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한없이 가까워진 듯한 착각이 인간의 감각과 신경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깊고 어두운 해저에 애통한 울림이 메아리쳤다.
4월 1일. 만우절. 운명이 잔인한 장난을 쳤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 실종된 것이다.
공중 정원으로 복귀하던 수송기가 도중에 습격을 받았다. 응급 시설은 전부 파괴되었고, 펼쳐진 낙하산마저 겉으론 멀쩡해 보였지만, 큰 구멍이 난 상태로 발견되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칭송하던 "인간 영웅"이 "풍덩" 소리와 함께 오염된 강으로 추락했다.
지금이 몇 시지?
5월 10일 오후다. 네가 수송기에서 적조로 추락한 지 한 달 후지.
운명의 실타래가 얽히고설켜, 녹슨 바늘로 희미한 기억을 엮어가고 있었다.
곤경에 처한 인간이 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희미하고 뒤죽박죽인 기억들이 서서히 이어지기 시작했다.
응. 죽음을 뛰어넘어 새로운 인간이 되는 거야.
네가 구조체가 될 수 있었다면, 일이 훨씬 더 순조로웠을 거야. 아쉬워. 그래도 괜찮아. 우리에겐 대안이 있으니까.
이런 약제는 우리의 연구 성과 중 하나야. 매일 한 번씩 투여해야 해. 이제 마지막 한 번만 더 맞으면 적응성이 생길 거야.
이 적응성을 갖추면, "이곳"에서 크틸라에 더 잘 받아들여지게 되는 거야. 그러면, 좀 더 완전한 형태로 남을 수 있게 될 거야.
이거 놀랄 일이군.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까지 이 지옥 같은 곳에 떨어질 줄이야.
일단은... 먼저...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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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님. 저희가 지금 지휘관님을 찾고 있어요. 어디에 계시든 포기하지 마세요.
지금은 혹사가 의식을 저장해 놓은 곳을 찾는 게 급선무야. 그놈을 죽여야 이곳에서 나갈 수 있어.
부두-001
실험은 성공했다. 그녀는 로키의 용기가 되어 로키가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을 받아들였다.
이 연구는 분명 크틸라를 깨우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의식도 비슷한 결함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무거운 머리가 더 많은 기억을 끄집어내려 했다.
*같은 철학 문제는 집어치워. 어느 게 "진짜 나"인지 알 게 뭐야.
지금 깨어 있는 건 나고, 결정할 수 있는 것도 나야. 이게 뭘 의미할 것 같아? 진정한 나는 바로 지금의 나라는 걸 설명해.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아.
지휘관!!! 내 뒤에 숨어!!
어느 쪽이든 후회할 거라면,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고 싶어!!
마지막 주사까지 맞고 나면, 너에겐 48시간밖에 남지 않아. 공중 정원으로 즉시 돌아간다 해도 그들이 널 살릴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잖아.
알에서 부화하면 아마 더 강력한 마법 소녀가 될지도 모르지.
그 후에는...
죽음까지 13시간 남았다.
죽음까지 13시간 남았다.
얼굴 위로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지자, 인간은 깊은 꿈에서 깨어났다.
이스마엘이 약속했던 대로, 인간의 의식은 해저 요람으로 내려앉았다.
이렇게 정교한 눈속임이라면 깊은 우주 속, 고차원 존재조차도 그 진위를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수많은 고난을 겪으며 피부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고, 이 몸은 혹사의 말대로 퍼니싱에 완전히 침식되어 크틸라의 품으로 사라질 운명이었다.
슈트롤의 명패를 찾아낸 라미아는 지휘관 옆에 웅크리고 앉아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휘관 몸 아래에 보호벽 몇 개를 깔아뒀어. 여긴 이합 생물의 모습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매우 위험해.
크틸라를 속박하던 물건이 내 생각보다 훨씬 많았어. 그래서 파괴하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어.
하지만 지금은 성공했어. 우리는 지금 해저를 떠나는 중이고, 곧 해수면에 도착할 거야!
조금만 더 버텨. 곧...
라미아는 눈앞의 지휘관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그의 손을 잡아야 할지 망설였다.
