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3 밤의 장막 너머의 빛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33-23 죽음의 재현

>

콜레도르가 이중합 탑에 들어갔다. 콜레도르가 이중합 탑으로 "돌아왔다".

이중합 탑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옛 주인을 환영했다. 그러자 콜레도르는 곧바로 탑 안의 코어를 찾아냈다.

...

익숙한 감각에 콜레도르의 의식이 전율하며 손을 뻗어 짙푸른 코어를 만지려 했다. 하지만...

역장 차단막이 갑자기 펼쳐지며 콜레도르를 이중합 탑 코어 주위로 밀어냈다.

0호 대행자.

전 콜레도르라는 이름이 더 좋아요. 그리고 감사 인사도 못 드렸네요. 0호 대행자의 권한을 얻고 나서야 기억이 났거든요. 일부분이지만요.

좋아. 시간을 아낄 수 있겠군.

본·네거트의 손에서 광채가 번쩍이며 콜레도르를 향해 돌진했다.

카오스의 의식이 아주 <color=#ff4e4eff>완전</color>했기에, 그 안에 무슨 속임수가 있든 없든 0호 대행자의 권한을 감당할 수 있었다. 본·네거트는 눈앞의 돌연변이와 시간을 낭비하며 실랑이할 필요가 없었다.

저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줄 알았는데요.

콜레도르의 모습이 일렁이며 붉은 결정체 뒤로 피했다.

당신들이 뭔가를 <color=#ff4e4eff>바꾸신</color> 것 같네요. 맞죠?

콜레도르의 장밋빛 눈동자가 본·네거트 곁에 선 카오스를 향했다.

작은 인형이 날렵하게 결정체를 따돌린 후 콜레도르의 측 후방을 공격했다.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나요?

...

우리 사이에는 아무런 갈등도 없잖아요.

아니면... 당신은... 대체 누구죠?

붉은 결정체가 마찰하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자, 붉은 나비들이 날아올라 본·네거트와 인형을 향해 몰려들었다.

넌 이제 알 필요가 없다.

셋은 탑 안에서 빠르게 이동했다.

콜레도르는 본·네거트와 카오스의 연합에 밀려 코어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계속 도망쳤다.

코어에서 멀어지면 본·네거트가 쉽게 쫓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코어에서 멀어졌음에도 본·네거트는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

...

잠시 후, 콜레도르는 겨우 그들을 따돌리고 한 결정체 뒤에 몸을 숨겼다.

콜레도르는 도움이 필요했다. 이중합 탑이 자신의 주무대였지만, 충분한 권한을 되찾지 못한 상태에서는 이중합 코어의 힘을 빌린 두 상대를 혼자 감당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손바닥에서 가는 물줄기가 흘러나오자, 적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찾았네요.

콜레도르는 이중합 탑 벽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를 들었다.

누가 남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탑 벽 가장자리를 더듬으며, 빛나는 낫을 그 가는 상처 자국에 겨눴다.

거절하지는 않으시겠죠?

붉은빛이 강렬하게 터져 나왔고, 가는 균열이 순식간에 확대되며 적조가 제 집으로 돌아오듯 이중합 탑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저기다.

이중합 탑이 파손되자 본·네거트는 즉시 콜레도르의 흔적을 발견해 냈다.

역장 차단막을 발판 삼아 카오스가 도약했다. 시야를 가리는 붉은 나비들을 헤치며 콜레도르를 향해 돌진했다.

적조가 몰아치며 이합 생물들이 카오스의 살점을 사납게 물어뜯었다. 그러나 인형은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정확하게 콜레도르의 머리를 향해 공격했다.

물러서!

콜레도르를 가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카오스의 팔도 낫에 잘려 나갔다.

적조에서 생겨난 이합 생물의 팔이 순식간에 적조 속으로 녹아들었다.

다른 방향에서 나타난 콜레도르는 카오스의 일부를 잠식한 후,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도미니카...

