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이스마엘이 창가의 탁자에 앉아, 창밖 별빛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밖의 별들은 고르게 퍼져 있었고, 하늘의 뜨거운 항성도 그들의 빛을 가리지는 못했다. 웅장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장엄한 건축물들이 어긋나게 교차하며 별빛 속에서 반짝였다.
이스마엘은 약속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시간 다 됐다.
시간을 알리는 별이 천공에서 몇 번 반짝이면서, 약속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줬다.
<b><ud><color=#34aff8ff><link=19>보조 장치</link></color></ud></b>에서 재촉하는 알림음이 울리자, 이스마엘은 보조 장치를 조작해 미리 설정해 둔 좌표를 대문에 입력했다.
대문에서 은은한 알림음이 울리자, 이스마엘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었다. 오늘은 연구소 동료들과 도시의 휴식 구역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었다.
문밖은 고층 건물마저 점처럼 보이는 일만 미터 상공의 우주 영역이었다. 보호막이 무음으로 전개되며 주인을 감싸안았다.
맞다.
공간 도약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더니 엉뚱한 곳의 문을 열어버렸네.
이스마엘은 자신의 실수에 멋쩍어하다가, 신속하게 좌표를 재설정했다.
대문을 열기도 전에 연구소 동료의 목소리가 문 뒤에서 들려왔다.
사익백아(*四翼白鴉: 네 날개가 달린 흰색 까마귀)의 가호가 함께 하길. 이스마엘! 또 네가 제일 늦었어!
검은 머리의 소녀가 웃음 띤 얼굴로 투정을 부리며 이스마엘을 문에서 끌어냈다.
네가 약속 시간보다 일찍 온 거야. 난 그냥 야근을 오래 해서 판단이 흐려진 탓에 좌표를 잘못 설정했을 뿐이라고.
흥흥, 난 몰라. 어쨌든 오늘 간식은 네가 사! 전에 우리 약속했잖아!
알았어. 내가 살게. 마침, 상여금도 받았고...
이스마엘과 이사는 도시에서 웃고 떠들며 놀았다.
그것은 최고의 시대였다. 그들의 문명은 은하수처럼 찬란했고, 이미 우주에서 그 위용을 떨치고 있었다.
뜨거운 항성 에너지를 저장한 그들은 무한대에 가까운 에너지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공간 물리학을 응용해 순간적으로 전송 지점을 고정함으로써 다른 도시나 성간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들 문명의 영향력은 이미 이 성계 전체에 퍼져 있었고, 그들은 이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여 더 광활한 미래와 신비로운 "시간"의 영역을 탐험하려 했다.
역시 너희 교수님이 더 관대하시네~ 우리 쪽은 절대 상여금을 한 번 더 주지 않는단 말이야.
또 그렇게 단 음료 마시다간, 탈 난다.
괜찮아.
이스마엘이 잔 속 음료를 저으며 말하자, 이사는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맞다. 너 혹시 그 소문 들었어?
이사가 신비스럽게 목소리를 낮추었다.
뭐?
진짜 모르는 거야?! 너 정말 야근만 하다가 바보가 됐구나.
있잖아... 우리 연구소에서 엄청 이상한 기록을 포착했거든.
이사는 먼저 주변을 둘러본 후, 목소리를 낮추어 말을 이었다.
예전에 내가 했던 얘기 기억나? 연구소 중 한 명이 독특한 발상으로 특이한 장치를 개발했다고 했잖아. 머나먼 미래나 과거의 "<color=#ff4e4eff>정보</color>"를 감지할 수 있다는 그 기계 말이야.
그 기계를 연구소 한편에 내버려두고 있었는데, 정보 흐름도 별로 차지하지 않아서 아무도 끄지 않았거든.
그러다, 며칠 전에 누군가가 우연히 그 기계에 접수된 내용을 발견했어…
새까만 스크린에 기이한 녹색 빛이 반짝였고, 엄청난 양의 정보가 스크린을 스쳐 지나갔다. 포착된 "정보"는 작은 버그처럼 오른쪽 아래 특정 정보를 저장하는 곳에 저장되어 있었다.
