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밤, 짙은 구름이 달빛을 가리고 있었다.
보육 구역 내에는 순찰하고 있는 병사들과 숙소에서 발소리를 죽이며 나온 그레이 레이븐 둘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잠들어 있었다.
드디어 모두가 잠들었네요.
호기심이라기보다는... 감시에 가까웠다.
리브가 일부러 방안의 불을 껐고, 그로부터 30분이 지난 뒤, 방안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확신한 주민들은 그제야 흩어졌다.
순찰병들이 든 등불이 보육 구역 건물들을 기묘한 형태로 비추고 있었고, 둘은 흔들리는 불빛을 피해 건물 뒤쪽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다.
짐작이 가는 위치가 있긴 합니다. 의무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에요, 지휘관님, 이쪽으로 가시죠.
순찰병들을 피해 처마 아래 어둠 속을 따라 이동했다. 지휘관은 리브의 안내를 따라 다소 허름한 천막에 도착했다.
의외로 천막 안에는 따스한 불빛이 켜져 있었고, 멜리노에 의사는 다시 숨어들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앗... 당신들이었군요. 어서 오세요.
멜리노에는 심지어 천막 입구에 서서 둘의 방문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기다리고 있었다.
실은 두 분이 오실 줄 알았어요, 일단 들어와서 앉으시죠.
서로 적대적인 사이가 아니니, 두 분이 알고 싶은 게 있다면, 모두 말씀드릴게요.
멜리노에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천막의 입구를 열어주자, 그 안에서 따스하고 잔잔한 나무 향이 풍겨왔다.
잠깐만요, 지휘관님.
리브가 조심스럽게 나서서 실내를 스캔했고, 무기나 함정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둘은 천천히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녀가 살고 있는 천막은 그리 크지 않았다. 따스한 노란빛의 등불이 천막 꼭대기에 매달려 있었고, 벽과 바닥에는 손뜨개로 만든 두꺼운 담요들이 쌓여 있었다.
이런 장식품들은 모두 단순하고 소박한 재료로 만들어졌지만, 깊은 밤중에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앉으세요.
멜리노에는 두 손님을 탁자 앞으로 안내한 뒤, 한쪽의 작은 화로 위에 놓여있던 주전자를 들어 뜨거운 물 두 잔을 따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멜리노에는 자신의 인간적이지 않은 손을 감추려 하지 않았고, 강철과 금속으로 이루어진 뼈대는 오랫동안 관리를 받지 못해 가벼운 마찰음을 냈다.
기계 거미 한 마리가 구석에서 가는 여덟 다리를 움직이며 거미줄을 짜고 있었다.
인간의 예법에 따르면, 손님에게 차를 대접해야 하는데... 참 죄송하게 됐네요. 여긴 달리 우려낼 만한 차가 없어서요.
멜리노에가 미안한 듯 웃었다.
죄송해요, 자기소개를 깜빡했네요.
멜리노에는 주전자를 내려놓더니, 자세를 바로 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멜리노에이고, 두 분이 보시다시피 기계체입니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멜리노에가 자신의 정체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확인을 위한 질문이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육 구역의 주민들은 이 의사의 비밀을 함께 지켜주고 있는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네. 주민들은 모두 제 정체를 알고 있고, 전 숨기려 한 적도 없어요.
멜리노에는 살짝 긴장했는지, 또다시 물 주전자를 들어 찻잔에 물을 더 따르며 긴장된 마음을 감추려 했다.
저는 주민들을 해친 적이 없고, 그냥 이곳에 살면서 그들이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가끔 의사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에요. 아직은 서툴지만요.
네. 그게 전부예요. 저... 저에게는 전투 능력이 전혀 없거든요.
멜리노에는 자신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것 같았다.
혹... 혹시 조금 전의 일을 물으시는 거라면... 린의 "고통"스러워하는 감정을 제가 "흡수"한 것은 사실이에요.
멜리노에는 불안해하며 두 손을 만지작거렸다.
감정을 흡수하는 게... 당신의 능력인가요?
아니요. 이건... 제 업무예요.
마침내 대화의 실마리를 찾은 멜리노에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이어갔다.
제 소개를 제대로 하자면... 저는 "심리 상담사" 타입의 기계체예요. 심리 상담사 3세대이자, 일련번호는 III-0007이고, "멜리노에"는 회사에서 지어준 코드네임이에요.
