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3 밤의 장막 너머의 빛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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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7 처벌을 내리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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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성계 연구소가 Code Virtual Particle 물질 발견에 성공했습니다!

명칭의 전파가 용이하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라, 성계 연구소는 연구를 거쳐 이 물질을 공식적으로 "0호 물질"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제 성계 연구소 소장님을 모시고 이 기적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크흠... 안녕하세요. 저는 성계 연구소 소장 힐튼입니다.

Code Virtual Particle 물질은 이제 공식적으로 "0호 물질"이라 명명하기로 했습니다.

"0호 물질"은 저희 연구소의 이스마엘 연구원이 이끄는 팀이 발견한 특수 물질입니다. 저희는 현재 이를 반복 검증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특성은 저희 제1연구팀이 계속 탐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 저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0호 물질"이 원자 상태의 "생명"을 복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대하고 안정적인... 하하. 간단히 말씀드리면,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홀로그램 시뮬레이션 게임기처럼 앞으로 우리 문명 전체를 0호 물질에 저장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청중들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성계 연구소의 성과와 앞으로 시작될 새로운 항해를 축하하며 박수를 보냈다.

음... 소장님이 또 0호 물질로 연구비를 뜯어내고 계시네.

...

연구가 확실히 진전이 있긴 한데, 정말 이대로 가도 정말 괜찮을까?

...

야! 이스마엘!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아... 미안. 방금 딴생각하고 있었어.

나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책상에서 일어나 이사가 걱정스럽게 이스마엘을 살펴보았다.

라헤일 교수님이 안 계신 이후, 정신을 놓고 지내더라.

네가 교수님을 걱정하는 건 알지만, 모두가 노력하고 있잖아?

과제 시작할 때도 계속 멍하더니, 0호 물질을 찾고 나서도 여전히 멍한 상태고...

대체 왜 그래?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잖아?

나도 모르겠어. 그냥 너무 불안해서...

이스마엘은 보조 장치에 끊임없이 흐르는 정보를 응시하며 옷자락을 안절부절 만지작거렸다.

소장님께서 이미 결론 내리신 거 아니야? 0호 물질이면 우리가 열죽음을 극복하는 데 충분하다고 하셨잖아. 뭐가 더 불안하다는 거야?

정말 대단한 것 같아. 표준 연도로 5년 만에 해결책을 찾아냈잖아.

이사가 이스마엘을 설득하려 했다.

좀 쉬어야 할 것 같아.

며칠 전부터 계속 보조 장치만 보고 있던데, 첫 번째 생명 복제 결과를 기다리는 거야?

하긴 생명 복제니까...

이사가 동경하듯 턱을 괴며 말했다.

정말 대단한 과제인 것 같아. 나도 너희 프로젝트팀에 들어가고 싶은데, 우리 교수님이 절대 허락하지 않으시겠지.

창밖에서는 환일이 지평선 아래로 저물었고, 하늘의 자연별들은 이제 반짝이지 않았다. 카운트다운 별들만이 천천히, 묵직하게 현재 시각을 알리고 있었다.

저 별은 빛나고 있어.

저 별... 저 별이라면, 마지막 남은 주계열성이야.

희미한 빛 속에서 하늘에 걸린 마지막 자연별이 천천히 깜박이고 있었다.

어... 그들이 주계열성의 마지막 에너지로 새로운 소행성을 만들고 있나 보네. 하루이틀도 아니고 늘 그랬잖아.

하지만 저게 마지막 별이야.

이스마엘이 한숨을 쉬었다.

이스마엘은 소장과 연구진이 0호 물질 실험을 계속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심지어 0호 물질의 발견 자체를 숨기려고도 했다.

하지만 행성 컴퓨터는 모든 것을 충실히 기록했고, 모든 실험 기록은 성실하게 동기화되어 성계 연구소의 메인 장치로 보고되었다.

0호 물질이 정보를 "복제"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소장은 너무나 기뻐하며 곧바로 연이은 발표회를 열어 이 기쁜 소식을 전체 성계에 알렸다.

