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31 칼날 위 탄생한 나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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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4 제5호 도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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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안개의 끝자락에서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은 새로운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미치광이의 꿈은 시점이 몹시 혼란스러웠다. 그는 꿈속에서 여러 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어 종종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때로는 명성 높은 교수였고, 때로는 그의 의식이 수많은 살인자의 광기 속을 떠돌았다.

박물관에서 화재로 죽은 피해자가 됐다가, 그녀를 위해 복수하는 가해자가 되기도 했다.

환자를 도우면서도 병원 전체를 참혹하게 학살한 적도 있다.

그는 오랫동안 무대 공포증과 같은 불안에 시달렸다. 자신의 몸 안에서 어떤 의식이 깨어날지, 그것이 무슨 생각으로 행동할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본·네거트가 되어 대행자로 거듭난 후,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난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의식을 다스려왔다.

통제가 안 되는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내고, 통제되는 의미 있는 부분만 남겨두어야 비로소 온전한 자신이 될 수 있었다.

본·네거트는 남은 자아를 혼란스러운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했고, 그것은 전달되지 않은 유서처럼 그의 단말기에 영원히 묻혀 있었다.

시작은 이러했다.

니모는 어렸을 때부터 허약한 아이였고, 졸업 후 구조체 수술을 받았다.

니모는 아버지의 배려와 의식 업로드 기술에 감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에서 문제점과 미래 전쟁의 씨앗을 발견했다.

니모는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다가올 전란에 일조하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구조체의 지치지 않는 특성을 활용해 정신과 의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아버지는 그를 도전조차 하지 않는 겁쟁이라고 꾸짖으며, 문명과 기술의 발전을 추구할 용기가 없다고 했다. 니모는 반박하지 않았고,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

다시 아버지와 연락하게 된 시기는 시골의 정신병원에서 수년간 일한 후였다. 당시 니모는 그곳에서 카오스 오염 초기 환자들을 진료하게 되었다.

니모 선생님. 12번 병상 환자는 그저께 이미 검사를 했는데, 또 검사 처방을 내리셨네요?

몇 가지 이상한 점이 있어서요.

전에 보고하신 그 환자들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그만두세요. 아무리 봐도 그냥 정신분열증이고, 비슷한 환자도 많은데 왜 하필 그 환자에게만 집착하시는 거예요?

비슷한 <color=#ff4e4eff>이상</color>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더 있다고요?

네. 그러니까 이제 그만두세요. 전에도 12번 병상 환자 건으로 몇 번이나 보고하셨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잖아요. 병원도 바쁠 대로 바쁜데 굳이 일 만들지 마세요.

꼭 검사하시겠다면 대학병원을 알아보세요. 우리 같은 시골 병원은 장비도 부족하니까요.

…………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조사도 하지 않았다.

니모는 고심 끝에 자신의 보고서를 정리해서,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아버지에게 보냈다.

그리고 며칠 후, 입원 병동에 원인 모를 큰 화재가 발생했다.

경비원! 어서 환자들을 제압해서 1층으로 데리고 가세요! 도망가게 두시면 안 돼요!

12번 병상은 제압했어요. 13번 병상 환자는... 경비원!

놔! 더는 못 기다려! 모두에게 진실을 알릴 거야!!

일단 대피하세요! 불이 커지고 있다고요!!

일단 이놈부터 제압하죠! 안 그러면 도망가다가 우리한테 해코지할 수도 있어요!

니모 선생님!

잡으세요! 제가 포스프로포폴 주사 놓을게요!

환자 체중이...

체중과 용량은 다 알고 있어요. 주사를 놓아야 하니까 꽉 잡으세요!

세 사람이 계속 발버둥 치는 환자를 비교적 안전한 계단에 눌러 앉히고 진정제를 주사하려는 순간...

저기... 무슨 소리 안 들리세요?

경비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실 산소 파이프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로 인해 날아간 난간이 벽에 부딪힌 후, 환자를 제압하고 있던 세 사람을 강타했다.

이 사고는 한 달 전 점검 때 발견하지 못한 전기 배선의 노후로 인한 화재로 결론이 났다.

도망치다가 다시 붙잡힌 몇몇 환자들은 더 큰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구조체가 된 니모만이 살아남았고, 그는 책임을 지고 병원을 떠났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도 이 사고 덕분에 추가적인 카오스 오염과 침식을 방지할 수 있었다.

이후 이 사고는 카오스 오염의 잠복기가 종료되면서 발생한 비자연적 현상으로 간주되었고, 선발대는 이 사고에 대한 조사와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카오스 오염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거를 아무리 수정해 봤자, 동등하거나 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뿐이었다.

