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그림자가 옅은 하늘을 잠식해 갔다.
하늘이 완전히 어둠에 잠기기 전, 둘은 가까스로 보육 구역에 도착했다.
지휘관님? 돌아오셨군요? 그... 조사하신다는 건 다 마치셨나요?
죄송해요. 운송 장비가 이합 생물의 공격으로 파괴되고, 에너지 탱크가 유출되는 바람에 광산까지 가지 못했어요.
내일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예비 에너지 탱크를 가지고 가서 운송 장비를 수리해 드릴게요.
아이고, 그런 일은 흔한 일이에요. 두 분이 무사하시니 그걸로 충분해요.
보육 구역 담당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집행 소대가 광산에 들어간 뒤로 저희 보육 구역은 인력이 부족해서 외곽 순찰만 수행하고 있거든요. 그쪽 길은 이합 생물이 자주 출현하곤 하죠.
그 운송 장비는 열흘 중에 여덟 번은 고장이 나서, 이젠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요.
그것보다... 그 길에 버려져 있던, 368 보육 구역 표식이 있는 다른 운송 장비를 발견했어요.
그래요? 어제 광산에 들어간다고 했던 두 녀석이 남긴 건가 보네요. 에휴, 가지 말라고 해도 소용없었어요. 그렇게 운에 기대어 뭐라도 좀 건져보려고 하네요.
그깟 광석 좀 캐서 뭘 얼마나 대단한 걸로 바꾸겠다고. 자기 목숨하고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분수도 모르고...
담당자는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다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내 망설이며 물었다.
근데... 저... 대원님, 혹시 그 녀석들을 보셨나요?
운송 장비 주변에서 인간의 흔적은 찾지 못했고, 현장에 남겨진 흔적으로 보아 앞쪽 광산으로 도망간 것 같아요.
담당자는 찌푸린 미간을 폈다.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조금은 안심한 모양이었다.
광산으로 갔다고요? 그럼 참 다행이에요. 그 녀석들은 어릴 때부터 거기 살아서 갱도를 잘 알거든요. 목숨이 위태로울 일은 없을 것 같네요.
게다가 집행 소대도 아직 광산에 있으니... 별일은 없겠죠.
담당자는 둘을 안심시키려는 것 같기도, 자신을 다독이는 것 같기도 했다.
이 근처에 이합 생물이 자주 나타나나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보육 구역 담당자는 지휘관과 리브를 안쪽으로 안내하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여기는 공중 정원이 지정한 "중도 재난 지역"과 떨어진 편이라, 퍼니싱 농도가 낮고, 이합 생물들이 규모를 갖출 수도 힘들어요.
몇 년 전에 갱도 쪽에서 작은 폭발이 한 번 있었는데, 그 후로 이상하게 괴물들이 늘었어요.
제가 공중 정원에 보고했더니, 집행 소대 하나를 파견해 주더군요.
그 집행 소대가 갱도에 두세 번 들어가 보더니, 폭발 때문에 갱도와 외부 구역이 연결돼서 이합 생물들이 갱도를 따라 들어오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바깥 도로에도 이합 생물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땡...
보육 구역의 종소리가 시간을 알렸다.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다는 걸 깜빡했네요. 두 분도 임무 수행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어서 식사하러 가시죠.
아...
담당자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무언가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보급품도 아껴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맛이라도 좀 보세요. 변변찮지만, 그래도 먹을 만할 거예요.
건물의 뒤편으로 가자, 보육 구역의 중앙 광장이 보였다.
타오르는 모닥불이 잠시 어둠을 몰아냈고, 그 불길은 춤을 추며 주위에 놓인 솥들을 핥고 있었다. 솥 안에는 멀건 물에 곡물을 살짝 풀어 끓인, 부실하기 짝이 없는 저녁 식사가 담겨 있었다.
저녁 식사인데... 이것만 드셔도 괜찮으세요?
네, 받으세요, 이건 지휘관님의 그릇이고 이건 리브 님의 그릇이에요.