적조에서 잔잔한 "정보"가 전해지자, 콜레도르는 충격에 휩싸인 채 카오스의 또 다른 공격을 피했다. 그녀의 동공에 보기 드문 공포가 어렸다.

권한을 잃은 0호 대행자는 반이중합 탑에 의해 추방되어 적조의 황무지를 떠돌았다.

선발대... 역장 차단막...

카오스가 콜레도르의 가슴을 관통했지만, 인형의 살도 낫에 베여나갔다.

지구 시간 2198년 11월 21일, 201 분기점 기록: 인간은 카오스 오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휴대 가능한 역장 차단막 생성 기술을 개발했다.

본·네거트의 금색 결정체가 콜레도르의 머리를 관통했다. 하지만 그와 카오스도 콜레도르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지구 시간 2198년 11월 22일, 371 분기점 기록: 도미니카가 이끄는 선발대는 지금도 이중합 탑을 탐사하고 있다. 역장 차단막의 영향으로 그들의 구체적인 계획은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카오스에게 닿은 적조가 끊임없이 모든 것을 흡수하고 소화하는 동안, 콜레도르는 그 "정보들" 속에서 여러 차례의 회귀와 전투를 거치며 과거의 기억을 하나둘 되살렸다.

으윽...

다시 한번 본·네거트의 금색 결정체에 맞은 콜레도르는 또다시 적조 속으로 가라앉았다.

이중합 탑은 옛 주인의 조종하에 시곗바늘을 천천히 되돌리고 있었다.

콜레도르는 적조 속에서 천천히 재생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진실"을 거의 다 기억해 냈다.

선발대... 현 계획... 도미니카...

니모...

...

<color=#ff4e4eff>오랜만이네요</color>.

콜레도르는 피투성이가 된 적조 속에서 본·네거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끊임없는 죽음과 파괴 속에서, 카오스의 살점에서 그녀는 자신의 "<color=#ff4e4eff>모든 것</color>"을 되찾았다.

정말 "노력"이라고 이름 지어야 할 이야기네요.

붉은 나비들이 모여들어 그들의 주인을 물결처럼 들어 올렸다.

당신이 당신의 사명을 완수하겠다고 한다면, 저도 제 임무를 계속해야겠죠.

반짝이는 낫이 붉은 결정체를 반사할 때, 역장 차단막을 펼친 본·네거트는 표정을 가다듬고 눈앞의 콜레도르를 응시했다.

기억해냈군.

카오스에게 채워준 기억도 고마워요.

방금까지 열세였던 콜레도르가 도약하며 낫으로 고요한 공기를 갈랐다.

하지만... 저도 알고 싶네요.

이렇게 서둘러 공격하는 당신은 정말 모든 준비를 마친 건가요?

콜레도르의 "기억"이 카오스의 살점 속에서 조금씩 완성되자, 그녀는 자신의 권한을 되찾았다.

공격과 방어의 형세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

이중합 탑 밖에서 본·네거트는 숨을 헐떡이며 퍼니싱으로 몸을 치료했다.

"꿈을 건너는 다리"에 대한 친숙함을 이용한 본·네거트는 콜레도르의 공격을 피하고자 역장 차단막으로 셋을 동시에 이중합 탑 밖으로 밀어냈다.

콜레도르가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이중합 코어에 가까이 둘 수는 없었다.

기억을 되찾은 콜레도르는 이중합 탑 안에서 0호 대행자의 전성기 힘을 거의 다 회복했다. 카오스가 적조의 제어권을 일시적으로도 빼앗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

깊은 한숨을 내쉰 본·네거트는 초조함에 눈썹 사이가 찌푸려졌다.

이렇게 해선 너무 느려서 안 되겠다.

이중합 탑 안의 시간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전투의 반복적인 회귀 속에서 콜레도르는 카오스의 육신에 있는 자신의 "기억" 일부를 서둘러 흡수했고, 카오스 역시 적조의 권한을 조금씩 삼키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카오스의 성장 속도는 콜레도르의 회복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내가 너무 서두른 것 같아.

