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1 칼날 위 탄생한 나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31-26 "꿈을 건너는 다리"

>

지휘관은 다시 3일을 더 보내며, 몸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기다렸다.

본·네거트가 보고 있는 가운데, 붉은 이중합 탑에 다시 한번 발을 내디뎠다.

지휘관은 홀로 이중합 탑 안의 이합 생물과 적조를 피해 긴 여정을 달렸다. 마침내 처음 시작했던 자리로 돌아왔다.

눈앞에는 여전히 상처투성이인 그 뒷모습이 있었다.

본·네거트

………

돌아왔군.

본·네거트

카오스는 내가 많이 복원시켜 놓았다.

<color=#ff4e4eff>탑 밖</color>의 본·네거트가 말한 대로, 이곳의 본·네거트는 분명 카오스를 복원할 거였다.

앞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지휘관이 고개를 숙이자, 인형의 담담한 얼굴이 보였다.

……

카오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은 몸을 낮춰 카오스와 눈을 맞췄다. 오랫동안 평온했던 그녀의 눈빛에 이 순간만큼은 작은 감정이 서려 있었다.

왜 돌아오셨어요?

설마... 그 길을 가시려는 건가요? 정말... 그 선택을 하실 건가요?

카오스의 시선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자신의 몸으로 향했다.

저는 아직 버틸 수 있어요. 그러니 지금 당장 결정하실 필요 없어요. 0호 대행자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요.

본·네거트

새로운 계획?

가시들을 막고 있던 본·네거트가 이 작은 속삭임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본·네거트

무슨 계획을 세운 거지?

본·네거트

내기라... 하...

본·네거트의 음성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길어지는 고문 속에서 감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본·네거트

좋아. 너와 내기하지. 이중합 탑의 코어가 안개 지역에 있는 건 분명 위험하다. 내기의 결과와 상관없이, 난 이 균열에서 탈출할 생각이다.

하지만 지휘관님이 지시면...

카오스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피곤해서인지, 혹은 더 이상 대면하기 싫어서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카오스의 눈은 위로 향했다가, 무언가가 떠오른 듯 동공이 어두워지더니 다시 침묵에 잠겼다.

정말 이렇게 하실 건가요?

그게 아니라...

본·네거트를 이기고, 제가 0호 대행자의 권한을 얻는다고 해도, 그다음은요?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어요. 권한에 묶인 사명이 저를 역으로 오염시킬 거예요. 그럼, 저도 콜레도르처럼 자아를 잃게 될 거고요.

당장은 억제할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지휘관의 말을 들은 카오스가 입을 열려는 순간, 옆에서 갑자기 경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네거트

그런 결정을 내린 거라면 긴장해야 할 거다. 0호 대행자는 언제든 돌아올 수 있어.

"꿈을 건너는 다리"를 사용하면 루시아를 찾을 수 있겠지만, 동시에 콜레도르도 우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대로 지체하다가는 너희가 세운 비현실적인 계획은 검증조차 못 해보고 허사가 될 거다.

본·네거트

그럼, 시작하지.

다급한 재촉에 본·네거트는 말하려고 했던 비밀을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고, 상대방도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앞에 있는 균열에서 미세한 떨림이 감지되었다. 그리고 악몽 속 속삭임처럼 수많은 희미한 목소리가 이곳을 채워갔다.

회색 영역 속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것은 루시아가 아직 생존해 있다는 마지막 증거였다.

루시아는 자신이 얼마나 오래 버텼는지 헤아릴 의지조차 없었다. 기체와 정신은 긴 시간 속에서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달리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아무리 전진해도 주위 풍경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희미한 희망은 너무나 아득해서, 처음부터 거짓 미끼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무의미한 질주는 서서히 멈췄고, 루시아는 결국 털썩 주저앉았다.

……

안개 지역을 닮은 눈동자가 손안에서 꿈틀거리는 큐브를 고요히 바라보고 있었다.

쟁...

루시아는 소리 없이 손가락을 꽉 쥐며, 코어가 담긴 "열쇠"를 눌렀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갑자기 멈추었고, 이제 이 적막 속의 마지막 불협화음마저 사라져 버렸다.

영원한 시간 속에서 루시아는 전에 이미 봤었던 이 미래를 마침내 받아들였다.

죄송해요.

목소리는 안개 지역 속으로 흩어졌고, 입술만 움직이고 있었다.

너무 많은 것을 숨겼어. 선택이든 "열쇠"를 사용하는 대가든...

루시아는 소리 없는 말을 스스로에게 건넸다.

적어도… 마지막 약속만큼은 지켜서, 한 번 더 만날 수 있었으면…

중얼거리는 동안, 목뒤의 인터페이스가 열리며 기체의 코어와 연결된 회로가 드러났다.

지휘관님, 보고 싶어요. 지휘관님과 모두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열쇠가 다시 한번 윙윙거렸고, 루시아는 그것을 단호하게 인터페이스로 가져갔다.

약속드린 대로 코어는 어떻게든 지휘관님께 돌려드릴게요.

루시아는 고개를 숙인 뒤,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휘장을 만지작거리며 동료들과의 맹세를 되새겼다.

여러분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할게요.

띵...

광채가 루시아 기체 전체를 뒤덮었고, 열쇠의 힘이 서염 기체의 모든 부품을 관통했다. 영원한 고요 속 안개 지역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게 되었다.

루시아는 고개를 들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그레이 레이븐 소대원들과 주먹을 맞대듯 휘장을 세게 눌렀다.

이 대가는 제가 혼자 치를게요.

루시아의 결심에 응답하듯, 균열은 끓어오르는 안개 속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