소장님, 저는 0호 물질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응? 이번 표준 연도의 네 공헌 상금을 이미 신청했다고 말하려 했는데...

소장님. 돈 문제가 아니에요.

0호 물질이 지금까지 보여준 특성은 완전한 무질서 성분이에요. 이건 정말 위험한 거예요.

하... 물론 저도 무질서 성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스마엘.

소장이 보조 장치의 복잡한 업무에서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세상은 희망이 필요하고, 문명은 보존되어야 해요. 우리에겐 이제 5개의 표준 연도 밖에 남지 않았어요. 이스마엘.

게다가, 우리가 이미 시도해 봤잖아요. 이건 확실히 우리 문명의 모든 것을 복제할 수 있어요.

무기물, 유기물, 건물, 꽃, 풀 다 복제할 수 있어요. 심지어 "생명"까지도 가능해요.

하지만 지금까지 모든 정보가 무질서하게 증식하고 있어요.

무질서도 하나의 질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아직 이 현상의 규칙을 발견하지 못한 거일 수도 있어요. 이건 결국 새로운 물질이니까요. 그러니 우리는 이 물질에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해요.

좋아요. 잠시 후 제가 인터뷰를 앞두고 있는데, 이스마엘도 와서 설명해 주었으면 좋겠는데요.

...

전 괜찮아요. 감사해요. 소장님.

이스마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방을 나가며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 이후로 소장은 의도적으로 이스마엘을 0호 물질의 핵심 연구단에서 배제했고, 실험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만을 부여했다.

이는 사실상 이스마엘의 실험 권한을 모두 박탈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다행히 이스마엘도 그 부분의 실험을 계속할 의향은 없었다.

이스마엘은 라헤일 교수의 과거 시간 메인 장치 연구에 몰두하며, 자신을 고립시킨 채 단순 반복적인 정보 실험 작업만을 수행했다.

***권한 인증에 성공했습니다.***

***표준시 7873/15/05***

0호 물질**실험**▅▅물질 복제**복제에 성공했습니다.***

***표준시 7873/17/25***

0호 물질**실험**▅▅물질 복제**복제에 성공했습니다.***

***표준시 7873/21/25***

0호 물질**실험**실험체 A21S5 복제**복제에 성공했습니다.***

...

이스마엘은 보조 장치로 전송되는 0호 물질 실험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며, 이 모든 상황을 걱정스럽게 지켜보았다.

이스마엘은 0호 물질의 성질을 여러 차례 반복 계산했지만, "결과"를 검증해 내지 못했다.

"우주 회귀 모델"의 카운트다운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었고, 이스마엘은 시간 메인 장치로 여러 차례 실험체를 "미래"로 보내보려 했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혹시... 0호 물질의 출현이 열죽음을 정말로 해결할 방법일까?

***표준시 7875/21/25***

0호 물질**실험**실험체 C65B8 복제**복제에 성공했습니다.***

***표준시 7875/21/25***

0호 물질**실험**실험체 C94C3 복제**복제에 성공했습니다.***

보조 장치는 계속해서 복제 성공 정보를 차갑게 토해냈고, 이 실험은 실패한 적이 없었다.

제1 연구팀의 주도하에, 그들은 계속해서 0호 물질의 성질을 깊이 파고들었다. 복제, 저장, 외현...

0호 물질로 복제된 첫 번째 생명들이 성공적으로 그것의 핵심에 들어갔고, 그들은 일종의 안개 같은 "형태"로 0호 물질에서 다시 나타나 정상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며 모든 생리적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미 0호 물질에 들어간 생명들의 증언에 따르면, 0호 물질 내부에서 그들은 "정신"의 형태로만 존재한다고 했다.

0호 물질은 생명의 진정한 정수를 복제할 수 있었고, 그들은 0호 물질과 함께 우주 심층으로 나아갈 것이고, 쓸모없는 육체는 행성에 버릴 것이라고 했다.

0호 물질에 들어간 후, 그들의 정신은 전체 성계로 확장될 수 있었고, 우주의 모든 빛나는 점들을 볼 수 있었으며, 새롭고 더 높은 차원의 "생명"이 되었다.

