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7 악몽이 깃든 늪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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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알 수 없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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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정원의 시뮬레이션 날씨 시스템의 빛과는 달리, 지상의 햇빛은 피부에 닿으면 언제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가을의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방 안으로 쏟아져 내리는 가운데, 지휘관이 창가 세면대 앞에 섰다. 아직 잠이 덜 깬 듯 머릿속이 몽롱했다.

밤새 수도관 속에서 차가워진 수돗물이 뺨에 닿자 남아 있던 잠기운마저 서서히 씻어내려 갔다.

물에 젖은 거친 수건의 차가운 감촉이 졸음을 완전히 털어냈다.

세안을 마치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세면대 거울 위에 걸린 공중 정원 스타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낡은 시계가 아침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젯밤 처리했던 파일을 확인하기 위해 단말기를 막 열려는 순간, 통신 프로그램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지휘관님, 혹시... 어젯밤 또 몰래 공중 정원 업무를 처리하느라 밤을 새운 건가요?

변명하셔도 소용없어요. 어젯밤에 지휘관님께서 보낸 메일을 제가 다 확인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일찍 깨우지 않았던 거예요.

식탁에 아침을 차려뒀으니 꼭 챙겨 드세요. 저는 임무 사전 조사 때문에 잠깐 다녀올게요. 보육 구역 밖으로 나가지 않는 거니까, 끝나는 대로 바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지휘관님께서는 우선 어젯밤 작업한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세요. 너무 서둘러서 저와 합류하지 않으셔도 돼요.

메시지는 거기서 끝났다.

지휘관은 단말기를 열어 어젯밤에 마친 업무를 간단히 확인한 뒤, 공중 정원으로 전송하고 방을 나섰다.

리브가 남긴 메시지대로, 테이블 위에 아침 식사가 놓여 있었는데, 공중 정원에서 내려온 압축 건조식품과 보급 영양액이었다. 맛은 없었지만, 배를 채우기엔 충분했다.

창밖으로 해가 검고 육중한 산맥 사이로 떠오르며 붉은 황금빛을 대지에 흩뿌리고 있었다. 근처의 병사들은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서 순찰하고 있었으며, 채집과 생산을 담당하는 보육 구역 주민들은 도구를 챙겨 줄지어 드나들고 있었다.

지휘관은 시선을 거두고, 영양액을 단숨에 마신 뒤, 쿠키를 물고는 단말기를 펼쳐 조작하기 시작했다.

368 보육 구역, 7:23

임무: 구조체의 새 기체 테스트 임무.

수행 인원: [player name], 리브

얼마 전.

공중 정원

공중 정원

이스마엘과의 대화가 있던 날로부터 며칠이 흘렀다.

이스마엘은 솔직하게 자신이 사건 속에 휘말려 있는 탓에 더 이상 이 세계의 흐름을 관측할 수 없다고 말했고, 모든 건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난 널 도와줄 수 없어, 난 그저 기록하는 자에 불과하고, 영원히 과거와 역사에 갇힌 존재이니까.

그레이 레이븐,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음 순간이 오기 전까지, 그 누구도 이 일의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어.

이 "미래"에 대해, 나도 여러 가지 추측을 해봤지만... 너에게 말해줄 수는 없어.

내가 추측해낸 답이 맞는지, 또는 우리가 같은 궤도를 걷고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으니까.

만약... 정말 만약에, 우리가 미래에서 만날 수 있다면, 내가 남긴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이스마엘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마쳤다.

이스마엘과 나눴던 대화를 곱씹다 보니, 어느새 과학 이사회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단말기를 열어 지시 메일을 확인하던 중, 하산 의장이 보낸 긴급 메일이 눈에 띄었는데, 내용을 확인해 보니, "속히 과학 이사회로 올 것"이라는 문장 하나뿐이었다.

들어와.

과학 이사회의 내부는 늘 그렇듯이, 건조한 흰색 바탕의 공간에 기계음이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시모프는 책상 앞에 앉아 지휘관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한 뒤, 다시 책상 위의 투영을 바라보았다.