이마를 짚은 본·네거트는 초조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생각을 정리하려 했다.

드디어 진정한 귀환 티켓을 찾았는데, 최종 답을 너무 성급하게 구하려 했다. 본·네거트는 자신이 계획한 "결과"를 절실하게 보고 싶었다.

내 실수다.

인형은 조용히 본·네거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적조의 권한 일부를 얻었기에, 지휘관의 시선은 이중합 탑을 벗어난 후에도 계속 이곳을 주시할 수 있었다.

이는 <phonetic=지휘관>자신</phonetic>의 기억 속에는 전혀 없던 "결말"이었다.

예전 지휘관과 루시아의 이중합 탑 여정에서, 본·네거트는 광기 어린 모습으로 카오스를 이용해 지휘관을 계속 데려가려 했고, 콜레도르는 바짝 뒤쫓으며 이중합 탑 코어로 공격했다.

이번에는 카오스의 완전성을 깨달은 본·네거트가 모든 수단을 포기하고 콜레도르를 직접 공격했다. 하지만 죽음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그녀를 막아내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이 닫힌 결말을 완전히 깨뜨릴 수 있을까?

괜찮다. 아직 예비 계획이 있다.

본·네거트는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눈앞에서 점점 성장하는 인형을 주시했다.

시간이 카오스를 성장시키기에 부족하다면...

"나무 열매"를... 사용하자.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린 본·네거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손을 뻗어 카오스의 미간을 어루만졌다.

본·네거트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의식이 무딘 칼날에 베이는 듯했다. 몸 안에서 둔탁한 고통이 전해져 오며 시야가 흐려질 뻔했다.

정신을 차리자 본·네거트는 손바닥을 펼치고 있었다. 그 위에는 작은 "나무 열매" 하나가 놓여 있었다.

기억 속에서 지휘관이 삼켰던 그 "나무 열매"도 이렇게 만들어졌었다.

응?

작은 이중합 결정이 카오스의 손상된 의식을 채우는 동안, 본·네거트는 희미하게 잠재된 상처를 감지했다.

네 의식에도 이와 비슷한 손상이 있었군.

아직 내게 말하지 않은 게 더 있나?

본·네거트의 탐구하는 시선이 다가왔다.

...

카오스의 거부감을 감지한 본·네거트는 이중합 탑에 들어선 후, 쌓여가던 조급함을 억누르며 고개를 저었다.

됐다.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야.

이중합 결정이 카오스의 썩어들어가는 상처를 메우는 동안, 본·네거트는 동공 속 감정을 거두어들였다.

네 의식을 적조 속으로 보내 콜레도르를 견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불길한 그림자가 그의 뒤에서 공기를 찢으며, 기이한 궤적을 그렸다.

잠깐.

나무 열매를 인형의 손에 놓을 겨를도 없이 본·네거트의 표정이 변했다. 이중합 탑의 균열이 그의 뒤에서 조용히 열리더니, 본·네거트는 꽤 자란 카오스와 함께 이중합 탑 코어 주변에 순식간에 나타났다.

콜레도르!

금색 결정체가 갑자기 이합 생물을 조종하여 이중합 탑 코어로 돌진하는 붉은 눈동자의 소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본·네거트는 역장 차단막을 펼치며 물결처럼 밀려오는 이합 생물을 주저 없이 베어냈다.

우와. 몰래 들어와도 발견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콜레도르는 가볍게 피하며, 갑자기 나타난 본·네거트와 인형을 전혀 위협적으로 여기지 않는 듯했다.

여기에 무언가를 두고 이곳의 상황을 곧바로 알 수 있게 하신 건가요?

제가 한번 맞춰볼까요? 혹시...

이거... 맞나요?

콜레도르는 이합 생물을 조종하여 주위의 역장 차단막 장치를 정확히 조준한 뒤 공격하게 했다.

...

본·네거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금색 결정체를 폭발적으로 확장해 콜레도르를 그 안에 가두었다.

