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3 밤의 장막 너머의 빛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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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9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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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럽게 얽힌 실들이 아득한 우주 공간에 떠 있는 <phonetic=지휘관>카오스</phonetic>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그녀의 의식의 바다는 수없이 찢기고 아물기를 반복해 이미 하얗게 비어 있었다.

문명 전체의 정보가 끊임없이 카오스의 의식으로 흘러들어왔고, 그녀는 지친 듯 겹겹의 실로 감싸인 행성을 품에 안은 채 어두운 세월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혼탁한 의식의 바다에서 미약한 의지가 불꽃처럼 서서히 타오르고 있었다.

<phonetic=지휘관>카오스</phonetic>는 별들이 흐르고, 먼지로 가득한 이 기이한 우주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것이... 마지막... 전환점일까?

의식의 바다는 계속 무너지고 재구성되었고, 그곳에는 이중합 탑 안의 잘못된 정보와 길이 모두 담겨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된 걸까?

이성이라는 줄이 끊어질 듯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계속 그 잘못된 "시간"들을 흡수해야 할까?

아니면, 잠시 멈춰야 할까?

잠시 멈춘 뒤, 이성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할까?

안 돼. 멈출 수 없어.

의식의 바다에서 수많은 생명의 통곡 소리와 웃음소리가 카오스를 재촉했다.

동공은 찢어질 듯했고, 붉은 핏줄이 눈가에 가득했다.

열 손가락을 붉은 실 속에 깊이 박은 <phonetic=지휘관>카오스</phonetic>는 있는 힘을 다해 그 실타래의 시간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려 했다.

붕괴 직전의 작은 야수처럼, 규칙의 힘에 굴복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포효하면서 사랑하는 세계를 올바른 궤도로 끌어당기려 했다.

실들이 부딪히면서 쇳소리를 냈고, 날개 위 눈동자들도 떨리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phonetic=지휘관>카오스</phonetic>는 거의 성공할 뻔했다.

하지만, <phonetic=지휘관>카오스</phonetic>도 결국 하나의 "생명"일 뿐이었다.

하나의 "생명"은 오직 하나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의식의 바다만을 가지고 있었다. 더 높은 차원의 생명이 되었다 해도 문명 전체의 "잘못된" 시간을 담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 "시간"들은 끊임없이 더 많은 정보를 발산하고 있었다.

우주 속에서 모든 은하가 하나둘 소멸해 갔다.

격렬한 폭발 후, 별빛 먼지가 부딪히면서 눈부신 섬광을 만들어냈다.

영하 273.15도의 우주에서 퍼니싱이라 불리는 마지막 물질이 진공 속에서 점차 사라져갔다. 또는 "회수"되어 갔다.

어쩌면 수백만 년 후, 이곳에 새로운 푸른 행성이 탄생하면, 이번의 "폐쇄 루프"를 다시 시작할지도 모른다.

...

이곳에는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었다. 이스마엘은 깊은 우주에 머물며 이 문명의 종말을 지켜보았다.

카오스는 과도한 정보의 충격을 견디지 못해 결국 한발 늦었다.

퍼니싱에 기록된 정보가 넘쳐나며 지구 전체를 소멸시켰고, 이어서 이성을 잃은 카오스는 스스로를 폭발시켰다.

카오스는 이 시공간에서 사라졌고, 이스마엘조차 그녀가 진정으로 소멸한 것인지 아니면 폭발의 여파로 다른 곳으로 날아간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우주는 결국 열죽음으로 끝나게 되어 있고, 항성조차 조금씩 소멸로 향하게 되어 있어.

조용히 입을 연 이스마엘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문명을 향해 말했다.

모든 것은 결국 먼지로 돌아가게 돼.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말은 모두 같아.

먼 은하 저편에서 지휘관의 소멸로 고정점을 잃은 나나미는 더 이상 올바른 위치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기계체 소녀는 긴 시간의 강 속에서 영원히 길을 잃어버리게 되면서 올바른 시간과 공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기계 문명 또한 머지않아 우주 속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었다.

