질환을 치료할 수 없나 봐요.

...

리브는 여기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평가할 수 없었다.

이제 어쩌실 건가요? 아이를 직접 돌보실 건가요?

아이... 아이슬링에게 추가 보조금을 신청할 수도 있거든요... 최소한 아이슬링이 조금 더 자라도록 도와줄 수 있을 거예요.

아이슬링이 양부모 집에서 충분한 관심과 보살핌받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이러한 성장 환경 때문인지 이 나이가 되었음에도 말을 더듬으며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지 못했다.

저는...

멜리노에는 입술을 깨물며 리브 뒤에 숨은 아이슬링을 슬프게 바라보았다.

제가 정말 아이슬링을 잘 돌볼 수 있을까요?

멜리노에가 중얼거렸다.

저는 기계체일 뿐이에요. 제가 아이슬링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요? 인간의 온기도 없고, 아이슬링에게 뭐가 필요한지도 모르고... "엄마"가 될 수도 없잖아요.

아이슬링은 리브의 등 뒤로 더욱 몸을 숨긴 채, 나오려 하지 않았다.

그럼, 아이슬링은...

혹시... 잠깐만이라도 돌봐주실 수 있을까요?

멜리노에가 용기를 내어 조용히 물었다.

저희가... 아이슬링을요?

네. 아이슬링이 두 분을 많이 의지하는 것 같으니, 잠시만 돌봐주실 수 있나요? 제가 보육 구역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적절한 입양 가정을 최대한 빨리 찾아볼게요.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하루이틀이면 될 것 같아요. 두 분도 여기 더 계셔야 하잖아요?

담당자한테서 들었어요. 두 분의 임무는 갱도에 들어가 이합 생물을 처리하는 거잖아요. 임무를 수행하시는 동안, 아이슬링은 의무실에 있으면 되니까 크게 부담되지 않으실 거예요. 아이는 아주 얌전하니까요.

멜리노에가 리브와 인간 지휘관을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저희는 다른 임무도 있고...

리브가 난처한 듯 옆의 인간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잠시만이라도 좋아요. 아이슬링이 정말 두 분을 좋아하는데...

멜리노에가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어스름이 깔리며 보육 구역에 따뜻한 노란빛의 모닥불이 켜질 무렵, 리브는 망설이며 대답을 고민했다.

꼬르륵.

리브 옆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울렸다.

배고파요?

"아이슬링"이라 불리는 아이가 한 손으로는 리브의 옷자락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그 야생 과일을 쥔 채 말없이 서 있었다.

왜 과일을 먹지 않았어요?

과일은...

아이슬링이 고개를 들어 리브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과일... 이거 달아요... 여러분께 줄게요.

저를 도와주셨잖아요. 나쁜 애들도 쫓아내 주셨고, 저한테 죽도 주셨어요. 두 분은 좋은 사람이에요.

이 과일은 두 분이 드세요.

아이슬링이 손을 내밀었다. 야생 과일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겉모습이 엉망이었으나, 여전히 달콤한 향기가 났다.

...

아이슬링이 정말 두 분을 좋아하네요. 그러니 잠시만이라도 돌봐주시면 제가 최대한 빨리 새로운 입양 가정을 찾아볼게요.

제발 부탁드려요.

알겠어요.

리브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멜리노에는 아이슬링의 손을 잡고 살짝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멜리노에 님?

네? 저기... 그... 아이슬링은 음식을 엄청 많이 먹는 편은 아니에요. 음식도 제가 어떻게든...

아니요, 아이슬링 얘기가 아니라... 그냥...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리브가 멜리노에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멜리노에가 떠난 후, 리브는 옆에 세워둔 운송 장비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바퀴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오늘 이 운송 장비로 이동하는 동안... 한 번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

옷자락이 살짝 흔들렸고, 리브의 생각도 잠시 끊겼다. 고개를 숙이자, 아이슬링이 꼼짝도 하지 않고,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아...

상황을 깨달은 리브는 아이슬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어서 집에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