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 푸른 하늘에서 빛이 구름과 안개를 가르고 있었다.
광산 지역의 아침은 새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가을바람이 겹겹이 쌓인 계곡을 떠돌고 있었다.
똑똑똑...
누군가 다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리브가 문을 열자 문 앞은 텅 비었고, 덜 익은 야생 과일 몇 개만 바닥에 굴러다녔다.
누구... 세요?
야생 과일을 주워 든 리브가 주변을 둘러보니, 벽 모퉁이에서 파란 머리가 보였다.
안녕... 하세요?
리브가 가까이 다가가려 했지만, 그 아이는 놀란 동물처럼 벌떡 일어나 도망가 버렸다.
잠깐만요. 이름이라도 알려주세...
리브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는 건물 그림자 속으로 도망가 버렸다.
(내가... 그렇게 무서운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지 못한 리브는 야생 과일을 들고 방으로 돌아왔고, 인간 지휘관은 이미 깨어나 있었다.
어젯밤에 지휘관님께서 한 아이에게 죽을 주셨죠, 그 아이예요.
이 과일만 두고, 바로 가버렸어요.
광산 구역 앞... 어제 우리가 지나쳤던 그 작은 숲에서 따온 것 같아요.
야생 과일은 풋풋한 녹색과 완전히 익지 않은 붉은색을 띠고 있어 맛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물자가 부족한 이 보육 구역에서는 귀한 먹거리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보육 구역은 너무 작아서 신용 포인트 거래도 불가능했고, 그들이 교환할 수 있는 것이라곤 얼마 되지 않는 식량과 노동력뿐이었다.
어쩌면 과일 몇 개로 더 많은 죽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나 봐요.
전부터 그 아이를 지켜봤어요. 그런데 항상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았는데, 나이가 가장 어려서 그런 걸까요?
지휘관은 그 여자아이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네. 일고여덟 살 정도로 보였어요.
열 살이요?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일고여덟 살 정도로 보였어요.
공중 정원의 아이들은 이 나이 때면 아직 청소년 보육원에 있을 때잖아요.
그날 아침에 제가 조사하러 나갔을 때, 몇몇 아이들이 그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걸 봤어요.
하루 전, 구름 사이로 비치는 희미한 새벽빛 속에서 리브는 일찍 임시 숙소를 나섰다.
지휘관은 어젯밤에도 공중 정원의 업무를 처리하느라 밤을 새웠기에, 리브는
조사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콜먼이라 자칭하는 그 보육 구역 주민이 "의무실"에서 관련 정보를 들었다고 했으니, 의무실부터 조사하는 게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다.
리브는 머릿속으로 조사 순서를 정리하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고, 천막을 지나 곧 중앙 광장을 향했다.
이상한 녀석! 수상한 녀석! 엄마도 없는 이상한 녀석!
나... 나는 그렇지 않...
뭐가 그렇지 않아! 우리는 다 엄마가 있는데! 너만 없잖아!
중앙 광장의 한적한 곳에서 일찍 일어난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더러운 옷차림의 한 여자아이를 둘러싸고 음정 없는 동요를 불렀다.
이상한 녀석! 어제 너희 엄마가 그랬단 말이야, 널 낳은 적이 없다고 말했잖아! 그러니까 넌 엄마도 없는 거라고!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악의는 감자의 싹처럼 음침하고 습한 환상 속에서 마음대로 자라나고 있었다.
나... 나 엄마 있...
그럼 말해봐. 네 엄마가 누군지 말해주면 우리가 같이 놀아줄게.
큰 아이가 갑자기 악의적으로 다가와 여자아이의 지저분한 긴 머리를 잡아당겼다.
나, 나는...
가운데 서 있던 여자아이는 작은 주먹을 꽉 쥐고 무기력하고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넌 엄마도 없는 이상한 애야.
뭐 하는 거죠?
아이들의 괴롭힘은 외부인이 개입하자 갑자기 멈췄다.