아쉬워요.

하지만, 이 정도로는 기억을 되찾은 콜레도르를 막을 수 없었다.

붉은 눈동자의 소녀는 조용히 적조 속으로 녹아들었다.

콜레도르가 조종하는 이합 생물은 이중합 탑 코어와 본·네거트의 협공으로 많이 녹아 없어졌음에도, 원래 이중합 탑에서 태어난 콜레도르는 여전히 상대하기 힘들었다.

적조는 사방에 퍼져있었고, 콜레도르는 끈적한 액체 속을 유영하며 안쪽의 둘과 대치하면서 코어를 공격할 틈을 노렸다.

순수한 코어가 끊임없이 퍼니싱의 힘을 정화하는 가운데, 이제는 누가 먼저 쓰러질지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조심하세요. 제가 곧 틈을 잡아낼 거예요.

본·네거트가 역장 차단막을 펼쳐 콜레도르를 코어 범위 밖으로 밀어내려 했고, 인형은 그 틈을 노려 펼쳐진 차단막을 발판 삼아 콜레도르를 향해 돌진했다.

히힛, 속으셨어요.

콜레도르는 가슴이 관통당하는 대가를 치르면서도 몸을 돌려 창백한 인형을 피투성이 상태로 끌어안았다.

제 목표는 당신이었거든요.

카오스.

상처에서 적조 같은 액체가 흘러나왔고, 콜레도르는 입꼬리를 올리며 보물이라도 찾은 듯 광기 어린 모습으로 인형의 살점을 씹어 삼켰다.

설마 제가 당신의 0호 대행자 권한 탈취 시도를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셨겠죠.

도둑이세요?

카오스!

역장 차단막을 펼치던 대행자가 날카롭게 외치자, 인형의 의식이 갑자기 깨어났다.

인형은 다섯 손가락을 발톱처럼 모은 뒤 콜레도르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리고 손을 뒤집어 "나무 열매"를 그녀의 몸속 깊이 박아 넣었다.

...

콜레도르는 인형의 반격에 잠시 흐트러졌지만, 정말 잠시뿐이었다.

이게... 당신들이 그토록 고심해서 세운 계획인가요?

제가 상상했던 것만큼 대단하지는 않네요. 니모.

시간의 윤회 속에서 당신들의 머리가 퇴보한 모양이네요.

콜레도르는 웃으며 쇠약해진 인형을 발치에 내던졌다. 그러자 적조가 천천히 인형의 피를 빨아들였다. 콜레도르가 손가락을 뻗어 육신에 박혀 있는 "나무 열매"를 파내려는 순간...

윽...

무언가에 끌려가듯 "나무 열매"가 순식간에 그녀의 몸속으로 녹아 없어졌다.

어떻게... 어떻게...

조종당하는 이상한 감각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힘이 조금씩 빠져나가더니 완전히 그녀의 것이 된 줄 알았던 "권한"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카오스의 살점 속에... 흩어져 숨겨 놓았던 건가요?

콜레도르는 이를 갈며 범인을 찾아내려 했다. 하지만 잘게 부서진 힘은 너무 흩어져 있어서 깊이 묻힌 뿌리를 당장 파낼 수 없었다.

제기랄...

순식간에 카오스의 "나무 열매"가 완벽하게 콜레도르의 몸에 녹아들었다.

지금 카오스를 잠식한다면, 자신이 카오스를 "소화"할 수 있을지, 아니면 카오스가 역으로 자신을 먹어 치울지 장담할 수 없었다.

카오스가 주도권을 잡는다면, 콜레도르는 즉시 0호 대행자의 권한을 잃게 될 것이다.

쇠약해진 인형은 적조를 이용해 재빨리 몸을 회복하면서, 동시에 적조를 역으로 몰아 콜레도르의 퇴로를 차단했다.

하지만 카오스의 권한 역시 불안정해서 콜레도르를 짧은 거리만큼 저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

본·네거트는 이중합 탑 코어를 보호하기 위해 역장 차단막을 코어 외곽에 배치해 두었고, 카오스는 적조의 권한을 가로챘으나 완전히 잠식하지는 못했다.

