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3 밤의 장막 너머의 빛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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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0 죽음을 향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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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오스에 들어온 첫날.

캠퍼스는 신입생 환영 홀로그램으로 가득했고, 파오스의 교가가 강당에 울려 퍼졌다.

안녕하세요. 파오스에 등록하러 오셨나요?

여기 입학 자료 양식이에요. 단말기로 빠짐없이 작성해 주세요!

네.

보라색 눈동자의 소녀는 짜증 난다는 듯 그 양식을 받아 들고는 돌아서서 떠났다.

아... 안녕하세요! 당신도 파오스에 등록하러 온 신입생이죠!

하하하, 올해는 재미있는 신입생들이 많이 왔네요. 이미 파오스 제복을 입고 있는데도...

성격 좋은 선배는 웃으며 같은 양식을 꺼냈다.

여기 입학 자료 양식이에요. 단말기로 빠짐없이 작성해 주세요!

선배는 자료 양식 작성 시 주의 사항을 간단히 설명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입학... 등록 자료 양식...

왠지 눈앞이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주위의 웃음소리와 소음이 점차 희미해지고, 캠퍼스 풍경이 낯선 건물과 겹치며 흐릿해졌다. 하얀 안개가 공간을 채우자, 붉은 결정체에서 맑은 울림이 퍼져 나왔다.

눈을 비비자, 설렘에 뜬눈으로 지새운 밤 탓인지 눈이 뻑뻑했다. 하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눈을 깜빡이자, 주위 풍경이 순간 흔들렸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방금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하시는 것 같아서요.

대답을 들은 선배는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다른 신입생에게 갔다.

<파오스 군사 지휘 학교 입학 필수 자료 양식>

이름: ________

이상했다. 왜 존재하지도 않은 코드명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일까?

고개를 흔들며, 단말기에 계속 입력했다.

성별: ________

학번: ________

(학번을... 검사 보고서 서류봉투에 적어둔 것 같은데, 서류봉투가 어디 갔지?)

오래된 서류봉투가 가방의 한쪽 모서리에 놓여있었다.

비켜주세요.

지원서를 제출하러 가던 소녀와 어깨가 부딪혔다. 그 순간 서류봉투를 놓치고 말았고,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보고서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검사 보고서 우측 상단에 손으로 쓴 보고서 코드가 눈에 들어왔다.

931206...

왜... 손으로 쓴 코드가...

일부러 길게 늘인 9가 어떤 상처처럼 긴 흔적을 끌고 있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정적에 빠져들었다.

천둥이 치며, 굉음이 울렸다.

어둡고 습한 환경, 심장이 귓가에서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

여긴...

기억이 혼미한 채로 만화경처럼 되살아났다. 카오스는 산산조각 난 뒤 다시 조립되는 것 같은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고 있는 듯했다.

시선이 그녀의 의식에 달라붙었고, 도망치는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루시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루시아입니다, 기체 번호는 BPL-01, 기체명은 홍련이에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대장을 맡게 됐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제 이름은 리고, 기체 번호는 BPN-06, 이화입니다.

원래 소속은... 음,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그레이 레이븐 소대 소속이고, 쌍권총을 사용합니다.

직접 전투든 전술 배치든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리브

제 차례네요. 음, 제 이름은 리브고, 지원형이에요.

이전 소속은 백로 소대였고... 부유 무기를 사용해요. 잘 부탁드려요.

이것이 바로 새로운 그레이 레이븐 소대였다.

때로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기억이었다가, 때로는...

다음 달에도 육성 센터에 가? 최근 연이은 임무로 지쳤을 텐데, 잠시 쉬는 게 어때?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그 아이도 많이 자랐을 거잖아.

크틸라 계획? 그 오래전에 중단된 허황한 계획이 그렇게 신경 쓰이는 거야?

그 보라색 난쟁이 승격자가 날 죽이진 않았어. 손발만 분해해서 잔햇더미에 던져뒀을 뿐이야.

아니면...

노안

내 소원과 우리의 미래는 저 깊은 어둠 너머에 있어.

희망은 반드시 역경 속에서 그 꿈을 이루게 할 거야!

노안이라는 이름은 기억하면서, 이 일은 기억하지 못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공중 정원에는 또 다른 "진짜 나"가 있다는 거지?

그리고...

"이건 나 혼자만의 의지가 아니야."

"이건... 문명의 의지야!"

파편처럼 흩어진 환영이 끝없이 부서졌다가 다시 조합되었다. 그리고 뒤섞인 기억들은 "알" 속에서 계속해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고통이 너그럽게 감싸안기더니 다시 한번 부화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조용히 운명의 결말을 바꾸어 놓았다.

후...

오랜만에... 이렇게 위험한 짓을 해보네.

천기를 속인 작은 즐거움이 잠시 이스마엘의 의식을 채우며, 길고도 단조로운 나날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이제부터는...

책장이 살며시 펼치자, 거대한 고래가 표시된 페이지로 넘어갔다.

얼마 남지 않았어.

검지로 책을 훑자 붉은 금빛 실이 꿈틀거렸다.

시간은 조용히 4월 1일로 건너뛰었다.

본·네거트는 결코 하나의 계획만 세우지 않았다. 책장 위로 투영된 작은 나무가 적조 속에서 점차 깊이 뿌리내렸다.

영리한 대행자는 세 개의 굴을 파놓은 토끼처럼, 다른 구역에 새로운 생명의 나무를 준비해 두었다.

작은 생명의 나무가 어두운 거점에서 기이한 붉은 빛을 발산했고, 붉은 알이 그 품 안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그는 그 안의 "의식"이 교체되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그레이 레이븐"의 시선이 아직 부화하지 않은 "카오스"에게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해저의 요람이 뒤집히고, 거대한 고래가 수면 위로 솟구쳤다.

정말... 멋진 "이야기"야.

흥미진진한 표정의 이스마엘이 기대감을 안고 책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이 폐쇄 루프를 풀 열쇠를 정말 찾을 수 있을까?

"쿵쾅..."

붉은 알이 다시 한번 생명의 리듬을 울렸다.

이야기는 결말이 바뀌었고, 해저의 행진은 결코 버려진 이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죽음으로 길을 물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건 이어질 생명과 그 뒤에 올 내일이었다.

죽음은 마지막 막이 아니다.

죽음의 끝에는 "희망"의 내일이 있다.

횃불은 다시 타오를 것이고, 그레이 레이븐의 표식도 다시 햇빛 아래서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