투영 화면에는 리브의 새 기체가 비치고 있었고 기체 한쪽에는 수많은 데이터와 설명 텍스트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 와중에 사라지지 않고 계속 표시되는 것은 733.22라는 수치뿐이었다.

아시모프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문이 다시 열리면서 하산이 바람과 함께 급하게 들어왔다.

하산은 방안을 가볍게 훑어보더니, 곧장 긴 탁자를 향해 걸어왔다.

오늘 정기 보고 회의가 좀 길어져서 말이야. 미안하네. 중요한 부분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군.

...

하산이 탁자 옆에 앉아 있는 아시모프를 바라보았고, 아시모프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든 단말기를 눌렀다.

삑... 철컥.

뒤쪽 문이 잠기는 소리와 함께 감시기 카메라의 불빛도 꺼졌다.

심상치 않은 움직임과 보안 조치에 지휘관은 본능적으로 긴장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과학 이사회는 최근 일부 황금 시대의 자료와 데이터를 입수했어. 그것은 일종의…

아시모프는 단말기 위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자 모두의 눈앞에 펼쳐진 데이터와 설명 텍스트가 구체적인 프레임과 구조선으로 바뀌더니, 기체 투영과 겹쳤다.

의식의 바다에 직접 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야.

이 데이터는 구조 최적화, 파동 안정화, 연결 위험 감소 등 여러 가지 복잡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

쉽게 말해, 의식의 바다를 더욱 강력하고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으면서 우리가 아직 접하지 못했던 가능성까지 파생할 수 있다는 뜻이지.

기체 화면 한쪽에 초록색으로 표시된 데이터가 연속적으로 나타나며 아시모프의 설명을 입증했다.

지휘관은 무의식적으로 투영 장치 옆을 두드리며 아시모프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단순한 기술적 돌파였다면, 보고회에서 아시모프가 모두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리는 게 정상인데, 이렇게 감시 카메라까지 차단하고 조용히 지휘관에게만 말해줄 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 최적화 효과는 영구적이지 않아. 짧게는 두세 시간, 길게는 하루면 대상의 의식의 바다는 기술을 적용하기 전 상태로 돌아가게 돼.

그렇다면...

그건 황금 시대의 기술이야.

아시모프가 옆으로 비켜서면서 공간이 생기자, 2차원 스크린에서 각기 다른 기체 이미지가 차례로 나타났다.

하산 의장...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했나?

이해할 수도 있지.

이전에 과학 이사회가 제시했던 "의식의 바다에 대한 일반적 설명"은 단지 공용 원리 해석에 불과했어. 그 내용은 단순히 의식의 바다가 구조체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개략적으로 설명한 정도였지.

의식의 바다의 심층 구조에 대해서는... 과학 이사회가 나에게 그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어. 정확히 말하자면, 세계 정부가 그 권한을 승인하지 않았던 거지.

...

현재의 기체 개발 단계에서, 특수화된 기체라 하더라도 우리는 의식의 바다의 구조에 별도의 데이터를 추가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IO를 기반으로 한 그 인터페이스 역시, 단지 외부 층에 자물쇠를 하나 더 단 것에 불과하지, 의식의 바다의 구조 자체를 수정하는 건 아니야.

그런데 이번 기술은 달라. 의식의 바다 구조 자체를 최적화할 수 있어. 게다가 이건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야. 이 기술의 근본적인 목적은... "선별"이거든.

나도 그 권한을 줄 수 없어, 아시모프.

우리는 공중 정원, 심지어 쿠로노의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는 모든 구조체 자료를 대조해 봤는데, 그중에서 이 데이터 세트와 완벽하게 호환될 수 있는 건, 오직 리브의 의식의 바다뿐이었어.

뭘 하려는 거지?

생명의 별 히포크라테스 교수와 공동 연구한 결과, 이 데이터를 실제로 적용한다면 리브가 겪는 의식의 바다의 은통을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몰라.

계산과 시뮬레이션 실험에서는 아직 부작용이 발견되지는 않았어. 하지만 실제 테스트에 투입된 적은 없어서 모든 것이 미지수야.

먼저 내 의견을 말하지... 여기서 멈추는 게 좋을 거야.

확실히 장담할 수 있는 건, 그것은 어떤 비인도적인 실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인데.