그래서... 대체 어떤 정보를 접수했다는 거야?
사실 아주 짧은 두 바이트뿐이야.
열죽음.
검은 머리의 소녀가 담담하게 세 글자를 내뱉었다.
...
연구소에서는 지금 이 "정보"를 어떻게 보고 있는데?
음, 의견이 다 제각각이야. 예전처럼, 각자 말하고 싶은 대로 떠들고 있어.
어떤 사람들은 "수천 광년 떨어진 곳에서 온 정보"라며, 이건 분명 재난의 전조다, 예언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맹목적으로 믿고 있어.
또 어떤 사람들은 분명 가짜일 거라며, 연구소의 감시 보조 장치를 철저히 조사하자고 해. 누군가가 나쁜 의도로 잠입해서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려는 거라나 뭐라나...
이사는 입을 삐죽거리며, 두 가지 의견을 모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열죽음...
눈썹을 찌푸린 이스마엘은 이 정보의 출현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
네 표정을 보니 설마 지금 다시 연구소로 돌아가서 야근하려는 건 아니지?
이사가 경계하듯 이스마엘을 붙잡았다.
아니, 그냥 갑자기 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올라서 그래.
이스마엘이 안심시키듯 이사를 토닥였다.
그러고 보니 라헤일 교수님께서 주로 시간과 열죽음에 대해 연구하셨지. 지금 진행도는 어떻게 되어가? 우주 모델링은 아직 완성하지 못했어?
우주 회귀 모델을 만들어서 열죽음에 대한 정보를 완성한다라... 아직도 믿기지 않네.
나도 잘 모르겠어. 교수님도 요즘 바쁘시고 진행 상황도 듣지 못했어. 게다가 밤새워 쓴 논문도 아직 답장이 없고...
그런데 만약에, 정말 만약에, 열죽음이 진짜라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윽...
이사는 음식을 씹으며 잠시 생각하다가, 포기한 듯 고개를 저었다.
이 정보가 진짜라고 해도... '사익백아'의 보우가 함께 하길. 만약 열죽음이 정말 온다면, 우리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어?
열죽음이 우주의 종말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어. 우리로선 되돌릴 수 없는 엔트로피 증가를 막을 방법이 없어.
아아, 미안. 너희 연구를 비웃으려던 건 아니야. 그냥...
이사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이스마엘을 바라보았다.
그 당시 다들 선호하던 성간 탐사는 놔두고, 왜 하필 시간과 열죽음 연구를 선택했는지 난 정말 이해가 안 돼.
결국... 거기엔 진정한 "해답"이 없잖아, 안 그래?
나도 잘 모르겠네. 아마 그때는 그쪽에 관심이 있어서였나 봐.
분홍 머리의 소녀는 졸업 후의 생각을 떠올려보려 했지만, 아무리 애써도 그때의 상황이 떠오르지 않았다.
왜 시간과 열죽음 연구를 선택했을까? 아주 오래전 악몽에서 우주가 열죽음에 휩싸여 모든 것이 소리 없이 사라지는 광경을 봤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프로젝트 선택 때 단상에서 연설하시던 라헤일 교수님의 모습에 반해서였을까?
항성은 영원히 타오를 수 없고, 정보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깊이 연구하는 프로젝트는 "시간과 열죽음"입니다.
제 목표는 <b><ud><color=#34aff8ff><link=20>우주의 거시적 모델</link></color></ud></b>을 구축하여 우주 회귀의 주기적 반복 현상을 시뮬레이션하고, 열죽음 현상의 극복 방안을 연구하며, 정보의 역전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저는 시간의 한계를 넘어 열죽음의 해답을 찾아내고, 우주의 마지막 순간을 마주할 것입니다.
지금도 이스마엘은 당시 라헤일 교수의 학생 모집 연설을 기억하고 있었다.
웅장하고 충격적인 명제 뒤에는 낭만적이고 기이한 천체 신화가 있었다.
...
야... 야! 왜 또 멍하니 있어?
됐다. 재미없는 얘기는 그만하자.
최신 관광 행성 봤어? 내가 어제 보낸 홍보 책자 말이야! 다음 휴가 때 같이 여행 가기로 했잖아!