성계 연구소의 반복된 검증 후, 그들은 0호 물질이 열죽음을 넘어설 "해답"이라고 확신했다.

그들은 이것이 문명을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이끌 "표식"이라고 믿었다. 이제 그들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우주 모델의 카운트다운은 이제 단 3개의 표준 연도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단계적으로 0호 물질에 들어간 지원자들이 거부 반응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성계 정부는 최대한의 범위로 생명들의 0호 물질 진입을 적극 장려하기로 했다.

이스마엘.

왜 아직도 여기 서 있는 거야? 그리고 왜 이번 진화 명단에 네 이름이 없는 거야?

이사가 문을 열고 신청서 두 장을 흔들며 뛰어 들어왔다.

내가 지웠어.

엥?! 왜!

난 네 이름이 없는 줄 알고, 일부러 연구소 특별 신청서 가져왔는데.

눈썹을 찌푸린 이사가 이스마엘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말해 봐. 또 뭐가 걱정되는 거야? 라헤일 교수님 때문이야? 아니면 네가 말한... 마지막별 때문이야?

이사, 미안. 내가 메일을 보냈었는데...

그래도 난 네가 직접 말하는 걸 듣고 싶어.

미안. 난 여전히 0호 물질이 궁극적인 답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그리고 네가 "진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매일 보조 장치가 복제 데이터를 전송할 때마다 데이터의 규칙을 계산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규칙"도 나타나지 않았어.

그건 무질서한...

이스마엘은 당황한 듯 보조 장치에서 모든 기록을 불러와 이사에게 전송했다. 그리고 기대에 찬 눈으로 이사를 바라보며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소장님께서 0호 물질은 아직 그 안의 규칙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씀하셨어.

하지만 제1 연구팀이 이미 확실하게 검증했잖아. 복제된 "생명"도 분명한 생물학적 패턴을 보이며,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고 말이야.

난... 이게 생명 진화의 한 형태라고 생각해. 예전에 소장님께서 이론 수업 때 가르쳐 주셨잖아?

생명이 더 높은 차원으로 진입하면, 우주 자기장에 들어가 기계 생명이 되거나 전파 형태로 존재할 수도 있고, 새로운 존재 방식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이야.

왜 0호 물질이 올바른 방향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거야?

...

이스마엘은 손가락을 미세하게 떨면서 낙담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자기 생각을 뒷받침하는 153편의 논문을 제시하고, 0호 물질의 위험성을 입증하는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 별 볼 일 없는 연구원의 말은 듣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문명의 파멸과 꺼져가는 항성 사이에서 아무도 항성을 선택하지 않는 것처럼.

아무도 이스마엘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너도 0호 물질에 들어가기로 한 거야?

어. 미안해.

내 가족들과 교수님 모두 0호 물질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어. 우리는 2차 진입 대상이야. 이번 진화 명단에 네 이름이 없는 걸 봤는데...

...

무겁게 한숨을 내쉰 이사가 신청서를 옆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신청서는 여기 둘게. 난... 네가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이스마엘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모습을 본 이사는 고개를 저으며 방을 떠났다.

두 번째 "진화" 생명들은 예정대로 0호 물질에 진입했다.

***표준시 7879/21/25***

0호 물질**진행**D15B03 복제*이름*맥X얼**복제에 성공했습니다.***

***표준시 7879/21/28***

0호 물질**진행**D32J12 복제*이름*이사**복제에 성공했습니다.***

...

짧은 "적응 기간" 후, 성계 연구소는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면회하는 것을 곧 허용했다.

여러 단계의 승인을 거쳐, 이스마엘은 마침내 0호 물질 속 이사와 대화할 기회를 얻게 됐다.

이사... 이사?

하얀 안개 같은 것을 바라본 이스마엘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

흐릿한 안개가 사람의 형태를 그렸다. 이스마엘이 어렴풋이 알고 있던 이사의 모습이었다.

안... 안녕?