황금시대에 그런 타입의 기계체를 의료용으로 개발했던 건 사실이지만... 제가 기억하기로는 2세대까지 개발하다가 윤리적 문제로 중단됐고, 이전 시제품들도 폐기됐을 텐데요?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능력을 이용하고 싶어 했겠죠, 그렇지 않을까요?
...
"심리 상담사" 모델의 기계체는 황금시대에 개발된, 인간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기계체...
"심리 상담사" 모델의 기계체는 황금시대에 개발된, 인간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기계체였다. 지휘관은 파오스 학교에서 이런 종류의 기계체에 대한 기록을 본 적이 있었다.
황금시대는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전했었지만, 비약적인 발전에 따른 정신 질환을 앓는 인간들도 점점 많아졌다.
모든 사람이 인간 심리 상담사의 높은 상담료를 감당할 수 있는 건 아니었고, 대다수 빈민층은 더욱 직접적인 해결책을 선택해야만 했었다.
매년 증가하는 사망률을 해결하기 위해, 심리 안정 모듈을 탑재한 기계체인 "심리 상담사 1세대"가 그렇게 시대적 요구에 탄생하게 됐다.
직원들이 우울증에 걸렸나요? 게을러졌나요? 업무에 불만이 생긴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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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의 단말기에 황금시대의 홀로그램이 떴다. 의료 판매원이 자신의 뒤에 조용히 서 있는 인간과 비슷한 용모를 한 여성 기계체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화면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죠.
멜리노에는 불쾌한 기억이 떠오른 듯, 눈썹을 찌푸렸다.
긍정적 감정 모듈에는 기초적인 심리학 자료만 저장되어 있어서 별 효과가 없어요. 진짜 효과를 보는 건... 그 이후의 "감정 분리" 치료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의 뇌파를 해석해서 신경 활동 신호와 분리하고, 프로그램으로 역변환해서 다시 그들의 뇌로 보내는 거예요.
"부정적 감정"의 신경 활동 신호만 제거하면, 자연스럽게 "부정적 감정"도 사라지게 되니까요.
아버지가 의학연구소의 이사여서, 저도 관련 프로젝트를 접해본 적이 있어요. "심리 상담사 1세대"가 출시됐을 때 호평을 받았고, 곧바로 "심리 상담사 2세대" 기계체를 개발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2세대가 막 출시됐을 때... 첫 의료 사고가 발생했어요.
어떤 기업의 직원이 웃으면서 대화하다가 자연스럽게 19층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그는 얼마 전, "심리 상담사 2세대"의 치료받은 것이 밝혀졌고, 치료 이유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에 대한 공포심"이었다고 한다.
"공포"라는 감정을 잃어버린 그는 "추락의 위험"과 공포를 느끼지 못했고, 아무렇지 않게 발을 내디뎠던 것이다.
그 뒤로 "심리 상담사 2세대"로 인한 의료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고, 관련 부서에서 여러 대의 동일 모델 기계체를 분해한 뒤에야 그들의 작동 원리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멜리노에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감정 분리"도 효과가 없을 땐, "감정 흡수" 프로그램을 실행해서 해당 파장대의 신경 활동 신호를 직접 흡수하는 거예요.
신경 활동 신호가 흡수되면, 짧은 시간 동안 인간은 자연스럽게 해당 "감정"을 잃어버리게 됐다.
이런 작동 방식은 인간의 윤리, 도덕적 기준을 어느 정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1세대와 2세대는 일련번호대로 전부 회수되어 폐기됐어요.
저는 비밀리에 개발되고 있던 "심리 상담사 3세대" 기계체입니다.
멜리노에가 슬프게 고개를 저었다.
2세대가 출시될 때, 이미 암암리에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고,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어서 살아남을 수 있었죠.
회사 측에서는 이 제품이 가져올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할 수 없었고, 결국 3세대를 몰래 제작했던 거예요. 그 뒤로, 마지막 "심리 상담사 3세대"의 물량을 비밀리 경매를 통해 고가로 팔아넘겼어요.
저는 이 광업 회사가 구매한 것으로, "가사 기계체"라는 신분으로 갱도에서 일했어요. 퍼니싱이 폭발하기 전까지 광산 직원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흡수해, 그들이 갱도에서 폭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막는 게 제 업무였어요.
저는 아주 오랫동안 갱도에 갇혀 있었어요.
광산 직원 중 일부는 퍼니싱에 침식된 기계 때문에 죽었고, 나머지 일부는 물자를 빼앗으려다 죽고 말았어요. 저는... 저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어느 날... 눈을 뜨게 됐어요.