아... 지금 볼게! 미안!
서둘러 보조 장치에서 친구가 보낸 메시지를 열자마자, 화려한 관광 행성들의 홀로그램 투영이 떠올랐고, 활기 넘치는 가상 가이드가 각 행성의 특징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반중력 현상으로 유명한 폴라성, 하늘에서 구름층을 감싸는 바닷물, 창백한 바위로 뒤덮인 모야성은 최근 인기 소설 <별의 전설>의 드라마 촬영지였다. 그리고 그중에는 엔디미온 별도 있었다.
이 행성은 안정적인 쌍성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엔디미온은 두 항성 중 하나를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으며, 다른 항성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어 이 행성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합니다.
하지만 이로 따라 환상적인 광경이 만들어집니다.
오! 너도 엔디미온 별에 가고 싶어?!
들여다보던 이사가 이스마엘의 손가락이 멈춰 있는 홍보 페이지를 발견했다.
어. 교수님 친구분이 마침 그 행성에 살고 계시거든.
와, 그거 진짜 괜찮다! 그런데 엔디미온은 너무 커서, 제대로 즐기려면 이 며칠 휴가로는 부족해.
엔디미온에 정말 가보고 싶은데. 듣자 하니 거기에 전 성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이 있대.
다음 장기 휴가 때 함께 가보자.
어. 그래. 기회는 있겠지.
이스마엘과 이사는 그 신비로운 정보를 이미 잊어버렸다.
그때는 문명의 가장 찬란한 시대였고, 그들은 시간 제어를 제외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먼 우주로 영역을 넓히려 했다.
열죽음은 단지 가설일 뿐이었다.
그것은 허구 속에만 존재하는
닿을 수 없는 재난일 뿐,
결코 현실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
열죽음은 단지 가설일 뿐이지만, 우리는 곧 진정한 "시간"을 다룰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연구소 앞은 라헤일 교수의 최신 연구 발표를 기다리는 연구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무대 뒤의 장막이 걷히자 거대한 기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군중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퍼져나갔다.
시간 여행이... 정말로 입증된 겁니까?
우리는 여러 차례의 실험과 검증을 거쳤으며, 다수의 선구자가 이 시간 이동 장치를 통해 다른 "시간"으로 이동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들은 또한 약속대로 각각의 시간대에 증거를 충분히 남겨, 이 시간 기계의 유효성을 입증했습니다.
중년 여성이 손에 든 여러 장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수십억 년 전 암벽에 남겨진 연구소의 흔적, 역사적으로 유명 인사가 죽는 순간에 일부러 나타난 선구자들까지, 심지어는...
사전 설정된 이동 시간에 맞추어, 선구자가 시간 보조 장치의 유도에 따라 시간 메인 장치 앞에 천천히 나타났다.
저는 통신 보조 장치의 개념을 응용하여, 메인 장치를 고정점으로 설정하고 보조 장치로 정보 흐름을 연결하게 했습니다. 이때 메인 장치는 행성급 컴퓨터의 연산력을 활용합니다.
특정 시간점을 고정하면, 보조 장치가 정보 흐름을 제어하여 선구자들을 지정된 시간점으로 이동시킵니다. 이때 메인 장치는 귀환 시간점을 단단히 고정하여 복귀 시 시간적 오차를 차단합니다.
구체적인 사용 개념은 여기서 밝히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계를 만들었다 해도, 이후에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연구 가속화? 공간 도약? 이런 건 우리 문명에 실질적인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오늘 발표회에서 두 번째로 발표할 내용입니다.
중년 여성은 곧 실현될 "꿈"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제가 첫 번째로 시간 여행 기계에 탑승할 학자가 되어, 시간 여행을 시작하겠습니다.
역사의 흐름은 불가역적인데, 학자님이라 해서 어떤 영향을 미치실 수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제가 가고자 하는 곳은 당연히 과거가 아닌...
미래입니다.
수십 년간 매진한 연구의 결실을 바라보는 라헤일의 눈동자에는 자신의 아이를 대하듯 깊은 자부심이 어려 있었다.