우리 잘못이에요. 과거를 수정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이제 와서 그런 소리해 봤자 늦었어요.

…………

이 침식체들에게 있어서 우리는 돌연변이일 뿐이에요. 근절하려면 당신이 직접 나서야 해요.

그들을 죽이고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세요, 니모.

꿈속의 시선은 갑자기 여기서 멈추더니, 안개 지역과 별들을 지나 그리 낯설지 않은 곳에서 떨어졌다.

…………

평범해야 했을 오후, 트라우트 교수는 과학 이사회의 내부 병원 초청으로 무료 진료를 하고 있었다.

다음 환자를 기다리는 동안, 교수는 내용이 흐릿한 메시지 하나를 받게 됐다.

▁▂▁▇▅▂▄▁▃▆▃▆▁▂영점 에너지▁▂▁▇▆▃▆▁▂가 불러올▅▂▄▁▃

이 메시지 외에 열람이 불가능한 첨부 파일도 함께 있었다.

트라우트는 유명인이다 보니 이런 스팸 메시지를 자주 받았기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지만, 메시지가 발신된 시간이 그의 눈에 띄었다.

2197년 12월 25일?

단말기 왼쪽 상단에는 2150년 12월 25일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미래에서 온 메시지라고?

자세히 보려는 순간, 이메일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내용으로 바뀌었다.

오염▁▂▁▇▅▂▄보고서

이 메시지에도 열람이 불가능한 첨부 파일이 있었고, 단 1초 만에 또다시 새로운 내용으로 바뀌었다.

카오스▁▂▁▁▁▇▅▂▇▅▂▄자료

여전히 열람이 불가능한 첨부 파일, 즉시 사라지는 내용이었다.

구조▁▁▇▅▂기술▂▄▁역장▃▆자료

이전과 똑같은 패턴이었다. 트라우트의 흥미를 끌기는 했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파일들은 열람이 불가능했고, 기록조차 남지 않아 단서는 여기서 끊겼다.

정리 시 추가된 내용: 니모를 통해 선발 대원들이 과거의 과학 이사회에 자료를 보내려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메시지들은 각각, 영점 에너지가 오염된 밈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 오염된 밈의 연구 보고서,

카오스 오염의 자료, 구조체 기술과 역장 차단막 자료에 관한 것이었다.

직접 과거로 가지 않고 자료와 정보를 보내는 행위만으로도 카오스 오염을 초래할 수 있었다.

메시지들은 여러 곳에 산발적으로 전송되었고, 대부분은 내용을 보지 못했거나, 봤더라도 스팸이나 바이러스로 치부되었다.

패배를 만회하려면, 시간 역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 역행을 하면 카오스 오염은 더욱 확산될 것이고, 니모가 있던 미래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정리 시 추가된 내용: 지금까지도 이 세계의 도미니카

혹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비슷한 메시지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완전한 내용을 읽지 못했는지 아니면 모든 내용을 보고도 다른 계획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다른 필체) 그는 원래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때문에 영점 에너지가 오염된 밈을 불러온다 해도 탐구를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그 수수께끼 같은 메시지들은 여기서 끊겼다.

일주일 후, 같은 장소, 같은 시각인 정오 12시, 트라우트는 다시 미래에서 온 메시지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저는▆▁▂▄▁▅▇▃입니다. 당신이 있는 세계는 어떤가요?

이번에는 메시지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트라우트는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답장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제가 있는 세계는 그리 좋지 않아요. 병에 걸리지도 않은 미치광이들이 여기저기서 남들을 해치고 있거든요.

약 1분 후, 메시지가 다시 왔다. 하지만 발신 날짜는 이전 메시지보다 며칠이 지난 뒤였다.

당신도▁▃▆▃과 오염된 자들을 죽여야 하나요? 그들은▁▂▁▇▅▂▄▁▃정신분열증과 매우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전형적인▁▂▂▄▁▁▇▅▃가 있고, ▁▂▄▃▆▁▂▄▁▅▇▃▆▅▄▁▁, 미리 죽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트라우트는 오염된 자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하지만 "정신병으로 형벌을 면제"받은 사람들에게 자살을 부추기는 내용의 책을 쓰고 있었다.

이 수상한 이메일에 비밀을 살짝 털어놓아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더 끌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군요. 우리 모두 비슷한 후회를 안고 있네요. 당신은 지금까지 몇 명을 직접 처리했나요?

답장이 왔을 때, 발신 시각은 오히려 몇 달 전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이것으로 발신자의 시간이 계속 변하고 있다는 게 명확해졌다.

