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1 칼날 위 탄생한 나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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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8 자살 유행병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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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린 체구가 탑 내부 벽면에 강하게 부딪혔다. 거미줄처럼 퍼져나가는 균열과 함께 벽면이 부서지는 낮은 소리가 들렸다.

루... 시... 아!

콜레도르는 거친 신음을 내뱉었다. 항상 유지하던 여유로운 모습은 사라졌고, 달려드는 루시아를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콜레도르는 손을 들어 적조를 움직이려고 했지만, 강제로 개입한 또 다른 힘에 의해 쓰러졌다.

…………

슥!

적조의 방해가 없어지자, 루시아의 칼날은 거침없이 콜레도르의 육체를 관통했다. 강력한 충격이 그녀가 간신히 유지하던 형체마저 무너뜨렸다.

이런... 썩은 나무들...

왜... 얌전히... 계획에 따르지 않는 거지?!

희미하게 중얼거리던 콜레도르는 사방으로 튀는 적조 속에서 다시 몸을 일으켰다.

고개를 끄덕인 루시아는 태도를 들고 목표를 향해 달려들었고, 옆에 있던 카오스도 타이밍에 맞춰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하...

콜레도르는 이 상황에서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앞으로 돌진했다. 바로 그 순간...

허공에 역장으로 만들어진 차단막이 교차하면서 나타나더니 콜레도르를 그 속에 가두었다.

그 타이밍이 너무나 정확해서 콜레도르는 도망치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본...

날카로운 칼날이 몸을 관통했고, 차가운 기운은 콜레도르의 신음소리마저 차단시켜 버렸다. 촛불처럼 흔들리던 그녀의 생명도 점차 사라져갔다.

하...

고개를 든 콜레도르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루시아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손에 힘을 실어 검을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이것이야말로 네게 어울리는 결말이야.

콜레도르는 루시아를 무시하고 고개를 들어 이중합 탑 끝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흐릿해져 가는 눈동자에 형용할 수 없는 집착이 스며 있었다.

결말이요?

혼미한 상태에서, 이미 잊혀졌어야 할 장면들이 마치 회전목마처럼 그녀의 시야를 파고들었다.

……

왜지...?

그날, 콜레도르는 비슷한 의문을 품은 채 황야를 거닐고 있었다. 모래와 먼지로 덮인 땅에는 썩어가는 무덤들로 가득했다.

그녀가 "도액자"라고 부르던 인간이 마지막 선택을 했다.

모든 것을 눈앞에 두고 왜 마지막 순간에 포기하려는 거지?

결국, 마지막까지 "나"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

이 장면들은 누구의 것인가? 최초 콜레도르?

왜 하필 이 순간에 그 장면들이 떠오른 것일까?

하... 그걸 누가 신경 쓴다고…

다시 정신을 차린 콜레도르는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루시아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일그러진 얼굴에 번진 미소는 평온하면서도 광기가 서려 있었다.

제게 어울리는 결말이요? 루시아, 인간들은 이야기를 쓸 때 정형화된 규칙으로 그 흐름을 이어 나가요. 그중 하나는…

중요한 인물은 평범하게 퇴장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

콜레도르의 변이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쾅...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고, 그녀의 작은 몸에서 순간적으로 두려움을 자아낼 만큼 강렬한 기세가 터져 나왔다.

지휘관님!

폭발의 중심에 있던 루시아는 충격에 휩쓸려 순식간에 뒤로 날아갔다. 쏟아지는 돌덩이들을 격파하며 날아가던 그녀는 다행히 다리의 분사 장치가 제때 가동해 공중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중합 탑 전체의 흔들림이 멈추지 않았고, 이 상황은 이중합 탑 밖의 본·네거트가 경고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균열은 불타는 도화선처럼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막을 수 없는 붕괴가 시작되었다.

끝없는 혼돈 속에서 코어를 품은 카오스가 적조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지휘관은 그녀가 사라진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었고, 루시아도 지휘관 옆에 착지했다. 붉은 나비들은 마치 물고기가 바다로 돌아가듯 적조 속으로 흡수되었다.

본·네거트는 적조의 가장자리에서 전력을 다해 카오스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지탱하고 있었다.

끊임없는 진동이 탑 안에서 울려 퍼졌고, 대행자의 발밑에 있던 적조도 끓어오르고 있었다.

1분, 2분... 견디기 힘든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희망이 산산이 부서지려는 순간, 아름다운 붉은 안개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더니 신비로운 한 쌍의 손이 본·네거트를 붙잡았다. 그리고...

수많은 눈동자를 박힌 날개가 산산조각 난 의식을 받쳐 들고는 마침내 적조에서 떠올랐다.

카오스.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그 고요한 침묵 속에서 자신의 성공을 알렸다.

그녀의 몸은 콜레도르와 비슷한 크기로 변했고, 창백한 뺨에서는 붉은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지금 그녀가 겪고 있는 고통과 괴로움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이 단계는 완성됐다.

본·네거트는 뒤에 있는 둘을 향해 몸을 돌렸다.

루시아는 뭔가를 깨달은 듯 순간 멈칫하더니, 곧바로 칼을 뽑아 대행자를 향해 겨누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다. 난 남의 약점을 노릴 만큼 비열하지 않다.

아직 너에게 필요한 지휘관님에게만 해당하는 말이겠지.

…………

더 이상의 무의미한 언쟁은 필요 없었다. 본·네거트는 루시아를 지나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지금의 너에게 가장 좋은 선택은 카오스와 융합하는 것이다.

0호 대행자가 일으킨 폭발로 이중합 탑이 위태로워졌다. 그녀의 복수인 셈이지.

넌 이 모든 결과를 잘 알고 있을 거다.

…………

본·네거트는 잠시 침묵하더니 지친 듯 고개를 저었다.

결국 힘으로 합의를 봐야 한다는 건가.

넌 반복되는 순환이 내 시야를 가렸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내게는 오히려 네가 과거의 승리에 도취되어 진정한 위기를 간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본·네거트가 카오스의 어깨를 붙잡자 그의 손에서 황금빛 광채가 피어오르더니 이중합 탑 코어 레이어를 덮었다.

옳고 그름은 살아남은 자들이 증명해 주겠지.

진동은 <phonetic=카오스>0호 대행자</phonetic>의 권능에 의해 잠시 멈추었고, 주변은 역장 차단막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허상에 둘러싸였다.

우리의 싸움으로 더 이상 이중합 탑에 상처를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분한 말투와 함께 거대한 힘이 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