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3 밤의 장막 너머의 빛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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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혼탁한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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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루나는 산꼭대기에 서서 아래쪽의 이화 적조를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루나는 저 이화 적조가 이곳에 속하지 않은 "새로운 생명"을 부화시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루나는 바람이 전해오는 죽음의 기운과 이곳의 것이 아닌 낯선 맥박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새로운... 0호 대행자.

...

손을 뻗자, 눈송이가 루나의 손가락 사이로 스쳐 지나갔다.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을 구하기도 전부터 루나는 이미 "그것"이 자라나고 있음을 감지했다.

기괴한 창조물이 이화 적조 속에서 형체를 갖추며, 절벽 아래에 위협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역겨운 기운이군.

카오스의 모습은 사라져가고 있었고, 새로운 0호 대행자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었다.

원초적인 욕망에 굴복해 내 힘을 탐내다니...

결국 <phonetic=0호 대행자>너</phonetic>도 그 정도밖에 안 되는군.

탁한 달빛이 절벽을 비추고 있었다.

루나의 기체는 적조 속에서 재구성되었다. 적조 속 퍼니싱의 힘을 흡수하여 적조의 권한 일부를 손에 넣었지만...

옛 법칙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대행자를 통제할 수 없었다. 이화 된 "퍼니싱" 앞에서 루나는 속수무책이었다.

새로 태어난 0호 대행자는 루나라는 "양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권한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적조 속 본래 의지인 카오스라 불리는 소녀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0호 대행자가 이 구역을 집어삼킨다면...

루나는 살짝 몸을 돌렸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 그녀의 뒤편,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곳에서 눈밭을 힘겹게 헤쳐 나가고 있었다.

전환점은 반드시 올 거야. 분명 최고의 해결책이 있을 거고.

루나는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이 전해준 기계체 소녀의 말을 낮은 목소리로 되뇌었다.

전환점...

허...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이 정말 좋아.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루나는 새로 생긴 이상 적조 의사체를 바라보았다.

루나는 너무 오랫동안 혼자였다. 차갑고 쓸쓸한 이 산골짜기를 끝없이 떠돌아다녔다.

내가 먼저 적조를 저지해서 인간들이 철수할 시간을 벌어줄게. 대신 언니가 반이중합 탑에 들어갈 준비가 되면, 그곳에서 얻은 정보를 나와도 공유해줘.

루나는 예전의 "거래"를 모두 이행했다.

반이중합 탑의 정보를 얻었고, 약속대로 인간의 마지막 방어선도 지켜냈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거래를 하자.

내가 널 보내주는 대신, "미래"라는 희망을 받을게.

차가운 바람이 나뭇가지에 걸린 달빛을 흔들었다. 이제는 이곳에서 루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루나

네가 정말 그 "기점"을 찾을 수 있다면...

인간이 계속 생존할 수만 있다면... 지구에는 아직 새로운 가능성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루나는 이 행성이 다른 문명의 적조에 잠식되는 걸 원치 않았다.

루나는 할 수 있는 한 오래 버티면서 적조가 인간을 추격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루나 혼자서 나아가야 했다.

행운을 빌어. [player name].

루나는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

분홍 머리 구조체가 먼 산꼭대기에 조용히 서서, 하늘을 뒤덮으며 밀려오는 이화 적조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홍 머리 구조체가 들고 있던 책이 바람 한 점 없이 저절로 넘어갔고, 주사위는 빙글빙글 돌다가 같은 숫자가 새겨진 면에서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