담당자는 다짜고짜 이가 나간 도자기 그릇을 지휘관의 손에 쥐여주었다.
공중 정원에서 제공하는 보급품이 부족한가요?
공중 정원의 보급품은 대부분 농작물이나 씨앗이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건 많지 않아요.
담당자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옷깃에 손을 쓱쓱 닦고는 솥 뒤에 섰다.
솥은 보글보글 끓고 있었고, 솥 바닥에 깔려있던 얼마 안 되는 곡물이 위로 솟구치고 있었다.
이합 생물이 자주 나타나지는 않지만, 여긴 광산이라 토양이 대규모 경작에는 적합하지 않거든요.
원래는 광산에서 광석이라도 좀 캐서 교환상이 올 때, 그걸로 생활 물자와 바꿀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담당자는 국자로 솥을 저은 뒤, 국자로 반만 퍼서 대기줄 맨 앞에 선 주민의 그릇에 부어주었다.
갱도 안의 이합 생물이 많지는 않아도 보통 사람을 죽이기엔 충분하죠. 지금은 먹을 수 있는 보급품과 겨우 일군 밭떼기에 의지하여 살고 있어요. 자, 다음 분!
담당자는 솥 가장자리를 툭툭 치며, 배식받은 아이에게 비키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릇을 든 아이는 모닥불 옆으로 가서 단숨에 들이켰다. 이 멀건 죽으로는 배고픔을 달래기에도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지휘관님, 너... 너무 변변찮죠? 죄송해요. 이게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전부라서요.
지휘관은 웃으며 담당자의 물음에 답한 뒤, 리브를 데리고 한쪽 구석으로 향했다.
아이는 반 국자, 어른은 한 국자네요.
리브는 담당자의 손에 들린 국자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 정도 음식으로는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에게 턱없이 부족한 저녁 식사였다.
이걸로 배가 찰 리가 없는데...
지휘관은 리브에게 고개를 돌려 식사 중인 사람들을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 주민들이...
식량은 부족하고, 바깥은 위협으로 가득 찬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식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소란이나 부정적인 반응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광장의 분위기는 더없이 평화로웠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영양실조로 인한 핏기 없는 노란빛이 감돌았지만, 그 누구의 눈에서도 슬픔이나 분노 혹은 그 어떤 다른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들은 평범하게 줄을 서서, 밥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자리를 떴다.
그것은 무감각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정말 조용하네요.
리브는 어딘가 불편한 기운을 감지했다. 광장의 사람들은 침묵하지 않았고, 때때로 서로 귓속말을 나누며 여기저기서 대화하고 있었다.
감정의 기복이 없이... 너무나 조용한 것 같아요.
식사를 마친 아이 몇 명이 옆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지휘관은 그중 한 명을 붙잡아, 담당자에게서 받은 저녁 식사를 건넸다.
지휘관에게서 그릇을 건네받은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왜... 안 드세요?
아이는 흥분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지만, 배가 부르지 않은 건 분명했다.
아이가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추가 배식을 금지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규칙은 없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먹을 것이 따로 있으니까, 얼른 먹어요.
...
그릇을 든 채 고개를 끄덕인 아이는 밥 먹던 자리로 돌아갔다.
지휘관님, 뭔가 불안해요.
리브는 미간을 찌푸리며 모닥불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주시했다.
타오르는 불길이 주민들의 그림자를 기괴한 형태로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고, 그들은 줄을 서서, 때로는 서로 대화를 나누며, 질서정연하게 자신의 저녁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민들에게... 뭔가가 없는 것 같아요.
끼이익...
귀를 찢을 듯한 날카로운 운송 장비의 소리가 보육 구역의 평화를 깨뜨렸다.
누군가가 보육 구역 입구의 닫힌 문을 거세게 두드렸다.
문을 열어주세요. 어서 문 좀 열어주세요! 부상자가 있다고요! 어서 문을 열어주세요!
이 목소리는... 순찰대?!