멜리노에는 추상적인 표현으로 자신의 각성 과정을 설명해 줬다.
제가 깨어났을 땐 주위에 아무도 없었어요. 저는 무너지지 않은 갱도를 따라 걸어 나와서 이 보육 구역에 도착했죠.
처음에는 주위에 숨어 있었어요, 보육 구역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이곳의 인간들이 절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고, 그 이후로 여기에 남아 그들과 함께 살게 된 거예요.
죄송해요. 예전에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공중 정원은 기계체를 반기지 않는다고 했거든요.
멜리노에가 조금은 난처한 듯 목을 가다듬었다.
로던트 소대가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한동안은 그들을 피해 다니다가, 적대적인 태도가 아니라는 걸 확인했죠.
로던트 소대에 물어봤지만, 그들도 당신들에 대해선 잘 모르는 모양이었어요. 그저 "매우 뛰어난 엘리트 소대"라고 했죠.
저는 인간이 아니니, 당신들이 절 쫓아낼까 봐 걱정됐어요.
그러다가 당신들이 갱도 내부의 이합 생물을 처리하러 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저는 원래 계획대로 숨어 있다가 당신들이 임무를 마치고 떠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린의...
린의 비명 소리가 들렸고, 그걸 그냥 넘길 수는 없었어요.
슬픔에 잠긴 멜리노에는 목소리마저 무거워졌다.
물론 저도 알고 있어요, 이렇게 행동하면 제 정체가 드러날 거고, 린의 두려움과 고통의 감정을 흡수한다고 해도, 치료엔 별 도움이 안 되겠죠. 하지만...
멜리노에의 목소리가 떨렸다.
린이... 엄마를 부르고 있었잖아요.
저는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고요.
그래서 데이터베이스에서 본 의료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서 아이를 편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아는 의료 지식은 많지 않았고, 진통제도 다 떨어진 상황에서... 그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눈가에 흐르는 희미한 눈물을 인지한 멜리노에는 당황해하며 기계체에서 나올 리 없는 액체를 서둘러 닦아내려 했다.
죄송해요. 제가...
...
리브가 얕은 한숨을 내쉬며 손수건을 건넸다.
당신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어요. 사실 인간에게 선의를 품은 기계체들을 접해본 적도 있거든요.
혹시... 다른 기계체들과 연락이 닿은 적은 없었나요?
있... 있었어요.
멜리노에는 감정을 조금씩 추스르며 눈물을 닦았다.
아르카나라는 기계체로부터 연락이 왔었어요. 기계체 조직에 속해있다고 하면서요.
기계 교회를 아세요? 그들의 존재가 드러날까 봐 걱정했거든요.
멜리노에는 시선을 피하듯 눈을 내리깔았다.
왜 기계 교회를 찾아가지 않으셨나요? 같은 기계체들과 함께라면 더 안전할 텐데요.
기계 교회가 위치를 알려주면서 함께 살자고 제안했지만...
전 인간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눈물을 닦아낸 멜리노에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전 인간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요. 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또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멜리노에는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이건 모든 심리 상담사 타입 기계체의 심층 논리예요. 자의식이 각성됐음에도, 전 이 논리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요.
전 그들을 사랑하고, 또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요.
인간 지휘관은 리브와 눈빛을 교환한 뒤, 멜리노에의 무해한 미소를 바라보았다.
퍼니싱의 침식이나 다른 특별한 이상이 없어 보이는 이 기계체는 나나미나 함영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얼핏 들어보면 멜리노에의 말도 그럴듯했다.
경계를 완전히 풀 수는 없었지만, 어쩌면 이 기회를 빌려 광산 내부의 정보를 알아낼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광산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다고 하셨죠? 그럼 갱도 내부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시다시피 갱도 내부의 이합 생물을 처리하는 게 우리의 임무였거든요.
물론이죠.
멜리노에는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
갱도에 이합 생물이 없어진다면, 이곳의 아이들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될 거예요. 무엇이 궁금하신가요?
치료 기록을 보면, 직원 중 일부는 광산 채굴 작업자들이었는데, 그들은 주로 "두려움"과 "혐오감"을 느끼고 있었어요.
나머지 작업자들은 기록상 "연구원"이었는데, 그들은 주로 "피로"와 "공포"를 느꼈어요.
갱도 안에 큰 실험실이 있었는데, 저는 "업무" 특성상... 대부분의 시간을 "진료실"에서만 보냈어요.