양쪽을 저울질한 콜레도르는 갑자기 몸을 돌려 수많은 이합 생물을 뒤쪽 코어로 몰아넣고, 모든 힘을 다해 본·네거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붉은 수정 가시가 갑자기 자라났다. 역장 차단막으로 이중합 탑 코어를 보호하려는 본·네거트는 필연적으로 이 일격을 받아내야만 했다.

윽...

수정 가시가 본·네거트의 몸을 관통했다. 이중합 탑 코어에 의해 즉시 소멸하였지만, 깊은 상처가 그의 가슴에 남았다.

역장 차단막이 수많은 이합 생물을 저지했지만, 본·네거트의 힘이 약해지면서 역장 차단막의 완벽한 방어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

콜레도르가 조종하는 적조가 역장 차단막의 취약한 부분을 강하게 공격했고, 그물망을 빠져나간 물고기처럼 붉은 나비들이 코어 주위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흥.

나비들이 열어놓은 길을 따라 몸을 돌린 콜레도르는 도약하여 이중합 탑 코어를 향해 돌진했다.

이중합 탑 코어만 오염시킨다면, 저 인형의 의식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 만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는 안 된다!

갑작스러운 백색광이 망막을 찌르듯 비추며 이중합 탑 전체를 집어삼켰다.

날카로운 윙윙거림이 뇌리를 울렸고, 카오스를 향했던 시선이 점차 불안정해지더니 이중합 탑을 벗어나 어둠으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윙윙거림과 눈부신 백색광이 점차 사그라들더니 공기 중에는 이상한 하얀 안개를 뿜어내는 균열만이 남았다.

쿨럭...

본·네거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이중합 탑 코어 주위에 보호막을 펼친 뒤, 힘없이 쓰러졌다.

인형은 마침내 두 다리를 회복하고 천천히 그쪽으로 이동했다.

콜레도르는 이중합 탑의 "창작자"였기에, 안개 지역을 파괴하거나 그곳에서 탈출할 방법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본·네거트의 등 뒤에서 균열이 반응하며 움직였고, 하얀 안개는 흩어지면서 얇은 봉쇄를 찢어내고 있었다.

본·네거트의 손바닥에서 뻗어 나온 금색 광채가 위로 이어지며 균열을 단단히 조여, 안에 있는 "무언가"를 빠져나오지 못하게 했다.

역시.

숨을 헐떡이던 본·네거트가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전혀 놀랍지 않다는 듯 옆의 인형을 바라보았다.

너였군.

이곳을 지켜보고 있던 건 너였어.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player name].

더 이상 숨길 필요 없어. 이런 상황에서...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나?

본·네거트가 비웃듯 웃음을 흘렸다.

이스마엘과 어떤 거래를 했기에 그녀가 너를 돕기로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군.

나와 협력했으면 하는데.

콜레도르는 반드시 여기서 죽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우린 또다시 그 폐쇄 루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본·네거트가 길게 한숨을 내쉬자, 뒤의 균열이 다시 한번 꿈틀거렸고, 가느다란 적조가 균열을 따라 밖으로 흘러나왔다.

안개 지역에 갇힌 콜레도르는 이런 실패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어떻게든 탈출하려 몸부림치고 있었다.

적조가 금색 결정체를 부식시키자, 본·네거트는 고통에 눈살을 찌푸리며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광채가 다시 한번 균열을 덮자, 적조는 놀란 듯 잠시 물러났다.

그 가시들은 본·네거트에게 일시적인 상처만 입힐 뿐이었다. 지휘관이 겪었던 "미래"에서 그는 가시 때문에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알지?

본·네거트가 조금씩 상처가 아물어가는 손바닥을 펼쳤다.

본·네거트의 몸에서는 가시에 관통당한 상처가 점점 썩어들어갔고, 살덩어리 사이로는 끊임없이 작은 붉은 나비들이 피어났다.