병원에서▂▄, 106명이요.

곧이어 발신 시각이 좀 더 이른,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107명이요. 그리고▁▂▁ 제 아버지까지요.

좋아요. 당신이 처리할 수 있는 오염자들은 전부 처리되었네요.

역장 차단막이 있는 방호복은 반납하지 않아도 돼요. 선발대에 오신 걸 환영해요.

아니요. 전 그럴 생각이 없어요.

그럼, 이제 어디로 가실 건가요? 당신한테 죽은 사람들에게 속죄하기 위해 자살이라도 하시려고요?

… 단지 좀 지쳤을 뿐이에요.

선발대에 능력 있는 인원은 얼마 남지 않았어요. 당신의 아버지도 오염되기 전 도미니카에게 당신 이야기를 했었죠. 정말 죽고 싶다면, 좀 더 가치 있게 죽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

이대로라면 단 한 명도 이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예요.

…………

그럼, 이렇게 하시죠. 도미니카의 다음 계획에는 희생자가 한 명 필요해요.

어떠세요? 대답해 주시겠어요?

네.

며칠 후, 과학 이사회에서 무료 진료를 하고 있는 킬고어 트라우트 교수에게 미래에서 온 세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마치 출장 중인 사람처럼, 상대방의 위치에 따라 발신 시간이 계속 변하고 있었다.

당신이 있는▁▂세계에 ▁▇도미니카▁▂▄있나요?

과학 이사회의 설립자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부디▄▁ 도미▁▂▁카를 찾아주세요.

찾아갔었는데 만나지는 못했어요. 나중에 다시 시도해 볼게요.

부디▄▁ 도미▁▂▁카를 찾아주세요.

오늘도 그 분을 만나지 못했지만, 대신 조수한테 이 미래에서 온 메시지들을 보여줬어요.

도미니카의 조수는 이 모든 것을 부인하며 장난이라고 했고, 과학 이사회는 시간 장치를 개발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했어요.

도미▁▂▁카는 ▁▂선발대를 잊은 건가요?

오늘 도미니카를 만났어요. 다시 이 메시지에 대해 언급했지만, 그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했어요.

▁▂기억▁▂▄▃못 하나요?

그는 ▁▂▄▃대를 버린 건가요?

왜▁▂▄▃죠?

아마 희생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완전히 기억을 못 한다기보다는 이 모든 게 본인과 관계없는 일이라는 듯한 태도였어요.

그러니까 제 뜻은, 그의 태도가 마치 미래의 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어쩌면 이 도미니카는 당신이 찾는 사람이 아니라, 저와 당신 같은 이런 비슷한 관계이지 않을까요?

물론 단순한 추측일 뿐이에요.

당신은▁▂우리를 믿고▁▂▁도와줄 수 있나요?

저도 이 세계에 지쳤어요. 터무니없는 프로젝트일지라도 참여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할게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그 전에, 저한테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있어요.

#킬고어 트라우트 교수는 자신의 새 자서전에서 공개적으로 "자수"를 했다.

모 신문사의 기자가 킬고어 트라우트 교수의 최신 "소설"을 받았다.

이 책은 "주인공"이 정신과 의사로서 15년 동안 어떻게 13명에게 자살을 부추겼는지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주인공"이 치료했던 정신병 환자들이며, 책의 후반부에는 환자 13명의 실제 사례가 첨부되어 있었다.

그중 한 환자는 15년 전 박물관 방화 사건의 주범과 이름이 같았는데, 당시 피해자 중에는 교수의 가족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내용의 진위를 여러 차례 확인한 본 신문사의 기자는 결국 경찰에 신고하기로 결심했다.

#7411명이 청원에 참여했고, 킬고어 트라우트 교수를 위한 시위행진도 일어났다.

킬고어 트라우트 교수는 유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로서 수많은 환자를 도왔고, 여러 미제 사건 해결에도 기여한 바 있다.

그가 자살을 부추긴 13명은 모두 범죄 기록이 있었으며, 정신병으로 인해 대부분의 형벌이 면제된 환자였다.

기자의 상세한 조사에 따르면, 트라우트 교수가 정신과 의사로 활동한 15년 동안,

경찰과 협력하여 정신병 환자가 주범인 형사 사건을 거의 백 건 감정했지만, 자살한 사람들은 13명에 불과했다.

교수는 인터뷰에서 "정신병을 핑계로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이 과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의 편에 서서 그를 위해 목소리를 내주고 있었다.

현재 온라인 청원에는 7411명이 참여했고, 오프라인에서는 시위행진도 벌어졌다.

