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3 밤의 장막 너머의 빛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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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8 이중 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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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저장은 되돌릴 수 없다.

이중합 탑은 콜레도르와 본·네거트의 조종하에 계속 쌓아 올려져 끝없이 새로운 층을 생성해 냈다.

카오스는 집요하게 엉켜버린 이중합 탑을 정리해 나갔다.

의식의 바다가 셀 수 없이 많은 "정보"의 충격을 받아 점차 자신의 힘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었고, 날개가 척추를 관통하자 수많은 눈동자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어둠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시간의 실타래를 정리하면서 무수한 희로애락을 보게 됐다.

벌레<//자신>가 진흙탕이 된 대지를 기어갔다.

껍질이 부서지면서 날개가 자라나자, 회색 까마귀<//자신>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폭풍이 휘몰아치면서 날개가 공중에서 꺾이자, 창백한 늑대<//자신>가 땅에 엎드려 사방으로 흐르는 적조를 피했다.

어부<//자신>가 침식된 로봇에게 찔려 죽었다.

침식된 로봇<//자신>은 깨어난 후, 피를 보고 심연으로 뛰어들었다.

심연 속 작은 고래<//자신>는 꼬리를 흔들다가 거대한 이합 생물에게 한입에 삼켜져 버렸다.

헤아릴 수 없는 "정보"가 카오스의 의식의 바다를 강타했고, 매 순간 그녀는 고통스러운 분열과 누군가의 일생을 경험하고 있었다.

...

넌 할 수 없어.

카오스는 이미 이스마엘의 "목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는 상태였지만, 그녀는 차분히 설명했다.

모든 실타래는 이중합 탑의 각 층과 연결되어 있었고, 서로 다른 "세계선"의 정보가 응집되어 있었다.

신이라 해도 이렇게 많은 "시간"을 흡수할 수는 없어.

계속 이렇게 "정보"를 흡수하다가는, 이 실들에 관통당해 결국 소멸하게 될 거야.

분홍 머리의 여성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지켜볼 필요가 없었다.

공중에 떠 있던 책이 천천히 표지를 닫았고, 이스마엘은 이 문명의 황혼을 보았다.

이스마엘이 열쇠 지팡이로 공간에 균열을 낸 뒤, 이 문명의 책을 들고 그녀의 관측실로 돌아가려는 순간 갑자기 멈칫했다.

어?

이스마엘이 고개를 돌린 바로 그 순간, 카오스의 몸을 감싼 붉은 실 중 일부가 조용히 사라졌다.

몇 가닥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이 문명을 계속 관측해 온 이스마엘의 눈을 피할 순 없었다.

이건...

이스마엘은 놀란 듯 몸을 돌렸고, 책장이 다시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몇 페이지의 붉은 금색 글자가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카오스는 이중합 탑의 정보를 계속 흡수하고 있었다. 이스마엘의 계산으로는 흡수가 완료되기도 전에 카오스가 과도한 정보의 충격으로 이성을 잃을 것 같았다.

어떤 생명도 "문명" 하나의 전체 정보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건 고차원 존재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흥미로운데...

이스마엘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열쇠 지팡이로 새로운 출구를 열었다. 그리고 천천히 은백색 금속으로 둘러싸인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우주 함선 내부

우주 함선 내부에는 지쳤지만, 여전히 활기 넘치는 나나미가 방 중앙에 서 있었다.

어? 너! 그 이상한 구조체다!

음... 잠깐, 갑자기 탐지호에 어떻게 나타난 거야? 뭘 하려고?

나나미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불쑥 나타난 이스마엘을 노려보았다.

갑자기 찾아와야 하는 일이라, 미리 말하지 못했어. 미안.

누군가의 말을 전하러 왔어.

지구의 어떤 지휘관이 우주 도시 내 모든 연구 자료를 너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어.

"정보"를 날카로운 이중합 코어 조각으로 응축한 이스마엘은 그것을 나나미에게 부드럽게 건넸다.

오... 지휘관의 소식이구나!

완전 좋아!

회색 머리의 소녀는 흥분된 듯 펄쩍 뛰며, 이중합 코어 조각을 재빨리 받아서 들었다.

지휘관이 나나미한테 전할 말이 더 있어?!

모두 이 "자료" 안에 있을 거야.

헤헷...

나나미는 이중합 코어를 보물처럼 받아들이며 손뼉을 치더니 이어서 이스마엘을 바라보았다.