이스마엘이 제 열죽음 연구를 이어받아 우주 모델 구축과 추론을 계속할 것이고, 저는...
미래로 가 시간 확장의 가능성을 탐구하겠습니다.
저는 미래에서 소식을 전할 것이며, 미래의 기술과 관측된 정보를 이용해 우주 모델을 계속 완성하고, 열죽음의 해법을 찾아 이 난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그 자리의 누구도 라헤일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를 또 하나의 허황한 환상으로만 치부했다.
시간 연속성의 역설로 인해, 과거와 미래 모두 시도하려 하지 않았다.
수명이 무한에 가까운 그들에게 시간 이동 장치는 단순한 오락거리에 불과했고, 이것이 실질적 가치를 지닐 것이라 믿는 이는 없었다.
연구소
3일 후
연구소, 3일 후.
시간 여행 기계에 대한 열기는 잠시 가라앉았고, 소수의 주요 연구원만이 바쁘게 시간 기계를 조정하고 있었다.
꼭 직접 가셔야 하나요?
이스마엘은 교수님의 지시대로 기계의 정보 흐름을 조정하면서, 시간 보조 장치를 장착한 교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물론이지. 내가 했던 말 기억하니?
진리는 오직 자기 눈으로 봐야 알 수 있어.
라헤일의 눈동자가 반짝였고, 그 안에는 그녀의 꿈이 담겨 있었다.
내가 아직 소녀였을 때... 상상했었어. 시간의 끝자락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엔트로피 증가로 인한 열죽음일까? 아니면 다른 공간일까? 또는... 전설 속의 신일까?
라헤일은 안심시키듯 이스마엘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이건 아주 좋은 기회야. 이스마엘. 난 미래에서 진보된 지식을 습득하고, 시간 메인 장치를 통해 그 정보들을 네게 전달할 거야.
문명은 항성 에너지에만 의존해서는 안 돼. 별들은 필연적으로 소멸할 것이고, 우주가 꺼질 때 열죽음은 결국 오게 될 거야. 우린 반드시 이 재난을 헤쳐나갈 방법을 찾아야 해.
알아요. 하지만...
내가 아직 보지 못한 네 논문은 내 오랜 친구에게 전달해 뒀어. 네가 아는 사람이야. 탑·3T형이라고, 앞으로 우리 연구소로 복귀해서 너와 함께 과제를 이어가게 될 거야.
제 논문이 걱정돼서 말씀드리는 게 아니에요. 교수님.
이스마엘의 다소 심각한 표정을 보며 라헤일은 힘없이 웃었다.
너란 애는 장난으로 말해도 알아채지 못하는구나. 이렇게 어린 나이에 언제나 심각한 표정을 짓고 말이야.
생이별하는 것처럼 굴지 마. 너도 알다시피 이 실험은 매우 안전해. 네게는 아마도... 내가 긴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될 거야.
우리는 미래에서 다시 만날 거야. 그때 너를 폴라성에 데려갈 테니 그곳의 특산품인 하늘고기 먹자. 어때?
네.
이스마엘은 살짝 붉어진 눈을 닦으며 억지로 미소 지었다.
조정 완료했습니다. 좌표 위치도 고정 완료했습니다.
언제든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 출발하지.
안녕, 이스마엘.
시간 보조 장치 장비를 다시 정리한 라헤일이 이스마엘을 향해 미소 지었다.
안녕히 가세요.
푸른빛이 액체처럼 녹아내리며 중년 여성을 감쌌다.
그리고 라헤일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스마엘은 라헤일 교수가 남긴 정보 흐름을 토대로 미완성된 실험을 계속했다.
그들은 거대한 우주 모델을 구축하여 우주가 무한히 팽창하고 수축하는 회귀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려 했다.
이를 통해, 열죽음이 도래하는 시점을 추론하고, 정보 역전의 가능성을 찾으려 했다.
시간은 하루하루 흘러갔다.
처음에는 라헤일 교수가 가끔 정보를 보내왔는데, 아주 먼 미래에 도달한 듯 보였다.