붉은 금빛 글씨가 격렬하게 깜빡이다가, 마침내 어두워졌다.

...

이스마엘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책을 덮었다.

마지막 불꽃이 찬란한 빛을 터뜨리며, 인간 문명은 이곳에서 꺼져버렸다.

인간의 결말-"소멸". 인간의 문명이 이곳에서 어두워졌다.

?????

지휘관님.

친숙하게 부르는 소리가 수천만 광년의 어둠을 건너 의식의 바다에서 울려 퍼졌다.

미치기 직전의 <phonetic=지휘관>카오스</phonetic>는 천천히, 경직된 채로 시간의 실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었다.

그 목소리를 따라 <phonetic=지휘관>카오스</phonetic>는 빠르게 되돌아봤지만, 목소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칠흑 같고 끝없는 공간에 오직 한 사람의 목소리만이 들렸다.

갑자기 어떻게 계속 해야 할지 모르게 된 <phonetic=지휘관>카오스</phonetic>는 실로 감싸인 빛나는 행성을 안은 채 멍하니 그곳에 앉아 있었다.

여기는... 어디지?

계속... 해야 하나?

이성이라는 줄이 과도한 정보로 타들어 갈 것만 같았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공간이 떨리면서 미세한 파동이 전해졌다. 그러자 칠흑 같은 우주 영역에서 익숙한 균열이 그어졌다.

이스마엘이 균열 너머에서 서둘러 달려왔다.

...

은백색 눈동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띤 채, 이스마엘은 그 자리에 앉아 붕괴 직전인 카오스를 바라보았다.

이성적이네.

이 결말은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됐다.

이스마엘이 목격한 종말에서는 카오스가 너무 많은 정보를 흡수해 미쳐버렸고, 퍼니싱이 지구를 잠식했다. 그리고 카오스의 자폭으로 인한 격렬한 폭발과 함께 문명이 사라졌다.

이스마엘은 이미 쓰인 결말을 무엇이 바꾸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레이 레이븐?

이스마엘은 시험 삼아 <phonetic=지휘관>카오스</phonetic>의 별칭을 다시 한번 불러보았다.

의식의 바다는 더 이상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phonetic=지휘관>카오스</phonetic>는 멍하니 눈앞의 분홍 머리 여성을 바라보았다. 소리가 어지럽게 울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

이것이 주사위가 내놓은 답인가 보군.

이스마엘은 손에 든 책을 펼쳤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붉은 금빛 곡선이 새로운 글자를 만들며 감겨 있었다.

그렇군. 이런 거였어.

이스마엘은 그 책을 넘기며 살짝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은백색 눈동자에 깨달음이 떠올랐다.

멸망은 정해진 것이 아니었어.

작은 슬픔이 척추를 타고 의식의 바다로 올라왔고, 이스마엘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스마엘은 시간의 방랑 속에서 "감정"의 대부분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스마엘은 생생하게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

봉인은 유일한 해답이 아니었고,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는 길이 실제로 존재했다.

<phonetic=지휘관>카오스</phonetic>는 이미 미치기 직전이라 돌이킬 수 없었지만, 이중합 탑에 쌓여있던 대부분의 잘못된 "시간"은 모두 흡수되었다.

다른 한편에서 로봇 소녀도 열심히 인과를 거두고 있었다.

행성의 모든 의지가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그들은 마침내 새로운 기적을 이루려 했다.

이해했어.

너와 너의 문명에 경의를 표해.

너희가 보여준 충분히 멋진 이야기는 나에게 진정으로 다른 "미래"를 보게 해줬어.

온화한 미소를 지은 이스마엘은 카오스 앞에 서서 살짝 허리를 굽혔다.

이제부터는... 내가 할게.

인간 문명을 대표하는 책을 거두어들인 분홍 머리 여성이 <phonetic=지휘관>카오스</phonetic>의 이마에 살며시 손을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