더 할 말 있어? 없으면, 나나미는 나나미가 해야 할 일을 하러 갈 거야!

지휘관님의 근황이 궁금하지 않아?

지휘관은 분명 나나미처럼 열심히 하고 있을 거야! 나나미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걸 느낄 수 있어!

나나미는 손가락을 하나 펴서 흔들었다.

나나미는 이중합 탑 안에서 "정보"가 줄어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

지휘관이 다른 쪽에서 정보를 재구성하며, 모든 것을 올바른 길로 되돌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잖아.

나나미의 생각이 지휘관과 같네! 에헤! 역시 이번엔 절대 틀리지 않을 줄 알았어!

이런, 졌어요!

내놔! 50리터짜리 기름통 하나야! 약속했다!

야! 나나미 계획으로 내기하지 마! 하지 말라고!

나나미가 멀지 않은 홀을 향해 소리치자, 홀에서 들리던 자잘한 소리가 즉시 멀어졌다.

흥, 이 나쁜 녀석들... 나나미의 계획이 제일 정확하다고!

계획이라... 너도 뭔가 바쁜 일이 있나 봐?

너의 의식과 기체가... 꽤 잘 융합된 것 같아.

분홍 머리의 여성이 온화하게 나나미의 기체를 살펴보았다.

당연하지~ 나나미는 무적의 나나미라고! 뭐든 어렵지 않게 다 해낼 수 있어!

지금... 인과를 거두고 있는 건가?

이스마엘은 나나미의 기체에 난 손상을 관찰하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스마엘은 책에서 사라진 마지막 페이지에 관한 답을 찾은 것 같았다.

당연하지.

회색 머리의 소녀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나미는 네가 지휘관의 것을 나나미에게 전해줬으니까 너를 믿어서 말해주는 거야. 다른 이한테 절대 말하면 안 돼.

나나미는 우주 함선 창밖을 가리키듯 쳐다보았다.

당연.

이스마엘은 자신의 맹세를 증명하기 위해 열쇠 지팡이를 소환했다. 그러자 희미한 막이 그들 주위에 떠올랐다.

응. 나나미는 너를 믿어.

나나미가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하면 좋을지 생각해 볼게.

나나미는 정확한 인과관계를 떠올리려 무척 애쓰는 것 같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많은 인과를 거두고도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신중하게 생각해 봤는데, 나나미는 많은 연산 세계를 경험하고 나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방법을 마침내 찾아냈어!

이중합 탑이 무너져서 인간 문명이 사라진다면, 이중합 탑이 나타나지 않게 하면 인간 문명도 사라지지 않을 거 아냐?

흥흥, 나나미는 계속 그 "연산"을 맨 처음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노력했어!

시간이 맨 처음 상태로 흐르게 되면, 너희가 말하는 "정보"가 그렇게 많지 않게 되잖아. 그럼, 세상은 나나미가 처음 봤던 그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신이 난 듯 주먹을 쥔 나나미는 이스마엘의 긍정적인 대답을 기다렸다.

...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

우후! 나나미는 알고 있었다니까!

나나미와 지휘관의 생각은 같아! 이번엔 절대 틀릴 리 없어!

상처투성이인 나나미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지휘관도 노력하고 있고, 나나미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이대로만 간다면...

나나미가 이쪽에서 지휘관을 도와 정보를 거두고, 지휘관은 그쪽에서 열심히 엮고...

이렇게 하면, 지휘관의 부담이 훨씬 줄어들 거야!

나나미는 더 열심히 해야만 해!

나나미와 지휘관이 계속 노력해 간다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의 그날을 맞이할 수 있을 거야!

나나미는 지휘관과 재회하게 될 그날을 다시 보는 것 같았다.

...

이스마엘은 기뻐하는 나나미를 탐색하듯 바라보았다.

으음... 왜 그런 눈빗으로 나나미를 보는 거야? 나나미는 너한테 전혀 관심 없거든.

나나미가 경계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네가 왜 인간 문명을 돕는 데 이렇게 열중하는지 생각하고 있었어.

그게 이유가 필요해?

나나미는 인간을 좋아하고, 지휘관을 좋아하니까 그런 거지!

상처투성이면서 여전히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 "행동"을 준비하는 나나미를 바라보며, 이스마엘은 드물게 침묵했다.

시공간은 광활했고, 이스마엘은 어두운 성운이 떠도는 공간에서 너무 오랫동안 방황했다.