라헤일 교수는 끊임없이 우주 모델에 관한 추론 결과를 전송했고, "미래"에서 관측된 구체적인 데이터들도 보내왔다.
▅▅▅월 ▅▅시, 이것은 매우 신비로운 체험이었어.
▅▅▅월 ▅▅시, 말할 수는 없지만, 정말 흥미로워. 네가 와서 봤으면 좋았을걸.
▅▅▅월 ▅▅시, "우주 모델 업데이트에 관한 487번째 정보점 추측"
▅▅▅월 ▅▅시, 이런 모습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월 ▅▅시, "우주 모델 업데이트의 역방향 사고"
하지만 그 후에는...
야, 이스마엘!
검은 머리의 소녀가 창틀을 가볍게 두드리며 자신의 도착을 알렸다.
벌써 밥 먹을 때야?
이스마엘은 무의식적으로 보조 장치를 보았지만, 보조 장치에서는 아무런 알림도 울리지 않았다. 창밖의 시간을 알려주는 별들도 아직 희미했다.
그게 아니라, 우리가 새로운 이상한 메시지를 받았어.
왜 멍하니 있어? 아직도 교수님 걱정해? 건강 좀 챙겨!
이사가 문으로 들어와, 이스마엘의 컵에 음료를 채워주었다.
어. 시간 메인 장치와 교수님이 착용한 보조 장치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지만, 오랫동안 소식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
라헤일 교수가 보내온 정보로 우주 모델은 점점 완성되어 가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그녀의 소식이 없어 여전히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가족...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했을지도 몰라.
그럴지도.
눈썹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던 이스마엘은 다시 한번 시간 메인 장치에 라헤일의 메시지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이사를 바라보았다.
아직 밥 먹을 때도 안 됐는데, 어떻게 나온 거야?
어...
팔짱을 낀 이사는 머릿속에서 격렬한 자아 투쟁을 벌이는 듯했다. 표정이 계속 변하더니, 한참 뒤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도 이제 모르겠다. 하지만 너에게 몰래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우리 교수님이 너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 네 상태가 걱정돼서 말이야.
나도 이게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이거... 봐봐.
이사가 보조 장치에서 쪽지 하나를 띄웠다.
기억나? 머나먼 미래나 과거의 "정보"를 감지할 수 있는 그 기계 말이야.
그 정보가 포착된 이후, 우리 교수님이 전담 인력을 배치해서 기계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게 했는데, 어제 데이터 흐름에서 새로운 정보가 포착됐어.
원칙적으로는 기밀인데, 이 안에 너와 관련된 정보가 있고, 너도 연구소 소속이라 연구소 지식 공유 체계에 속하니까 내가 몰래 가져와서 보여주는 거야.
...
충격을 받은 이스마엘은 그 쪽지를 바라보았다.
이스마리, 열죽음이라는 가설이 <color=#ff4e4eff>현실</color>이 됐어.
이... 이 메시지를 대략 언제쯤 받은 거야?
저장하는 곳의 시간으로 보면... 어제 표준시 23시 03분이야.
...
어제 표준시 23시 03분에 시간 메인 장치가 확실히 미세한 파동을 한 번 전송했었다. 이 "정보"와 관련이 있는 걸까?
난 여전히 우연 같아. 원숭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면, 타자기로 세계 명작을 칠 수도 있다잖아. 게다가 여기 네 이름도 틀렸잖아.
이사는 쪽지의 "이스마리"를 가리키며 고개를 저었다.
그 기계가 스스로 연산하면서 최근 데이터 흐름에서 의미 있는 내용을 추출해서 만들어낸 것 같아.
틀리지 않았어.
이스마엘은 무섭도록 침착했다. 그녀는 이 특이 파동의 정보 흐름 특성을 기록하고, 주변의 관련 자료를 수집한 뒤 모든 내용을 저장하고 나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내 "엘"을 "마리"로 쓰는 사람은 교수님뿐이야.
이스마리라고.
...
터무니없는 추측일 뿐이고, "열죽음의 가설이 현실이 됐다."라는 걸 증명할 수도 없었다.
