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3 밤의 장막 너머의 빛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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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침묵의 해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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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둔지 외곽 방어선

다음 날 아침

강을 따라 북쪽으로 12km 지점에 버려진 도시가 있습니다. 지난주 순찰대가 정례 보고서에 기록했던 그 장소입니다.

인력이 아주 부족하고, 급수대가 운송 장비를 먼저 사용해야 해서 물자 회수는 아직 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보고서에 이화 적조 활동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네. 맞습니다. 버려진 도시일 뿐입니다. 초기 탐측 결과로는 도시에 보호 장비와 정화 장비 그리고 무기와 탄약이 대량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주민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순찰대 대원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이 상처투성이 황무지에는 너무나도 많은 유적이 비슷한 비극을 말해주고 있었다.

한번 가보시겠습니까?

지휘관은 순찰하는 김에 버려진 도시를 들러서, 로사가 언급한 우주 도시의 부족한 재료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경량 정찰 운송 장비 한 대를 동원해 평탄하고 광활한 툰드라를 10여 킬로미터 달리는 건 의외로 쉬웠다.

주둔지를 떠난 지 약 20분 만에 지평선 위로 건물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운이 좋네요. 이쪽은 아직 퍼니싱 농도가 낮아서 쓸만한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운송 장비의 캐터필러가 자갈과 얼음 알갱이를 밟을 때마다 콩 튀기는 듯한 소리가 조종석 아래의 진동음과 함께 귓가를 울렸다.

눈앞에 펼쳐진 도시의 윤곽이 조금씩 또렷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무언가가 이상했다. 저건... 건물이 아니었다.

저 멀리 보이던 건물들이 갑자기 아지랑이처럼 흐릿한 회색 덩어리로 변하더니, 물결치는 지평선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시를 받치고 있던 지면이 누군가가 모래성을 마구 헤집어놓은 것처럼 중력을 거스르며 말려 올라갔다.

검붉은 파도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와 회색 덩어리를 삼키더니, 날뛰는 지평선의 춤사위에 함께 어우러졌다.

엠마

지휘관님!

지휘관은 대답하려 했지만, 목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악몽 속에 있는 것처럼, 아무리 애써도 한 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다.

볼 근육이 찢어질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평원의 갈색과 흰색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붉은 거대한 파도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새 발밑은 바다 암초로 변해 있었고, 섬뜩한 모양의 해조류와 산호가 그 틈새에서 계속해서 밀고 올라와 몸부림치다가, 싹을 틔우고 자라나 있었다. 마치 영양분을 열렬히 환영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지휘관의 다리를 휘감기 시작했다.

아니. 이 느낌은...

지휘관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리고 의식 깊숙이 각인된 공포가 천천히 스며 올랐다.

지휘관은 꿈에서...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