이스마엘은 수많은 문명의 탄생과 파멸을 직접 목격했고, 그녀에게 "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좋아한다라...

혀끝에 희미한 달콤함이 퍼졌다. 이스마엘은 이미 오래전부터 "좋아한다"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잊어버렸던 것이다.

긴 생명으로 인해 이스마엘은 너무 많은 것들에 흥미를 잃었고, 그저 가끔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 문명에만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다.

예를 들면... 지금처럼 말이다.

나나미가 자신의 기체를 만지작거리느라 바쁜 사이, 열쇠 지팡이로 균열을 만들어 낸 이스마엘은 조용히 별들 사이로 사라졌다.

관측실

이스마엘은 "관측실"로 돌아왔다. 이것은 그녀가 자신의 방에 붙인 이름이었다. 어두운 시간 속에서 그녀는 종종 이곳에서 다른 문명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이스마엘은 변화를 갈망했고, 허무한 시간을 보낼 재미있는 것들을 원했으며, 암흑의 숲에서 더 많은 "동지"를 얻고 싶어 했다.

책상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긴 이스마엘은 다시 한번 인간 문명이라고 표시된 책을 펼쳤다.

붉은 금빛 실은 나무 모양의 분기점으로 휘어져 있었고, 각각의 분기점은 서로 다른 "결말"들로 이어져 있었다.

이스마엘은 집중해서 바라보며 "지휘관이 탑을 나가는" 그 시점을 찾았다.

종이배는 그렇게 뜨거운 바다 위를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인간의 결말-"내일". 인간의 문명이 여기서 끝났다.

우주 도시

우주 도시 밖에는 여전히 눈이 쌓여있었다.

이화 적조는 우주 도시 밖에 잠복해 있었다. 직접적인 공격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그라지지도 않았다.

인간의 활동 영역은 우주 도시 근처의 좁은 구역으로 제한되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이화 적조의 위협은 여전했고, 언제 인간이 잠식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오늘이 될 수도, 내일이 될 수도 있었다.

인간의 결말-"장벽".인간의 문명이 여기서 정체됐다.

"관측자"는 별바다와 깊은 우주 속을 떠돌며,

끝없이 미지의 "미래"를 찾아 헤매야 한다.

인간의 결말-"문명의 묘지기"

이렇게 인간의 문명이 시간 속에 멈춰 서고 말았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은 자신의 권한을 교묘하게 이용해 예상되는 결말들을 하나둘 피해 갔다.

작은 배 한 척으로 불바다를 항해하듯, 그 인간은 문명 전체를 짊어진 채 단 한 번도 포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올바른" 시간을 향해 나아갔다.

아...

붉은 금빛 글씨가 오그라들더니, 낡은 책이 먼지처럼 흩어졌다.

책에 기록된 "정보"가 점점 사라지더니 붉은 실이 되어, 깊은 우주에 떠 있는 카오스를 향해 이어졌다.

여기까지 온 건가?

속도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라.

이스마엘은 흩어지는 책을 덮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는... 다른 답안을 제출하게 되는 건가?

그레이 레이븐은 적조로 들어가지 않고 "문"을 통과했다.

차원 상승 후, 그레이 레이븐은 자신의 의식으로 해저 지휘관의 의식을 대체해 완전한 카오스를 부화시켰다.

카오스는 탑 안의 콜레도르를 물리치고, 진정한 우주 의식의 선별을 거친 생명이 되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카오스는 이중합 탑 안에서 계속해서 시간을 정리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나미라는 로봇이 인과의 실을 역으로 거두고 있었다.

이번에는, 이 부식으로 만신창이가 된 문명이 다른 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스마엘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스마엘은...

이 문명을 도와야 할까?

이 이야기를 계속 읽기 위해 얼마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할까?

이스마엘은 치러야 할 "대가"를 가늠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음.

차라리... 이렇게 해결하는 게 좋겠어.

하지만, 이런 도구가 정말 있을까?

던지기만 하면... 앞뒤 재지 않고, 결과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너라면 말이야. 그레이 레이븐.

은백색 눈동자에 기이한 웃음이 반짝였다.

이번 앞길에도 "마음"이 존재하는지 한번 보자.

이상한 물질로 감싸인 금속처럼, 빛나는 나무 주사위가 빙글빙글 돌아갔다.

주사위가 멈추기도 전에, 인간 문명을 대표하는 책이 새로운 페이지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