이스마엘은 동분서주하며, 라헤일 교수의 친구인 탑·3T형 학자의 도움으로, 시간의 강에서 파편화된 정보들을 하나둘 포착해 냈다.
▅▅▅월 ▅▅시, 나는 "<color=#ff4e4eff>미래</color>"에 도착했다.
▅▅▅월 ▅▅시, 어떤 규칙의 제약을 받아 많은 정보를 남길 수 없다. "신"인가 "우주의 법칙"인가?
▅▅▅월 ▅▅시, 나는 ▅▅▅우주가▅▅▅ 곧 멸망하는 것을 보았다.
▅▅▅월 ▅▅시, 정보 흐름은▅▅▅되돌릴 수 없다▅▅▅.
▅▅▅월 ▅▅시, ▅▅▅▅▅그것이▅▅▅▅온다▅▅▅▅▅▅▅▅.
이스마리, 열죽음이라는 가설이 <color=#ff4e4eff>현실</color>이 됐어.
라헤일 교수가 미래에 남긴 정보들이 계속 나타나던 중, 교수의 보조 장치가 시간 메인 장치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졌다.
라헤일 교수는 얼마나 먼 "미래"에 있는지도 모른 채 사라져 버렸다.
수많은 증거가 책상 위에 놓이자, 성계 연구소는 이 두려운 사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열죽음의 가설이 현실이 되었다.
열죽음이 존재할 리 없습니다. 우리에겐 무수한 항성이 있고, 우주는 무한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이 모든 것이 소진될 날이 올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 생명체의 증식 속도는 어떻죠?
의료 기술이 너무나 완벽해서 생명체는 노화하거나 죽지 않죠.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생명체의 수는 한 행성을 가득 채우게 될 거예요.
지금은 가장 거주하기 힘든 폴라성까지 이주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이대로라면 우리는 결국 이 성계를 가득 채우게 될 거예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음 성계가 있고, 더 광활한 우주도 있잖습니까. 우리가 이 행성의 자원을 다 쓰는 데만 수만 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행성까지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가 이 성계를 탐사하기 시작한 지 이천 년도 채 지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지금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매년 한 항성 에너지의 십 분의 일을 소모하고 있어요.
앞으로 백 년, 삼백 년, 오백 년이 지나면...
그렇지 않다면, 이대로 모든 것을 방치한 채 기다리겠다는 건가요? 열죽음이 찾아와 전 우주가 탄 촛불처럼 완전히 꺼질 때까지 그저 기다리자는 말씀인가요?
...
격렬한 논쟁이 잠시 멈추자, 실내가 고요해졌다.
저는 열죽음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라헤일 교수의 말만 근거로 이 연구를 대대적으로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현실이 되었어요.
연구소 소장은 지친 듯 손을 저으며, 이 토론을 더 이상 계속하고 싶지 않은 듯 보였다.
라헤일 교수가 보내온 많은 정보가 입증되었어요. 비록 모호하긴 하지만, 이 정보의 진실성을 증명하기에는 충분해요.
게다가... 이 정보들을 얻은 후 이스마엘과 탑·3T형이 라헤일 교수가 남긴 우주 모델을 완성했어요.
우주 모델이요?
라헤일 교수의 최초 연구를 기억하시나요?
우주의 거시적 회귀 모델을 구축해서 열죽음의 해결 방향을 찾고, 정보 역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었죠.
소장은 미간을 짚더니 손을 저어 이스마엘에게 계속 설명하라고 했다.
저희는 라헤일 교수가 중간에 보내준 데이터와 정보를 활용하여, 이전까지 공백이 있었던 우주 회귀 모델을 완성했습니다.
복잡한 정보가 책상 앞에 투영되면서, 일련의 매개변수들이 계속 흘러갔다.
이 우주 모델은 열죽음을 계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기에, "카운트다운"이 상시 표시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우주가 수축 주기에 진입할 때, 즉 열죽음이 임박하면 이 우주 모델은 자동으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전에 우주 모델이 완성되지 않았을 땐, "카운트다운"을 기록하는 부분이 계속 깨진 코드로 표현됐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 라헤일 교수가 보내준 정보로 이 모델의 마지막 공백을 채워봤습니다.