#킬고어 트라우트 교수의 형량은 판결하기 어렵다.

자서전이 출간된 이후, 경찰은 킬고어 트라우트 교수와 13건의 자살에 대해 추가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그 자서전이 킬고어 트라우트 교수 본인이 직접 쓴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었다.

기자를 매수해서 누명을 씌운 게 아니냐, 협박당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함께 말이다.

#킬고어 트라우트 교수, 사형수 인체 실험 협의에 자발적으로 서명하다.

그는 떠나기 전 기자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세상의 종말이 오기 전에, 더 많은 가능성을 탐구하고 싶어요. 제가 어떻게 되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의식 데이터 업로드 실험에 큰 진전을 이루다.

의식 데이터가 인간형 몸에 완전히 수용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를 "구조체"라고 명명했다.

트라우트 교수의 의식이 데이터화된 후, 연구진들은 이를 통해 구조체 연구에 필요한 핵심 정보와 해결책을 얻어 큰 진전을 이루었다고 한다.

사고 보고서

킬고어 트라우트의 의식 데이터가 손실됐다.

삭제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럴 리가 없다. 분명 누군가가 그를 돕고 있다. 신속히 조사해야 한다.

그가 "도망"쳤다.

니모: ▂▄▁지금도 잘 지내시길 바라요. 트▁▂▄▁교수님.

트라우트: 현재 기술의 한계 때문에, 제 의식 속에 타인의 목소리가 너무 많이 뒤섞여 있어요. 하지만 그건 꼭 필요한 과정이었어요.

트라우트: 0호 대행자의 자리를 계승할 사람을 찾는다고 했죠? 저도 그런 권한을 얻으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네요.

니모: 하지만 제▁▂▄▃▆▁한계가 있어요. 도미▆▁▂니카가 ▁▂▄준비를 잘해주길 바랄 뿐이에요.

니모: 물론... 그가 ▁▂▄▁▅모든 걸 끝냈다면, 저희에게 손쓸 여지는 전혀 없겠죠.

트라우트: 그럼, 만약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죠. 이 세계는 아직 마음대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요.

니모: 왜 ▂▄▃▆▁ 모두에게 경고를 하지 않는 건가요?

트라우트: 소용이 있을 것 같나요?

선생님... 여기가 맞나요?

혹사는 트라우트의 지시에 따라 그의 의식이 저장된 용기를 들고 컨스텔레이션에서 며칠간 잠복한 끝에 마침내 지하 중층으로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마침내 1호 영점 에너지 원자가 점화되어 퍼니싱이 폭발했고 기이한 균열이 나타났다.

한 청년이 균열에서 비틀거리며 나와 혹사 앞에 털썩 주저앉았고, 혹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트라우트의 의식을... 저에게 주세요.

이것이 그들의 만남이었다.

킬고어 트라우트

당신이 말했던 이중합 탑 코어는 어떻게 됐나요?

핵은 폐기할 수 없었어요. 0호 대행자도 마찬가지고요. 코어를 가져오면 그녀도 함께 따라오기에, 저는 그것을 '다리'에 맡겼어요.

니모의 예상대로, 이 세계의 <phonetic=0호 대행자>오염된 밈</phonetic>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 도미니카가 더 완벽하게 준비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꿈을 건너는 다리"로도 막을 수 없는 그 균열은, 미래의 잠재적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고, 0호 대행자는 여전히 존재하며, 이중합 탑도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걸 그에게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애초에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미래의 모든 사람과 함께 그 시대에서 "죽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모든 문제가 영원히 해결될 수 있었을까?

그뿐만 아니라, 그가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그에게 끊임없이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phonetic=0호 대행자>오염된 밈</phonetic>을 게슈탈트 안에 봉쇄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본·네거트

…………

본·네거트는 자기 방에서 이 기록을 살펴보고 있었다.

본·네거트의 의식은 의식 데이터화 실험에 참여했던 수많은 사형수들의 의식이 융합된 것이고, 니모의 몸에 이식되었다.

본·네거트의 의식은 오랫동안 혼란 상태에 빠져 있었다. 끊임없는 잡음이 그의 사고를 방해했고, 때로는 그의 행동까지 뒤흔들어 놓았다. 평소 침착했던 교수는 점차 자제력을 잃어갔다.

혹사는 본·네거트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목격할 때마다 두려움을 느꼈지만,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교수였기에 그 은혜를 보답하고자 끝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바로 그 시점에서, 본·네거트는 루나가 대행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됐다. 그래서 루나를 관찰하며 그녀가 승격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방식을 찾아냈다.