죄송해요. 저는 광물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관련 프로그램도 없어서 어떤 광물을 채굴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멜리노에는 눈썹을 찌푸리며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련 자료를 찾으려 노력했다.
어떤 결정체 같은 것인데, 갱도 내부의 실험실도 이 결정체를 연구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었어요.
저는 "업무" 특성상... 대부분의 시간을 "진료실"에서만 보냈거든요. 그래서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어요.
멜리노에가 잠시 말을 멈췄고, 동공에 빛이 스쳐 지나가더니, 어떤 데이터 정보를 불러오는 것 같았다.
시기로 보면 황금시대 말기였을 거예요. 그들은 계속 광물을 채굴했고, 파낸 갱도는 규모가 크고 복잡해서 지하도시라고 할 만했죠.
제가 보육 구역에 정착한 뒤에 가끔 필요한 물자를 가지러 갔는데... 말씀하신 이합 생물을 본 적이 있고, 다른 것들도...
아이를... 말하는 겁니다.
갱도 안에 아이가 산다는 건가요?
리브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물었다.
네. 이런 세상에서 혼자 살아가기도 힘든데, 어떻게 아이를 키울 수 있겠어요.
멜리노에는 슬프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지나가던 방랑자였겠죠.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되어서 갱도에 버린 거예요.
예전에 쓰던 진통제가 있는지, 광산 창고에 확인하러 갔었어요.
붕대... 아, 이건 이미 망가졌네.
물자가 쌓여 있던 창고에서, 오래된 헝겊이 가루가 되어 여성 기계체의 손에서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멜리노에는 손을 흔들어 공기 중의 먼지를 털어내며 시각 모듈을 재조정한 뒤 봉인된 상자를 열었다.
진통제가 남아있었어, 참 다행이야... 여기 한 병이 더 있네.
그녀가 간신히 쓸만한 진통제를 챙긴 후, 보육 구역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옆에서 이합 생물 몇 마리가 한 방향으로 모여드는 것을 보았다.
저쪽에서 희미하게 다른 소리가 들렸다.
울음소리? 어떻게...
전기회로로 구성된 데이터 코어에서 아기를 보호하라는 심층 논리가 발동되자, 멜리노에는 이 명령을 거부하지 않고 어두운 갱도 속으로 걸어갔다.
그 이합 생물들이 모여서 아기를 공격하려 했죠.
팔 하나를 잃는 대가를 치르고 그들을 쫓아낸 뒤, 아이를 데리고 나왔어요.
죄송해요. 제 전투력이 너무 약해서...
멜리노에가 고개를 저었다.
이합 생물들이 저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날카로운 발톱은 제 몸을 쉽게 찢을 수 있었거든요.
저는 특수 모델이라 교체용 부품을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외곽에서만 맴돌 수밖에 없었어요.
...
전 기계체라서... 인간 아기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몰랐어요.
멜리노에가 한쪽 구석에서 여덟 개의 가는 다리를 휘저으며 거미줄을 치는 기계 거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물도 주고 먹을 것도 줬지만... 아이는 먹지 않고 계속 울기만 했어요.
그래서... "불안"한 감정을 흡수하려고 시도했어요. 하지만 아기가 워낙 어려서, 금방 새로운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나 계속 울고 말았죠.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랐어요.
멜리노에도 결국은 기계체일 뿐이었다.
그 아이는 지금 어디 있나요?
보육 구역의 한 부부가 그녀를 데려갔어요.
멜리노에가 보육 구역의 명단을 펼쳐 그 부부가 등록한 이름을 가리켰다.
그 부부의 아이는... 여덟 살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어요.
어떻게...
"368 보육 구역 주민 안내서"를 읽어본 적이 있는데, 여기에선 "8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추가 보급을 제공한다"는 규칙이 있지 않나요?
리브가 다급히 물었다.
네. 그 배급 덕분에 여덟 살까지 자랄 수 있었는데... 광산 구역의 갱도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어요.
...
그리고 발견했을 땐 이미 숨이 끊긴 상태였죠.
이 아이를 데려온 후, 저는 아이가 그 부부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며 맡겼어요.
멜리노에가 눈을 내리깔았다.
저는 기계체라서... 인간의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랐어요.
제가 아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아기는 더 이상 자라지 않았어요.
이미 정이 들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 부부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어요.
저를... 엄마라고 부르진 않겠지만, 멀리서라도 지켜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