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붕괴하면서, 뒤틀린 시공간이 무질서한 박자로 뒤섞였다. 그러면서 혼란스러운 궤적 속에서 무법의 교향곡이 울려 퍼졌다.
성운이 불규칙하게 회전했고, 차원의 감각이 흐릿해졌다. 지휘관은 이곳에서 얼마나 싸웠는지 알 수 없었다. 단 1초였을까? 아니면 1만 년이었을까?
한낱 인간이 끝없는 우주 앞에 혼자 서 있었다. 하지만 지휘관의 눈빛에 두려움은 없었다.
지휘관님.
지휘관님.
지휘관?
[player name].
인간 지휘관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끝없는 실패와 재도전 속에서, 마인드 표식으로 연결된 의식의 바다가 모여 하나의 작은 빛이 되었다.
작은 불씨는 이미 들판을 태우고 있었다.
수많은 과거와 미래가 겹치고, 인연과 인과가 실처럼 얽히면서 인간을 감쌌다. 셀 수 없는 실패가 쌓여서 탑을 이루었다가, 시간 속에서 모래처럼 흩어졌다.
과거의 모든 전투가 천지를 뒤흔들며 밀려왔고, 끔찍한 상처가 몸과 마음에 겹겹이 새겨졌다.
지휘관은<//우리>은 녹슨 톱니바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걸 보았고
지휘관은<//우리> 검은 별이 추락하면서 어둠이 대지를 뒤덮는 걸 보았다.
지휘관은<//우리> 붉은빛이 이동하는 낙원을 거둬들이는 것을 보았다.
지휘관은<//우리> 기나긴 밤 항해가 끝내자, 구룡이 화려한 성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지휘관<//우리>의 피가 섞여가자, 새벽빛이 적조에 잠겨 사라지는 걸 보았고
지휘관은<//우리> 재앙의 밤이 허상의 미래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지휘관은<//우리> 희망이 바닷속에서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지휘관은<//우리> 악몽 같은 전투 속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것을 보았다.
지휘관은<//우리> 소녀가 영원한 어둠에 맞서 싸우는 것을 보았다.
지휘관은<//우리> 과거의 그림자가 깊은 밤을 넘어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전투, 끝없는 전투.
영원한 침묵의 밤 속에서, 인간은 별들의 바다에 존재하는 더 높은 차원의 존재에게 총을 들었다.
자욱한 화약 연기 속에서 울음소리와 함께 깊은 공포가 인간 주위에서 부서져 갔다.
지휘관<//우리>은 붉은빛이 하늘을 부수는 것을 보았다.
지휘관<//우리>은 썩어가는 숲이 미지의 생명을 노래하는 것을 들었다.
지휘관<//우리>은 바다가 샛별을 받쳐 올리는 것을 보았다.
지휘관<//우리>은 비석의 불꽃이 슬픔을 태우는 것을 보았다.
지휘관<//우리>은 한낮의 빛이 지하 깊숙이 울려 퍼지는 것을 느꼈다.
지휘관<//우리>은 달빛이 붉은 악몽에 갇혀있는 것을 보았다.
지휘관<//우리>은 눈물이 붉은 심연을 적시는 것을 보았다.
지휘관<//우리>은...
죽음을 향해 살아가게 된다.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건가?"
지휘관님이 계시고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있다면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은 없어요. 우리는 늘 그래 왔잖아요.
마인드 표식을 통해 신념과 용기가 끊임없이 전해져 왔다.
마인드 표식을 통해 신념과 용기가 끊임없이 전해져 왔다.
인간은 결코 이곳에서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영원한 침묵 속에서 다시 일어선 지휘관의 눈동자에는 무한한 색채가 타오르고 있었다.
먼 지평선 너머에서 찬란한 대폭발이 일어나며 항성이 태어나고 또 소멸했다. 그 속에서 소성단이 비처럼 아름답게 흩날렸다.
생과 사의 경계에 선 인간은 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를 똑바로 응시했다.
"너의..."
우주의 목소리가 아득하고 공허하게 울렸다.
"너의 의지를 보았다."
리가 알 수 없는 존재를 향해 거침없이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루시아가 그 뒤를 이어서 몸을 날려 검을 휘둘렀다.
리브는 지팡이를 꽉 쥐고 영역을 전개했다.
"펑"!
모든 것이... 인간이 쏜 한 발의 총성과 함께 막을 내렸다.
고차원 존재가 "상처"를 닦아내고 위장을 벗어던졌다.
"..."
긴 한숨이 공간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이 "전투"는 마침내 넷의 합동 공격으로 막을 내렸다.
"관측자"의 움직임이 서서히 멈추더니, "투영"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끝없는 피로가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그리고 의식은 끓는 바닷물 속으로 던져진 것처럼 흐려졌고, 목소리조차 낼 수 없을 만큼 몸이 뜨거웠다.
숨 막히는 어둠 속에서 천천히 눈을 감자, 형형색색의 빛이 망막을 스쳐 지나갔다.
분노, 절망, 기쁨, 공포, 고통... 수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고, 무수한 별빛이 이곳의 모든 것을 다시 만들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혈육으로 열리지 않은 문에 닿았구나."
"인간이여, 넌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