이스마엘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정보 투영에는 길게 이어진 숫자들이 끊임없이 감소하고 있었다.
<color=#ff4e4eff>10개</color>... 표준 연도 후군요.
하지만, 어떻게 이게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죠.?
이 내용을 발견 후 저희는 실험 소모품을 신청했습니다.
분홍 머리의 소녀가 불편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저희는 가장 단순한 버튼으로 설계한 회신 정보를 카운트다운이 지정된 시간 이후로 전송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시간 메인 장치는 지금까지 그 어떤 회신 정보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스마엘은 눈을 내리깔며 일련의 정보를 투영에 비추었다.
10개 표준 연도 후로 보낸 여행자들은 모두 시간 메인 장치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졌습니다. 그리고 연결이 끊어지기 전 파동이... 라헤일 교수가 보였던 파동과 완전히 동일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벽"에 부딪혔습니다.
열죽음이라는 이름의 벽이었다.
...
붉은 숫자가 모든 사람의 머리 위에 있는 다모클레스의 검처럼 찌르르 소리를 내며 울렸다.
그들은 어떤 정보도 남기지 않았고, 저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단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전까지 그들은 이런 거대한 명제를 고려해 본 적이 없었다.
우주는 광활한데 항성의 열이 어떻게 고갈될 수 있을까?
주계열성이 고갈되더라도, 불안정한 맥동변광성, 말기 거성, 초신성, 변광성과 같은 수많은 다른 별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더욱이 대형 성핵 흡인기를 가동해 자신들의 소행성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어떻게 열죽음이 발생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점진적으로 축적된 정보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라헤일 교수의 가설을 입증하고 있었다.
...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라헤일 교수의 연구를 계속 진행할 거예요.
소장이 이스마엘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눈썹을 찌푸린 이스마엘은 살짝 불안한 듯 라헤일 교수의 이전 연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라... 라헤일 교수는 우주에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특정 물질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정보"를 매개체로 활용한다면, 우리 문명을 다른 형태로 저장하여 우주의 열죽음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에 라헤일 교수는 이 연구를 "열죽음 극복을 위한" 예비 프로젝트로 설정했으며, 다른 과제 팀이 이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저희는 이 가설의 존재를 이미 검증하였고, 물질 이론 계산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 냈습니다. 이후...
성계 연구소는 즉시 특별 연구팀을 구성해 라헤일 교수가 진행하던 연구를 이어받았다.
거대한 탐지기들이 순차적으로 건설되었으며, 그중 가장 큰 것은 소행성 하나를 통째로 차지할 정도였다.
그들은 가용한 모든 자금과 자원을 투입하여,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그 물질을 찾으려 노력했다.
와...
정말 대단하다.
이사는 새롭게 단장된 이스마엘의 실험실을 보며 감탄했다.
이 물질 질량 검사기는 우리 교수님이 오래전에 신청해도 못 받았던 건데, 너희는 세 대나 동시에 운영하고 있네!
오오. 이것도 봐. 이거 그 소문의 행성에 설치됐다는 중력 물질 탐측기를 모니터링하는 보조 장치구나!
이사는 흥분된 표정으로 보조 장치에 끊임없이 흐르는 정보를 바라보았다.
정말 좋다. 나도 언제 한 번 그 행성에 가서 소문의 중력 물질 탐측기를 봤으면 좋겠다.
야, 너 왜 그래? 아직도 기분이 안 좋아?
이사가 팔꿈치로 이스마엘을 툭툭 쳤다.
음.
이스마엘은 실험실의 새로운 기구들에 대해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보조 장치로 받은 정보를 보면서 계속 눈살을 찌푸렸다.
그냥 좀 불안해서.
불안하다고? 불안할 게 뭐 있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네 과제를 도와주고 있는 데다, 각종 첨단 검사기에 무제한의 자금까지 있잖아. 그럼 좋아해야 하는 거 아냐?
이사가 말끝을 늘이며 옆의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소모가 너무 커.
최근 몇 번의 실험에서는 중력 물질 탐측기를 한 번 가동할 때마다 항성 에너지의 10분의 1을 소비해야 했어.