주민 몇 명이 급하게 수저를 내려놓고, 달려가서 녹슨 대문을 열었다. 그러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의 부서져 가는 운송 장비 한 대가 들이닥쳤다.
린! 린이 다쳤어요!
제 다리, 제 다리가...
낡은 운송 장비에 핏자국이 번져, 매우 끔찍해 보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한 번도 이합 생물이 나타난 적이 없었던 보육 구역 뒤편 광산을 순찰하고 있었고, 원래 계획대로 거기서 잠깐 쉬려고 했는데...
병사는 말을 쏟아내는 동시에, 다친 병사의 혈관을 세게 압박하며 출혈을 막으려 했다.
린이 숲에 볼일 보러 간다고 하면서 그쪽으로 갔는데, 갑자기 비명이 들렸어요.
아파요. 어머니. 제 다리가 너무 아파요. 어머니!
저희가 달려갔을 때, 이합 생물이 린을 뜯어먹고 있었어요! 다행히 저희가 무기를 챙겨가서...
어머니...
병사가 압박하고 있음에도 피는 계속 흘러나왔다. 린은 동맥을 다쳤는지 목소리에서 점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은요? 멜리노에 선생님은요?
어머니... 무서워요. 너무 아파요.
저도 의사입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리브가 상황을 보고 앞으로 나선 순간, 그림자 하나가 인파 속에서 뛰어나와 그녀를 앞질러 린의 곁으로 다가갔다.
초조하게 무릎을 꿇고 병사의 응급 처치를 이어받은 그녀는 린의 다친 다리를 세게 눌렀다.
멜리 선생님! 멜리 선생님! 너무 아파요. 아파요. 피가 너무 많이 나요.
린은 구세주라도 만난 듯, 여성의 옷자락을 꽉 쥐고는 계속해서 신음을 뱉었다.
괜찮아요, 곧 괜찮을 거예요, 제가 여기 있잖아요.
린에게 대답한 멜리노에는 허둥지둥 지혈대를 꺼내면서, 상처 소독을 시작했다.
멜리노에의 손놀림은 프로답지 않았고, 오히려 거칠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것을 본 리브는 잠시 멈칫했다가, 늦춘 발걸음을 다시 재촉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저는 공중 정원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소속 구조체입니다. 상처 소독 정도는 익숙해서 도와드릴 수 있어요.
리브가 말을 건네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그들 사이를 가로막았다.
죄송합니다. 지휘관님...
리브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눈빛으로 담당자를 쳐다봤다.
그게... 그건 좀...
이리 와서 좀 도와주세요.
바닥에 쭈그려 앉아 있던 멜리노에가 둘의 실랑이를 듣고는 고개를 돌려, 간절하게 부탁했다.
하지만...
린은 도움이 필요하잖아요, 지금 다른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에요.
...
담당자는 말없이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리브는 방금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재빨리 다가가 부상자 옆에 쭈그려 앉았다.
이합 생물에게 물린 상처라, 침식을 좀 당했을 겁니다. 먼저 혈청을 주사한 뒤, 생리식염수로 씻어내야 해요.
일단은 이렇게 처리해야 합니다...
리브는 상처를 소독하며 상대방에게 요령을 설명해 줬다. 멜리노에는 진지하게 들으면서, 필요할 때마다 먼저 나서서 도왔다.
하지만 진정제가 부족한 탓에 부상자는 소독할 때마다 고통에 울부짖었다.
아! 아... 아악!!
어머니... 어머니... 저는 곧 죽는 건가요?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
리브가 위로의 말을 다 건네기도 전에, 멜리노에는 손에 든 것을 내던지고 부상자 옆으로 갔다. 그리고 린을 가볍게 안아 올린 뒤, 천천히 그의 이마를 문질렀다.
괜찮아요. 린, 괜찮을 거예요.
제가 여기 있잖아요.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거예요, 린.
멜리노에의 부드러운 손길에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린은 그녀의 손길이 통증을 멎게 한 것처럼 정말로 울음을 그치기 시작했다.