이스마엘,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예의 발랐다고 그래? 하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우리가 안 친한 줄 알겠다.

안개가 부드럽게 일렁이며, 이스마엘을 포근히 안아주려는 듯했다. 하지만 곧 자제하듯 0호 물질 안개는 유리 덮개 안으로 물러나며 이스마엘의 옷자락조차 닿으려 하지 않았다.

0호 물질이... "올바른 방향"이야?

어서 들어와. 0호 물질이 진화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내가 이미 얘기했잖아.

그리고 이곳에 들어온 뒤에야 깨달았어. 이곳이야말로 생명이 생존하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라는 걸.

어떤 위험이나 위협도 존재하지 않아. 열죽음, 엔트로피 증가, 그 무엇도 고민할 필요가 없어.

하루라도 빨리 너도 신청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어서 와. 그럼, 우리는 예전처럼 계속...

이사.

이사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그녀는 여기서 거주할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너의 영혼과 사익백아의 가호가 함께 하길.

안개로 이루어진 인간이 조용히 사라졌다.

면회 시간이 종료됐습니다. 0호 물질이 방금 생명을 복제했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합니다.

...

0호 물질도 휴식이 필요한가요?

물론이죠. 0호 물질은 새로운 물질이라서, 너무 많은 생명체가 동시에 내부로 복제되어 들어가면 일정 시간 안정화가 필요합니다.

당직을 서는 연구원이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스마엘은 눈썹을 찌푸리며 이 기이한 곳을 빠르게 벗어났다.

우주 모델의 카운트다운이 계속되는 동안, 성계 정부의 이주도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0호 물질에 첫 번째로 들어간 실험체들부터, 두 번째로 들어간 과학 연구원들까지.

일부 과학 연구원들이 0호 물질 속에서도 명확한 의식을 가지고 이전의 연구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확인한 후, 세 번째, 네 번째...

성계 생명의 5분의 1이 0호 물질에 들어갔다.

이스마엘?

탑·3T형이 문을 조용히 두드린 뒤, 이스마엘의 연구실로 들어왔다.

지금... 0호 물질의 질서성을 계산하는 건가?

죄송해요. 하지만 계산이 안 돼요. 계산할 수가 없어요.

바닥에 어지럽게 널린 초안들이 이곳에서 얼마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스마엘은 멍하니 방 중앙에 앉아 마지막 종이를 공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종이에는 무질서한 수열이 적혀 있었다.

0호 물질은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물질이야. 내가 행성 컴퓨터로 여러 차례 계산을 시도했지만, 어떤 의미 있는 결과도 얻지 못했어.

하지만 "진화"는 계속되고 있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한쪽에서는 0호 물질을 모니터링하는 보조 장치가 한 줄 한 줄 "데이터"를 끊임없이 출력하고 있었다. 질서 있는 생명이 계속해서 무질서한 순환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

나도 그들이 이런 미지의 물질에 생명을 대량으로 복제해 넣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 하지만 아쉽게도...

탑·3T형은 옆에 있는 시간 메인 장치를 쓰다듬으며 불현듯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라헤일 교수의 소식은 아직도 없나?

없어요.

시간 메인 장치를 온라인 상태로 유지하고 있지만, 교수님의 시간 보조 장치의 위치를 더 이상 받지 못하고 있어요.

마치... 교수님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요.

이스마엘은 수많은 시간 데이터를 확인해 봤다. 하지만 각종 정보가 얽혀있을 뿐, 그녀가 가장 찾고 있던 그 사람의 내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탑... 당신도 0호 물질에 들어가실 건가요?

아직은…

내가 너를 찾아온 이유는 제1 연구팀이 새로운 문제를 발견했기 때문이야.

0호 물질이 외부로 확장되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0호 물질"을 담은 용기 가장자리에서 작은 하얀 안개만 뻗어 나왔을 뿐이었다.

제1 연구팀은 즉시 이에 대해 반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0호 물질의 작은 일부가 뻗어 나온 잉여 물질이라는 것을 발견해 냈다.