정보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벌써 별 두 개가 꺼졌어.
...
높으신 분들은 이 일을 모르는 거야?
내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스마엘, 당신은 분명히 알아야 해요.
성계 연구소 소장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단호했다.
우리 문명이 오늘날까지 발전한 것은 수십만 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예요.
그것은 찬란하게 빛나는 등대와 같아서 우주 속에서 끊임없이 빛을 발하고 있죠.
우리 문명은 지금이 가장 번성한 때예요. 이 성계와 우주를 이미 탐색했고, 이제 더 깊고 더 먼 방향으로 발전하려 하고 있죠.
이런 때에 항성 한두 개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소장이 창문을 등지고 서자 그의 큰 그림자가 드리웠다.
항성 하나가 꺼지는 것보다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현재의 모든 것을 지키는" 거예요.
"우리의 문명을 지키는 것"이 열죽음을 넘어서도록 보호하는 거예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지켜내야만 해요.
소장이 고개를 돌려 창밖의 카운트다운 중인 별을 흘깃 바라보았다.
...
으음, 이렇게 보니 압박감이 정말 크겠네. 난 이렇게 높으신 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하고 싶지 않아.
압박감이 문제가 아니야. 난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어쩔 수 없는 거 아냐? 정보는 쏟아진 물처럼 한번 퍼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거잖아.
걱정하지 마. 이런 일들은 전부 그 높으신 분들한테 맡기고...
좋아! 우리는 퇴근이나 하자!
이사가 활기차게 의자에서 내려왔다.
쇼핑하러 가자!
아. 잠... 잠깐만.
이사에게 팔을 붙잡힌 이스마엘은 끌려 나가면서 겨우 방의 불을 껐다.
어두워진 실험실 안, 대형 장비들이 느리지만 규칙적인 간격으로 불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이▅▅스▅마리▅▅... ▅탐구▅▅▅▅하지▅▅▅마.▅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실험 과정에서 우주의 항성들이 하나둘 꺼져갔다.
성계 연구소의 모두가 이 일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이 은하가 꺼지면 다음 은하가 있고, 우주는 광활하고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들은 이런 일로 걱정하지 않았다.
성계 탐사대가 다른 우주의 소식을 가져오기도 전, 그리고 이 우주의 마지막 주계열성이 꺼지기 전에, 이스마엘이 주도하는 실험팀이 마침내 그 특별한 "물질"을 발견해 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우연 같은 것이었다.
정례 정보 기록 정리.
***권한 인증에 성공했습니다.***
***표준시 7871/22/15***
중력 물질 탐측기 ▅▅물질 압축.
***실험 실패***
***표준시 7871/22/18***
중력 물질 탐측기 ▅▅물질 압축.
***실험 실패***
***표준시 7871/22/21***
중력 물질 탐측기 ▅▅물질 압축.
***실험 실패***
...
실패 기록... 22:15분, 실패 기록... 22:18분, 실패 기록...
긴 실패 기록들이 보조 장치에 나열되어 있었지만, 이스마엘은 좌절하지 않았다.
연구란 원래 힘들고 소박한 순환이었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 일은 더욱 드물었다. 하물며 그들은 지금 존재하지도 않은 가상의 물질을 찾는 중이었다.
***표준시 7871/<color=#ff4e4eff>23/03</color>***
중력 물질 탐측기 ▅▅물질 압축.
***실험 성공***
중력 자기장에서 ***<color=#ff4e4eff>Code Virtual Particle</color>***을(를) 포착했습니다.
23:03... 기록... 성공...?
동공이 확장된 이스마엘은 보조 장치에 빠르게 기록되는 정보의 흐름을 바라보며, 선명한 빨간색의 [실험 성공]이라는 네 글자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응시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이게 어떻게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거지?
실험실 안에서 실험용 보조 장치가 모든 정보를 빠르게 기록하고 있었고, 선명한 붉은 글자가 스크린에서 계속 반짝였다.
***표준시 7871/23/03*** 중력 물질 탐측기 물질▅▅압축***실험 성공*** 중력 자기장에서 ***Code Virtual Particle***을(를) 포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