머리가 폭발할 듯 아팠다. 천지를 뒤흔드는 물소리와 함께 거센 폭우가 쏟아졌다.
너무 지친 걸까?
파편처럼 흩어진 기억의 빛이 눈앞에서 반짝였다.
흐릿한 시간이 망막 위에서 반복해서 춤추었다.
뭔가... 뭔가가 뇌 속에서 깨어나려는 것 같았다.
아마... 10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아.
...
이 질문에 라미아는 당황스러운 듯 눈을 깜빡였다.
처음 여기 떨어졌을 때만 해도 내 단말기가 고장 나지 않았었는데...
여기서 보낸 시간까지 계산하면, 3월 30일이나 31일쯤 됐을걸?
어? 내 말은... 3월 30일이나 31일 정도 됐을...
의식이 고립된 섬으로 잠겨들고, 천둥소리가 5000미터 아래 심연으로 떨어졌다.
오늘은 4월 1일 만우절이에요. 올해는 지휘관님께 어떤 선물을 드릴까요?
4월 1일... 만우절...
지금이 몇 시지?
5월 10일 오후다. 네가 수송기에서 적조로 추락한 지 한 달 후지.
폭우가 의식을 씻어내리듯 쏟아지자, 의식 속 무언가가 풀리면서 대량의 기이한 기억들이 뒤틀린 채 뇌 속으로 밀려들었다.
아니. "밀려들었다."라기보다는... 모든 과거를 "회상"하게 된 것에 가까웠다.
흑성.
이중합 탑.
적조. 황금시대.
식은땀이 썩어 가는 피부를 적셨고, 땀의 염분기가 퍼니싱에 침식된 살점을 따갑게 했다.
그럼... 여기서 하자.
아주 작은 눈속임만 있으면 됐다.
이스마엘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시선을 이끌어 이 "시간"으로 향하게 한 뒤, 적절한 때가 올 때까지 인간의 기억을 봉쇄했다.
"당신도 나처럼, 다른 비전을 엿볼 수 있나?"
"당신도 나처럼... 이곳에 남겨진 하나의 투영일 뿐인가?"
꿈속의 시선이 더 높은 차원을 내려다보니, 자신의 것이거나 혹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경험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고요하거나, 고통스럽거나, 기쁘거나, 슬프거나...
"나" 밖에 없었어. 한 번도... "다른 이"는 없었어.
뭐라고 하는 거야?
"규칙"의 속박이 인간으로 하여금 단편적인 말을 짜내게 했다.
"하지만 나<//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는 결국 이 해저로 돌아올 거야."
"하지만 나<//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는 방패가 되어 그들의 계략을 막아낼 거야."
라미아는 인간의 내면에서 외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넌 공중 정원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었을 텐데...
라미아는 슬픈 표정으로 바닥에 누운 인간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런 사람마저 버려질 수 있다니?
입가에서 흘러나온 피가 부패한 피부와 뒤섞였다. "진실"의 말이 입 밖으로 나왔지만, 라미아는 이곳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규칙에 가려진 한 구석에서 인간 지휘관의 시야가 뻗어나가고 있었다. 과거의 모든 "꿈"처럼, 더 높고 더 먼 곳까지 뻗어나갔다.
거대한 고래가 슬프게 울부짖었고, 기괴한 거대 나무의 뿌리가 이 기괴한 형태의 관 속 깊숙이 박혀있었다.
적어도... 마지막 순간까지 버텨보자.
"꿈"이 갑자기 가라앉으며, 라미아의 슬픈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하지만... 왜, 왜 하필 이런 결과가 되어야만 하는 거야?
넌 분명...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운도 좋고 대단한 사람이었잖아?
왜 이런 곳에서... 이런 식으로...
말이 힘겹게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라미아는 살짝 멍해졌다.
라미아는 눈앞의 지휘관이 전과 달라졌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 변화의 정체를 알아내지는 못했다.
마지막으로...
붉은 진흙이 들끓으며, 마지막 인간을 감싸안았다.
4월 1일, 새벽이 왔다.
우리는 여전히 죽음으로 길을 묻고, 시체의 행진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