그것은 우연이었다. 복제 가능한 우연.

의식의 바닷속에서 본·네거트의 의식과 융합된 <phonetic=잡음>다른 이들</phonetic>은 정보의 가중치를 높여놓았고, 오랜 정리 끝에 그는 대행자와 같은 힘을 얻게 되었다.

자제력을 유지하려면 잡음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의식을 제거해야 했다. 하지만 대행자의 권한을 위해 완전히 제거해서는 안 된다.

혼란스럽고 유감스러운 목소리는 여전히 선별과 진화를 재촉하고 있었다. 그들은 후회 없는 완벽한 존재가 되기를 염원했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본·네거트는 혼돈의 꿈으로 빠져들었다.

나는 대체 누구인가?

지금의 나는 정말 깨어있고 자제력이 있는 <phonetic=니모와 트라우트>"나"</phonetic>인가?

본·네거트는 가면 뒤에 모습을 숨긴 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의식의 바닷속 그 누구도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의식들의 집합체는 이 가면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편안함을 거부하는 습관 덕분에 그는 스스로 자제력을 얼마나 갖추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본·네거트는 퍼니싱이 폭발한 후의 첫 20년을 침묵 속에서 보냈다.

그 세계는 꽤 평화로워 보였고, 퍼니싱은 카오스 오염에 비하면 발견하기도 쉽고 치명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위험한 존재이며, 매우 위험해질 가능성 또한 남아있었다.

그리고 적조가 폭발하는 순간 그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적조의 특성과 적조의 허상은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왔다.

그의 의식의 바다 속 모든 목소리는 적조에 휩쓸려 죽은 자들을 붙잡으며, 사라진 생명들의 귀환을 갈망하며 각자의 한을 토해내고 있었다.

본·네거트

…………

본·네거트는 아직도 그때의 혼란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는 엄청난 노력을 들인 끝에 마침내 목표를 찾아냈다.

바로 의식 속에 뒤엉킨 <phonetic=잡음>다른 사람</phonetic>들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본·네거트 님, 이렇게 중요한 수술을 제게 맡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본·네거트는 마침내 더 깊은 깨달음을 얻었고, 적조의 기원과 카오스 오염이 비슷한 특성이 있음을 알아냈다.

아직 모든 게 끝나지 않은 듯했다.

안개 지역의 영향일까? 아니면 어딘가에서 일어난 침투 때문일까? 여전히 많은 것들이 잡음 속에 묻혀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본·네거트 님, 이번이 세 번째 수술이에요. 의식의 바다에 손상이 갈 수도 있습니다.

적조를 마주할수록 이중합 탑의 성장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제 "열쇠"를 준비해야 했다. 이중합 탑을 잃는 건 그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였다.

이합 생물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건가요?

지구의 생물부터 시작할 생각이다. 물고기든 곤충이든 상관없어, 실험을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해.

본·네거트는 혹사에게 진짜 목적을 말하지 않았다. 적조의 진화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승격 네트워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다를 바 없었기에, 혹사는 이 임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본·네거트

…………

기존 자료를 검토한 본·네거트는 손에 쥔 펜을 만지작거리며 단말기의 기록을 경신했다.

컨스텔레이션 사건의 영향으로 키리시마 센의 의식의 바다는 안정이 유지됐다.

공중 정원은 그녀를 제거하면서 얻은 자료로 더욱 완벽해졌고,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인간이 어떤 대책을 세울지 아니면 자료의 양이 늘어나 분석 시간이 더 필요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이중합 탑의 강림은 이전보다 1개월 지연되었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여전히 앞당겨졌다. 지난번 이중합 탑이 앞당겨 강림한 건, 인간들이 미리 준비를 마치고 좌표를 확보한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아마 0호 대행자가 완전한 권한을 되찾아서 그런 것일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은 이중합 탑이 강림해도 코어가 없어서 0호 대행자가 빼앗아 가지 못한다.

본·네거트

다음은...

본·네거트는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은 5월 10일, 정확히 말하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 실종된 지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해저 요람 계획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그 과정에서 그는 여러 번 실패했다. 그리고 매번 찾아낸 것은 불완전한 열쇠뿐이었다.

반복된 실험 결과,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만이 그와 협력할 수 있었고, 다른 이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문제가 발생했다.

지금 <color=#ff4e4eff>눈앞</color>에 있는, 이중합 탑에서 구출해 낸 이 진짜 지휘관을 해저 요람에 투입한다면...

본·네거트

…………

깨어났으면서 자는 척하지 마.

본·네거트는 멀지 않은 곳에 누워있는 인간에게 말했다.