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 늦었네. 오는 길에 무슨 일 있었어?
가냘픈 체구의 승격자가 나무 앞에 서서 온통 적조로 뒤덮인 거대한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있었어.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혹사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자비로운 자를 확인하듯 바라보았다.
네 계획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야.
...
분홍 머리를 한 여성의 확답을 들은 승격자는 다시 몸을 돌려 더 이상 이쪽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기괴하고 거대한 나무를 관찰했다.
"그녀"는 괜찮아?
그녀의 요람은 안정적이야.
모든 게 잘될 거야.
...
승격자의 마른 뒷모습을 바라보는 고위자의 눈동자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깃들어 있었다.
모든 게 잘될 거야.
혹사는 자기 최면을 걸듯 중얼거렸다. 기괴한 거대 나무는 뒤틀린 우리 속에서 자라나며 수많은 비명을 뿌리로 빨아들였고, 소용돌이치는 적조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나뭇가지 끝의 핏빛 요람을 감싸고 있었다.
모든 게 잘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