나이가 좀 있는 아이들은 리브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갔다.
...
리브는 도망가는 아이들을 쫓지 않고, 파란 머리의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반쯤 쪼그리고 앉아 손수건으로 그녀의 더러운 얼굴을 정성스럽게 닦아주었다.
아이들이 괴롭혔나요? 괴롭힘을 당하면 집에 계신 어른에게 말씀드려야 돼요.
집에... 계신 어른이요? 그게 뭐예요?
어린아이는 갈색 눈동자로 리브를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집에 계신 분들이란... 엄마나 아빠, 형제자매를 말하는 거예요.
리브도 살짝 당황스러워했다.
"엄마"와 "아빠"라는 개념은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알 수 있는 것인데, 이 아이는 어째서...
저는...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소녀의 머리는 엉망이고, 옷은 오래된 때와 먼지로 더럽혀져 있었다.
엄마... 저한테... 엄마가... 어디에...
서툰 단어들이 어린아이의 입에서 오가는 동안 작은 여자아이는 조급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어린아이는 아직 어려서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았던 리브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어린아이를 안았다.
괜찮아요.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리브는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작은 여자아이의 머리카락을 빗겨주었다.
지금은 엄마와 헤어져서 그런 거니까, 크면 엄마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헤어져서 그렇다고요?
정말... 인가요?
물론이죠. 그러니까 잘 자라야 해요.
리브는 여자아이의 긴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해 준 뒤, 아이를 보육 구역 담당자의 문 앞으로 데려가 문을 두드렸다.
아이고, 일찍 오셨네요? 공중 정원의 대원님.
죄송하지만, 혹시 이 아이의 집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이... 요?
긴 머리의 여자아이가 리브 뒤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아! 이 아이군요. 네, 알고 있어요. 또 길을 잃은 건가요? 제가 집이 어딘지 알고 있으니, 저한테 맡기시면 돼요.
...
여자아이의 불안한 표정을 본 리브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어보았다.
실례지만, 이 아이의 가정 환경이 어떻게 되나요? 몇몇 아이들이 이 아이를 괴롭히는 걸 봐서요.
뭐... 흔한 일이죠.
태어났을 때 부모에게 버림받았는데, 누군가가 아이를 발견해서 우리 보육 구역에 데려왔어요.
때마침 그때 어떤 부부의 아이가 사라져서 데려다 키우기로 한 거죠. 하지만 친자식이 아니다 보니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보육 구역 담당자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자, 어서 와. 집에 데려다줄게.
담당자는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보육 구역 가장자리 쪽으로 걸어갔다.
리브는 고개를 저으며, 전투 물자를 정리하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 버림받아서 그런지, "가족"이 무엇인지, "엄마"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거겠죠.
지휘관은 입을 열었다가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침묵했다.
햇살 아래 그늘에서, 수많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광산에 대해 잘 아는 이를 찾아내, 광산의 이합 생물들을 처리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이 보육 구역은 풍족해질 테고, 이 아이도... 더 많은 음식과 관심받을 수 있을 것이다.
네.
리브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단말기를 열어 며칠간 얻은 정보를 간단히 정리했다.
순찰대 2명이 근처를 지나간 것은 보육 구역 출입구의 감시 카메라에 찍힌 불빛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그들의 보행 속도와 경과 시간도 계산할 수 있었다.
멜리노에한테 물어봤고, 두 환자의 상태도 확인했어요.
연로하신 환자분은 뇌 손상으로 의식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고, 다른 한 분은 심각한 출혈로 인해 의식이 돌아와도 자력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단말기에서 4명의 이름을 지우자, 멜리노에와 광산에서 채굴하려던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멜리노에는...
이론상으로는 멜리노에의 혐의가 크지만, 그녀의 특수한 신분과 보육 구역 담당자의 태도를 고려했을 때, 멜리노에부터 조사하다가는 오히려 일이 꼬일 수 있었다.