그 섬뜩한 작은 생물들이 화려한 날개를 휘저으며 본·네거트의 힘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나비가 날갯짓 하면, 변수는 예측할 수 없다.

콜레도르는 네 살점 속에서 무언가를 "본 것" 같다.

인형이 다급히 다가와 손바닥으로 상처를 덮고 권한을 이용해 그 붉은 나비들을 흡수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아직 모든 "권한"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협력하자. 콜레도르를 죽이는 걸 도와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네가 이 시간의 폐쇄 루프에 새롭게 들어온다 한들 나에겐 아무 이득이 없으니까.

안개 지역은 콜레도르를 오래 가두지 못할 것이다. 이중합 탑 코어가 절대로 그녀에게 다시 오염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네가 이중합 탑의 코어를 가져가 주길 바라.

카오스의 오염이 퍼진 세계였다.

그것까지 알고 있나?

본·네거트가 몇 번 기침하자 입가에서 피거품이 흘러나왔다. 간단히 닦아낸 본·네거트는 앞에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또 뭘 알고 있지?

...

0호 대행자의 능력이겠군.

넌 어느 시점에서 돌아온 거지?

그래. 이제 난 너와 교환할 만한 정보도 없군.

광채가 크게 빛나며 본·네거트가 균열에서 솟구치는 나비와 안개를 다시 한번 봉쇄하려는 순간, 또 다른 붉은 수정 가시가 균열에서 독사처럼 솟구쳐 나와 본·네거트의 왼팔을 관통했다.

윽...

썩어 들어가는 몸의 상처가 아물지 않자, 본·네거트는 눈살을 찌푸리며 퍼니싱을 동원해 상처를 치료하려 했다.

네가 모든 걸 알고 있다면, "열쇠"로 이중합 탑 코어에 간섭하려면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겠군.

선발대의 모든 구성원이 그렇게 "탑"의 일부가 되었지.

작은 붉은 나비들이 본·네거트의 상처를 부식시키며 퍼니싱이 그의 몸을 치료하는 것을 막았다. 본·네거트는 그답지 않은 기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난 지금 너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거다.

도미니카의 최초 계획을...

콜레도르를 죽이고, 진정한 이중합 탑 코어를 회수하는 것을 말이다.

그때 이중합 탑에서는 루시아가 도미니카의 "열쇠"를 사용해서 이중합 탑 코어를 흡수했었다.

이 시간대에선 루시아가 탑에 들어오지 않았으니, 당연히 코어를 수용할 "열쇠"도 없었다.

그렇지, 그래서…

다시 자라나는 붉은 나비들을 흩트리며 본·네거트는 상처에서 기이한 금색 정방형의 결정체를 만들어냈다.

이건... <phonetic=니모>내</phonetic>가 가진 <color=#ff4e4eff>열쇠</color>다.

이것도 내가 가장 증오하는 일이지만.

그때처럼...

선발대는 모든 것을 희생하고 모든 희망을 이중합 탑에 걸었다. 하지만 모든 대가를 치르고도 겨우 도미니카가 있는 세계로 가는 출구 하나를 열었을 뿐이었다.

그들의 세계는 모든 것이 정지된 채, 이중합 탑에 의해 어딘가 알 수 없는 공간에 영원히 봉인되고 말았다.

결국... 그도 이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일까?

이번의 희생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본·네거트는 퍼니싱을 강제로 사용해 상처를 봉합하고 천천히 일어섰다.

나는 네가 이중합 탑의 어떤 층에서 돌아왔는지 추측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중합 탑이 이 층에서 끝나길 바란다. 분기점이 계속 생겨난다면, 이곳은 언젠가 탐색 되거나 아니면 파괴될 것이다.

우리는 서로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이 모든 것을 네게 맡길 수밖에 없다.

본·네거트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한때의 적에게 희망을 맡기다니...

본·네거트

...