방금 그건... 당신...?
다소 비정상적인 현상에 리브의 주의가 쏠리면서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멜리노에가 부상자를 껴안았을 때 소매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
섬뜩하게 반짝거리는 금속 빛이 시야에 들어왔고, 그건 분명 인간의 팔이 아니었다.
...
그다음에는... 침식된 조직과 이물질을 제거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소독하고, 간단하게 봉합하면 돼요, 이렇게요.
능숙하게 거즈와 붕대로 상처를 감싼 뒤, 상처 주위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리브는 의료 키트를 챙겼다.
이제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거즈만 갈아주면 괜찮을 겁니다.
...
멜리노에는 말없이 리브에게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했다. 그러고는 몸을 일으켜, 과다 출혈로 잠시 기절한 소년을 안아 들었다.
린은 제가 의무실로 데려갈게요.
주민들이 재빨리 길을 터주었지만, 이내 다시 빽빽하게 모여들어 리브가 그 의사를 보지 못하도록 시야를 가려 버렸다.
지휘관이 그 아이 곁으로 다가가려 했으나, 모여드는 인파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리브와 주변에 모인 보육 구역 주민들은 일시적으로 침묵에 빠져 대치하는 상황이 돼버렸고, 담당자가 먼저 나서서 리브를 감싸며 인파를 헤치고 나왔다.
죄송합니다. 지휘관님.
그분은 368 보육 구역의 멜리노에 의사입니다.
이곳의 유일한 의사죠.
...
리브와 지휘관은 서로 눈을 마주친 뒤, 동시에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 행동이 신호가 되어 현장의 긴장된 분위기는 순식간에 풀렸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점차 흩어지기 시작했고, 남은 담당자는 잠시 망설이다 미안하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고맙습니다, 하하. 두 분이 아니었다면, 린이 위험할 뻔했네요.
방금 다친 그 아이의 이름이 린이에요, 아주 불쌍한 아이죠.
담당자는 태연한 척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린의 부모는 과거 이곳에서 탈출하지 못했던 광부들이었거든요. 린은 태어난 이후로 오랫동안 바깥세상의 햇빛을 본 적이 없었어요.
공중 정원이 이곳을 발견하기 전, 그들은 린을 먹여 살리기 위해 광석을 가지고 물자, 혹은 분유 같은 것들을 구하려 애썼고, 자주 밖으로 나가곤 했어요.
그러다가... 린이 세 살도 되기 전, 그의 가족들은 다 죽고 말았죠.
...
린은 자기 엄마의 얼굴도 거의 잊어버렸을 텐데, 아플 땐 꼭 엄마를 찾더라고요. 사람이란 게 아무래도 본능은 다 똑같죠.
담당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멜리가 근처에 있어서 다행인 거예요. 안 그랬으면, 그 아이는 아파서 죽었을지도...
담당자가 그 이름을 언급했을 때, 갑자기 말문이 막힌 듯 고개를 저으며 더는 말하려 하지 않았다.
...
망설이면서 갈등하는 기색을 보이던 담당자는 한참을 우물쭈물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하하... 네. 방금 그 의사 맞아요. 저희 보육 구역의 유일한 의사이기도 하고요.
담당자는 다시 한번 "유일하다"라는 말을 강조했다.
아마도 다른 걸 치료하던 의사였나 보죠. 하하하, 그런 건 저희도 잘 몰라요.
그게...
담당자가 머리를 긁적였다.
에이, 됐어요. 말하면 안 될 것도 없죠.
멜리는 광산 쪽에서 떠돌다 왔는데, 여기 온 지는 좀 됐어요.
광산이요?
네. 여기는 가난하긴 하지만, 다행히 이합 생물은 별로 없거든요. 예전에는 여기가 보육 구역이었다는 걸 알고 남아서 사는 사람들도 꽤 있었어요.