그러면 광산으로 도망간 2명만 남게 돼요. 아크와 넬러이고, 23세와 25세의 성인 남성이에요.
보육 구역 인구 등록 명단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이 보육 구역에서 태어났고, 부모님은 광산 노동자였어요. 퍼니싱 폭발 이후에도 이곳에 남아있다가 얼마 전 광산으로 들어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대요.
한번 시도해 볼게요.
짧은 신호음 후 통신이 연결되었다. 간간이 끊기긴 했지만, 지난번보다는 음질이 선명했다.
혹시... 그레이 레이븐... 소대인가요?
까무잡잡한 얼굴을 하고 있는 대장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
작전... 계획이요? 저희는...
단말기 신호가 자꾸 끊기고 화면이 심하게 흔들리자, 플레오는 통신이 끊기기 전에 재빨리 자신만의 단말기 수리법을 시도했다.
쿨럭, 이제 좀 낫네요.
플레오가 머쓱해하며 웃었다.
다음 작전은, 광산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합 생물의 근원을 찾는 것입니다.
전투는 서툴지만 굴 파기만큼은 자신 있기 때문에, 광산만 있다면 저희는 생존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는 않았는데, 광산에 변화가 생긴 것 같아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습니다.
플레오는 데이터가 기록된 수첩을 꺼내 자료를 꼼꼼히 확인했다.
제가 기록한 바로는, 이 광산 내부에는 정해진 시간대에 어디선가 이합 생물이 나타나는데, 거의 2주마다 무리를 지어 나타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2주마다 한 번씩 이곳에 진입하여 이합 생물을 처리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이합 생물들이 한데 모여서 보육 구역을 공격하게 될 테니까요.
네. 저희가 이미 통로를 막아놨는데도...
그건 확실하진 않습니다, 저희가 이미 통로를 막아놨는데도...
플레오가 수첩을 한 장 넘겼다.
광산의 반대편의 5개 출구를 막고, 버려진 12개의 갱도까지 폭파했는데도 이합 생물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희 소대의 대원인 이미르의 추측에 의하면, 광산 자체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관측을 해봤는데...
플레오가 다시 수첩을 한 장 넘겼다.
광산 내부의 퍼니싱 농도가 불규칙하게 변동하는 걸 보면, 아마도 광산 안에 무언가가 있어서, 적조처럼 이합 생물을 "부화"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듣자 하니 어느 쪽이든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다.
이합 생물의 수량이 많이 줄었습니다.
플레오가 마침내 바스락거리는 수첩을 덮었다.
이번에도 평소처럼 이합 생물 제거하러 왔는데, 의외로 이합 생물 수량이 많이 줄어 있었습니다. 거의 삼분의 이 정도 줄어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이용해, 광산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합 생물의 근거지를 찾아볼 생각입니다.
하루 뒤 말입니까? 그럼, 저희 소대가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합류하게 되는 겁니까?
좋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님이 정말...
넌 조용히 있어! 어차피 네 신용 포인트는 내가 다 땄잖아! 윽...
플레오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내밀려는 두 대원의 머리를 세게 누르며 시원하게 웃었다.
그럼, 그레이 레이븐과의 합류를 기다리겠습니다.
참고로, 갱도가 복잡해서 길을 잃기 쉬우니, 정기적으로...
정기적으로 저희와 연락하시면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보육 구역... 주민 말입니까?
그 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플레오 주변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갑자기 잦아들었다.
그 두 녀석을 만났습니다. 골치 아픈 녀석들이죠. 광산에 이합 생물이 많다고 말했는데도 자꾸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대체 이런 광물로 뭘 바꾸겠다는 건지, 자기 목숨과 바꿀 정도는 아니잖아요?
플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임시 주둔지가 더 안전할 것 같아서, 그 둘을 그쪽에 안치했습니다.
알겠습니다~~~
화면이 살짝 일그러지더니 이상한 장면에서 멈춰버렸다.