그들은 오히려 기뻐했다. 지금까지 자가 증식할 수 없었던 0호 물질이 마침내 성장 징후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0호 물질은 무질서한데요.

맞아. 0호 물질은 무질서하지. 그래서 그것의 번식 또한 무질서해.

온순했던 0호 물질이 무질서하게 확산되기 시작하며, 급격하게 성장했다.

처음에는 유리 배양 접시 하나에서 시작해 이후에는 방 하나를 채웠고, 결국 연구소의 한 구석까지 퍼져나갔다.

마침내 송곳니를 드러낸 거대한 야수처럼, 0호 물질은 무차별적으로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있었다.

무질서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0호 물질이 부식성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생명체나 물질의 한 부분만 닿아도 즉시 삼켜버립니다.

이럴 리가 없어요. 0호 물질은 진화의 사다리이어야 하는데...

여기! 어서! 어서 사람을 구해주세요! 저 사람을 끌어내요!

무질서한 발전, 무질서한 특성, 그것은 스스로를 "진화"시키고 있어요.

잠깐만요.

0호 물질의 "복제" 과정을 기록하던 보조 장치가 천천히 새로운 데이터를 내보냈다.

***표준시 7880/23/03***

0호 물질**탄생****성공했습니다.***

그것이...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성계 정부는 0호 물질을 옹호하던 성계 연구소 소장을 체포했다. 이후 탑·3T형을 새로운 연구소장으로 긴급 임명하여 0호 물질 사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지정했다.

하지만 모든 발전 방향이 "미지"인 이런 물질에 대해, 모든 사람이 속수무책이었다.

복제에 성공했던 생명체들은 더 이상 0호 물질의 안개 속에서 관찰되지 않았다. 그들 모두가 0호 물질의 중심부에서 잠들어버린 것 같았고, 더 이상의 생물학적 파동도 감지되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의지가 0호 물질 속에서 조용히 탄생했다.

우리는 일단 이것을 "처벌을 내리는 자"라고 부르기로 했어.

연구소에서 탑은 이마를 문지르며 연일 계속된 작업의 피로를 달래려 했다.

처벌을 내리는 자.

그래.

그것의 출현이 이 문명에 대한 "처벌"이 아닐까?

다음 단계로 가는 계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식의 파멸을 맞이하게 될 줄이야.

죄송해요. 제가...

사과할 것 없어. 사과는 오히려 우리가 해야 해.

그때 넌 계속 경고했었어. 심지어 나조차 너의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니까.

...

탑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열죽음은 발생하지 않았고, 0호 물질은 확실히 그 진행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정보의 진화는 멈추었고, 전에 예상했던 대로 대부분의 데이터가 0호 물질로 복제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재앙"을 알리는 것 같았다.

허공에서 창백한 인형이 날개를 접은 뒤, 무표정하게 네 날개가 달린 흰색 까마귀가 새겨진 두꺼운 책을 넘기고 있었다.

이 일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분홍 머리의 여성이 조용히 옆에 나타나 기계적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는 카오스를 지켜봤다. 그녀의 표정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문명"이 엿보인 것에 대해 크게 분노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카오스의 곁에 머물러 있었다.

카오스가 죽음과 같은 정적을 깨며 말했다.

...

그래, 맞아.

"사익백아 문명"에서 "0호 물질"이라고 명명된 건, 또 다른 형태의 퍼니싱이었어.

"처벌을 내리는 자"는 "사익백아 문명"의 "0호 대행자"였지.

...

내가 관측한 바로 "그들은"...

소위 말하는 "선별"에 명확한 규칙이 없었어.

이스마엘의 투명한 흰색 눈동자에 살짝 의문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사라졌다.

세계의 의지는 거스를 수 없어. "사익백아"처럼 번성한 문명도 결국에는 열죽음을 맞이하게 됐으니까.

네가 이중합 탑의 모든 정보를 흡수하고, 정말로 시간을 이중합 탑이 생기기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해도...

인간 문명은 좀 더 일찍 종말을 맞이하게 됐을 거야.

우주는 결국 열죽음으로 끝나게 되어 있고, 항성조차 조금씩 소멸로 향하게 되어 있어.