즉 다시 말해서, 쿠로노, 겨울 계획, 혹은 그 외의 어떤 출발점, 과정, 목적 등 문제가 있는 프로젝트와는 무관하다는 거야. 다만 더 자세한 정보는 지금 당장 알려줄 수 없어.

단, 한 가지는 분명히 경고할게. 보수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기체를 교체하는 것은 리브의 의식의 바다에 남은 통증 증상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완전한 치유는 불가능하며, 일부 오래된 통증이 남게 될 거야.

순간, 실험실에 미묘한 침묵이 감돌았다.

잠시 후, 하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내 추측이 옳다면... 아직 제기하지 않은 문제가 있을 텐데?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말이야.

그러니... 아시모프, 이 기술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건가?

하산이 눈을 가늘게 뜨며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아니, 난 단지 궁금할 뿐이야. 어째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그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켜왔는지 말이야.

어느날, 너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진실된 멸망과 거짓된 존속, 이 두 가지 밖에 없다면, 넌 어떤 선택을 할 텐가?

톨리드는 우리 대신 선택을 한번 해줬지.

난 자아의 파멸이 두려운 게 아니라, 여태 싸워온 만큼, 모든 게 의미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일 뿐이지.

만약 너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만약 리브에게... 그런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답은 거의 정해져 있었다.

진정해. [player name] 지휘관. 아무도 자네나 리브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않아.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건, 단지 이러한 데이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야. 자네는 지휘관으로서 알 권리가 있고, 또 반드시 알아야 하니까.

...

하산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늘의 대화는 한담일 뿐, 난 다른 용건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네.

그는 직접적인 답을 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고, 방 안의 불빛도 원래의 밝기를 되찾았다.

하산은 단말기를 조작하며 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문을 열기 직전 잠시 멈추었다.

[player name]... 선택권은 언제나 자네한테 달렸어. 아쉽지만 우린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으니, 신중하게 판단을 했으면 해.

하산은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지휘관과 아시모프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실험실을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모르지.

알 수 없어.

의장만의 계획이 있는 것 같은데, 상관없어. 난 이 데이터가 실제로 의식의 바다에 적용됐을 때, 어떤 효과가 나올지에만 관심이 있거든.

이 데이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이 부분 그리고 이쪽... 몇몇 파장이 굉장히 특이하지 않아?

일반 구조체에 적용한다면, 단순히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는 보조 구조 정도로만 작동하겠지. 하지만 특정 구조체에 장착된다면... 난 다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예전에 특수 실험 데이터를 이용해 강화했던 특화 기체처럼 말이야.

구조체들에게는... 어쩌면 새로운 진화라고 볼 수도 있어.

과학 이사회 입장로서는 리브가 직접 이 데이터를 시험해 보기를 바라고 있어. 하지만 의장도 말했듯이, 그 누구도 너나 리브에게 강요하지는 않을 거야.

다른 용건이 없다면, 먼저 가도 괜찮아. 난 데이터를 계속 검증해야겠어.

실험 기기가 작동하는 소음에, 아시모프의 목소리마저 묻혔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회상이 끊겼다.

지휘관님? 아침 식사는 반만 드시고, 벌써 업무를 시작하신 거예요?

그래도 식사는 제대로 하셔야죠. 작전 나가서 불규칙하게 드시면 금방 위가 상할 텐데요.

리브는 못마땅하다는 듯 지휘관을 바라봤다.

지휘관은 남은 압축 건조식품과 영양액을 서둘러 삼킨 뒤, 우물쭈물하면서 물었다.

인원 조사를 핑계로 보육 구역 주민 명단을 확인해 봤는데, 콜먼이라는 남성은 실제 이 보육 구역 소속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그가 공중 정원에서 신문을 받을 때, 언급했던 지명을 토대로 범위를 좁힐 수 있었고요.

리브는 단말기를 켜서 보육 구역 지도를 펼치더니, 작은 범위를 표시했다. 그 안에는 막사 세 개와 건물 두 채, 그리고 교차로 하나가 포함되어 있었다.

콜먼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진화"와 "의식의 바다"를 언급했던 그 사람은... 이 구역에서 활동하고 있을 게 틀림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