이중합 탑이 살짝 흔들리고, "안개 지역"의 균열이 생명체처럼 천천히 숨을 쉬자 본·네거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금색 결정체를 유지하는 팔이 미세하게 떨리며 힘겨워 보였다.

넌 이미 카오스와 융합했으니, 나머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이중합 탑의 "이전 층"으로 돌아가려면 0호 대행자의 권한과 이중합 탑 코어가 필요하다. 이중합 탑이 무너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

네가 해야 할 일은 이중합 탑의 코어를 회수하고 이중합 탑을 제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명심해. 이중합 탑을 장악한 후에는 즉시 이중합 탑 코어 뒤의 균열을 봉쇄해야 한다. 역장 차단막은 아주 짧은 시간밖에 버틸 수 없다. 0호 대행자의 완전한 능력이라면 모든 걸 해낼 수 있을 거야.

마지막으로... 내가 콜레도르를 최대한 오래 붙잡아두겠다. 그다음은... 너에게 달렸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본·네거트는 기력이 다한 듯 팔을 늘어뜨렸고, 금색 결정체가 갑자기 부서지자, 안개 지역의 균열이 순식간에 커졌다.

적조가 응결된 날카로운 장창이 찰나의 순간 균열에서 튀어나와 대행자의 몸을 교차로 꿰뚫어 버렸다.

금색 정방형 결정체를 든 인형은 조용히 작은 적조 속으로 사라졌다.

아... 또 만났네요.

설마 "안개 지역"으로 절 가둘 수 있다고 생각하신 건 아니겠죠.

...

검은 대행자는 침묵했고, 금색 결정체가 집요하게 콜레도르의 뒤에서 기어올랐다.

아직도 발버둥 치시는 건가요?

붉은 나비가 목을 조이자, 결정체가 조각조각 부서져, 수없이 실패한 인생처럼 바닥의 적조 속으로 녹아들었다.

수많은 시간 수정을 거치면서, 당신도 처음의 모습이 아니게 되었네요.

본·네거트를 나비 표본처럼 흥미롭게 관찰하던 콜레도르는 갑자기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듯했다.

겨우 숨만 쉬고 계시네요. 이제 숨어 있는 저 쥐새끼만 남은 건가요?

조금 더 놀아드리도록 하죠. 이중합 탑은... 제 "아이"니까요. 당신은 무엇으로 저와 다투시려는 건지...

수많은 붉은 나비의 공격을 받으며, 이합 생물은 계속 "코어"의 위치에 다가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콜레도르의 손끝이 "코어"에 닿았다.

짙푸른 광채가 콜레도르의 손끝을 녹이자, 작은 고통이 그녀를 의외로 초조하게 만들었다. 오래 기다린 맛있는 만찬이 눈앞에 차려졌는데, 막상 먹어보니 밍밍하기 짝이 없는 것 같았다.

너무나 쉬운 승리가 콜레도르를 만족스럽지 않게 했다.

정말 재미없네요.

이런 감정이 있어선 안 됐다.

모든 기억을 되찾은 콜레도르는 눈썹을 찌푸리며 의식 속 "잡음"을 어떻게 잘라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짜증"이라는 "생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욱 분노하게 했다.

젠장, 도미니카...

됐어요.

콜레도르는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이중합 탑 코어의 권한을 먼저 빼앗기로 했다.

이중합 탑 코어의 규칙을 뒤집어 모든 것을 처음 모습으로 되돌리기만 한다면...

곧 "인격"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격"을 제거하는 것이 정말 그녀가 원하는 것일까?

낮은 목소리가 억제할 수 없이 콜레도르의 마음속에서 울렸다.

"인격"을 제거한 후, 그녀는 과연 "콜레도르"가 될 것인가? 아니면 "0호 대행자"가 될 것인가?

"감정"을 맛본 그녀가 정말로 "0호 대행자"의 신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

마음속 작은 속삭임에 정신이 팔린 콜레도르는 본·네거트의 몸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금색 결정체가 본·네거트의 몸에서 점차 뻗어나가자, 이중합 탑의 "코어"가 살며시 떨리며 열세 번째 손님을 맞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7호 선발 대원

이번에는... 드디어 내 차례야.