모든 것은 결국 먼지로 돌아가게 돼.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말은 모두 같아.

...

0호 물질... 아니. 지구의 퍼니싱 성질대로라면, 모든 것이 적조에 휩쓸리고, 모든 것이 하얀 안개에 잠식되어 끝맺음해야 했다.

그리고 이스마엘은 당연히 하얀 안개 같은 0호 물질에 휩싸여 "문" 뒤로 끌려가야 했다.

하지만 이스마엘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스마엘은 왜 0호 물질을 이용해 문명 전체를 별의 고리 안에 봉인하기로 선택했을까?

...

분홍 머리의 여성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호기심이 참 많네.

이미 역사가 된 일이니, 말해도 상관없겠지.

이스마엘이 두꺼운 책을 향해 살짝 손을 흔들자, 책이 바스락거리며 한참 뒤의 페이지로 넘어갔다.

오래된 책 위에는 연회색 글자에 붉은색이 섞여 있었다.

사익백아(*四翼白鴉: 네 날개가 달린 흰색 까마귀) 문명은 처벌을 내리는 자의 낫을 피하지 못했다.

어느 날 0호 물질의 하얀 안개를 물리치려던 전투에서, 안개가 실체화되며 0호 물질 속에서 탄생한 "의식"이 살육을 시작했다.

그것은 문명의 모든 것을 거침없이 수확했고, 우주의 종말이 단순히 열죽음만이 아니라는 걸 선언했다. 적어도 "사익백아 문명"에게는 그랬다.

이스마엘은 연구소 안에서, 그녀와 탑·3T형이 개조한 시간 메인 장치를 실은 채 분주히 움직이는 연구원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새 이름을 지어야겠어.

라헤일 시간 기계 어때?

별로 웃기지 않아요. 탑.

아, 라헤일 교수는 예전부터 네가 너무 어린 나이에도 너무 진지하다고 걱정했어.

한숨을 쉬며 탑은 다시 기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시간 평면 파괴 및 공간 위치 복귀 보조 장치는 어때?

너무 길잖아요.

보조 장치는 전송 보조 장치로, 메인 장치는 시간 메인 장치로 단순화해서 부르면 되지.

...

좋아. 일단 이렇게 하자.

내가 가서 1차 선발대 모집 상황을 확인해 볼게. 넌 0호 물질의 동향을 잘 지켜봐 줘.

연구소에 대한 코드네임이 필요할 것 같아요.

...

탑의 뒷모습이 잠시 멈칫했고, 다시 걸음을 옮기며 멀어지는 곳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코드네임은... 라니우스, 라니우스 연구소로 하자.

가능한 모든 무기와 수단으로 공격을 시도해 봤다. 하지만 0호 물질에 전혀 효과가 없자, 남은 생명들은 탑의 지휘 아래 모여 시간 메인 장치를 사용해 "과거"로 돌아가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 했다.

시간 메인 장치가 서둘러 개조되었고, 1차 선발대는 시간 보조 장치를 장착하고 시간 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은 0호 물질이 출현한 시기를 "시작의 해"로, "사익백아 문명"이 종말을 맞이한 시기를 "종말의 해"로 표시했고, 자신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역사를 수정하며 이 문명을 구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0호 물질과 처벌을 내리는 자의 출현은 필연적인 것 같았다.

그들 사이의 전쟁은 처벌을 내리는 자가 휘두르는 하얀 안개를 피로 물들게 했을 뿐이었다.

"사익백아 문명"은 이곳에서 끝나도록 운명지어져 있었다.

탑... 253호의 정보를 받았습니다.

어떤 정보지?

253은... 1개 표준 연도 전에 사망했습니다.

그의 영혼과 '사익백아'의 가호가 함께 하길…

254와 255가 이미 출발했습니다.

3개 표준일 후에 저도 출발할 예정입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7개 표준일 후에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았다.

선발대 대원 256이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이스마엘은 눈을 내리깔았다.

선발대 대원이... 또 한 명 희생된 건가요?

