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두꺼운 투명 장막이 지휘관의 앞을 가로막았다.</b>
<b>투명한 장막에는 조금의 균열도 생기지 않았다.</b>
지휘관이 왜 나나미랑 안 놀아주는지 궁금했어. 지휘관이 나나미를 <phonetic=잊지 않은>잊은</phonetic> 줄 알았다고...
나나미는 지금처럼 지구에 남아서,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이랑, 모두와 함께 살고 싶어.
나나미는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이랑 사이좋게 잘 지내왔잖아!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은 나나미한테 화낸 적도 없다고! 그러니까 문제없을 거야.
<b>투명한 장막이 조금씩 흔들리는 것 같았다.</b>
나나미는 기계 동포들과 함께 이 재난을 이겨낼 거야. 나나미는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을 구하는 것, 새로운 기점을 찾는 것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에게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야. 하지만 나나미는 어떻게 해야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을 도울 수 있을지 모르겠어.
<b>투명한 장막에 희미한 균열이 생겼다.</b>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 나나미만 믿어! 나나미가 갈게!
지휘관이 단단한 투명 장막에 주먹을 날렸다.
<b>투명한 장막의 균열이 점점 커져갔다.</b>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
<phonetic=나나미>인간</phonetic>은 언제나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그리고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도 마찬가지야!
<phonetic=나>나나미</phonetic>는 반드시 <phonetic=나나미>지휘관</phonetic>을 찾아낼 거야!
지휘관, 조금만 기다려줘. 나나미가 꼭 찾아낼게.
지휘관이 나나미를 부르는 소리에 따라, 투명한 장막에 생긴 균열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
"빠각".
지휘관? 내가 또 환청을 들은 거려나.
지휘관!!!
시간의 강에 잊혀진 소녀는 힘겹게 지친 눈을 뜨며, 시공간을 뚫고 그녀에게 나타난 두 손을 꽉 붙잡았다.
나나미는 환상에 수없이 속았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녀는 몇 번을 속았든 변함없이 지휘관을 향해 달려갔다.
다행히도 이번에 나나미가 잡은 손은 거짓된 환상이 아니었다.
지휘관... 정말 지휘관이야? 우와! 진짜 지휘관이 왔어!
나나미는 기쁨에 겨워 펄쩍펄쩍 뛰며, 지휘관의 허리와 등을 감싼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리고 연이은 부름 속에는 그녀의 수많은 감정이 담겨있었다.
지휘관! 이번 숨바꼭질도 네가 이길 줄은 몰랐어!
나나미가 먼저 지휘관을 찾을 줄 알았다고! 어떻게 나나미를 찾은 거야? 나나미가 남겨둔 비밀 무기를 사용한 거지?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었음에도, 눈앞의 회색 머리 소녀는 여전히 작은 참새처럼 활발하게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엄청 먼 길을 걸어왔구나, 지휘관은 정말 힘들었겠다.
하지만 괜찮아! 나나미가 왔잖아!
세르반테스 나빴어! 나나미의 신규 기체에 대해 꼭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는데!
지휘관한테 멋진 등장을 보여주고 싶었단 말이야...
크흠! 뭐, 이것도 어떻게 보면 나나미의 "멋진 등장"을 봤다고 할 수 있지 않겠어?
짧은 대화 후, 둘은 서로의 현재 상황을 대략 파악하게 되었다.
지휘관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지휘관은 나나미의 곁에서 대부분의 순간을 함께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핵심은 알지 못했다.
나나미도 생각해 봤는데, 그건 "앵커 포인트"가 없어서일 거야.
나나미가 예전에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던 건 기계 할머니를 매개체이자 앵커 포인트로 삼았기 때문이야. 하지만 지금은...
게슈탈트는 공중 정원과 함께 먼 항해를 떠났다. 그렇게 새로운 종족의 게슈탈트가 된 나나미는 충분한 연산 능력을 갖췄지만, 원래의 시간 라인에 앵커링을 해 줄 앵커 포인트가 사라진 상태였다.
헤헤, 정말로 지휘관이랑 같이 여기 갇힌다면, 그렇게 불행한 것도 아닐 것 같아~
음... 아니야, 그건 안 돼.
나나미는 기계라 의식이 조금 마모를 당해도 버틸 수는 있지만, 지휘관은 여전히 인간 의식이잖아.
히잉... 결국에는 이곳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나나미는 이미 수많은 시간의 파편을 찾아봤는데...
지휘관을 앵커 포인트로?
회색 머리의 소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곧이어 밝게 웃었다.
될 것 같아!
지휘관은 엄청나게 강력한 의식의 바다를 가지고 있어! 게다가 지휘관한테는 정말 많은 인연이 모여있잖아.
설마 이게 바로... 나타나게 될 거라는 그 "기점"인 걸까?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나나미가 서둘러 큰 스크린을 펼쳤다.
여기서 연산할 수 있는 도구야! 나나미가 만들었지!
나나미는 이걸 "대식가"라고 이름 지었어! 이걸 시뮬레이션하는 것만으로도 나나미의 연산 능력을 엄청나게 잡아먹거든.
나나미가 전제 조건을 설정할게! 현재 상태의 지휘관이 합류하는 걸 새로운 "연산"의 시작점으로 해서...
시간 라인들이 빽빽하게 얽혀있는 가운데, "지휘관이 이중합 탑을 떠났다."라는 것이 유일한 변수였다.
이 변수와 기점이 있어야만, 차원의 경계에 닿을 수 있을 것이었다.
조건 사전 설정 성공, 논리 연산 완료.
출발하자, 지휘관!
회색 머리의 소녀가 지휘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연산"과 "현실" 중 무엇인 걸까?
운명의 거미줄이 회색 머리의 소녀와 인간 지휘관을 서서히 옭아매었다. 그렇게 그들은 어떤 세계에 떨어진 건지도 모른 채, 미지의 공간에 빨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