7호 선발 대원은 혼자 남은 그 청년의 곁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7호 선발 대원

이번엔... 이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금색 결정체가 멍한 콜레도르를 지나 이중합 탑 코어를 향해 천천히 기어올랐다.

아니면... 다음 층에서 보지.

본·네거트의 몸이 완전히 사라지고 금색 광채가 크게 빛나자, 이중합 탑 코어가 짙푸른 빛을 흘리며 금색 결정체의 포옹을 받아들였다.

!!!

갑자기 정신을 차린 콜레도르는 급하게 녹아내리는 고통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뻗어 이중합 탑 코어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적조에서 갑자기 나타난 카오스가 더 빨랐다.

갑자기 터져 나온 광선이 이중합 탑 전체를 집어삼켰고,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폭발음이 모든 공간을 관통했다.

젠장!

예기치 않게 폭발한 짙푸른 광선이 콜레도르의 살점을 그 즉시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그녀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잠시 적조 속으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팽창한 역장 차단막이 그녀의 마지막 퇴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하, 설마, 여기서...

인간의 시선을 지닌 인형이 무심히 한쪽에 서 있었다. 반이중합 탑 코어의 정화 광선이 그녀의 몸도 만신창이로 만들었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굳건히 역장 차단막을 조종하고 있었다.

...

정말... 그냥 갈 거라고 생각하나요?

콜레도르가 갑자기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고, 그녀의 작은 몸은 급속도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인형이 이중합 탑 코어를 담은 금색 정방형 결정체를 꽉 쥐자, 더욱 강렬한 짙푸른 광선이 그 안에서 직선으로 뻗어 나왔다.

역장 차단막 밖에 갇힌 콜레도르는 자기 몸을 폭발시키는 데 실패했고, 그녀의 몸에 점차 균열이 가득 차올랐다. 그녀의 예기치 않은 등장처럼...

콜레도르는 푸른 차단막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갔고, 한쪽 날개가 찢어진 나비 한 마리만이 좁은 구석에 기어올라 있을 뿐이었다.

붉은 나비를 집어 든 인형은 망설이지 않고 금색 정방형 결정체 안으로 밀어 넣었다.

마지막 붉은 나비는 한 줄기 안개가 되어 이중합 탑 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면서, 탑이 끊임없이 흔들렸다. 옛 주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 같았다.

이중합 탑 코어가 금색 정방형 결정체 안에 수용되자, 이중합 탑 코어가 있던 자리에서 공간이 천천히 찢어지며 균열 너머로 기이한 색채가 반짝였다.

본·네거트가 마지막으로 남긴 역장 차단막이 갑자기 펼쳐지면서 잠시 균열 너머의 습격을 막아냈다.

이제...

인형은 금색 정방형 결정체를 품에 안은 채 출렁이는 적조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

성공한 걸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분홍 머리의 여성이 이중합 탑 구석에 조용히 나타났다.

음... 책에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기록했을까?

이스마엘은 책을 펼쳐 해당 기록을 찾아보려다가, 대충 몇 페이지를 넘기고는 싫증이 난 듯이 한쪽으로 던져 버렸다.

이렇게 재미있는 공연은 좀처럼 보기 힘든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만했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역장 차단막이 조금씩 얇아지며 그 효과가 한계에 도달하려 하자, 붉은 가시가 약해진 방벽을 뚫으려 하고 있었다.

적조에 잔잔한 물결이 일더니, 화려한 색채의 안개가 적조에서 천천히 솟아올랐다.

수많은 희망을 실은 날개가 질척한 적조에서 서서히 떠올랐고, 이중합 탑의 윙윙거림이 멈추자 찢어지던 공간이 붉은 결정체로 응고되었다.

그녀는 0호 대행자의 완전한 권한을 가지고, 그녀가 지배해야 할 탑으로 다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