어. 253이야.

그의 이름은 이르·2·히스고, 폴라성 이주민이었죠. 그에게는 연인이 있었는데... 바로 142호 선발대 대원이었어요.

...

벌써 253번째 선발대 대원이에요. 이제 임무 수행 가능한 시간 여행자들이 얼마 없어요.

이스마엘은 보조 장치의 등록부를 열어 이르·2·히스의 이름 뒤에 "희생"이라고 조용히 표시했다.

성계의 생명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처벌을 내리는 자"가 사방에서 수확하고 있었다. 그것은 0호 물질이 탄생한 이후의 어느 시점에서나 출현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선발대 시간 여행자들은 "처벌을 내리는 자"의 손에 죽었고, 현재 각 시간대에 존재하는 "라니우스" 연구소의 시간 여행자는 이제 100명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흡수하는 "정보"가 늘어나게 되면서 "처벌을 내리는 자"도 어느 정도의 의식이 생겨났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이 거대한 나무를 흔들려고 하는 벌레들을 쫓기 시작했다.

다음 선발대로 지원하여 시간 여행자가 될게요.

...

탑은 눈썹을 찌푸리며 이스마엘을 바라보았다. 뭔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움직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았어.

등록할게. 넌... 367번째 시간 여행자야.

보조 장치 스크린 다시 켜지고, 이스마엘의 정보가 시간 여행자 선발대 명단에 입력되었다.

연구소 단계에서 0호 물질의 출현을 저지하려는 시도는 이미 여러 번 실패했어.

0호 물질만 출현하면, 항상 누군가가 그것의 연구를 추진하게 되더군.

소장이 교체돼도 다른 책임자가 0호 물질의 출현을 추진하고, 연구팀을 교체해도 다른 연구팀이 이 과제를 이어받아서 했어.

그래서 너의 임무는 0호 물질이 출현하기 전으로 돌아가, 라헤일 교수를 찾아 0호 물질 연구를 시작하지 못하도록 막는 거야.

라헤일 교수님의 0호 물질 연구를 막으라는 건가요?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어요.

이스마엘은 더 이상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탑은 복잡한 표정으로 이스마엘을 바라보았다.

이스마엘. 돌아올 수 없는 길이 될 수도 있어. 그러니 아직 마지막으로 선택할 기회가 있어.

지금은 뭐라도 해야 해요.

저는 0호 물질 연구 추진을 막지 못했고, 그들이 0호 물질로 계속해서 생명을 복제하는 것도 막지 못했어요.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으니, 뭔가를 해야만 해요.

이스마엘은 무의식적으로 탁자를 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더 이상 이사가 달콤한 음료를 채워주던 잔은 없었다.

출발 시간은 3일 후다.

라니우스 연구소

또 한 무리의 시간 여행자들을 보내고 나니, 연구소 안은 소수의 연구원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탑·3T형은 시간 메인 장치 옆에 서서 직접 이스마엘의 목표 지점을 조정하고 있었다.

준비는 됐어?

네.

분홍 머리의 소녀는 차분하게 시간 보조 장치를 조정했다.

안전하게 돌아올 때까지 '사익백아'의 가호가 함께 하길.

시간 메인 장치가 가동되자 옅은 푸른빛이 액체처럼 이스마엘의 몸을 감쌌다. 시야가 아득해지며 무언가가 그녀의 가슴을 계속해서 뒤로 밀어내는 것 같았다.

으윽...

어지럼증과 불쾌감이 신경 중추에서 전해져 오자, 이스마엘은 무의식적으로 착용하고 있던 시간 보조 장치를 꽉 붙잡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공포에 질려 눈을 크게 떴다.

시간 보조 장치 측면에 하나둘씩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스마리...

실패를, 피할 수, 없어.

교수님... 라, 라헤일 교수님!!

광활한 시공간 터널 속에서 이스마엘은 라헤일 교수의 그림자를 본 것 같으면서도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 같기도 했다.

이스마엘은 갑자기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됐다.