세상이 다 그렇잖아요? 뭐, 다들 오고 가고, 마음이 맞으면 같이 모여서 사는 거죠. 예전에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인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글자를 읽을 줄 알고, 공중 정원에서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약물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면 그걸로 충분하죠.
하하하, 예전에 잭이 두통약으로 허리 통증을 고치려고 했다니까요. 하하하, 써니는 그보다 더 심해서,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예요. 감기약도 함부로 먹으면 안 되는데...
멜리는 엄청 착한 사람이라, 여기에 있는 노인부터 아이까지 모두가 그녀를 따르는 편이에요. 게다가 그녀가 온 뒤로, 보육 구역의 사고가 절반 이상 줄었다니까요.
담당자는 의사가 보육 구역에 가져온 변화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했다.
아직 할 말이 남은 듯한 담당자와 작별하고 막사로 돌아가는 길, 달빛이 처마를 비추며 땅에 길고 가는 그림자를 드리웠다.
멜리노에 의사는 인간이 아니에요.
멜리노에는 자신의 두 손을 숨길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인간의 것이 아닌 기계 구조, 수많은 부품과 톱니바퀴가 정밀하게 조립되어 그녀의 팔다리를 이루고 있었다.
그건 아직 확실치 않아요. 제가 본 건 양손뿐이라, 구조체 중에도 양손을 기계 골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서...
리브는 방금 일어났던 모든 일을 되짚어보았다.
멜리노에는... 인간의 뇌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 같아요.
정확히 "조절"인지 아니면... "분리"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 그러한 능력이 있는 게 틀림없어요.
황금시대부터 연구했던 기술에 속하긴 하지만, 구체적인 연구 정보는 저도 읽어본 적이 없어요.
조금 전에, 린이라는 소년이 다쳤을 때...
멜리노에가 린의... 어떤 감정을 "조절"하거나 "분리"했었어요. 어쩌면 "고통"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이 아닐까 싶네요.
네, 이 보육 구역의 상태처럼요.
리브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육 구역의 중앙광장을 바라보았다.
먹구름이 서서히 하늘의 달빛을 가리고 있었다.
"공포"와 "분노"를 잃은 주민들은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상실한 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조화로운 보육 구역을 만들어냈다.
네, 잠시만요.
단말기에서 푸른빛이 은은하게 새어 나왔다.
여기 있습니다.
멜리노에, 여성, "인간"... 보육 구역에서 제출한 자료에는 그렇게 기재되어 있어요.
본인 진술로는... 광산 내부에 있었던 "광업 회사"의 의사였다고 해요.
네. 광부들이 오랫동안 지하에서 일하기 때문에, 장기간의 갱도 생활로 인해 우울증이나 심리적 질병에 시달릴 수 있는데, 그분이 그러한 질병들을 조절해 주는 역할을 맡았다고 기재되어 있어요.
예전에 들어본 적은 있지만...
리브는 입술을 깨물고 자료를 계속 읽어 내려갔다.
멜리노에는 퍼니싱이 폭발된 이후, 갱도 안에서 비축 물자로 생활하다가... 물자가 소진되어 어쩔 수 없이 갱도에서 탈출해, 368 보육 구역으로 왔다는 진술 기록이 있어요.
적어도 공중 정원 측에서는 이런 자료를 의심하지 않았을 거예요.
퍼니싱이 폭발된 이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너무나 많았다. 모든 보육 구역은 정기적으로 이 재앙을 피하고자 숨어 지내던 주민들을 받아들였다.
광산에서 탈출한 의사... 그리고 어쩌면 구조체일지도 모르는 상황이네요...
네. 보육 구역 담당자 말로는, 의무실 의사는 순찰대를 따라 외출했다고 그랬어요...
지금 상황을 보니, 담당자도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거네요.
그녀를 찾아가서 정체를 확인해 볼까요?
시간이 길어지면 또 다른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이 의사는 무언가를 알거나, 다른 비밀을 품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왔을 때 굳이 몸을 숨기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지휘관님. 그럼, 오늘 밤 바로 움직이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