갱도의 신호가 이렇게 안 좋은가요? 다행히 신호를 강화하는 트랜시버를 가져오기는 했는데...
리브는 물자 가방에서 단추처럼 생긴 신호 강화 트랜시버 두 개를 꺼내 지휘관과 자신의 단말기에 장착했다.
예비 에너지도 챙겼으니, 출발하시죠. 지휘관님.
보육 구역을 떠난 지휘관과 리브는 다시 그 작은 길을 걸었다.
태고 때부터 존재했을 거대한 바위가 길의 양쪽에 우뚝 서 있었고, 회백색 안개가 검푸른 산맥 사이를 감싸며 끈적한 기운이 감돌았다.
분명 지나왔던 길인데, 어째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일까?
안개가 작은 길을 따라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
...
인간 지휘관이 목소리를 살짝 높이자,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며 동공이 흔들리던 리브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해요, 지휘관님. 잠시 딴생각을 했네요.
리브는 입술을 깨문 채,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휘관님, 혹시 그날... 우리가 이 길로 왔나요?
단말기 지도상으로는 이 보육 구역에서 다른 한 길을 제외하면, 광산으로 가는 길은 이 작은 길밖에 없었다.
확실하지는 않은데, 왠지 낯설게 느껴져서요. 좀 더 가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산속 안개가 점점 작은 길을 뒤덮어 방향을 분간하기 어려워졌다.
아, 이 길이 맞아요. 지난번에 탔던 운송 장비가 보여요.
안갯속에 덩그러니 나타난 운송 장비는 마치 조용한 안내판처럼, 그들에게 도착 지점을 알려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예비 에너지를 가져왔기에 운송 장비를 수월하게 수리하고 재가동시킬 수 있었다.
좁은 공간이 주는 안정감 덕분에 안개와 거대한 바위가 주는 압박감은 조금씩 사라졌고, 운송 장비는 빠르게 전방을 향해 나아갔다.
이쪽 길이 훨씬 평탄하고 좋네요. 이 속도라면 30분 후면 광산에 도착할 수 있을...
끼이익...
리브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운송 장비의 속도를 서서히 줄였다.
안개로 인한 짧은 가시거리 때문에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던 인간 지휘관은 의아해하며 리브와 함께 운송 장비에서 내렸다.
이게... 뭐죠?
지휘관과 리브는 길에서 십여 미터 떨어진 수풀 앞에 멈춰 섰다.
나뭇가지와 풀이 한쪽으로 쓰러져 있었고, 쓰러진 흔적은 더 먼 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어째서 끌려간 흔적이 있는 걸까요?
물자나 광석을 운반하다가 생긴 자국일까요?
지휘관은 리브와 상황을 판단한 뒤 운송 장비로 돌아가 방향을 바꿨다.
운송 장비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고, 모든게 안개에 휘감기고 삼켜져,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잊어버리게 될 때쯤...
축축한 안개가 겹겹이 쌓인 바위 사이로 퍼져나가면서, 울퉁불퉁한 가장자리를 가진 거대한 구멍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도... 광산인가요?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플랫폼이 눈앞에 드러났다. 플랫폼 위에는 운송 장비가 있었고, 곳곳에 녹슨 기계 부품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끼와 넝쿨이 플랫폼을 빠르게 점령해 두꺼운 양탄자처럼 깔려, 이상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바닥을 뒤덮은 빽빽한 이끼 사이로 부자연스러운 자국이 있었는데, 끌려간 그 "물자"가... 몸부림친 흔적 같았다.
그 흔적은 이곳에서 끊겼고, 고개를 들자, 깊고 어두운 갱도가 시야에 들어왔는데, 마치 둘을 초대라도 하는 것 같았다.
둘은 눈빛을 교환한 뒤 엔진을 끄고 운송 장비에서 내렸다. 그리고 일부러 발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럽게 갱도로 들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