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달빛이 어두운 숲 사이로 스며들었다.
뒤쫓아오는 괴물은 없는 것 같네.
그쪽 상황은 어때?
지금 그걸 물어본 게 아니잖아…
바네사는 성큼 다가와 지휘관의 방호복에 달린 퍼니싱 농도 표식을 살펴보았다. 수치가 낮아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좀 쉬었다 가자.
이 숲속의 괴물들은 참 골치 아프네.
이곳은 루나가 머물던 산림 지대로, 우주 도시의 간이 "정화 구역" 범위를 벗어난 곳이었다. 그로 인해 이곳의 괴물들은 특히나 위험하고 강력했다.
집결지로 돌아가는 길에 이합 생물들의 습격을 받은 둘은 이 산림을 벗어나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 했다.
땡——
지휘관이 말을 이어가려던 순간, 마인드 연결에서 갑자기 "땡"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천 개의 종이 귓가에서 동시에 울리는 것처럼 고막이 아팠다. 그리고 시야가 순식간에 캄캄해지더니, 의식이 마인드 연결에서 서서히 분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족쇄"였다.
?
의식이 얼음장 같은 진흙 속에 파묻힌 듯했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종소리가 머릿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
재빨리 지휘관에게 다가와 방호복의 수치를 다시 한번 확인한 바네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주삿바늘이 지휘관의 팔을 찔렀다. 그리고 차가운 액체가 끓어오르는 피와 섞이자, 날카로운 통증이 의식을 조금이나마 되돌려 놓았다.
침식이 심각해. 그리고 그건 이명 현상일 거야.
아니. 이건 분명 이명이 아니었다.
...
착각이겠지.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공허한 대화가 오간 뒤, 지휘관의 흐릿한 시야 속에서 바네사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휴식은 여기까지. 어서 움직여야 해.
간이 단말기로 대략의 경로를 확인한 바네사는 지휘관이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팔을 잡아끌며 집결지 방향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눈 덮인 언덕을 몇 개 넘어서자, 집결지의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그때 익숙한 그림자가 둘을 향해 급하게 달려왔다.
바네사 님, 지휘관님!
집결지에 무슨 일이라도 있어?
방금 받은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집결지의 퍼니싱 농도가 갑자기 치솟았어요. 이미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최저 기준치를 넘어섰어요.
집결지에는 아직 이전하지 못한 유랑민이 두 개조나 남아 있는데...
하지만 우주 도시의 운송 장비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알겠어요.
순찰 소대는 즉시 주민 대피를 도와주세요!
집결지에 남아있던 유랑민들은 간략하고 직접적인 명령에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랑민들은 불필요한 짐을 모두 버리고 꼭 필요한 물자만 챙긴 채, 불안한 표정으로 빠르게 집합했다.
추가 설명할 시간도 없이, 순찰 소대의 도움을 받은 유랑민 모두가 우주 도시를 향해 서둘러 이동하기 시작했다.
대묘비 주변의 불빛이 하나둘 꺼져갔다.
집결지 외곽에 서서 루나가 앉아 있던 숲을 멀리 바라보니, 묵직한 웅웅거림이 아직 마인드 연결에 맴도는 것 같았다.
순간 그 소리가 흐트러졌다. 엠마는 직감적으로 무언가를 감지한 듯, 하던 일을 멈추고 먼 산을 응시했다.
?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바로 그때, 휴대 장비의 진동이 그녀의 주의를 돌렸다.
어?
[player name] 님, 퍼니싱 농도가 다시 낮아지고 있어요. 우리가...
네? 짐은 다 챙겼지만, 퍼니싱 농도가...
연달아 말이 끊기자, 엠마는 멍해졌다가,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
지휘관은 엠마의 시선을 피해 다시 한번 산림을 바라보았다. 쌓인 눈과 마른 나뭇가지들이 어우러지면서 애처로운 곡조를 연주하는 것 같았다.
그 희미했던 등불도 결국 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