왜 라헤일 교수가 열죽음에 관한 개념을 전송했는지, 왜 라헤일 교수가 정보 포착 장치를 통해서만 정보를 보낼 수 있었는지...

▅▅▅월 ▅▅시, 나는 ▅▅▅우주가▅▅▅ 곧 멸망하는 것을 보았다.

왜 라헤일 교수의 시간 보조 장치가 연락이 끊겼는지, 또 왜 라헤일 교수가 지금 모두 사라졌는지...

▅▅▅월 ▅▅시, 정보 흐름은▅▅▅되돌릴 수 없다▅▅▅.

▅▅▅월 ▅▅시, ▅▅▅▅▅그것이▅▅▅▅온다▅▅▅▅▅▅▅▅.

라헤일, 이스마엘의 교수는 유령처럼 무한의 공간으로 추방된 거였다.

이스마리, 열죽음이라는 가설이 현실이 됐어.

뒤의 반절은 우주의 "규칙"에 의해 전송되지 못했다.

이스마리, 열죽음을 탐구하지 마.

실패를 피할 수 없어.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이스마엘의 표정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듯 담담했다.

하지만 더 이상 짙은 푸른빛이 아닌 이스마엘의 눈동자에는 지울 수없는 슬픔의 흔적이 맺혀 있었다.

카오스는 무표정하게 그 책을 바라보았다.

그 후로...

0호 물질은 계속 시간 여행자들의 발자취를 좇았고, 문명은 고통스러운 순환을 반복했어.

적조가 이중합 탑을 통해 확산하는 것처럼, 0호 물질도 마찬가지로 "사익백아"의 시간 메인 장치를 침식하려 했어.

0호 물질이 이 규칙을 깨닫고 난 후에는 고양이가 쥐를 쫓듯 모든 시간의 틈새에서 수많은 시간 여행자를 찾아다녔어.

그리고...

이스마엘은 악몽과도 같은 이 폐쇄 루프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왔는지 모른다.

이스마엘은 수천, 수만 번의 윤회를 겪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우리에서 도망쳐야 했다.

마침내 이스마엘은 0호 물질이 모든 것을 잠식하기 전에, ▅▅▅▅▅▅▅▅▅▅▅▅▅▅▅▅... 0호 물질의 "권한"을 장악하게 됐다.

네가 본 것처럼...

난 우리 "문명"을 아공간에 보존했어, 그들이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야. 바로 그 문 뒤의 세계지.

그리고... 0호 물질의 특성을 빌린 난 의지의 선택을 받아 "문지기"가 됐어.

지금 너에게 말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모호하게 미소를 지은 이스마엘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말을 이어갔다.

아니. 이런 "물질"은 누군가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야.

카오스 오염이나 퍼니싱 또는 열죽음처럼, 이것은 우주의 의지... "그들"이 회수하거나 선별하는 어떤 수단인 것 같아.

이러한 재난들을 극복할 수 있다면, "그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더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겠지. 하지만 넘어서지 못한다면, 별들의 바다로 가는 티켓을 얻지 못하게 되는 거야.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모두 말했어. [player name].

이스마엘은 미소를 지으며 창백한 인형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여전히... 네 문명을 구할 거야?

카오스는 끝없는 인과의 실타래를 모으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이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처음, 이곳에 "이스마엘"을 투영으로 두었던 건... 그냥 흥미로워서였어.

이렇게 복잡하고 작은 세계를 본 지가 오래되었거든. 하지만 그 후에... 난 "너"를 보게 됐어.

넌 내 동료가 될 만한 잠재력이 있어 보였거든.

숲속은 매우 어두워. 너희 인간이 늘 그러하듯 이런 상황에서는 나도 동지가 필요해.

...

이스마엘은 카오스의 행동을 지켜보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이미 결정을 내렸구나.

인간이 바라는 것은 늘 단순했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그 희망마저 이루기 어렵게 됐다.

어떤 모습이 됐든, 얼마나 큰 힘을 얻게 되든...

<phonetic=[player name]>나</phonetic>는 단 한 번도 이 생각을 바꾼 적이 없었다.

그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